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여행지 ⑥울산 세대공감창의놀이터

아이에서 어른까지 삶의 의미를 지어가는 놀이터

세대공감창의놀이터는 주민 혐오 시설이던 음식물 처리장이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새롭게 태어난 곳이다. 울산 북구가 주민 의견을 수렴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바꿨다. 세대공감창의놀이터는 어린이를 위한 창의적인 친환경 놀이 공간,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가족 중심 공동체와 문화 예술 활동 체험 공간을 지향한다. 중산동 허허벌판에 자리한 이곳은 주택가와 다소 거리가 있다. 동천강 따라 산책로가 조성돼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는 주민이 많고, 아이들이 야외 활동하기 적당한 환경이다.

1층 출입문으로 들어서면 세대공감창의놀이터의 대표 시설인 그물놀이터가 있다. 그물놀이터가 내려다보이는 유리창에 ‘삶의 의미를 지어가는 놀이터, 놀이를 통해 삶의 의지를 키워가는 공간’이란 글귀가 붙여져 있어 눈에 띈다. 세대공감창의놀이터의 표어다. 그 옆에 ‘길을 잃은 아이는 울면서도 계속 반딧불이를 잡는다’ ‘정신이 망가지는 것보다 팔이 부러지는 게 낫다’ 같은 격언도 있다. 이곳이 추구하는 철학이 짐작된다.

복합 문화 공간

그물놀이터는 지하 1층부터 지상 1층에 걸쳐 있다. 아이들이 알록달록한 그물에서 출렁출렁한 그물을 오르내리며 깔깔 웃는다. 가장 높은 곳까지 닿으려면 제법 모험심이 필요하다. 그물에서 뒹굴뒹굴 놀던 아이들이 점점 내려가더니 마치 알에서 나오듯 쑥 빠져 바닥에 닿는다. 그물놀이터는 몸을 움직이며 짜릿한 재미를 느끼고, 몸의 감각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이용 연령은 7~13세다.

나무놀이터는 은은한 나무 향이 풍기는 친환경 놀이 공간이다. 내부에 들어서자 나무 미끄럼틀에서 내려온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다닌다. 한쪽에는 기차놀이와 소꿉놀이에 빠진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이 보호자나 놀이 선생님과 함께 노는 모습이 보기 좋다. 6세 이하 아동이 이용하는 시설이다.

그물놀이터와 나무놀이터는 하루 4회씩 운영하며, 홈페이지에서 예약해야 이용 가능하다. 이용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이용료는 없다. 예약하지 않아도 좀 늦은 시간까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은 ‘달빛놀이터’다. 이용 시간은 수요일 오후 6시30분~9시, 그물놀이터와 나무놀이터를 이용한다. 맥주를 만드는 ‘홈 브로잉’과 ‘기타 강습’도 있다.


세대공감창의놀이터의 진가는 기획 프로그램에서 드러난다. ‘청소년 건축학교’는 2년간 운영하면서 폭발적 반응을 얻은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집을 설계하고 짓다 보니 자연스럽게 협동하고 공동체 의식을 느끼며, 완성된 집에서 재미나게 논다. 성취감이 높아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혐오 시설이던 음식물 처리장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새롭게

지구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생존 기술을 습득하는 ‘지구별 생존기’, 부자(父子)가 더욱 가까워지는 ‘아빠와 함께하는 1박2일 놀이캠프’도 인기 프로그램이다. 평소 교류가 뜸한 아빠와 아들이 1박2일 동안 신나게 놀이하다 보면 서먹하던 사이가 좋아진다고 한다. 그 밖에 예술과 모험이 놀이와 만나는 ‘노리별 829’, 방학 때 열리는 ‘방학놀이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세대공감창의놀이터는 오랫동안 지역에서 활동해온 문화 예술 운동 단체 ‘문화예술스튜디오 노래숲’이 운영한다. 김수연 관장에게 세대공감창의놀이터가 추구하는 놀이 철학이 무엇인지 물었다. “애들이 여기 오면 심장이 뛴다고 해요. 심장이 뛰는 프로그램, 가족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공동체 회복을 추구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김 관장은 놀이 선생님 6명과 협업하며 알찬 세대공감창의놀이터를 만든다.

세대공감창의놀이터를 둘러봤으면, 울산 북구의 명소를 찾아보자. 송정동에는 특이하게 인명이 붙은 송정박상진호수공원이 있다. 이 지역에서 태어난 독립운동가 고헌 박상진(1884~1921년)은 대한광복회 총사령으로 항일 투쟁을 하다 체포돼 순국했다. 주차장에서 조금 오르면 호수가 나온다. 하늘거리는 억새 너머로 호수와 어우러진 무룡산이 장관이다.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박상진 의사의 동상을 만난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데 40분쯤 걸린다.

송정박상진호수공원에서 차로 15분쯤 걸리는 정자항은 울산 북구의 대표 항구다. 정자항부터 북쪽으로 강동몽돌해변과 강동화암주상절리가 이어져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정자항에 횟집 거리가 있고, 그중 울산수협이 운영하는 정자어촌계활어직판장이 인기다. 수산물이 싱싱하고 ‘가성비’가 좋다. 정자항은 방파제 끝에 있는 등대가 명물이다. 원래 이름은 정자항남방파제등대인데 귀신고래등대라고 불린다. 귀신고래 형상을 한 흰색과 빨간색 등대가 마주 본다. 남쪽 방파제에 정자항아트스트리트가 조성돼 느긋하게 걷기 좋다.

강동화암주상절리


정자항에서 북쪽으로 이어진 해변을 따르면, 강동몽돌해변을 지나 강동화암주상절리(울산기념물)가 나온다. 자동차로 5분, 걸으면 40분쯤 걸린다. 약 2000만 년 전에 분출한 현무암 용암이 식으면서 수평이나 수직으로 형성됐으며, 동해안에서 가장 오래된 주상절리로 알려졌다. 주상절리는 해변에 흩어져 있는데, 어떤 주상절리는 길쭉한 목재를 켜켜이 쌓은 듯하다. 돌의 횡단면이 꽃무늬라 ‘화암(花岩)’이란 이름이 붙었다. 주상절리가 자리한 동네 이름도 화암이다. 주상절리 옆에서 평화롭게 낚시하는 시민을 바라보며 울산 여행을 마무리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세대공감창의놀이터→송정박상진호수공원→정자항→강동화암주상절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세대공감창의놀이터→송정박상진호수공원→정자항→강동몽돌해변
둘째 날: 강동화암주상절리→박상진의사생가→달천철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울산관광 https://tour.ulsan.go.kr
- 세대공감창의놀이터 www.bukgu.ulsan.kr/nori  

문의 전화
울산광역시청 관광진흥과 052)229-3893, 세대공감창의놀이터 052)286-8540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울산(통도사)역, KTX 하루 30여회(05:15~22:30) 운행, 약 2시간20분 소요. 울산역 정류장에서 1703번 좌석버스 이용, 옥현주공아파트 정류장에서 482번 일반버스 환승, 화정마을 정류장 하차, 세대공감창의놀이터까지 도보 약 9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울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3~6회(06:30~22:00) 운행, 약 4시간10분 소요. 시외고속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482번 일반버스 이용, 화정마을 정류장 하차, 세대공감창의놀이터까지 도보 약 9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울산고속버스터미널 1688-7797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경주 IC→나정교삼거리→내남교차로→외동교차로→중보길→세대공감창의놀이터

숙박 정보
- 머큐어앰배서더 울산: 북구 강동산하2로, 052)980-1101, www.ambatel.com/mercure/ulsan/ko/main.do
- 브라운도트호텔 정자해수욕장점: 북구 산음10길, 0503-5052-0331
- 썸호텔: 북구 산하중앙1로, 052)298-3333, https://ulsansomehotel.modoo.at

식당 정보
- 울산수협정자어촌계활어직판장(활어회): 북구 정자1길
- 성광수산횟집(활어회·대게): 북구 정자1길, 010-9236-9976
- 황금비늘횟집(회코스·생대구탕): 북구 사청3길, 052)287-4567
- 홍가네민물어탕(매운탕·어탕): 북구 사청3길, 052)287-4311

주변 볼거리
당사항해양낚시공원, 중산동고분군, 대안동쇠부리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울산안전체험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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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