힘 나는 가족여행 ②대전 뿌리공원

가족이라는 이름의 힘

뿌리공원은 효를 테마로 꾸민 국내 유일한 공원이다. 11만9062㎡ 규모 공원에 244개 문중에서 기증한 성씨 조형물, 한국족보박물관, 예쁜 산책로와 아늑한 산림욕장 등을 조성했다. 잘 정돈된 잔디광장은 아이들 차지. 목조 파라솔이 있어 가족 피크닉 장소로 손색이 없다.

유등천을 가로지르는 만성교를 지나면 뿌리공원이 활짝 열린다.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은 한국족보박물관이다. 족보는 한 가문의 계통을 정리한 책자로, 이름과 자(字)·호(號)는 물론 관직과 봉호(封號) 심지어 묘가 있는 곳까지 상세히 기록한다. 가계의 흐름을 이처럼 방대한 기록으로 남긴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이 공적 기록이라면, 족보는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기록’이다.

나의 뿌리

그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족보는 무엇일까. 처음 책으로 만든 족보는 문화 류씨의 <영락보>라는데, 실물이 전해지지 않는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족보는 1476년 간행한 안동 권씨의 <성화보>다. 하지만 광개토대왕릉비에 시조 주몽부터 광개토대왕에 이르는 왕실 계보가 기록돼, 우리네 가계 전승의 역사는 그보다 훨씬 오래됐음을 알 수 있다. 6개 전시실로 구성된 한국족보박물관에는 족보의 탄생과 제작법 등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아이들을 위해 만화와 영상으로 족보를 쉽게 소개하는 기획전시실도 인상적이다.

족보에 대해 배웠다면, 이제 ‘나의 뿌리’를 찾아 떠날 시간이다. 뿌리공원의 상징과도 같은 성씨 조형물을 설치한 산책로는 한국족보박물관 3층 출구와 연결된다. 산책로 곳곳에 보석처럼 숨어 있는 조형물 가운데 자신의 성씨 조형물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간이 제한적이다 보니 우리나라 모든 문중의 조형물을 설치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예술 작품처럼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인 성씨 조형물은 그 자체로 훌륭한 볼거리다.

산책로가 끝나는 삼남탑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일품. 1997년 개장할 당시 충주 박씨와 양천 허씨 등 72개에 불과하던 성씨 조형물은 25년이 지난 지금 244개로 늘었다. 자신의 성씨 조형물을 만나지 못했다면, 뿌리공원 홈페이지(www.djjunggu.go.kr/prog/fanmOrgn/hyo/sub03_04/list.do)에서 아쉬움을 달래자. 공원에 조형물로 설치한 성씨 외에 1028  개 성씨의 유래를 상세히 정리했다.


성씨 조형물이 있는 숲길만큼 유등천을 따라가는 강변 산책로도 공원의 자랑이다. 잔디광장을 크게 도는 이 길에 ‘효심소원돌’이 있다. 대대로 장원급제자를 배출한 문중에서 기증했다는 효심소원돌은 영천의 돌할매처럼 돌이 들리지 않아야 소원이 이뤄진다니 재미 삼아 도전해도 좋겠다.

곳곳에서 만나는 따뜻한 문장은 이곳이 효를 주제로 꾸민 공원임을 다시 일깨운다. “아픈 데는 없니?” “엄마는 걱정하지 마” “너희가 잘사는 게 효도야” 같은 문장들. 어제도 들었고 오늘도 들었고 내일도 듣겠지만, 언제나 가슴 한쪽이 아려오는 이 문장들이야말로 뿌리공원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뿌리공원 운영 시간은 오전 6시~오후 10시(연중무휴), 한국족보박물관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월요일, 1월1일, 명절 당일 휴관)이며, 두 곳 모두 이용료는 없다.

효를 테마로 꾸민 국내 유일 공원
가족 피크닉 장소로도 손색없어

만성교를 사이에 두고 뿌리공원과 나란히 자리한 한국효문화진흥원은 나의 뿌리 찾기로 시작한 여행을 효라는 최종 목적지로 이끄는 마침표 같은 곳이다. 특히 5개 전시실을 갖춘 효문화체험관은 체험형 전시물로 꾸며 아이들도 효의 의미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링컨·나폴레옹·정조·이순신 등 위인과 관련된 효 이야기, 아버지를 알루미늄 지게에 모시고 금강산에 오른 이군익 선생 이야기, 조선 철종 때 효자 도시복 이야기는 아이들과 찬찬히 읽어볼 만하다. ‘효나눔실’에는 녹내장·백내장 안경과 특수 복장을 착용하고 노화를 체험하는 시설도 있다.

아이들과 나선 봄나들이에 놀이동산이 빠지면 섭섭하다. 오!월드는 중부권 이남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종합 테마 공원이다. 후룸라이드와 슈퍼바이킹 같은 놀이 기구, 호랑이와 재규어 등 맹수가 있는 주랜드, 버스를 타고 아프리카 밀림을 체험하는 아프리카사파리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주랜드에서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동물 먹이 주기를 진행한다. 먹이 앞에서 본능을 드러내는 맹수의 모습이 제법 볼만하다.

놀이 기구를 타고 육상동물을 만난 뒤에는 물속에 사는 친구들을 만날 차례다. 대전아쿠아리움은 방공호로 활용하던 대전 도심의 천연 동굴을 수족관으로 만들었다. 한국관, 아시아관, 아마존관 등 다양한 테마로 꾸민 수족관에 물범과 MBU복어, 김나르쿠스 같은 희귀한 물고기가 있다. 최대 5m까지 자라는 웰스메기와 온몸이 눈처럼 하얀 알비노 샴악어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 전 세계에서 공수한 다양한 물고기 외에 아프리카가시거북, 루시스틱볼파이톤 같은 파충류도 있다.

다양한 볼거리


여행의 마무리는 역사적인 인물과 관련된 곳이면 더할 나위 없을 듯싶다. 단재 신채호 선생 고향이 대전 중구 어남동이다. 마침 한국족보박물관 기획전시실의 〈독립운동가 성씨별 인물 21人〉에서 선생에 대해 접했으니, 아이들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단재 선생은 열아홉 살에 성균관에 입학해 스물여섯에 성균관 박사가 됐으며, 을사늑약 후에는 조선의 독립을 위해 계몽운동과 언론 활동에 헌신했다. 단재신채호선생생가지(대전기념물)에 선생이 여덟 살 때까지 살던 집을 복원했다. 안채와 곳간채, 선생의 동상이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뿌리공원→한국족보박물관→한국효문화진흥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뿌리공원→한국족보박물관→한국효문화진흥원
둘째 날: 오!월드→대전아쿠아리움→단재신채호선생생가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중구문화관광 www.djjunggu.go.kr/tour/index.do
- 뿌리공원 www.djjunggu.go.kr/hyo/sub03_01_01.do
- 한국족보박물관 www.djjunggu.go.kr/hyo/sub04_01_01.do
- 한국효문화진흥원 www.k-hyo.kr
- 오!월드 www.oworld.kr
- 대전아쿠아리움 www.djaquarium.com  

문의 전화
- 중구청 문화체육과 042)606-6293
- 뿌리공원 042)288-8300
- 한국족보박물관 042)288-8312
- 한국효문화진흥원 042)580-9000
- 오!월드 042)580-4820
- 대전아쿠아리움 042)226-2100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대전역, KTX 10~20분 간격(05:05~23:30) 운행, 약 1시간 소요. 대전역(경부선)에서 목척교 정류장까지 도보 5분, 313번 일반버스 이용, 효문화마을·뿌리공원 정류장 하차, 뿌리공원까지 도보 약 7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대전교통정보센터 http://traffic.daejeon. go.kr
[버스] 서울-대전,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5~20분 간격(06:00~24:00) 운행, 약 2시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9회(06:00~22:10) 운행, 약 2시간 소요. 복합터미널 정류장에서 201번 일반버스 이용, 중구청역 정류장에서 30번 외곽버스 환승, 보문산교통광장 정류장 하차, 뿌리공원까지 도보 약 8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대전복합터미널 1668-3300, www.djbusterminal.co.kr 대전교통정보센터 http://traffic.daejeon.go.kr

자가운전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안영 IC→대둔산로 대전 방면 우회전, 910m 직진→뿌리공원로 뿌리공원 방면 우회전, 457m 직진→하상주차장→뿌리공원

숙박 정보
- 크리스탈레지던스호텔: 중구 대종로452번길, 042)255-2933, www.crystalht.co.kr
- 대전하늘정원게스트하우스: 중구 보문로230번길, 0507-1408-7974, http://djskygarden.modoo.at
- 호텔7: 중구 문창로90번길, 042)242-4101

식당 정보
- 대전갈비집(돼지갈비): 중구 대흥로175번길, 042)226-9428
- 소나무집(오징어칼국수): 중구 대종로460번길, 042)256-1464
- 진로집(두부두루치기): 중구 중교로, 042)226-0914
- 사리원면옥 본점(냉면): 중구 중교로, 042)256-6506, https://sariwonfood.modoo.at

주변 볼거리
보문산, 창계숭절사, 유회당, 여경암, 무수천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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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