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본 '위드 코로나' 시대

지겨운 전염병 평생 달고 사나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코로나19(이하 코로나)의 ‘생존력’은 현재도 끈질기다. 이런 상황에 이제는 코로나와 함께 ‘공존하자’는 말이 나온다. 현재로선 코로나 종식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는 탓이다. 

서울에서 술집을 운영 중인 A씨의 가게 매출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1/3 수준이다. 지난달에는 간신히 월세를 냈을 만큼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앞으로가 걱정이다.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탓에 정부가 영업제한 시간을 저녁 9시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A씨는 “단순 운영시간 제한이 아니라 새로운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모두가
스트레스

또 다른 자영업자 B씨도 코로나 여파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코로나 이전 저녁 장사 때엔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현재는 영업제한 때문에 손님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처럼 코로나는 발생 초기부터 많은 생활에 피해를 양산했다.

2년이 다 돼 가지만 코로나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월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뒤 그 수는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코로나 종식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졌다.

코로나는 국내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등 대책을 강구해 돌파구 마련에 나섰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7월7일에는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의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된 시점이다. 현재 확진자 수 1000명과 2000명 사이를 넘나들고 있다.


결국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카드를 꺼내들었다. 4단계 적용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5일 확진자 수는 2155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원인 중 하나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꼽힌다. 국내 신규 확진자 10명 중 9명에게서 델타 변이가 확인된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지난해 인도에서 발생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중 하나로 전파력이 뛰어나고 극심한 증상을 유발한다고 전해진다. 바이러스 배출량도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최대 300배 이상 많이 발산한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국민들의 피로감이 커졌다. 피로감이 커지면서 이제는 새로운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일각에선 영국과 싱가포르처럼 코로나와 함께 삶을 살아가는 ‘위드 코로나’가 제시됐다. 위드 코로나란 코로나를 ‘독감’처럼 관리하는 방역 체계를 뜻한다. 

치명률을 낮추는 방역체계를 도입해 코로나와 공존하는 방식이다. 위드 코로나는 거리두기 등의 통제를 줄이고 중증환자를 집중관리 하는 게 골자다. 

거리두기 효과 더 이상 없어
새로운 대책 마련 필요 시점


일부 국가는 일찍이 위드 코로나를 도입했다. 위드 코로나를 도입한 국가는 영국과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다만 영국은 현재도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누적 확진자 수는 650만명(8월25일 기준)이고 일일 확진자 수도 2만~3만명 정도로 상당히 많은 편이다.

많은 수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영국 정부는 지난달 19일 ‘자유의 날(프리덤 데이)’을 선언했다. 봉쇄 조치 대부분이 해제되면서 밀집시설에도 인원이 100% 수용이 허용됐다. 

영국은 위드 코로나를 도입하기 위해 반년 동안 점진적 이행 기간을 두며 위드 코로나에 공을 들였다. 그 과정은 ▲학교 개방 ▲실외 모임 일부 허용 ▲실내 모임 일부 허용 ▲제한 해제로 총 4단계를 거쳤다. 

영국도 제한 해제 시행이 쉽지만은 않았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라는 변수 발생과 지속적으로 확진자가 늘어서다. 한때 제한 해제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영국 정부는 확진자 수보다는 코로나의 치명률과 백신 예방 효과에 주목했다. 사실상 코로나 종식이 불가능해진 점을 인식했다고 해석된다. 사실상 코로나와 공존하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위드 코로나 도입이 한 달이 지난 현재 영국 경제는 코로나 초기 때보다 점차 나아지는 모양새다. 소비가 활발해졌고, 시민들도 다양한 활동을 즐기기 시작했다.

IMF(국제통화기금)도 영국의 성장률을 7%대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3% 성장률을 기록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양상이다. 영국이 위드 코로나가 가능했던 이유는 백신 접종 시작과 동시에 종식이 불가하다는 점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영국에 이어 싱가포르도 코로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뉴 노멀 정책’을 선언했다. 뉴 노멀 정책이란 코로나 이후 새로운 일상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는 “정상적 생활로 돌아가는 ‘뉴 노멀’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싱가포르는 확진자 수를 집계하지 않고 있다.

하늘에 
달렸다?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영국보다는 다소 소극적인 위드 코로나 시행 모습을 보인다. 거리두기 시행도 연장했다. 다만 싱가포르는 현 정책 이행을 고수할 예정이다. 

여러 나라에서 위드 코로나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보이자 우리 정부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위드 코로나 준비와 검토가 공개적으로 시작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위드 코로나를 준비 중”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방식을 도입하면 경제 회복과 거리두기에 따른 비용 절감 등이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정치권에서도 위드 코로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코로나에 대한 방역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내년 예산이 위드 코로나 전환에 맞게 충분한 확장 편성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찬성하는 기조를 드러낸 이유는 현재 대책만으로는 사회·경제적 피해를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 도입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위드 코로나 도입 검토가 더 빨리 이뤄졌어야 했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치명률이 독감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중증환자와 입원 환자 중심으로 (치료하는 방향으로)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리 중증환자 대응 위주로 돌입했어야 한다”며 “거리두기를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방역을 새로운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존 방식이 단순히 확진자 수를 집계해 이와 연계한 방역을 할 수밖에 없는 만큼 위드 코로나 도입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효과도 지난해에 비해 줄었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의대 연구팀의 조사 결과 지난해에는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면 이동량이 줄었지만 올해는 그에 따른 변화가 없었다.

공존 가능성
관건은 백신


또 이동량 변화가 생겨도 확진자 수 증가와 크게 관련이 있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코로나에 대한 위기감에 따라 국민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한 셈이다. 여러 문제를 동시에 고려하고 일상생활로 복귀의 필요성이 대두된 대목이다. 

반면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엄중식 가천대 감염내과 교수는 “위·중증환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약육강식 동물의 왕국’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인 거리두기마저 포기하면서 생기는 리스크를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짧은 기간 안에 방역체계를 바꾼다는 게 쉽지 않다는 말이다. 

정부의 위드 코로나 채택으로 인해 방역이 완화된다는 메시지가 곡해돼 자칫 국민에게 ‘종식’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위드 코로나를 채택한 나라도 최근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었다. 위드 코로나 도입은 현재 상황을 반영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위드 코로나 도입 여부를 떠나 전문가들이 중요다고 여기는 점은 백신 접종률이다. 방역당국도 ‘1차 접종 완료율 70%’를 기점으로 위드 코로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도 바짝 긴장한 상태다. 추석을 앞두고 대규모 이동이 불가피해서다. 1, 2차 접종을 합쳐 1500만명이 추석 전까지 백신을 맞도록 한다는 게 목표다.

18세부터 49세의 경우 접종일자를 다음 달 초·중순으로 앞당길 수 있도록 조정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고령층도 접종을 신청하면 즉각 백신을 맞도록 권고 중이다. 

그러나 전 국민의 70% 이상이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한다고 해도 집단면역 형성이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백신 접종이 델타 바이러스를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된 까닭이다. 

정부 국민 70% 완료되면 예정
전문가는 시기상조 의견 다수

델타 바이러스의 감염 재생산 지수는 1인당 5~9 사이로 추정된다. 이런 탓에 전문가들은 접종률 1차 접종률 70%로는 집단면역 형성이 불가하다고 전망했다.

미국 등의 국가는 이미 국민 다수가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위급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언제든지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심지어 ‘부스터샷’ (3차 접종)까지 시행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대비되는 상황으로 정부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딘 편이다. 백신 계약 잔량이 많은데도 국내 도입 속도도 느리다. 현재 전체 국민 중 2차 접종 완료 비율은 30%(8월25일 기준)도 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도 빚어진 바 있다. 앞으로도 언제든지 백신 수급이 꼬일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 치료제 개발 역시 갈 길이 멀다. 중증화 진행률과 치명률을 낮춰주는 치료제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현재까지 국내 기업이 개발한 코로나 치료제는 조건부 허가를 획득한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성분명 레그단비맙)’가 유일하다.

결국 위드 코로나 도입은 대다수가 백신 접종을 완료함과 동시에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이 선행된 이후에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백신과 치료제가 충분히 보급된 다음에 위드 코로나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위드 코로나를 도입하면 경제 위기는 단기간에 극복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같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되면 코로나 초기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섣부르게 위드 코로나를 공론화하면 다시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국 모델 
구축 필요

영국과 싱가포르의 서로 다른 ‘위드 코로나’ 모델이나 비슷한 각 나라의 상황에 맞는 모델을 추구하는 게 현재 추세다. 일각에서는 위드 코로나 도입을 위해서는 국내에 맞는 현실적인 모델을 구축한 뒤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 동의도 필요하다. 한 의료 전문가는 “대책 마련이 완료된 뒤 위드 코로나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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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