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항마' 최재형의 매력 포인트

“윤 못 믿어” 플랜B 카드 꺼내들다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X파일, 대변인 사퇴, 전언 정치로 여야의 비판을 받자 지지율이 주춤하는 분위기다.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을 대신할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안으로 언급되는 인물은 바로 최재형 감사원장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미스터 클린’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공정함에 있어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고 비판한다는 점에서다. 최근 최 원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18일 국회 법사위원회에 출석해 “생각을 정리해 조만간 발표하겠다”는 발언으로 곧 대선 출마를 선언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와 대립
미담 제조기

최 원장이 대권 도전을 암시하는 발언을 내놓자 야권의 대선 지형이 또다시 꿈틀대는 모양새다. 다만 최 원장은 아직까지는 공식적인 출마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최 원장이 곧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대선 판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 18일 열린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출마와 관련된 질문을 피하지 않으며 사실상 출마가 현실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1일~22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 최 원장의 지지율은 3.7%로 전주 기록했던 1.5% 수치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여야를 통틀어 전체 6위를 기록했고, 야권으로 좁히면 윤석열 전 총장(32.3%)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4.1%)을 이어 전체 3위를 기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 안팎으로는 윤 전 총장이 최근 X파일 등의 논란에 휩싸이면서 기대감과 달리 피로감이 높아져 일부 보수층의 표심이 최 원장에게로 옮겨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최 원장은 공관 정리설과 경기고 동문들이 대선 지원모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에 따라 최 원장이 감사원장을 사퇴하는 순간 지지율이 급반등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주춤하는 사이 플랜B 카드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정부에게도 비판의 목소리를 서슴지 않고, 미담과 공정함을 무기로 가진 최 원장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야권이 최 원장을 눈독 들이는 이유는 미담 제조기라는 수식어가 뒤따라 붙기 때문이다. 최 원장이 학창시절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강명훈 변호사를 업고 학교에 함께 등·하교 하며 서울대학교 법대에 입학한 뒤 함께 사법시험을 통과한 과거사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담·공정성 앞세워 야권 잠룡으로 급부상
“MZ세대 잡아라”사람 냄새나는 미스터 클린

강 변호사 일화 외에도 과거 두 아들을 입양한 뒤, 8년 동안 두 아들의 성장일기를 한국입양홍보회 사이트에 공개적으로 썼던 사실도 함께 알려졌다.


최 원장과 죽마고우 사이인 강명훈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 원장이 현재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인적으론 출마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의 미담 사례들은 과거 인사청문회 시기에 여당에서 감사원장을 추천하는 자리에서 최 원장이 적합하다고 평가한 대목 중 하나다.

병역과 관련된 사안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적다. 최 원장의 아버지는 대한해협 6·25 참전 용사고, 최 원장은 군 법무관으로 복무, 대위로 전역했다.

두 아들 역시 군대를 제대했거나 현재 복무 중이다. 보수 인사들 중 일부가 군 문제로 비판받던 과거를 생각해 보면 야권 입장에서는 최 원장의 등장으로 미담과 도덕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의 표심을 잡기에도 충분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고 풀이된다.

MZ세대가 도덕성 외에도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공정이다. 젊은 중도층은 공정함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비판할 부분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인물들을 선호해왔다.

이런 점에서도 야권은 최 원장이 적합한 인사라고 판단했다. 판사 출신으로 30년간 판사로 근무했던 최 원장은 뼈 속까지 판사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인간미
철철∼

지난 2018년 감사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순치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며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해직 교사 채용, 김오수 당시 법무부차관(현 검찰총장) 감사위원 내정 등을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문재인정부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감사하면서 적법성에 따른 감사였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청해직 교사 특별채용 의혹과 관련된 감사에서도 “서울시교육청 감사 사건은 공정의 문제인데 변명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며 스스로도 공정을 강조해왔다. 야권은 최 원장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는데서 최 원장을 윤 전 총장을 압박할 매력적인 카드로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록 정치권 밖에 있었던 인물이지만 할 말은 하는 성격으로 반문(반 문재인) 지지층을 결집할 힘을 지녔다고 평가받았다. 

경남(PK) 출신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최 원장의 고향이 경남 진해라는 지역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 원장을 지지하거나 기대감을 표시하는 인사들도 PK(부산·경남) 출신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을 직접 만나 대선 출마를 권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정의화 전 국회의장으로 부산 출신이다. 비록 최 원장이 고등학교를 서울에서 다녔지만 PK가 최 원장의 출신지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과거부터 PK는 대선에서 전략적으로 요충지로 꼽힌다. 인구가 많고 스윙 보터로 언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PK 표심을 잡는 사람이 대선에서 이긴다는 ‘PK 필승론’도 있다.

대구·경북(TK) 출신 의원들도 최 원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다. TK 지역 의원 상당수는 최 원장이 감사원장 직을 내려놓고 정치 입문을 선언한 뒤, 곧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할 경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수층 한 의원은 “정치에서 중요한 게 고정 지지층에게 경쟁력을 갖추는 건데, 그런 면에서 최 원장이 앞으로 출마를 선언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윤 전 총장과 최 원장은 대체 관계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내외 견제?

또 다른 보수층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특정 후보에게 쏠려 있지 않은 분위기”라며 최 원장의 대선 출마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 원장의 대권 도전을 두고 회의적 시각도 있다. 다른 비정치인 출신 인물들처럼 정치에서 한계를 보일 것이란 얘기다.

미담과 공정을 주무기로 내세울 수 있지만 인지도에서는 뒤쳐진다는 반응이다. 야권에서 지지율 3위를 기록했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동시에 아직 한 자리수라는 점이 약점으로 부각된다.

미담과 정부에 대한 대립각으로 몇 차례 주목을 끌었으나 인지도 면에서 뒤처지는 점은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출마 선언을 통한 신속한 결단을 내릴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정치 경력이 없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시간적인 여유도 부족하다. 대선이 10개월 남은 시점에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최 원장에게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다만 야권에서는 최 원장이 입당을 결정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보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정치권에 대한 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져 ‘0선 전성시대’라는 말이 있을 만큼 정치 경력이 없는 이들이 급부상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경력은 대권주자의 필수 이력으로 꼽힌다. 

민주화 시대가 도래한 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대통령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국회를 중심으로 주요 정치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만큼 의사 결정이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과 이해관계가 다른 의원들을 상대하면서 습득하는 의정활동 경험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필수 코스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전략적으로 요충지 ‘PK 필승론’
인지도와 정치경력 없는 게 단점

최 원장은 정치 중립성 위반이라는 문제도 거론된다. 최근 김부겸 국무총리는 최 원장의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두고 “두 자리가 가져야 할 고도의 도덕성과 중립성 등을 생각해본다면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감사원 내부에서도 최 원장은 원칙적이고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신뢰감이 높았으나 법사위 발언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여권에서도 최 원장의 발언을 두고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라는 비판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중요한 감사원장이 임기를 끝마치지 않고, 대선에 출마한다는 점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여권의 견제구가 벌써부터 시작됐다는 평가가 있다. 또 윤 전 총장과 달리 아직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감사원장직을 사퇴한 상황이 아니는 점에서 국민의힘이 최 원장을 영입하는 데 있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점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최 원장은 28일 오전에 사퇴를 선언했다). 

최 원장의 아버지가 최 원장에게 전했던 말도 대선 출마를 고심하는 이유 중 하나로 여겨진다. 최 원장 부친인 최영섭 예비역 대령은 최근 한 방송에서 “얼마 전 둘째(최 원장)의 정치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사리판에 발도 들여놓지 말고, 들어갈 생각도 하지 말라”고 언급했다.

다만 야권에서는 이런 단점과 부담들이 감사원장 직을 내려놓고 입당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현 정부 출범 초기 과거 정부에 대한 적폐 수사를 주도해 보수 진영에겐 반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에 간 것은 윤 전 총장의 탓이 있다고 여기는 국민의힘 친이(친 이명박), 친박(친 박근혜)계 출신 의원들도 적지 않다. 그동안 야권은 여권에 대립각을 세운 윤 전 총장을 바라봤으나 최 원장이 사퇴하는 순간 눈길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는 시선도 있다.

일부 친박계 인사들과 영남권 의원들이 윤 전 총장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 원장을 내세워 대권 도전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헌도 
가능하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최 원장이 윤 전 총장의 대체 카드로써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겐 개헌에 대한 생각이 있는지 기대하기 어렵다”며 “반면 최 원장이 당선되면 임기 2년 후 내각제 개헌을 검토할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 원장의 일부 지인들은 개헌 검토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복당한 홍준표 역할론
1년3개월 만에 돌아온 ‘홍반장’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국민의힘으로 1년3개월만에 국민의 힘으로 복당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오늘 최고위 회의 후 “홍 의원에 대한 복당이 반대 의견 없이 통과했다”며 “효력은 즉시 발효돼 지금 이 순간부터 홍 의원은 국민의힘 당원”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지난해 3월25일 21대 총선을 앞두고 당의 험지 출마 요구와 공천 배제에 반발하며 탈당했다. 복당을 시도했으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반대에 부딪혀 복당이 무산된 바 있다.

21대 총선 앞두고 탈당
곧바로 윤석열 견제 시작

복당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선출마 선언과 함께 윤석열 전 검찰총장 견제에 나섰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의 X파일을 언급하며 “등판하기도 전에 여러 의혹이 있다. 나오는 자체가 문제가 많다”며 “본인이 검증을 피하려고 해서 검증이 안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전히 국민의힘 입당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다만 야권에서 연일 플랜B 카드를 꺼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더는 늦츨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의 복귀로 야권 대선주자들의 눈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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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