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 ②태안 민병갈식물도서관

천리포수목원의 보물 창고

초록을 내뿜는 식물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식물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싱그러운 수목원 산책도 하는 전문 도서관에 가보면 어떨까? 충남 태안에 식물의 역사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민병갈식물도서관이 있다. 해외 식물 관련 자료가 풍부하고, 우리말로 처음 출판된 식물도감 같은 진귀한 자료와 나무를 사랑한 민병갈 설립자의 식물 관리 일지 등이 있어 특별한 책 여행이 가능하다.

민병갈식물도서관은 충남 태안군 천리포수목원 에코힐링센터 1층에 자리한 식물 전문 도서관으로, 설립자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 6월21일에 문 열었다. 사립 수목원 최초 도서관으로 151.7㎡ 공간에 식물 전문 도서 1만400여권, 열람 도서 3200여권, 설립자의 식물 관리 일지를 포함한 귀중 도서 3400여권 등 1만7000여권이 있다.

특별한 책 여행

도서관은 열람 서고와 보존 서고로 나뉜다. 열람 서고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보존 서고는 사전 허가를 받고 직원과 동반 출입해야 이용 가능하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관람료는 없다(주말·공휴일 휴관). 다른 도서관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지만, 식물 관련 학술지와 해외 저널 등 다양한 자료를 소장해 신비로운 식물의 세계로 안내한다.

보유 서적은 대부분 민병갈 설립자가 수집한 것으로, 서고에 보관하던 도서를 중심으로 서가를 구성했다. 다른 도서관에서 찾기 힘든 식물 관련 고문헌을 볼 수 있어 반갑다. 보존 도서에는 1937년 외국 식물명을 한글 식물명으로 처음 정리한 〈조선식물향명집〉, 1805년 영국에서 출판한 〈프랙티컬 가드너(Practical Gardner)〉, 1955년 출간한 우리말 최초 식물도감인 〈한국식물도감〉 초판본 등 설립자가 애정을 가지고 모은 도서가 포함됐다.

민병갈식물도서관의 진수를 보려면 기록을 살펴야 한다. 도서관에 설립자가 수목원을 조성할 때부터 기상과 식재 등을 기록한 식물 관리 일지가 있다. 민병갈 설립자는 새로 심은 나무의 생장부터 병든 나무의 병력까지 자세히 기록하고, 나무를 심은 날은 땅의 상태를 그리기도 했다. 1972년부터 기온과 강수량 등 기상 현황을 꼼꼼히 작성한 노트를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서해의 숨은 보석’이라 불리는 천리포수목원이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식물의 역사·모습 보여주는 도서관
초록을 내뿜는 식물 보면 마음이 편안

천리포수목원 김용식 원장은 “1970년대 천리포수목원에 처음 와서 깜짝 놀랐어요. 학교 도서관에서도 보지 못한 식물 관련 책이 가득했거든요. 제게는 천국이었죠. 많은 이와 귀한 자료를 공유하게 돼서 뿌듯합니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식물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자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 관련 기관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리포수목원은 미국 시카고식물원과 하버드대학교 식물도서관 등에서 900여권을 기증받았다. 타워힐식물원과 헌팅턴식물원에서 식물 전문 도서와 잡지 3000여권도 받기로 했다.

민병갈식물도서관을 품은 천리포수목원은 국내 최초 사립 수목원이자, 국내 최다 식물종을 보유한 수목원이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식물 1만6939분류군이 숨 쉬며 사계절 다른 매력을 내뿜는다. 봄에는 목련이 향연을 펼치고, 여름에는 연꽃과 창포, 가을에는 은은한 단풍, 겨울에는 호랑가시나무 등이 수목원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천리포수목원은 미국에서 귀화한 민병갈(칼 페리스 밀러) 설립자의 노력으로 탄생했다. 그는 수십 년에 걸쳐 척박한 땅을 울창하고 푸른 숲으로 일궈, 금탑산업훈장 대통령상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받았다. 천리포수목원은 2000년 국제수목학회가 아시아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했고, 한국관광공사 선정한 2021년 겨울 시즌 ‘비대면 안심 관광지 25선’에 포함됐다. 도서관에서 민 설립자의 흔적을 더듬고 수목원을 한 바퀴 돌아보면, 식물에 대한 그의 애정이 느껴지고 식물도 한결 친근하게 다가온다.

천리포수목원에서 자동차로 10㎞쯤 달리면 이국적인 풍광과 마주한다. 국내 최대 해안사구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다.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의 영향을 받아 모래가 해변에서 육지로 옮겨져 형성된 사구로, 육지와 바다 사이 퇴적물의 양을 조절해 해안을 보호한다.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모래언덕과 함께 해당화, 통보리사초, 개미귀신 등 사구의 식생도 살펴볼 수 있다. 입구에 자리한 신두리사구센터에 먼저 들러 사구에 대한 정보를 얻은 뒤 둘러보면 더 유익하다.

신두리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아담한 파도리해수욕장을 만난다. 서해안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호젓하고 물이 맑다. 파도에 밀려온 돌이 씻겨 옥처럼 변한 ‘해옥’이 특징이다. 해안침식으로 생긴 해식동굴이 있어, 인생 사진을 찍으려는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해식동굴은 물이 빠져야 들어갈 수 있으니, 물때를 확인해야 한다(www.khoa.go.kr). 바위와 돌이 미끄러우니 주의하자.

청산수목원

태안에는 아름다운 수목원이 여럿이다. 그 가운데 팜파스그래스와 핑크뮬리가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청산수목원이 가을에 인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삼족오미로공원, ‘만종’ ‘이삭줍기’ 등 밀레의 명화를 조형물로 만든 밀레정원, 고갱가든, 홍가시원 등 여러 테마 정원이 조성돼, 여유롭게 산책하며 추억을 남기기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천리포수목원(민병갈식물도서관)→태안 신두리 해안사구→파도리 해식동굴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천리포수목원(민병갈식물도서관)→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두웅습지
둘째 날: 파도리 해식동굴→청산수목원→드르니항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천리포수목원 www.chollipo.org
- 오감관광(태안군 문화관광) www.taean.go.kr/tour.do
- 청산수목원 www.greenpark.co.kr

문의 전화
- 천리포수목원 041)672-9982
- 태안군청 관광진흥과 041)670-2414
- 신두리사구센터 041)672-0499
- 청산수목원 041)675-0656

문의 전화
[버스] 서울-태안,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4회(07:20~20:20) 운행, 약 2시간1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6회(07:50~ 20:0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4회(07:20~18:1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태안공영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210·211번 농어촌버스 이용, 생태교육관 정류장 하차, 천리포수목원 에코힐링센터까지 도보 약 14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태안공영버스터미널 1688-2110 태안대중교통정보 www.taean-pti.kr

자가운전
서울→서해안고속도로→서산 IC→서산·태안 방면→국도32호선→만리포해수욕장→천리포수목원(에코힐링센터)

숙박 정보
- 피노앤키오리조트(피노키오펜션)(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소원면 만리포2길, 041)672-3824
- 한채당한옥체험관(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소원면 송의로, 031)792-8000
- 천리포수목원 가든스테이: 소원면 천리포1길, 041)672-9985
- 송도오션리조트펜션: 소원면 모항항길, 041)672-7000
- 어은돌오토캠핑장: 소원면 파도리, 041)675-9340
- 안면도자연휴양림: 안면읍 안면대로, 041) 674-5019

식당 정보
- 천리포횟집(붕장어두루치기): 소원면 천리포1길, 041)672-9170
- 호호아줌마(굴김치보쌈정식): 소원면 서해로, 041)674-0862
- 관해회수산(회): 소원면 천리포1길, 041)672-2118
- 청어람(우럭젓국): 소원면 모항항길, 041)672-7882
- 안흥식당(우럭젓국): 태안읍 정주내2길, 041)673-8584

주변 볼거리
만리포해수욕장, 팜카밀레, 안면도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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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