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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30일 22시20분

<아트&아트인> '물구나무 팥' 정정엽

별도 되고 용암도 되는 곡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시장에 들어서면 대지의 어머니가 선사하는 풍요로움이 넘쳐흐른다. 땅의 빛깔을 머금은 팥, 녹두, 검은 콩 등의 곡식이 익숙한 색채로 우리의 눈과 마음을 충만하게 만든다. 정성을 담은 곡식은 하늘의 별, 시뻘건 용암이 되기도 하고 캔버스 구석이나 바닥 그리고 벽에 뿌려지거나 소복하게 담기기도 한다. 

대구 중구 소재 봉산문화회관에서 정정엽의 개인전 ‘물구나무 팥’을 준비했다. 전시 제목은 김혜순 시인의 시 ‘물구나무 팥’에서 따왔다. “정엽이는 집 떠나고 싶으면 등산용 배낭을 짊어지고 설거지를 한다 / 2층에서 마당으로 트렁크를 던지기도 한다”… (후략)

하찮은 소재

정정엽 작가는 유년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일을 놀이로 삼았다. 그림을 학교에 가는 이유라고 할 만큼 매일 그리며 화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정정엽에겐 미술이 곧 삶이며 생존의 방법이었던 셈이다. 

그는 ‘삶과 미술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라는 실천적 고민과 함께 탐미주의적 예술에 반기를 들고 미술의 사회적 가치를 찾기 위해 노동자들과 연대한 ‘두렁’에 가입했다. 격동의 시대를 보낸 것이다. 

유년시절부터 그림에 흥미
미술의 사회적 가치 골몰


그러면서 ‘터’ ‘여성미술연구회’ ‘갯꽃’ ‘입김’ 등의 그룹 활동을 병행하며 개인과 여성, 예술가인 자신의 정체성이 전체 세계 속에서 어떤 의미로 존재해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 관해 정직하고 성실하게 응답하는 예술적 태도를 보여왔다.  

1995년 첫 개인전 ‘생명을 아우르는 살림’에서는 시장에서 나물을 팔거나 장보고 돌아가는 아낙네, 집에서 밥상을 차리는 주부 등 여성의 일상적 삶의 현장을 담은 그림을 선보였다. 이때부터 정정엽은 본격적으로 개인적인 회화의 길을 걷게 된다. 

이 전시에서 정정엽은 자신의 대표 브랜드가 된 곡식을 등장시켜 당연시되거나 무시받는 살림 노동이 인간의 생명과 안녕을 보우하는 근본 행위이자 미덕이라는 진리를 보여주려 했다. 

살림 노동에 관심
공존하는 삶과 환경

이후 ‘얼굴 풍경’을 통해 얼굴과 이미지를 콜라주하며 관계와 만남, 연대를 표현했고 ‘나물 시리즈’에서는 채반에 놓인 나물을 선보이면서 뜯어서 다듬고 씻는 노동의 과정을 내포하는 날카로운 시선을 드러냈다. 

‘벌레’와 ‘감자 싹’ 시리즈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공생, 생명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소재로 의미화했다. 여성성에 대한 이야기를 시각화시킨 ‘걷는 달’ 다빈치의 종교화 ‘최후의 만찬’을 차용한 ‘최초의 만찬’을 통해 스스로 스승이 된 여성을 만찬에 초대하는 등 다양한 회화적 실험을 선보였다. 

정정엽은 인간만이 아닌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다른 생명에 대한 관심과 지구적 시선을 비범하지만 결코 무겁지 않게, 하찮은 소재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공존하는 삶과 환경에 대해 재치 있게 풀어냈다. 정정엽은 “많이 보고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그것을 확장시켜 나가고 싶다”고 했다. 

가볍지 않게

조동오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이제 정정엽이 그리는 팥은 그냥 팥이 아닌 것처럼, 오랫동안 잠재돼있는 물질의 속살을 더 깊숙하고 의미 있게 해석해 새로운 것으로 변화시키는 여정이 작가가 말하는 ‘길 없는 길을 찾아가는 흔들림’일 것”이라며 “그의 발자취가 기대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4월24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정정엽은?]

▲학력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기억공작소 정정엽’ 봉산문화회관(2022)
‘걷는 달’ 아트센터 화이트 블록(2021)
‘조용한 소란’ 서울식물원(2021)
‘최초의 만찬·이응노상 수상 기념전’ 이응노의 집(2019)
‘어디에서나 발생하는 별’ 조은숙 갤러리(2019)
‘나의 작업실 변천사 1985-2017’ 이상원 미술관(2018)
‘콩 그리고 위대한 촛불’ 트렁크 갤러리(2017)
‘아무데서나 발생하는 별’ 갤러리 노리(2017)  
‘49개의 거울’ 스페이스몸 미술관(2017) 외 다수

▲수상
양성평등문화인상(2020)
제4회 고암미술상(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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