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 사퇴 및 당적 포기 선언[전문]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그동안 통합진보당은 당 내분 사태로 국민 앞에 다툼과 추태를 보여드리며 끝없이 추락했습니다. 결국 당을 수습하지도 못하고 분당을 막아내지도 못한 결과를 안고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사죄의 심정으로 용서를 청합니다. 

사태를 수습하고 당을 혁신하라고 당 최고의결기구의 명을 받고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당대표의 책임을 졌던 저는, 혁신과 단결이라는 양팔을 펼치며 최선의 노력을 다 하였지만, 결국 통합진보당은 분당이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이르렀습니다. 

분당만은 막아보자는 중간지대 당원들의 간곡한 호소와 당 바깥의 분당에 대한 걱정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절절하고도 상식적인 절규 앞에 저는 고뇌하고 또 고뇌하였습니다. 

양팔을 벌려 이쪽과 저쪽을 손잡고 잡아당겨 보려했지만 손이 닿질 안았습니다. 당내 비민주질서와 조직적 경직성으로 굳어버린 한 쪽과는 이대로는 살 수 없다며 주저앉고 뒷걸음치면서, 양쪽의 거리는 시간이 갈수록 멀어져만 갔습니다. 

저는 행유부득 반구제기의 마음으로 이 모든 책임을 지고 저의 건강을 제물로 삼아 분당을 막기 위한 마지막 기적을 희망하였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 하였지만 그 모든 것이 허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저는 구당부득 반구제기의 책임을 통감하며 오늘 당 대표직을 사퇴합니다.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그동안 혁신비대위원장을 이어 당 대표를 맡아, 당을 구하기 위하여 혼신을 다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부족함과 과오에 대하여 삼가 고개 숙여 용서를 청합니다. 

온 국민들에게 비난과 지탄 받는 동지들을 강자인 줄만 알고 약자임을 깨닫지 못한 나머지, 그들 곁으로 다가가 같이 울고 괴로워하며 함께 해결책을 고민하는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발휘하지 못하였음을 회억을 통하여 반성하며 통감합니다. 

이제 나가는 쪽도 남아있는 쪽도 모두가 서민과 약자의 한숨과 눈물을 나의 것으로 끌어안고 상생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진보정당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서로에 대한 대립과 반목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국민 대중의 기본적 상식의 범주 안에서 선의의 경쟁을 통하여 검증받고 성장하여, 언젠가는 진보의 역사 속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합시다.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이 모든 것이 제 탓입니다.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통합진보당을 용서해 주십시오. 

진보정당을 버리지 말아주십시오. 

[통합진보당 당적정리에 관한 입장] 

저의 통합진보당 당적에 대하여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10여년의 지나간 세월을 되돌아보면 지금도 가슴이 설레고 용기가 치솟습니다. 노동자, 농어민, 도시빈민, 청년학생들이 똘똘 뭉쳐 어깨를 걸었고 버림받고 소외받고 힘없어 고통 받는 자들에 대한 열정과 정의심을 바탕으로 한, 그 기개와 기상은 더한층 높았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늘 이용당해온 농민들의 정치불신은, 이제 농민이 직접 정책의 요구자에서 입안자로 나서고 정치의 객체에서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당위성과 절박감을 키워왔습니다. 결국 농민들의 정치세력화 바람을 타고 저는 2004년도 어느 날 갑자기 국회 안으로 삽질당해 던져졌습니다. 

서민과 노동자, 특히 국민의 어머니인 농어민들의 입장과 절규와 분노를 국회에 쏟으며 온 몸으로 좌충우돌하면서 달렸습니다. 4년 동안 86일의 단식을 결행하고 외통위, 법사위를 숱하게 점거하며 쌀개방 저지, WTO 반대, 한미FTA 반대, 광우병 쇠고기 저지를 외치며 홍콩, 멕시코 칸쿤, 워싱턴, 시애틀, 프랑스 등 이국땅에서 양극화의 주범인 신자유주의의 망상을 쫓으며 삼보일배 풍찬노숙의 길을 민중들과 함께 했습니다. 

18대 국회에서는, 선거 때만 서민 찾고 끝나면 언제나 재벌품에서 놀아나며, 국민 앞에 물구나무서버리는 국회를 재벌의 품에서 서민의 품으로 찾아오기 위하여 호통도 치고, 책상도 치고, 공중부양까지 하며 몸부림 쳤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손가락질하고 비난하였지만 저는 긍지를 잃지 않았고 행복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외된 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진보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희생과 헌신이라는 진보적 가치를 실천한다는 제 소신이 너무도 확실했고 행복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국민들에게는 죄송하다고 사과도 드렸지만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당 내분으로 인한 5.12 중앙위 사태를 겪으며 저의 지난 8년간의 의정활동의 소신과 긍지가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며, 자괴감에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진보의 순결성이 진보의 발길에 짓밟히는 모습에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무엇보다, 민심을 무시하고 국민을 이기려 하는 진보는 결코 대중정당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간곡한 호소도 무위로 끝나버린 지금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이 순간 수많은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2004년 진보정당 원내진출 그 감격의 순간, 2008년 분열분당의 아픔, 2011년 통합의 기쁨과 환희. 그리고 그 보람과 행복, 기대와 환희에 이어졌던 4.11 총선과 그 이후의 4년보다 더 길고 괴로웠던 4개월간의 파열음은 차라리 꿈이었으면 하는 아픔으로 덮쳐옵니다. 

혁신은 실패했고 셀 수 없이 많은 당원들이 이 당을 떠나갔고 당의 근본인 노동자들이 지지를 철회했고, 농어민 빈민들이 지지철회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두가 제 탓입니다. 모든 것이 지나간 지금 그동안 당원동지들과 함께했던 행복한 지난날을 기억하며 이제 민주노동당에 이어져 온 통합진보당의 당적을 내려놓겠습니다.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비록 몸은 떠나가지만 이기와 탐욕에 심화되는 양극화 사회에서 희생과 헌신이라는 진보적 가치를 굳게 움켜쥐시고 실천하는 행복한 진보 일꾼이 되시길 늘 두 손 모으겠습니다.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에 관한 입장] 

중단없는 혁신과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을 향해 고난의 길을 떠날 것을 결단한 동지들께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희생과 헌신이라는 숭고하도고 위대한 진보적 가치를 실현시키는 새로운 길에 저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쉼 없는 자기반성과 성찰, 그리고 끝없는 자기개혁을 시도하며 가정과 이웃, 생활터전과 직장에서, 사회 곳곳 전국으로 퍼져가는 신바람 나는 진보정당의 길은 보람과 긍지를 넘어 참으로 행복한 길임을 저는 확신합니다. 소외받고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의 곁으로 다가가 그들의 눈물과 한숨을 진보의 고통으로 끌어안고 그들의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되고 대변자가 되는 정치를 국민은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진보라는 본질의 항아리를 끌어안고 그들만의 논쟁과 다툼으로 아까운 세월 보내는 진보, 자기주장만 하는 강직성과 진보라는 우월성에 갇혀 대중성과 민심에 다가가지 못하는 진보는 이 시대적 요구와 국민적 갈망을 채워줄 수 없습니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분열하는 진보와 힘없는 진보라는 국민의 따가운 지적에 우리는 숱한 아픔과 진통을 무릅쓰고 탄생시킨 통합진보당의 꿈이 5개월 동안의 비상식적 내분 앞에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저와 함께 혁신이라는 깃발을 들고 당을 혁신하자며 손잡은 동지들이 좌절하고 망설일 때 저는 국민을 믿고 민생을 향하여 달려가자며 동지들을 격려하며 앞장서 외쳤습니다. 

이제 지푸라기 같은 한 가닥 희망의 끈마저 끊어져 버리고 분당이라는 산사태가 덮쳐오는 이 순간, 쓰라린 분열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진보의 길을 떠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임을 잘 압니다. 

저 역시 동지들과 함께 손잡고 고난의 길을 함께 걷고 싶습니다. 가진 것 없어도 맨발로 사금파리 험한 길을 피 흘리며 상생의 세상을 위하여 생활 속에서 작은 것에서부터 이웃을 위한 행복의 발전소가 되자고 동지들에게 호소한 저였습니다. 그렇기에 함께 해야 할 원죄와 책임이 저에게 막중히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보는 분열한다는 역사의 규정을 다시 증명하고 확인해 버린 이 과오에 대하여 누군가는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정치는 실천으로 말하고 책임은 행동으로 보여야 하는 정치도리를 지켜야 하다는 엄중한 요구 앞에, 진보의 분열을 막지 못한 총체적 책임자는 그 누구도 아닌 혁신비대위원장에 이어진 당대표인 저 자신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고 동지들이 가는 길에 함께 하지 못함을 통감합니다. 참으로 면목 없습니다. 

저는 평소 정치인으로 정치를 했다기보다 신앙인으로 정치를 했노라 자평하고 있습니다. 희생과 헌신인 진보정치의 가치와 약자와 소외된 자를 위한 진보정치의 정체성과 상생세상 실현이라는 진보정치의 목적이 신앙의 궁극적인 사랑의 실현과 너무도 일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진보정치가 저에게는 너무도 보람찼고 행복했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의 길을 떠나는 동지여러분. 

너무도 죄송스럽습니다. 저 강기갑은 물러나지만 대중적 진보정당의 꿈은 동지들께서 꼭 실현시켜주시리 믿습니다. 진보정치는 우리 사회 서럽고 힘들고 약한 이웃들을 위해 반드시 부활해야만 합니다. 국민에게 신뢰받고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청년학생과 민주진보시민이 지지하는 진보정치를 다시 세우기 위해 혁신의 길에서 주춤거릴 수 없습니다. 

새로운 진보정치는 이기와 탐욕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기 성찰과 개혁이라는 광야로 향하는 고난의 행군입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 아닙니다. 땀 냄새와 흙냄새 나는 민중들의 애환이 솟아나는 노동현장, 농민현장 빈민현장에서 씨를 뿌려야 합니다. 

진보는 더 큰 공동의 선과 더 많은 국민의 행복을 위하여 스스로 가진 것을 내려놓는 희생과 모든 것을 바치는 헌신만이 진보정치를 국민대중의 마음속에 다시 뿌리 내리게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국민으로부터 용서 받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상식이 존중받고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진보정치, 진보의 전통과 가치를 지키되 진보의 미래 또한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찰하는 처음의 마음으로 출발합시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사랑하는 진보당원 동지 여러분! 

정치는 공기와 같고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세상을 바꿀 수 없음을 절감하고 농사꾼 강기갑이 정치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상생의 세상을 이루기 위해 상생의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시작한 정치농사 9년 동안 부족한 저를 돕느라 여념이 없었던 보좌관들께 감사의 정을 보냅니다. 그동안 함께 한 당직자들과 지역일꾼들, 선후배 동료의원 여러분들과 숱한 민생 현장에서 함께 투쟁해온 노동자 농어민 도시빈민, 청년학생들, 함께 만난 모든 동지들 한 사람 한사람 소중하지 않는 분이 없습니다. 

그동안 강기갑을 사랑하고 아껴주시고 때로는 혼내고 비판해 주셨지만 이 모든 것이 저와 진보정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었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애정에 보담하지 못하고 진보정당 역사에 죄인이 된 저는 속죄와 보속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저는 이제 흙과 가족이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고향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진보정당이 국민들을 위한 행복의 발전소가 되기를 늘 삶으로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년 9월 10일 

강 기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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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노상원 모른다” 윤석열 거짓말 포착

[단독] “노상원 모른다” 윤석열 거짓말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이라는 사람 아는 바 없다.”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 형사 재판서 한 말이다. ‘경고성 계엄’일 뿐이었다는 기적의 논리에 딱 들어맞는 주장이다. 국군정보사령부 전·현직 간부들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한다. 검찰의 판단도 다르지 않다. 윤 전 대통령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모를 수 없는 정황은 곳곳서 포착된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윤 전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노 전 사령관을 알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여름부터 정보사 전·현직 관계자들과 정기적으로 수도권 여러 안가서 모였다. “모를 수 없다” 곳곳에 정황들 이 자리에는 노 전 사령관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 군 정보·공작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은 회의서 언급된 내용을 정리해 수첩에 적은 이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했다. 김 전 장관은 이를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9월부터 김 전 장관의 임기가 시작되자 노 전 사령관은 계엄판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성남시 판교 정보사 100여단(블랙요원 명단 유출 이전 900여단) 사무실인 B 연구원서 여러 차례 회의를 소집했다. 민간인이었던 노 전 사령관은 문 전 사령관으로부터 계엄에 필요한 인원과 앞으로의 계획을 보고받고 김 전 장관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을 정리해 윤 전 대통령에게 알리고 ‘계엄 시기’에 대해 고민했다. 한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노상원이 마음대로 정보사를 주무를 수 있었던 이유로는 김 전 장관이 든든한 뒷배로 있었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는 윤 전 대통령의 힘이 컸다”며 “윤 전 대통령이 노 전 사령관의 계획에 대해 굉장히 흡족해했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이 관리한 수사2단은 1·2·3대로 나뉜다. 계엄 사태에 연루돼 업무가 배제된 김모 대령이 1대장을, 노 전 사령관과 햄버거집 회동을 한 정보사 김모·정모 대령이 각각 2·3대장을 맡는 것으로 계획됐다. 이 조직은 예비역인 노 전 사령관, 국방부 조사본부 출신으로 예비역인 김용군 전 대령이 실질적으로 지휘하려 했다. 이들의 주 임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와 선관위 직원 납치·감금·심문이었다. 정 대령은 앞선 조사에서 선관위 장악을 위해 직원들을 케이블타이, 두건, 마스크 등을 사용해 무력 통제한 뒤 특정 장소에 감금하는 방안을 노 전 사령관, 문 전 사령관 등과 함께 준비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선관위 직원들을 심문하려 할 때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가 쓴 책을 참고했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 간부들에게 김형철 한국군사문제연구원장이 쓴 책을 숙지하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노 미팅·정보사 플랜 윤에 수시 보고 “윤, 흡족…김이 대통령 미팅 제안한 이유” 한 정보사 간부는 검찰 조사에서 “(노 전 사령관이)‘책과 유튜브를 보면서 만약 부정선거에 가담한다면 이 조직, 이 사람들일 것’이라는 취지로 정리해줬다”고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가 노 전 사령관에게 건넨 명단에는 임시 사무소 예산 담당 직원을 비롯해 선관위 전산 시스템 운영 직원, 전산 운영 실무자 등이 포함됐다. 이후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약 한 달 전 정보사 간부들을 만나 “언론에 특별한 보도가 나면 선관위에 가서 책에 나오는 사람들을 확인해야 한다”며 선관위 직원 30여명 명단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김 원장은 2022년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 캠프서 공명선거·안심투표 추진위원으로 활동했다. 김 원장이 2021년에 쓴 책은 부정선거 의혹 거점으로 임시 선거사무소를 언급한다. 각급 선관위와 임시 사무소 사이 설치된 통신망을 통해 사전투표 및 개표 통신망에 접속해 득표수를 조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책에는 부정선거 의혹 근거로 ‘사전투표지 QR코드 활용’에 문제가 있다고 적혀 있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 관계자들에게 “QR코드 증거는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관위는 QR코드로 사전투표지에 선거구별 일련번호를 부여한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선관위가 부여하지 않은 일련번호가 찍힌 사전투표지가 많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법원이 민경욱 전 국민의힘 의원 소송에서 4만5000여장 사전투표지 QR코드를 모두 판독한 결과 가짜 투표지는 한 장도 없었다. 노 전 사령관은 신인호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김 전 장관과는 달리 윤석열 캠프 외곽서 활동했다. 특히 김 전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는 “외곽서 활동했기에 노 전 사령관이 윤석열 캠프 출신인지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현재 군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김 전 장관이 노 전 사령관에 대한 칭찬을 윤 전 대통령에게 많이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윤 커넥션 캠프서 시작?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전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 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한 군 고위 관계자는 “노상원이 윤 전 대통령을 사실 굉장히 보고 싶어했다. 출세욕이 강한 만큼 김 전 장관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을 만나면 다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도 “성범죄 문제 때문에 윤 전 대통령에게 폐를 끼칠 수 있기에 김 전 장관의 제안을 여러 차례 거절했다”고 말했다. 주변 인맥 활용 국방사업 개입?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18년 1월 육군정보학교장으로 임명된 후 같은 해 10월1일 국군의 날 교육생 신분의 부하 직원을 술자리 등에서 수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역 장성 신분으로 구속된 그는 1심 보통군사법원서 징역 1년6개월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던 중 2심서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불명예 전역 수순을 밟은 노 전 사령관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으로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모두 상실했다”는 걸 감형 이유로 댔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을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노, 윤 캠프 외곽 활동해 조언 일부 현실화 ‘김건희 비화폰’ 미스터리 “노와 교집합”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전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건희씨와 노 전 사령관의 소통을 의심한다. 민간인이었던 둘에게 비화폰(안보폰)이 제공됐고 무속이라는 교집합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 같은 의혹 해소를 위해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공관촌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대통령경호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저지 및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연루 혐의 등이 대상이다. 경찰청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이하 공조본)는 이날 공지를 내고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대통령실 및 공관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착수했다”고 알렸다. 압수수색 대상은 윤 전 대통령 및 김성훈 경호처 차장 등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관련 비화폰 서버, 대통령실 경호처 사무실, 경호처장 공관 등이다. 또 이 전 행안부 장관의 내란 혐의 관련 대통령 집무실 CCTV도 포함됐다. 다만 경찰은 “이 전 장관의 내란 혐의와 관련한 대통령 안전가옥 CCTV, 비화폰 서버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압수수색 영장을 3차례 신청했으나 모두 검찰서 불청구했다”고 밝혔다. 김건희 알았나 앞서 경찰은 지난해 12월부터 경호처 내 비화폰 서버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해 왔지만 경호처는 ‘군사상 기밀, 공무상 기밀’ 등을 이유로 협조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씨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이사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김 차장도 경호처 내부 반발에 최근 사퇴 의사를 밝혔다. 공조본 내부에서는 ‘지금이 기회’라는 의견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