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닮은' 화천대유-BBK 평행이론

적도 아군도 없는 ‘노다지 스캔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우리나라에서는 5년에 한 번 ‘대선’이라는 전국 단위의 큰 장이 선다. 오일장 한구석 투전판에서처럼 공격과 방어가 난무하는 전쟁터다. 각 정당의 대표 선수는 상대 선수에 대한 의혹을 무기 삼아 싸움에 나선다. 단판 승부인 만큼 불거지는 의혹의 파급력은 나라를 뒤흔드는 수준이다.

20대 대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은 일찌감치 대선정국에 접어들었다. 현재 여야 모두 대선 최종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치르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10일, 국민의힘은 다음달 5일 대선후보를 결정짓는다. 양당의 후보가 확정되면 그때부터 진검승부가 펼쳐진다. 

지지율 전쟁
의혹들 난무

대선은 5년 동안 권력을 잡기 위한 후보들 간의 공성전이다. 땅따먹기 게임에서 한 사람이 땅을 많이 차지하면 다른 사람의 몫이 줄어들 듯 지지율 역시 마찬가지다. 한 후보가 오르면 상대 후보의 지지율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다자구도가 아닌 양자구도일 경우엔 그런 현상이 좀 더 뚜렷하다. 

후보들은 자신의 지지율을 올리는 것만큼이나 상대의 지지율을 낮추는 데 골몰한다. 대선 기간 동안 후보를 비롯한 측근, 가족, 지인 등에 대한 의혹이 폭발적으로 불거져 나오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의혹을 해명하는 후보의 대처 능력이 검증된다.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해 의혹이 확산되면 투표일까지 꼬리표를 떼기 어렵다.


최근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졌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을 두고 관련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 문재인정부 임기 내내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한 부동산 문제가 대선을 코앞에 두고 터지면서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10번지 일원에 5903세대의 공동주택 등을 신축하기 위한 92만㎡(약 28만평)의 택지를 개발하는 사업과 이에 연계해 구 시가지에 위치한 수정구 신흥동의 구 제1공단 5만6000㎡(약 1만7000평) 부지를 공원화하는 사업이 결합된 1조5000억원 규모의 민관공동 도시개발사업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이 현재의 형태로 진행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5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영개발로 진행되던 대장동 개발사업은 2010년 6월 민간 개발로 전환됐다. 같은 해 성남시장이 된 이 지사는 사업을 공영 개발로 재전환했다. 

하지만 1조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성남시도 대규모 개발사업을 진행해본 적이 없었다. 결국 사업은 민관공동개발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이른다. 성남시는 위험 부담을 더는 대신 상당한 수준의 개발수익을 환수할 수 있는 방식을 취한 것.

1조 규모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으로 4000억 흘러갔다

실제 성남시는 5503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환수했다. 문제는 민간 사업자들이 챙긴 4040억원의 개발이익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사업자들은 출자금의 수천배에 달하는 배당 이익을 챙겼다. 4000억원이 넘는 개발 수익이 민간으로 흘러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업체들에 대한 특혜 의혹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업체들이 ‘성남의뜰’ ‘화천대유’ ‘천화동인’ 등이다.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시공사)를 설립했다. 성남도시공사는 시중은행들과 함께 납입자본금 50억원 규모의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었는데, 바로 성남의뜰이다.


여기에 자산관리회사로 화천대유가 들어왔다. 천하동인 1~7호는 화천대유의 자회사다.

화천대유는 성남의뜰에 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성남의뜰이 지난 3년 동안 전체 주주에게 배당한 금액은 5903억원. 이 중 68%인 4040억원이 화천대유로 흘러 들어갔다. 화천대유와 천하동인 1~7호의 개인투자자 7명이 대장동 개발사업에 투자한 돈은 3억5000만원으로, 8개사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7%다.

이들이 전체 배당금의 70%에 가까운 돈을 받은 셈이다. 특혜 의혹이 불거진 대목이다. 여기에 화천대유와 천하동인 관련자들의 면면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문제는 게이트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전직 언론인이자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공사 기획본부장, 천하동인 4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고문 권순일 전 대법관,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탈당한 무소속 곽상도 의원 등 정치권, 법조계 등에서 다양한 인물이 튀어나오는 중이다.

막대한 이익
특혜 있었나?

그러면서 화천대유 실소유주 논란이 불거졌다. 실제 언론보도를 통해 화천대유 의혹이 나온 직후부터 “화천대유는 누구 겁니까”라는 말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해 유행했던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말의 패러디다.

일각에서는 화천대유 의혹이 ‘제2의 BBK’ 사건이라고 분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BBK 주가조작 사건은 17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를 상대로 불거진 의혹이다. 1999년 설립된 투자자문회사 BBK가 옵셔널벤처스의 주가를 조작한 사건으로, 이 전 대통령이 개입돼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그해 대선판을 뒤흔들었다. BBK에 거액을 투자한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이 불거진 것.

▲의혹 제기 시점 = 화천대유 특혜 의혹과 BBK 사건은 모두 대선 경선 과정에서 나왔다. 화천대유 의혹은 민주당 경선 도중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고, BBK 사건은 17대 대선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당시 상대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제기했다. BBK 사건은 17대 대선의 가장 큰 이슈로, 선거 이후에도 이 전 대통령을 따라다녔다. 화천대유 의혹은 현재 대선정국을 완전히 잠식하며 확산되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 연루 의혹 = 두 사건 모두 유력한 대선후보가 연루돼있다는 의혹으로, 그 파급력이 상당하다. 화천대유 의혹은 이 지사가, BBK 사건은 이 전 대통령이 중심에 있다. BBK 사건이 언급되던 시점에 이 전 대통령은 당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당시 대선 구도는 한나라당 경선이 곧 대선이라고 할 정도였기 때문에 후보들 간의 다툼이 치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정권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강했기 때문.

“무관하다”
진실은?


화천대유 의혹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일어났다는 점, 관련 인물들이 이 지사와 연관돼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점 등에서 화살이 한 사람을 향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화천대유 사건을 ‘이재명 게이트’라고 주장하면서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 지사는 논란이 나온 직후부터 줄곧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역공 중이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통령 모두 해당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는 점도 유사하다. 이 전 대통령은 2000년 당시 공개 강연에서 자신이 BBK를 직접 설립했다고 말하는 동영상이 공개된 바 있다. 해당 동영상은 2007년에 알려졌다. 이 지사는 지난달 14일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 “사실 이 설계는 제가 한 겁니다”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 역시 화천대유 의혹이 불거지기 전에 나왔다. 

▲개인 vs. 지자체 = BBK 사건과 화천대유 의혹은 ‘누군가’ 이득을 봤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성격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연루된 인물의 수 등을 두고 봤을 때 화천대유 의혹이 BBK 사건보다 훨씬 광범위한 사건으로 보여진다. BBK의 경우 이 전 대통령의 사업파트너 김경준이라는 인물이 존재했지만 사기업에서 진행한 일이었기에 그 범위가 넓지 않았다. 

하지만 화천대유 의혹은 대장동 개발사업이 민관공동개발로 진행됐기 때문에 기업, 은행, 시행사 등이 존재하는 것은 물론 성남도시공사라는 ‘관’이 함께 엮여있다. 여기에 BBK 사건에서 이 전 대통령은 철저한 수비 위치였고, 당시 여당이었던 대통합민주신당은 공격 포지션을 취했다. 


다시 도는 “누구 겁니까”
특검 수용 두고 엇갈린 선택

반면 화천대유 의혹은 연루된 인물의 면면이 여야를 넘나들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곽상도 의원의 아들 논란이 불거졌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맡았던 박영수 전 특검은 딸 논란에 휩싸였다. 여당과 야당이 해당 의혹을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내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피해자 vs. 수혜자 = BBK 사건은 주가조작이 이뤄지면서 상당한 피해자가 나왔다. 실제 피해자만 5000여명이 넘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 2018년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으로 밝혀지는 과정에서 앞서 2017년 10월 피해자들의 고발이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의 소송이 없었다면 다스 실소유주 논란은 그대로 묻혔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화천대유 의혹은 현재까지는 이득을 본 사람들 위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수천억원의 배당이익이 일부 사람들에게 몰리면서 그 배경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수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의 흐름이 화천대유 의혹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 vs. 안 돼 = 화천대유 의혹이 터지면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야당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여당 내에서도 특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지사 측은 특검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지사 측은 특검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도 정부 특별합동수사본부를 만들자는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보였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이 지사가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재명 지사의 특검 거부는 범죄 연루 자인이자 자가당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BBK 사건 당시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이후 특검도 수용한 바 있다. 대선 기간 동안 BBK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여론이 들끓자 이 전 대통령은 대선 투표일 사흘 전 특검 수용 입장을 발표했다.

이 전 대통령 당선 이후 BBK 특검이 이뤄졌지만 이듬해 2월 역시 무혐의 처분이 났다. 당시 검찰과 특검이 이 전 대통령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감옥 vs. ? =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 등의 혐의에 대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것이라고 인정했다. 2007년 처음 의혹이 제기된 이후 검찰, 특검 수사에서 법망을 피해갔던 이 전 대통령이 13년 만에 단죄를 받은 셈이다.

사정기관
결론낼까?

반면 화천대유 의혹은 고구마 줄기 이어지듯 사건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 불거진 의혹이라 사정기관의 움직임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일각에서는 어떤 식으로라도 의혹이 봉합되지 않을 경우, 대선 투표일까지 화천대유 의혹이 언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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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