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체험 마을 ③슬로시티대흥

정겨운 마을 길 따라 걸으며 느끼는 겨울 정취

충남 예산군 대흥면에 자리한 슬로시티대흥은 교촌리와 동서리, 상중리 등 예당호 주변 마을을 아우른다. 슬로시티답게 자연과 문화, 역사적인 요소를 두루 갖췄다. 2009년 9월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슬로시티로 공식 인증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6번째, 세계에서 121번째다.

슬로시티(slow city)는 ‘느린 도시 만들기 운동’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치타슬로(cittaslow)의 영어식 표현이다. 1986년 패스트푸드(즉석식)에 반대한 슬로푸드(여유식) 운동의 정신을 삶으로 확장해, ‘전통과 자연 생태를 슬기롭게 보전하면서 느림의 미학을 기반으로 인류의 지속적인 발전과 진화를 추구하는 도시’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슬로시티는 조금 더 느리고 세심하게 여행해야 한다. 인간이 걷는 속도는 평지 기준으로 시속 4㎞라고 한다. 슬로시티는 시속 3㎞ 정도로 걸어보면 어떨까. 슬로시티대흥은 천천히 걸으며 정다운 마을 풍경을 담기 좋은 곳이다.

정다운 마을 풍경

출발점은 슬로시티방문자센터다. 이곳에서 각종 정보가 담긴 지도와 홍보물을 구할 수 있다. 본격적인 마을 여행에 나서기 전, ‘의좋은 형제’ 이야기를 잠깐 알아보자.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접한 분도 있을 것이다. 옛날에 우애가 좋은 형제가 살았다. 어느 가을날 밤, 추수를 끝낸 형제는 서로의 살림을 걱정해 자기 볏단을 지고 가 상대 볏단에 쌓았다. 둘 다 똑같이 행동한 나머지, 볏단은 줄지도 늘지도 않았다. 그러다 어느 밤, 볏단을 지고 가다 만나 진실을 알게 된 형제는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옛이야기라고 여기던 이 이야기는 1978년 대흥면에서 ‘우애비’가 발견되며 실화로 확인됐다. 마을 입구에 이들 형제의 이야기를 테마로 의좋은형제공원을 꾸몄다. 옛집과 당시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는 조형물, 볏짚으로 만든 학과 움집 등이 볼 만하다.

슬로시티대흥 여행은 복잡할 것 없다. 마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웬만한 명소는 다 거치게 된다. 마을 곳곳을 잇는 ‘느린꼬부랑길’은 3개 코스로 나뉜다. 방문자센터에서 얻은 지도를 참고해 걷고 싶은 길을 택하면 된다. 1코스(옛이야깃길)는 5.1㎞로, 90분 정도 걸린다. 처음 만나는 곳은 ‘배 맨 나무’다.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나당 연합군과 백제 부흥군을 공격하러 왔다가 배를 묶은 나무라고 해서 이렇게 부른다. 수령 1000년이 넘은 느티나무다. 여기서 봉수산자연휴양림과 애기폭포 등을 지나 대흥동헌으로 내려온다.


2코스(느림길)는 4.6㎞로, 약 60분이 걸린다. 애기폭포, 대흥동헌이 1코스와 겹친다. 대흥동헌(충남유형문화재)은 예산군에 유일하게 남은 관아 건물이며, 1914~1979년에는 대흥면사무소로 쓰였다. 대흥동헌 건너편에 자리한 달팽이미술관은 대흥보건지소 건물을 개조했다. 슬로시티대흥에 대해 알아보고, 느린 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2코스는 겨울에 걷기 적당하다. 동서리천 물길을 따라가며 봉수산 중턱을 거친다. 중간중간 만나는 마을 풍경도 정겹다. 애기폭포를 지나면 야트막한 언덕을 걷는 ‘사색의 길’이다. 겨울 숲 내음과 콧속으로 스미는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고즈넉한 시간을 만끽하자. 사색의 길 뒤에는 한때 보부상이 다녔다는 ‘보부상 길’이 나온다. 예산은 조선 후기 보부상의 근거지인데, 이 길을 따라 보부상이 홍성과 예산을 오갔다고 한다.

보부상 길을 지나 쭉 내려오면 대흥향교에 닿는다. 대흥향교(충남기념물)는 3코스(사랑길)와 겹친다. 대흥향교 앞 은행나무는 수령이 600년이 넘고, ‘사랑나무’라는 애칭이 있다. 약 150년 전, 은행나무 몸속에 느티나무가 뿌리를 내렸고 지금은 한 몸으로 살기 때문이다. 3코스는 3.3㎞로, 다 돌면 50분 정도 걸린다. 교촌리 들녘 사이로 난 논두렁 길을 지나며, 가을에 특히 운치 있다. 느린꼬부랑길은 어느 코스나 60~90분이면 걷기 충분하고, 전체를 돌아보는 데 3시간 남짓 소요된다.

자연·문화·역사적 요소 갖춰져
국제슬로시티연맹 공식 인증

마을에서 소원 모빌 만들어 달기, 부채 만들기, 제기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가장 인기 있는 체험은 달걀 꾸러미 만들기. 마트에서 파는 달걀판만 보던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억세 보이는 짚이 부드러워, 설명을 듣고 따라 하면 만들기 쉽다. 달팽이미술관에 주민들 작품을 전시한다. 항아리와 바구니·가방이 있는데, 짚으로 이 모든 걸 만들다니 놀랍다. 체험 프로그램은 현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중단한 상태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완화될 경우 진행이 가능하다. 방문 전에 대흥슬로시티 홈페이지(www.slowcitydh.com)를 확인하자.

마을 건너편은 예당평야에 물을 대기 위해 만든 예당호다. 1963년 완공했으며, 둘레가 40㎞에 달한다. 호숫가를 걷는 약 5.2㎞ ‘느린호수길’이 있다. 호수 위로 난 나무 덱을 따라가며 겨울 호수의 정취를 느껴보자. 얼어붙은 호수 가운데 띄엄띄엄 떠 있는 낚시 좌대가 비현실적인 풍경을 빚어낸다. 2019년 개통한 예당호출렁다리, 예당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예당호조각공원도 들러볼 만하다.
예산에는 추사 김정희가 태어난 고택이 있다. 조선 시대 전형적인 대갓집 형태인 ㅁ자 집인데, 방 어디선가 추사의 칼칼한 헛기침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고택 왼쪽에 추사의 묘소가 있다. 경기도 과천에 있던 것을 1930년대에 이장했다고 한다. 그 옆으로 추사기념관이 자리한다.

예산 여행에서 내포 지역을 대표하는 고찰, 수덕사를 빠뜨릴 수 없다. 수덕사 대웅전(국보)의 배흘림기둥은 보는 이에게 아, 하는 탄성을 절로 불러일으킨다. 장식 하나 없는 문살은 그 앞에 선 이의 마음을 지그시 눌러준다. 대웅전 옆으로 돌아가면 수덕사 대웅전이 지닌 아름다움의 극치를 만난다. 맞배지붕의 멋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측면은 군더더기를 배제한 단순미의 정수다.


수덕사

수덕사 아래 수덕여관이 있다. 수덕여관(충남기념물)은 가수 윤심덕과 함께 한말 3대 신여성으로 불리던 문인 김일엽·화가 나혜석의 자취가 있고, 고암 이응로 화백이 1958년 프랑스로 유학 가기 전까지 살던 곳이다. 수덕여관 앞의 바위 조각은 고암이 남긴 암각화다. 동백림 사건으로 귀국했을 때 새겼으며, 글자 같기도 하고 사람 모양 같기도 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슬로시티대흥→예당호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슬로시티대흥→예당호
둘째 날: 추사고택→수덕사→수덕여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예산군 문화관광 www.yesan.go.kr/tour
- 슬로시티대흥 www.slowcitydh.com
- 수덕사 www.sudeoksa.com  

문의 전화
- 예산군청 문화관광과 041)339-7114
- 슬로시티대흥 041)331-3727
- 예당관광지 041)339-8281
- 수덕사 041)330-7700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예산역, 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14~15회(05:37~20:45) 운행, 1시간40분~1시간50분 소요. 예산역 정류장에서 314번 버스 이용, 대흥 정류장 하차, 도보 약 17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예산,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7회(07:10~20:40) 운행, 약 2시간 소요. 예산종합터미널 정류장에서 320번 버스 이용, 대흥 정류장 하차, 도보 약 17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예산종합터미널 041)333-2921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당진영덕고속도로→예산수덕사 IC에서 예산·홍성·수덕사 방면→예산수덕사IC교차로에서 보령·홍성 방면→응봉사거리에서 청양·광시 방면→의좋은형제길→슬로시티방문자센터

숙박 정보
- 스파뷰호텔: 덕산면 온천단지2로, 041)337-1000, http://spaviewhotel.com
- 하이엘라키즈펜션: 덕산면 남은들로, 070-4464-7881, http://hiella.kr
- 스플라스리솜리조트: 덕산면 온천단지3로, 041)330-8000, www.resom.co.kr/spa

식당 정보
- 호반식당(어죽): 대흥면 예당로, 041)332-0121
- 고덕식당(갈비): 덕산면 덕산온천로, 041)337-8700
- 수덕골미락(산채정식): 덕산면 수덕사안길, 041)337-0606

주변 볼거리
봉수산자연휴양림, 덕산온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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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