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당연한 나라' 그리는 최재형의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기성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염증이 선거가 거듭될수록 커지고 있다. ‘그 나물의 그 밥’이라는 말이 선거철마다 되풀이된다. 역설적으로 정치 신인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폭발하는 시기도 바로 선거철이다. <일요시사>가 ‘신인 정치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만났다.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선거 때 두드러진다. 특히 대선 때는 후보의 자질과 비전에 대한 검증이 국민의 주요 관심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17대 대선에서는 ‘경제’가, 바로 지난 대선에서는 ‘도덕성’이 대선판을 관통한 키워드였다.

5개월 남은
20대 대선

변화무쌍한 국민의 선택 기준은 그동안 정치와는 인연이 없던 인물을 대선주자로 만들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대선 출마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심판하고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이 최 전 원장을 정치권으로 불러들였다. 

최 전 원장은 1956년 경남 진해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1986년 사법고시(23회)에 합격한 후 같은 해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로 법조생활을 시작했다. 대전지방법원장, 서울가정법원장,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두 아들을 입양한 가족사와 고등학교 때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친구(강명훈 변호사)를 매일 업어 등·하교 시킨 일화 등의 미담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최 전 원장은 부인 이소연씨와의 사이에서 두 딸을 낳은 뒤 2000년과 2006년에 작은 아들과 큰아들을 입양했다.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와 감사위원 제청 등을 두고 문재인정부와 대립하면서다. 당시 그는 김오수 검찰총장(당시 법무부 차관)을 감사위원으로 제청하라는 청와대 요구를 두 번이나 거부했다. 

지난 7월15일 최 전 원장은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6월26일 감사원장직 사퇴 후 17일 만이었다. 이날 그는 “온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인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역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입당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정권교체 이후에 우리 국민의 삶이 이전보다는 더 나아지는 게 중요하다”며 “미래가 보이지 않는 청년들이 이제는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나라를 만드는 데 앞으로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고위공직자
야당 대선후보로 탈바꿈

그로부터 3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최 전 원장이 보여준 정치 행보는 독특한 구석이 있다.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강조하고, 불필요한 논란에 말 얹기를 자제한다. 한 번이라도 더 국민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대선 예비후보로선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모습이다. 

‘미담제조기’ ‘선비’ 등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가 최 전 원장의 현재 행보를 설명하는 키워드다. 깨끗하고 진솔한,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 후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다른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한 것. 

최 전 원장의 시도는 뚜렷한 장단점을 보였다. ‘도덕성’이라는 국민이 정치인에 요구하는 만고불변의 덕목을 충족시키는 대신 스킨십에 있어서 약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지지율이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는 “정신없이 달려온 3개월이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정치 현장에 적응해가고 있다. 후회하는 일도 있고 시행착오도 있지만 제대로 된 정치인이 돼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최 전 원장과의 일문일답.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다양한 평가가 뒤따랐습니다.

▲평생 걷지 않은 길, 왜 두렵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정권교체에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평생 역사의 죄인이 될 것 같았습니다. 

-문재인정부의 고위 관료가 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다는 점에서 많은 해석이 나왔습니다.

▲문재인정부는 나라의 근본인 법치를 붕괴시켰고, 헌법정신인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흔들었습니다. 이념에 치우친 실험적인 경제정책을 거듭해 벼락거지란 말이 나올 정도로 부동산 정책에 실패했고, 비합리적인 방역대책으로 수많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서민들의 삶을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일으켜야 할 책무가 있다고 생각해 정치인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습니다. 

평생 법관
정치 신인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공존과 번영의 리더십입니다. 분열돼있는 나라를 치유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기성 정치인과 다르며 현재 대한민국 정치가 겪고 있는 정치적 내전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대결과 증오가 아닌 화합과 치유를 통한 공존과 그 공존의 기반 위에 선진화의 길, 번영의 길을 함께 할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후보라고 보시는지요. 

▲새로운 시대정신을 반영할 국민 눈높이에 가장 부합되는 후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경제와 이념적 측면에서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심화된 세대 간, 계층 간의 갈등을 통합할 유일한 후보입니다. 통합된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고 발전시킬 수 있는 후보이기도 합니다.

막말과 가족 비리 등 구설에 오를 일이 없기 때문에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을 후보라고 자신합니다. 도덕성만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덕성이 없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신인 정치인으로서 다른 대선 후보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깨끗하고 진솔하며 과거에 대한 빚이 없는 유일한 후보입니다. 또 표가 떨어질까 봐 선뜻 말하기 어려운,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말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정치인들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국민께서도 곧 저의 정직과 소신, 결단력을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 공직자로 일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을 듯합니다.

▲문재인정부는 ‘탈원전 정책의 강행’ ‘조국 감싸기’ 등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절차적 정당성과 법치를 무시한 채 국민 편가르기에만 급급했습니다. 또 북한이 연일 핵미사일 실험을 하고 있음에도 종전선언만 주창하고, 민간대북지원사업이라는 미명하에 100억원이라는 혈세를 퍼주겠다면서 국가 안보는 뒷전으로 두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는 점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비교되기도 합니다.

▲윤석열 후보는 작년부터 문재인정부의 탄압에 외롭게 맞서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개인적 문제를 넘어 조국으로 상징되는 위선과 ‘내로남불’을 밝혀낸 수사를 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합니다. 다만 그가 적폐 청산 수사를 주도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상처를 입힌 것도 사실입니다. 무리한 검찰권 행사로 여권의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도덕성 우위
할 말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비교해 자신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저는 평생 법관, 감사원장으로 살아오면서 법과 원칙을 지켰고, 국정 전반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다른 어떤 후보보다 법치를 회복하고 국정 여러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은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지도자, 믿고 따를 수 있는 반듯한 지도자를 원하고 있습니다. 제 삶이 그러한 국민의 요구, 희망을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쪽 같은 이미지’가 국민 소통에 있어 오히려 친근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국민과의 대면 접촉이 어려운 점이 아쉽습니다. 국민과 만나서 환담하는 자체가 즐겁고, 그분들의 애환을 들으면서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어떻게 그려 드려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마음은 정말 따뜻한 사람인데, 국민의 목소리에 너무 경청만 하다보니 친근감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온 듯해 안타깝습니다.

-‘전투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전투력은 평소에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싸워야 할 때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말 싸워야 할 때는 싸움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전투는 성과가 있어야 합니다. 문재인정부과 싸워서 성과를 낸 후보가 이 중에 누가 있습니까.  

-정책 구상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국민과 대한민국의 발전입니다.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국민 혈세를 정치권이 쌈짓돈처럼 사용하지 않고 국민의 이익으로 이어지도록 하겠습니다. 상속세 폐지를 제안한 것은 문재인정부서 급등한 집값으로 인해 고통 받을 중산층과 최고 60%까지 상속세를 내야 하는 기업인들이 기업을 팔거나 폐업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친근감·전투력 부족 지적에
“곧 진가 드러날 것” 자신감

가덕도 신공항도 표에 눈이 멀어 절차적 정당성 없이 정치적으로 결정된 국책사업이었다고 판단합니다. 국민 혈세가 이렇게 쓰여도 되는 지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정치 입문 당시 ‘변화와 공존’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이제는 공존을 바탕으로 번영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경제와 이념적 측면에서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세대 간, 계층 간의 갈등도 많이 심화되면서 국민통합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혼돈의 시대에 ‘공존’과 ‘번영’은 가장 중요한 시대적 과제가 됐습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기반을 닦고 함께 선진화의 길, 번영의 길로 나가야 합니다. 갈등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습니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통령에 당선돼서 만들고 싶은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요. 

▲불공정과 불의가 득세하는 세상이 돼버렸습니다. 우리 사회는 현재 집단적 우울증에 빠져있습니다. 이제는 정직한 것, 공정한 것, 배려하고 이해하는 것,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것, 이런 당연한 것이 다시 당연하게 되는 나라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게 제가 꿈꾸는 대한민국입니다. 

최 전 원장의 등을 지탱하는 건 고통 받고 있는 국민의 모습이다.

그는 “강성 노조의 횡포에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택배 대리점주의 비극, 자신이 살던 원룸까지 처분하면서 직원들을 살리려 했지만 절망한 마포 맥주집 사장님 등을 보면서 대한민국을 살려야겠다는 신념이 더욱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정치 경력 3개월의 최 전 원장은 정치인으로서 미래를 향해 계속 비전을 제시하고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그는 “공직자로서 바라보던 정치권에 막상 몸담으니 단 한 마디의 실수에도 야수처럼 달려들고 오직 정쟁만을 일삼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 고통
해소하겠다

당장 사흘 앞으로 다가온 2차 컷오프, 최종 후보 경선, 대선까지 최 전 원장 앞에 놓인 산은 험난하고 거대하다. 하지만 그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TV토론회를 통해 기성 정치인들처럼 싸움으로 일관하지 않고, 오직 최재형만이 말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비전과 정책을 잘 설명하겠다”며 “국민과 공감을 통해 지지율을 올려가겠다. 4인이 남은 이후부터 최재형의 진가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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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