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 몰린 이재명 라스트 퍼즐

김·노·문에 답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지만, 민주당 대선후보가 대권으로 가는 길에는 왕도가 있는 모양이다. 역대 민주당이 배출한 대통령들은 모두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쳤고, 그럴 때마다 그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대권을 거머쥐었다. 그들이 제시하는 ‘왕도’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어떻게 공부하고 있을까.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실행된 이래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여러 명의 대통령을 각각 배출해냈다. 양 진영에서 배출한 대통령들은 저마다의 매력과 선거 전략으로 대권을 쟁취했다. 그중 민주당이 배출한 세 명의 대통령은 모두 지금의 이재명 후보와 비슷한 문제와 마주했고, 이것을 해결해내며 당선됐다.

역대 민주당 
대통령 보니…

최초의 민주당 대통령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수많은 대선 출마 끝에 1997년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에 열세 속에서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써내며 대통령이 됐다.

비교적 순탄한 길을 걸은 것처럼 보이는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출마가 이미 두 번째 도전이었다. 그 또한 당시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게이트’가 없었으면 당선 확률이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후보도 민주당 대통령들의 본선 과정과 마찬가지로,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고, 새로운 가족 리스크는 연이어 터지고 있다. 한 달 전에는 자식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고, 요즘은 배우자가 일으킨 논란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는 중이다.

가족 리스크뿐이 아니다. 그의 대권행 열차 앞에는 수많은 장애물들이 산재해있다. 우선 이 후보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호남에서의 낮은 지지율이다.

이 후보는 호남에서의 지지율이 과거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 보통 호남 유권자들은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90% 이상의 지지를 보내주곤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최종 호남 지역 대선 지지율은 약 95%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약 94% 였다. 

그에 반해,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50% 내외에 그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를 두고 “나의 업보”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지난 경선 과정에서, 그리고 경기도지사 시절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후계자라 평가받는 문 대통령과 날선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2018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되돌아보니 정말 싸가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 손해만 될 행동을 했다. 그 후과를 지금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행동을 반성했다.

이 후보가 말한 ‘싸가지 없는 행동’은 5년 전,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부터 시작됐다.


대권으로 가기 위해 경선에 참여한 이 후보는 당시 선두를 달리고 있던 문재인 후보에게 “기득권자들을 선거캠프에 대대적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실질적으로 뿌리를 보면 혹시 기득권과 대연정 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되는 부분이 많다”며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면 지금과 똑같은 기득권 정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합세해 문 후보를 향해 다양한 소재로 네거티브전을 펼쳤고, 이때 호남에 포진돼있는 상당수의 민주당 골수 지지층은 그에게 반감을 갖기 시작했다.

지지율 격차 벌어져…특단의 카드 절실
대권으로 가는 왕도? 과거 대선서 배운다

반감이 짙었던 지지층의 분노를 제대로 폭발시킨 것은 다름 아닌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건이다.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받는 트위터 아이디 ‘08_hkkim’의 계정주는 원색적으로 문 대통령을 비난해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는 “한국말도 통역이 필요한 문어벙” “문재인이나 와이프나 생각이 없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문제인. 문제 많은 문죄인” 등 노골적인 표현을 담아 문대통령을 비난했다.

해당 계정주가 김씨라는 것은 증명되지 않았지만, 일반 대중들은 그가 김씨라고 믿고 있다. 이 후보가 자체 트위터 계정을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0% 이상이 계정주가 김씨라 대답한 것이다.

‘민주당은 호남’이라는 공식을 세워낸 것은 김 전 대통령이다.

사실 1971년 대선 전까지만 해도 지역에 따른 정치색은 지금보다 많이 옅은 수준이었다. 전라도에서 박정희를 뽑아도, 경상도에서 김대중을 뽑아도 이상하게 치부되던 시절이 아니었다.

김 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호남 민심을 민주당 쪽으로 끌어온 것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끝난 후인 1990년대 초반부터다.

1993년 당시 써낸 책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에는 “박정희씨는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호남 차별부터 시작했습니다. 영남민에게 우월감을 부추기고 호남인에게는 열등감을 조장했습니다”라며 “군부는 물론 관청, 군영기업, 그리고 일반 대기업까지 호남 사람은 채용과 승진과 직책에서 철저한 차별을 받았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호남을 의도적으로 차별해 호남 지역이 크질 못했고, 이에 대항해 호남인들이 힘을 하나로 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여당이었던 보수정권을 이기기 위해 야당에 힘을 모아주자는 취지로 김 전 대통령은 ‘호남 차별론’을 펼쳤다. 지금의 ‘호남 소외론’의 근본적 기틀이 되는 논리를 이때 그가 만든 것이다.  


가족 리스크
문제 아니다

김 전 대통령의 주장에 객관적인 근거는 전무하지만, 이를 체감적으로 느끼고 있던 호남인들은 그의 말에 동요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그동안 차별받았던 자신의 지역을 다시 살려보자는 의견에 많은 지지를 보내줬고,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진영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에 호응해 호남 출신의 인사들을 민주당 진영에 대거 영입했고, 대권을 거치며 호남 차별론을 호남 소외론으로까지 확장시켰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지난 30년간 김 전 대통령이 가꿔 놓은 호남 텃밭에서 열매를 거두어들이기만 하면 됐다.

김 전 대통령은 이후 정치평론가들로부터 지역주의를 정치에 이용했다는 비난을 들어야만 했지만, 호남 차별론에서 파생된 이익은 민주 진영의 크나큰 자산이 돼왔다.

그의 논리가 제대로 세워지지 않았다면, 민주당의 대통령은 대권을 쥘 수 없었을 것이다.


반면 스스로 민주당의 텃밭을 버린 이 후보는 이제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셈법을 답습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갈라치기 해놨다는 비난은 아직 이어지고 있으나, 김 전 대통령은 정치적인 확실한 이득은 모두 챙겨왔다.

현재 친문(친 문재인)과 반문(반 문재인) 사이에서 제대로 된 입장을 취하고 있지 못하는 이 후보가 가야할 길은 중도가 아닌 친문과 반문 어느 하나의 길이다.

영남을 버리고 호남을 선택했던 김 전 대통령의 결단처럼 이 후보는 양쪽 중 하나를 선택해 확실히 가야만 한다. 그다음 이 후보를 위협하는 장애물은 비호감 이미지다.

이 후보가 가지고 있는 비호감 이미지는 ‘무서운 권력자’ ‘조폭 연루 시장’ 등등 정치인으로서는 치명적인 것들뿐이다. 이 후보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그 목적이 선할지라도 정책을 강하게 수행하는 모습은 일부 유권자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가 경기도지사 시절 시행한 ‘계곡 불법 설치물 철거 사업’이 한 예다.

당시 이 후보는 경기도 불법 설치물 철거 사업이 경기도민의 숙원 사업이라 규정짓고 철거를 강행했다. 많은 경기도민들이 그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했지만, 당사자였던 해당 업주들은 크게 반발했다.

권리금을 몇 억씩 주고 들어온 업장에서 이제 투자금을 회수하려 하는데, 너무 급진적인 사업 강행이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들은 의견을 모아 “사업 강행을 조금만 유예해달라”는 건의를 이 후보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대답은 “절대 불가”였다. 이미 유예될 대로 유예된 철거 사업을 또다시 유예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옳은 일을 위해 내린 강단 있는 결정이었지만, 이때 몇몇 사람은 그의 강직함에 두려움을 갖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악재로 작용했던 사건은 그의 형 이재선씨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 입원’ 논란이다. 

주변에 믿을 
사람이 없다

정신병원 강제 입원 논란이 처음 불거졌던 것은 2014년이다. 그의 형수 박인복씨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극심한 형제 갈등 끝에 형 재선씨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고 주장했다.

후에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와 한 전화 통화가 폭로되고, 관련 문건들이 보도되며 의혹은 한층 짙어져갔다.

국민은 처음에 반신반의하다 관련 내용을 접한 후 그럴 수도 있겠다며 강제 입원 의혹이 진짜라는 것에 힘을 실었다. 좋고 나쁜 사건들이 맞물리며 이 후보는 ‘무서운 권력자’라는 부담스러운 타이틀을 떠안게 됐다. 

이미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례는 노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그는 경선 과정 내내 사상에 대한 오해를 받아왔다.

그러던 중 이인제 후보 측에서 제기한 ‘장인어른의 좌익 활동’ 의혹은 사상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인제 후보는 인천 경선 때 연단에 올라 “급진 좌파가 우리 당을 점령하고 나라의 장래를 어둡게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 분연히 일어났다”고 노 후보에 대한 사상을 의심했고, 이로부터 얼마 후 민주당 기자실에서 이인제 캠프의 한 특보가 기자들에게 “노 후보의 장인이 6·25 때 부역 혐의로 복역 중 사망했다”고 발언했다.

노 후보의 해결책은 정면돌파였다. 본인에 대한 의혹 제기에 쉬쉬하며 대응하지 않고,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것도 경선 연설 현장에서였다.

그는 연단에 올라 “음모론, 색깔론, 그리고 근거 없는 모략 이제 중단해주십시오. 한나라당과 <조선일보>가 합작해서, 입을 맞춰서 저를 헐뜯는 것을 방어하기에도 참 힘이 듭니다”라며 “제 장인은 좌익 활동을 하다 돌아가셨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결혼하기 훨씬 전에 돌아가셨는데,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제 아내와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잘 키우고 지금까지 서로 사랑하면서 잘살고 있습니다. 뭐가 잘못됐습니까”라고 반문하며 많은 유권자를 자신의 편으로 결집시켰다.

이인제 후보 측의 악의적인 사상 검증을 ‘그럼 사랑하는 사람을 버려야 하느냐’는 구도로 바꿔 본인의 페이스로 가져온 것이다. 그는 후에 경선에서 승리하며 민주당의 최종 대선후보가 됐다.

노 전 대통령은 의혹 제기를 정면으로 받음과 동시에 새로운 구도를 만들어내며 영리하게 본인의 이미지를 바꿔나갔다.

김은 호남 소외론…노는 정면돌파
문은 김종인 위원장으로 문제 해결

이 후보 또한 그간 문제를 해결해왔던 방식이 노 전 대통령과 많이 닮아있다. 아들 도박 논란이 있었을 때, 그리고 배우자 김씨의 갑질 의전 논란이 있었을 때마다 그는 구체적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유권자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정면돌파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과는 달리 새로운 구도 전환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해 본인에게 유리한 판을 짠 노 전 대통령의 전략이 지금 이 후보에게는 필요하다.

그가 안고 있는 부담스러운 이미지 중 하나는 ‘사회주의자’라는 오명이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경기도지사 시절까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해온 기관장이었다.

실제로 그는 성남시장 시절에 청년 배당·공공 산후조리지원·무상 교복으로 구성된 성남시 3대 보편복지를 시행해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소득’을 주요 대통령 공약으로 내세우며 기본소득 도입으로 경제적 풍요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장 시절의 복지 성과는 지지자들의 결집을 불러일으켰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배급과 뭐가 다르냐’는 우려를 보냈다.

시 단위의 예산 운용에서 보편 복지는 장점만이 부각됐지만 국가 단위에선 과연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까란 의심이 지속됐고, 결국 국민 의견을 받아들여 기본소득 정책을 철회할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도 지금의 이 후보처럼 대권 도전 당시 ‘실패한 정부의 비서실장’이라는 타이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한 번 실패해본 사람에게 정권을 다시 줘도 되겠냐는 일각의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유권자들은 경제 정책을 잘 펼칠지 많은 우려를 보냈다.

참여정부 시절 민생 안정에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은 노 전 대통령의 관료가 어떻게 경제를 되살릴 수 있겠냐는 걱정이었다.

문 대통령은 본인의 이미지를 벗어내기 위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민주당에 영입했다. 김 전 위원장은 평생 경제 공부만 해온 경제 전문가다. 그는 국익이 된 일에 모두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며 보수도 진보도 아닌 실용 경제인이라는 평가를 받아 중도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실제로 중도층의 표를 끌어오는 힘을 가진 김 전 위원장은 불리한 조건의 당에 합류해 수차례의 선거를 승리로 이끈 바 있다. 2016년 민주당과의 총선 때도 그렇고, 지난해 국민의힘과의 보궐선거 때도 그랬다.

김 전 위원장은 2017년 대선 직전 당내 갈등을 봉합하지 못해 끝내 민주당을 탈당했지만, 문 대통령은 그를 영입함으로써 이미지와 선거 분위기 쇄신에 큰 도움을 받아 대선에서까지  승리할 수 있었다.

시대 변해도…
세 갈래의 길

시대가 급변하고 민심이 요동치는 요즘, 과거의 왕도가 지금 먹혀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제시한 방법이 4대 민주당 대통령 배출에 힘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이 후보가 나름의 왕도를 스스로 찾아 제시할지 민주당 지지자들은 가슴을 졸이며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종인에 목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7일 김 후보와 광화문 개인 사무실에서 80분가량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김 전 위원장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람 한 번 만난 것 갖고 뭘 그렇게 관심이 많냐”며 “특별한 얘기 한 것도 아닌데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의 선 긋기와는 달리 정치권은 이날 만남을 민주당 영입을 위한 이 후보의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민주당은 음양으로 김 전 위원장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후보에게 비호감도가 높은 김 전 위원장이지만 계속되는 삼고초려에 앞으로도 그의 태도가 같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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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