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빤' 보디빌더 벌크업 딜레마 

약으로 키운 근육 ‘멋있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서정 기자 = 끊이지 않는 보디빌딩계의 금지약물 문제는 고질적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로 인해 보디빌딩은 시범종목으로 전환됐고, 많은 실업팀이 해체되고 있다. 건전하게 경기에 임하던 선수들은 갈 곳을 잃게 됐다. 이들은 ‘약쟁이’ 이미지가 억울하기만 하다.

전체 보디빌딩 업계의 이미지가 노력, 테크닉 등 긍정적인 면모가 아닌 오로지 ‘금지약물 사용’이라는 부정적인 면모로 쏠리면서 피해를 보는 보디빌더가 늘고 있다. 보디빌딩계의 약물 사용 논란은 이른바 ‘약투운동’으로 인해 시작됐다. 약투운동이란 금지약물과 미투 운동의 합성어로, 전직 보디빌더 출신 유투버들이 개인방송을 통해 보디빌딩 업계에 만연한 금지약물 사용 문제를 폭로하며 등장한 신조어다. 

약투 운동

보디빌딩 업계의 스테로이드 남용 및 치부에 대한 폭로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초래했다. 문제는 일부 약물을 사용하는 보디빌더들이 보디빌더업계 전체에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2019년 보디빌더 박승현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보디빌딩과 피트니스계의 불법 약물 사용을 폭로하는 영상을 올렸다. 주창자인 박승현에 따르면 본격적인 약투 운동 시작 전에는 보디빌더들이 활동하는 피트니스 업계에서는 비교적 약물 사용이 공공연히 묵인돼왔다.

비교적 스테로이드 등에 대한 금지약물 사용이 허용됐던 보디빌딩 업계에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수많은 보디빌더의 금지약물 사용에 대한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유명 연예인들까지 합류하며 설전으로 번졌다. 방송 출연등 유명가도를 달리던 보디빌더 황철순이 가세해 자신은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을 하지 않았다며 박승현의 약투 운동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결국 약물을 사용했다고 시인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문제는 일부 약물을 사용하는 보디빌더들로 인해 기존 전체의 보디빌딩 업계 이미지가 손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존 선수권대회에 출전하던 보디빌더들은 실업난 등의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실질적 대안을 강구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중들의 시선은 보디빌더, 피트니스 선수의 이미지를 테크닉, 노력이 아닌 ‘약’에 집중돼있다. 이로 인해 땀 흘려 노력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선수들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약을 하지 않는 선수들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지는 정도”라고 했다.

그들은 대회 출전을 위해 흘린 땀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습을 통해 얻은 실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보디빌더 A씨는 과거와는 달리 최근 몇 년 동안 만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근육이 순수한 운동에 의한 것이라 해명하기 바빴다.

그의 몸을 본 사람들의 질문에는 빠짐없이 약의 이름을 묻는 질문이 포함돼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물론 각종 근육을 키우고 단기간의 체력증진을 위한 약물 등을 알고 있다. 하지만 모든 보디빌더들이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자신 또한 운동선수이자 보디빌더로서 힘겨운 길을 걷고 있는 와중에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힘이 쭉 빠진다”고 푸념했다.

2019년 대한체육회는 대한보디빌딩협회 측 전국체전으로부터 개최한 보디빌딩 종목을 시범경기로 전환했다. 전국체전에서 치러지는 시범종목은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전체 메달 집계에서도 제외된다. 정부에서 부여하는 메달 획득에 대한 혜택 역시 없다.


사실상 전국체전 정식종목서 강등된 것이다.

대한체육회의 이 같은 결정에는 사회적 공분을 야기한 이른바 ‘약투’ 논란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대한체육회가 보디빌딩 종목에 강력한 제재를 취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도핑 문제 때문이다. 현재까지 어떤 선수가 도핑 검사에 적발된다 하더라도 해당 종목이 시범경기로 강등되는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하지만 보디빌딩의 경우 역대 전국체전에서 무더기로 도핑 적발자가 쏟아졌고 현재까지도 많은 보디빌딩 선수들이 도핑으로 적발되고 있다.

금지약물 적발 고질적 문제 부상
‘내추럴’ 선수들 도매금 취급 억울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년간 자리를 지켜오던 보디빌딩 종목을 단지 금지약물 적발로 인해 강등시킨 것은 금지약물 적발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보디빌딩계의 금지약물 사용 등으로 인한 불건전한 이미지는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대중들이 쉽게 접하는 정보에는 약물을 사용하는 보디빌더를 명확하게 구분이 없다. 이로 인해 기존의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보디빌더들이 피해를 볼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약투 운동’을 시작한 박승현은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서 약물 피해자 증가를 막고 건전한 피트니스 문화를 장려하기 위해 약투 운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약물의 부작용을 설명해 금지약물 복용 시 초래될 위험을 방지하는 데 일조하고자 노력했다.

또 그는 같은 맥락으로 2차 피해자 양성을 막고자 보디빌딩 업계의 어두운 면을 알리고자 폭로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시 그의 폭로 내용에는 단순히 금지약물을 사용한 것 외에도 일부 보디빌더들이 운동을 배우는 회원들에게 금지약물이 든 음료를 몰래 건네고 이 같은 행위를 반복하며 상업적 용도로 활용하는 등 그 심각성이 상당해 파장이 일었다. 

스포츠에서 약물을 금지하는 데에는 공정한 경쟁 외에도 운동인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로 대표되는 수많은 금지약물들은 빠른 회복과 근육 성장을 돕지만, 동시에 수많은 부작용들을 신체에 안겨준다.

남성의 경우 성 기능의 급격한 저하, 여성의 경우 수염이 나고 목소리가 남성화되는 등의 부작용들이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심근경색, 심장마비 등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질병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만큼 금지약물의 위험성은 우습게 볼 수 없다.

도핑 적발로 인해 전국체전에서 강등된 보디빌딩계는 몇 년째 '약투' 논란과 직면 하는 중이다. 


실제 2021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한국도핑방지위원회로부터 받은 ‘최근 10년간 금지약물 위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금지약물 위반 횟수는 총 254건이며 그 중 보디빌딩 종목은 151건을 차지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최근 보디빌딩계의 금지약물 사용은 고질적 문제가 됐다. 대한체육회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나 도핑 관리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서 일괄적으로 진행 중이라 대한체육회에서는 사전 조치만 이뤄진다. 현재 대한체육회는 선수등록 시 교육을 진행하고 금지된 약물 적발 시의 징계조치만 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현재 다양하게 나눠진 보디빌딩 업계에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그런데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전담 부서로서 세분화된 인력이 부서 간 협력과 연계는 필수적으로 갖춰야할 조건이다. 부서 간 협력을 통해 실효성이 있는 실질적 타개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도핑 관리는?

이 의원은 “현재 도핑 관리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서 하고 있으나 여전히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대한체육회와 대한보디빌딩협회가 연계해 공격적인 반도핑 홍보를 진행하고, 한국도핑방지위원회와 식약처, 경찰청이 함께 상시 약물검사를 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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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