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항마' 최재형의 매력 포인트

“윤 못 믿어” 플랜B 카드 꺼내들다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X파일, 대변인 사퇴, 전언 정치로 여야의 비판을 받자 지지율이 주춤하는 분위기다.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을 대신할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안으로 언급되는 인물은 바로 최재형 감사원장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미스터 클린’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공정함에 있어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고 비판한다는 점에서다. 최근 최 원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18일 국회 법사위원회에 출석해 “생각을 정리해 조만간 발표하겠다”는 발언으로 곧 대선 출마를 선언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와 대립
미담 제조기

최 원장이 대권 도전을 암시하는 발언을 내놓자 야권의 대선 지형이 또다시 꿈틀대는 모양새다. 다만 최 원장은 아직까지는 공식적인 출마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최 원장이 곧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대선 판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18일 열린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출마와 관련된 질문을 피하지 않으며 사실상 출마가 현실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1일~22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 최 원장의 지지율은 3.7%로 전주 기록했던 1.5% 수치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여야를 통틀어 전체 6위를 기록했고, 야권으로 좁히면 윤석열 전 총장(32.3%)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4.1%)을 이어 전체 3위를 기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 안팎으로는 윤 전 총장이 최근 X파일 등의 논란에 휩싸이면서 기대감과 달리 피로감이 높아져 일부 보수층의 표심이 최 원장에게로 옮겨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최 원장은 공관 정리설과 경기고 동문들이 대선 지원모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에 따라 최 원장이 감사원장을 사퇴하는 순간 지지율이 급반등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주춤하는 사이 플랜B 카드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정부에게도 비판의 목소리를 서슴지 않고, 미담과 공정함을 무기로 가진 최 원장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야권이 최 원장을 눈독 들이는 이유는 미담 제조기라는 수식어가 뒤따라 붙기 때문이다. 최 원장이 학창시절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강명훈 변호사를 업고 학교에 함께 등·하교 하며 서울대학교 법대에 입학한 뒤 함께 사법시험을 통과한 과거사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담·공정성 앞세워 야권 잠룡으로 급부상
“MZ세대 잡아라”사람 냄새나는 미스터 클린

강 변호사 일화 외에도 과거 두 아들을 입양한 뒤, 8년 동안 두 아들의 성장일기를 한국입양홍보회 사이트에 공개적으로 썼던 사실도 함께 알려졌다.

최 원장과 죽마고우 사이인 강명훈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 원장이 현재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인적으론 출마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의 미담 사례들은 과거 인사청문회 시기에 여당에서 감사원장을 추천하는 자리에서 최 원장이 적합하다고 평가한 대목 중 하나다.

병역과 관련된 사안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적다. 최 원장의 아버지는 대한해협 6·25 참전 용사고, 최 원장은 군 법무관으로 복무, 대위로 전역했다.

두 아들 역시 군대를 제대했거나 현재 복무 중이다. 보수 인사들 중 일부가 군 문제로 비판받던 과거를 생각해 보면 야권 입장에서는 최 원장의 등장으로 미담과 도덕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의 표심을 잡기에도 충분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고 풀이된다.

MZ세대가 도덕성 외에도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공정이다. 젊은 중도층은 공정함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비판할 부분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인물들을 선호해왔다.

이런 점에서도 야권은 최 원장이 적합한 인사라고 판단했다. 판사 출신으로 30년간 판사로 근무했던 최 원장은 뼈 속까지 판사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인간미
철철∼

지난 2018년 감사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순치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며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해직 교사 채용, 김오수 당시 법무부차관(현 검찰총장) 감사위원 내정 등을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문재인정부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감사하면서 적법성에 따른 감사였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청해직 교사 특별채용 의혹과 관련된 감사에서도 “서울시교육청 감사 사건은 공정의 문제인데 변명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며 스스로도 공정을 강조해왔다. 야권은 최 원장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는데서 최 원장을 윤 전 총장을 압박할 매력적인 카드로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록 정치권 밖에 있었던 인물이지만 할 말은 하는 성격으로 반문(반 문재인) 지지층을 결집할 힘을 지녔다고 평가받았다. 

경남(PK) 출신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최 원장의 고향이 경남 진해라는 지역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 원장을 지지하거나 기대감을 표시하는 인사들도 PK(부산·경남) 출신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을 직접 만나 대선 출마를 권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정의화 전 국회의장으로 부산 출신이다. 비록 최 원장이 고등학교를 서울에서 다녔지만 PK가 최 원장의 출신지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과거부터 PK는 대선에서 전략적으로 요충지로 꼽힌다. 인구가 많고 스윙 보터로 언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PK 표심을 잡는 사람이 대선에서 이긴다는 ‘PK 필승론’도 있다.

대구·경북(TK) 출신 의원들도 최 원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다. TK 지역 의원 상당수는 최 원장이 감사원장 직을 내려놓고 정치 입문을 선언한 뒤, 곧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할 경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수층 한 의원은 “정치에서 중요한 게 고정 지지층에게 경쟁력을 갖추는 건데, 그런 면에서 최 원장이 앞으로 출마를 선언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윤 전 총장과 최 원장은 대체 관계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내외 견제?

또 다른 보수층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특정 후보에게 쏠려 있지 않은 분위기”라며 최 원장의 대선 출마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 원장의 대권 도전을 두고 회의적 시각도 있다. 다른 비정치인 출신 인물들처럼 정치에서 한계를 보일 것이란 얘기다.

미담과 공정을 주무기로 내세울 수 있지만 인지도에서는 뒤쳐진다는 반응이다. 야권에서 지지율 3위를 기록했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동시에 아직 한 자리수라는 점이 약점으로 부각된다.

미담과 정부에 대한 대립각으로 몇 차례 주목을 끌었으나 인지도 면에서 뒤처지는 점은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출마 선언을 통한 신속한 결단을 내릴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정치 경력이 없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시간적인 여유도 부족하다. 대선이 10개월 남은 시점에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최 원장에게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다만 야권에서는 최 원장이 입당을 결정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보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정치권에 대한 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져 ‘0선 전성시대’라는 말이 있을 만큼 정치 경력이 없는 이들이 급부상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경력은 대권주자의 필수 이력으로 꼽힌다. 

민주화 시대가 도래한 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대통령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국회를 중심으로 주요 정치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만큼 의사 결정이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과 이해관계가 다른 의원들을 상대하면서 습득하는 의정활동 경험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필수 코스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전략적으로 요충지 ‘PK 필승론’
인지도와 정치경력 없는 게 단점

최 원장은 정치 중립성 위반이라는 문제도 거론된다. 최근 김부겸 국무총리는 최 원장의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두고 “두 자리가 가져야 할 고도의 도덕성과 중립성 등을 생각해본다면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감사원 내부에서도 최 원장은 원칙적이고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신뢰감이 높았으나 법사위 발언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여권에서도 최 원장의 발언을 두고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라는 비판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중요한 감사원장이 임기를 끝마치지 않고, 대선에 출마한다는 점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여권의 견제구가 벌써부터 시작됐다는 평가가 있다. 또 윤 전 총장과 달리 아직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감사원장직을 사퇴한 상황이 아니는 점에서 국민의힘이 최 원장을 영입하는 데 있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점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최 원장은 28일 오전에 사퇴를 선언했다). 

최 원장의 아버지가 최 원장에게 전했던 말도 대선 출마를 고심하는 이유 중 하나로 여겨진다. 최 원장 부친인 최영섭 예비역 대령은 최근 한 방송에서 “얼마 전 둘째(최 원장)의 정치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사리판에 발도 들여놓지 말고, 들어갈 생각도 하지 말라”고 언급했다.

다만 야권에서는 이런 단점과 부담들이 감사원장 직을 내려놓고 입당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현 정부 출범 초기 과거 정부에 대한 적폐 수사를 주도해 보수 진영에겐 반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에 간 것은 윤 전 총장의 탓이 있다고 여기는 국민의힘 친이(친 이명박), 친박(친 박근혜)계 출신 의원들도 적지 않다. 그동안 야권은 여권에 대립각을 세운 윤 전 총장을 바라봤으나 최 원장이 사퇴하는 순간 눈길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는 시선도 있다.

일부 친박계 인사들과 영남권 의원들이 윤 전 총장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 원장을 내세워 대권 도전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헌도 
가능하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최 원장이 윤 전 총장의 대체 카드로써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겐 개헌에 대한 생각이 있는지 기대하기 어렵다”며 “반면 최 원장이 당선되면 임기 2년 후 내각제 개헌을 검토할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 원장의 일부 지인들은 개헌 검토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복당한 홍준표 역할론
1년3개월 만에 돌아온 ‘홍반장’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국민의힘으로 1년3개월만에 국민의 힘으로 복당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오늘 최고위 회의 후 “홍 의원에 대한 복당이 반대 의견 없이 통과했다”며 “효력은 즉시 발효돼 지금 이 순간부터 홍 의원은 국민의힘 당원”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지난해 3월25일 21대 총선을 앞두고 당의 험지 출마 요구와 공천 배제에 반발하며 탈당했다. 복당을 시도했으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반대에 부딪혀 복당이 무산된 바 있다.

21대 총선 앞두고 탈당
곧바로 윤석열 견제 시작

복당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선출마 선언과 함께 윤석열 전 검찰총장 견제에 나섰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의 X파일을 언급하며 “등판하기도 전에 여러 의혹이 있다. 나오는 자체가 문제가 많다”며 “본인이 검증을 피하려고 해서 검증이 안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전히 국민의힘 입당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다만 야권에서 연일 플랜B 카드를 꺼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더는 늦츨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의 복귀로 야권 대선주자들의 눈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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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