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싸이월드 재오픈 논란

살짝 맛만 보여주고 감감무소식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추억의 싸이월드가 재오픈을 앞두고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계속되는 일정 연기와 경영진 교체, 법적 분쟁까지 겹쳤다. 때문에 싸이월드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계속해서 불거지는 잡음은 싸이월드 재오픈에 대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 

부활을 꿈꾸던 ‘싸이월드’가 1년이 다 되도록 서비스도 공개하지 못한 채 블록체인 서비스를 두고 갈등에 휩싸였다. 브랜드 사용권을 두고 운영사 싸이월드제트와 메인넷 개발권 및 운영권을 가진 베타랩스(구 싸이월드랩스)가 법적 공방에 들어간 것. 싸이월드 서비스 재개 또한 안갯속에 휩싸였다. 

다시 안갯속

지난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베타랩스는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싸이월드제트에 대해 위법적 계약 해지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베타랩스는 “싸이월드제트가 지난해 업무협약(MOU)을 통해 싸이월드 코인 발행 등에 대해 합의했지만,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등 불법 행위를 일삼고 있다”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해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통해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싸이월드제트가 일방적 계약 파기 후 새로운 코인 발행을 추진해, 자사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타랩스와 싸이월드제트의 관계 시작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임 전까지 각자 대표로 싸이월드를 이끌어온 김호광 베타랩스 대표는 기술을 총괄하며 플랫폼 개발과 서비스 출시를 준비해왔다. 베타랩스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로 싸이월드제트 지분 약 13%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베타랩스가 ‘싸이월드’ 브랜드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김호광 대표가 각자 대표에서 지난해 11월 해임되며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됐다.

당시 싸이월드 측은 김 대표가 설립에 관여한 ‘싸이월드B’ ‘싸이월드W’ 싸이메타버스 등이 사업 영위 때 계약 상대방이 싸이월드와 계약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한다며 브랜드 임의 사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실제 MOU 체결 후 베타랩스는 싸이월드랩스로 사명을 변경한 바 있다. MCI 코인과 운영 MCI 재단 역시 싸이클럽 코인과 싸이월드W로 이름을 바꿨다.

이번 가처분 신청 사태도 이의 확장 선상으로 볼 수 있다. 베타랩스는 MOU를 통해 싸이월드 관련 코인 발행과 운영의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싸이월드는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해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 

베타랩스는 MOU로 싸이월드 로고 CI 사용 권한, 싸이월드 플랫폼과의 연동 및 콘텐츠 자원 이용에 관한 권한, 빗썸 상장 코인을 싸이월드 패밀리 브랜드로 리브랜딩할 권한, 싸이월드 플랫폼 연동-도메인 연동 등의 포괄적 권한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상장된 MCI코인은 싸이클럽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싸이도토리는 디지파이넥스, 오케이엑스 거래소 등에 상장돼있다.


싸이월드제트 측은 “김호광 대표가 3월16일에 체결한 MOU가 법률적으로 효력을 가지고 있다는 로펌 의견서를 공개했지만, 이는 MOU에 명시된 ▲에스크로(조건부 양도증서) ▲콘텐츠 사용료 선지급 등의 단서 조항을 숨긴 채 받은 것”이라고 말한다.

베타랩스 법적 분쟁…집안싸움 이유는?
재오픈 호재 믿은 투자자들 ‘전전긍긍’

콘텐츠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 에스크로를 해지해 현금을 찾아갔기 때문에 MOU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다. 그 때문에 김 대표가 주장하는 MOU의 법적 효력도 사실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코인 발행 합의서에 따라 수백억원의 가치를 지닌 싸이클럽 코인을 지급받은 건에 대해서도 계약서상의 리브랜딩 수수료라고 일축했다. 3월 체결한 MOU와 달리 4월 합의한 코인발행합의서에 따라 당연히 받아야 할 리브랜딩 수수료라는 것이다.

싸이월드제트 측은 법무법인 바른이 내놓은 의견서 일부도 공개했다. 의견서에는 “3월16일 체결한 양해각서는 4월14일 본 합의서가 성립함으로써 더 이상 효력이 없게 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적시돼있다.

오히려 싸이월드제트 측은 베타랩스가 싸이월드와 대형 로펌의 이름을 활용해 코인 시세를 띄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싸이월드제트는 “싸이클럽의 일 거래 대금은 20억원이었으나, 5일 오전 11시 김앤장 선임 뉴스로 250억원까지 늘었다”며 “이것은 절대 자연스러운 거래량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호광 대표가 태평양과 김앤장의 의견인 것처럼 다른 법률사무소의 변호사 의견을 싣고 있다”며 “혹세무민하듯 코인 시세만을 위한 허위사실 유포를 중단해달라”고 주장했다.

양 측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당장 싸이클럽과 싸이도토리 투자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싸이도토리는 싸이월드 클래식 메타버스에서 오픈마켓 서비스의 결제 수단, 기축 통화로의 사용처를 강조하며 발행됐다.

그러나 회사간 분쟁으로 두 코인이 싸이월드 생태계에서 활용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술 더 떠 싸이월드제트 측도 자체적인 코인 발행을 준비하고 나섰다. 앞서 싸이월드는 HBAR 재단과 지난달 17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상자산 공시 사이트인 ‘쟁글’에 코인 ‘Dotori’도 등록해둔 상태다. 싸이월드제트 측은 곧 쟁글을 통해 코인 백서 등 여러 정책을 공시할 계획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양 측간의 합의지만, 이마저도 요원하다. 싸이월드제트 측은 “당장의 이익만 생각했다면 김 대표와 합의하고 싸이도토리에 협조해 수익을 냈겠지만 허위공시, 허위보도, 브랜드 사칭 등의 일을 반복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베타랩스의 싸이도토리가 싸이월드를 사칭하지 못하도록 오늘 모든 글로벌 거래소와 국내 4대 거래소에 공문과 법률 의견서를 보했다”며 “투자자들이 싸이도토리를 싸이월드 코인으로 알고 투자하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기대는 여전

그렇다고 싸이월드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달 4일 싸이월드제트는 싸이월드 계정에 로그인하면 과거 올렸던 사진 중 3장을 무작위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날 오후 4시42분 서비스가 시작한지 한 시간 만에 495만명이 몰리면서 아직도 싸이월드에 대한 관심은 여전한 것을 볼 수 있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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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