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윤석열 '추' 리스크

가는 길목마다 발목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대선에 출마하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잡을 수 있는 게 본인이라 자처했다. 과거 대립 당시에는 윤 전 총장의 판정승으로 판가름 났지만 현재는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이에 따라 윤 전 총장에게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의혹에 대한 비판을 두고 빠지지 않는 인물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높은 수위의 비판으로 정치권에 큰 파장을 낳는다. 최종 후보로 선정될 경우 둘의 치열한 공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갈등 시작
질긴 악연

'추-윤 갈등’의 시작은 작년으로 거슬러 간다. 추 전 장관은 취임 직후 검사장 인사를 32명이나 단행하면서 검찰개혁에 속도를 냈다. 이 과정에서 추 전 장관이 이성윤 당시 법무부 감찰국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하며 이른바 총장 패싱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본격적인 갈등 구도는 지난해 3월 MBC가 검언유착(검찰과 언론의 유착) 의혹을 보도하면서부터다. 보도 이후 민주언론시민연합이 해당 의혹을 검찰에 보도했고 서울중앙지검은 고발장 접수 6일 만에 수사에 나섰다.

의혹 당사자였던 이동재 전 기자는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수사팀의 신뢰를 이유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구한 바 있다.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두고 추 전 장관 라인이 즐비했던 서울중앙지검과 윤 전 총장 라인으로 분류됐던 대검찰청도 충돌했다.  


이에 추 전 장관은 즉각 윤 전 총장 압박에 나섰다. 자문단 소집 중지와 수사 지휘권 행사를 통해 당시 윤 전 총장의 수사 지휘를 배제한 것.

당시 윤 전 총장은 요구를 받아들이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던 중 라임 사건 수사 과정에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현직 검사 술 접대 자필문이 공개됐다. 

자필문은 둘의 갈등이 심화된 원인 중 하나다. 추 전 장관은 해당 검사들의 감찰을 지시하며 윤 전 총장을 향해 재차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윤 전 총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국정감사에 출석해 추 전 장관에게 자신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며 수사지휘권 발동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사실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결국 추 전 장관은 징계 청구 카드를 꺼내들었다. 법적 공방까지 번진 해당 사안은 법원이 윤 전 총장의 손을 들어주며 일단락되는 듯 했다.

의혹만 터지면 나타나 ‘저격’
판정승 거둔 과거와 다른 양상

하지만 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징계 의결을 강행해 지난해 12월 윤 전 총장은 2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의 재가를 수용함에 따라 징계가 결정됐다. 검찰총장 징계는 헌정 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사실상 자진사퇴 압박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 징계안이 재가된 이후 추 전 장관도 사의를 표했다. 윤 전 총장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진사의 표명으로 총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퇴와 동시에 윤 전 총장은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차기 야권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시점이다. 일각에선 추 전 장관에게 책임론이 불거졌다는 반응도 나왔다. 윤 전 총장의 존재감을 키웠다는 말이 나와서다. 

퇴임 후 한 달간 잠잠했던 추 전 장관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란이 불거진 시점부터 다시 윤 전 총장 저격에 나섰다. 그는 “(윤 전 총장이)‘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이라는 말로 국민을 겁박한다”며 “대권주자로 부상하려는 정치 선동을 한다”고 견제에 들어갔다.

이후 지난 6월 추 전 장관은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여권 내 반응은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을 띄우는 효과를 낳는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이른바 추나땡(추미애 나오면 땡큐)라는 말까지 나왔다. 

추 전 장관의 등판으로 윤 전 총장의 몸집을 더욱 키우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했으나 추 전 장관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도 추 전 장관의 대선 출마에 대해 비판적 입장만을 취할 수 없다는 말이 나왔다.

윤 전 총장 저격수를 자처한 추 전 장관의 역할론이 부각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혹독한 검증
부실한 대응

두 인물의 갈등은 현재도 지속 중이다.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의 강도 높은 발언으로 인해 윤 전 총장에게는 ‘추미애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과 관련된 의혹이 발생할 때마다 비판 수위를 높였다. 주로 윤 전 총장의 주변 인물에 대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대선 출사표를 던지자마자 ‘X파일’ 문제가 터져 나왔다. X파일에 따르면 아내 김건희씨가 한 유흥주점에서 ‘쥴리’라는 예명을 사용하며, 주점에 방문한 검사들과 친분을 맺었고, 그곳에서 윤 전 총장을 만났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당시 추 전 장관은 ‘쥴리’라는 인물에 대해 들어봤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X파일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봤고, 문제가 심각하다며 윤 전 총장을 겨냥해 정조준했다. X파일 논란에 이어 검찰총장 재직 시절 고발 사주 의혹까지 불거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석열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졌다. 그동안 대세로 급부상했던 윤 전 총장에게 악재가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추 전 장관은 고발장을 대리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는 손준성 검사의 유임을 윤 전 총장이 재직 시절 강력히 요구했다며 주장했다. 이에 윤 전 총장 측은 추미애 사단의 정치공작이라고 반박했으나, 야권 대선후보 1위 자리를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에게 내주기도 했다.

윤 위기
추 반등

현재 야권 지지율은 홍 의원과 윤 전 총장의 양강구도로 굳어진 상태다. 지지율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독자노선이 힘을 잃은 모양새다.

반면 윤 전 총장의 위기는 추 전 장관에게 기회로 다가왔다. 한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던 추 전 장관은 여권 대선후보로 단숨에 지지율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대구·경북에서 치른 순회경선에서는 14.8%의 표를 가져가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정치권에서는 추 전 장관의 지지율 상승 원인으로 고발 사주 의혹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의혹으로 인해 추 전 장관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윤 전 총장의 대항마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도 추 전 장관의 지지율이 높아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전 총장의 연이은 실책이 누적되면서 추 전 장관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는 것.

이에 따라 앞으로 윤 전 총장에게 추 전 장관이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추 전 장관이 직접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다면 대선 행보에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미 윤 전 총장 캠프는 무속 정치 논란에 대한 위기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여권에선 본선 추 역할론 부각
위기 대처 부족 ‘엎친 데 덮쳐’

현재 추 전 장관이 민주당 최종 후보로 결정될 가능성은 다소 낮다. 다만 민주당 최종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하면 윤 전 총장 저격수 역할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앞선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판정승을 거뒀지만 앞으로 추 전 장관이 연관된 의혹에 관한 카드를 연속적으로 꺼내든 다면 윤 전 총장에게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추 전 장관은 검찰개혁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강한 추진력과 돌파력도 인정받았다. 또 5선 의원인 만큼 정치 판세를 잘 읽는 ‘정치인’으로서 윤 전 총장보다 몇 수 위다.

최근 불거진 대장동 사건에 대해서도 윤 전 총장이 청와대에 해명을 요구한 점을 들며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라고 훈수를 뒀다. 이어 검찰총장이었으면 윤 전 총장이 몰랐을 리 없다며 타격했다.

추 전 장관의 비판은 과거 수사 책임 위치에 있던 총장이 뒤늦게 청와대에 의혹을 제기한 점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윤 전 총장에게 추 전 장관의 타격이 데미지로 돌아온다고 인식하지 않는 모양새다. 연속된 공세에도 아직까지는 캠프 측이 추 전 장관을 향해 크게 날을 세우지 않고 있어서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이 ‘꿩 잡는 매’를 자처한 만큼 앞으로 둘의 공방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꿩 잡는 매
넘어야 할 산

정치권에서는 여권과 야권의 최종 대선후보 결정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처 방안이 필요하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치 전문가는 “윤 전 총장이 최종 후보로 선정될 경우 더욱 혹독한 검증이 시작될 것”이라며 “이에 따른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고발 사주’ 수사는?

‘고발 사주’ 의혹이 새 국면을 맞았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 제보자 조성은씨가 나눈 통화에 담긴 녹취록 내용이 조씨의 발언과 상당 부분 일치하면서 검찰의 조직적 선거 개입 의혹이 짙어지게 됐다.

정치권도 술렁인다. 여당은 윤 전 총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윤 전 총장은 녹취록 유출 경위 시점이 경선 투표와 맞물린다며 공작설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녹취록을 토대로 고발 사주가 있었는지, 관련 인물들의 지시 및 보고 등을 규명하는 데 속도를 낼 방침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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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