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기상천외 천하길몽 '대통령감 태몽' 엿보기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9.12 13: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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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룡' 안철수 VS '흑룡' 박근혜 "왕은 하늘이 내린다?"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지만, 천하를 호령할 인물은 뱃속에서부터 알아보는 모양이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은 대부분 그에 걸맞은 '태몽' 하나씩은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전설 같은 태몽으로 후세에 기록된 역사 속 인물들. 과연 한 나라의 왕은 하늘에서 내리는 것일까? 기상천외한 왕들의 태몽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우리가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예지몽. 꿈은 우리에게 오랫동안 기다린 좋은 소식을 귀띔해주기도 하지만 가족 혹은 지인에게 닥칠지 모르는 위험을 경고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꿈이 우리에게 닥칠 행복과 불행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아주 짧은 시간, 꿈은 한 인간의 삶을 상징적으로 예고하기도 한다.

단군신화가 태몽이라고?
김두관, 황소가 집으로

홍순래 박사는 16년 동안 꿈을 연구하면서 올해 초 <태몽>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일요시사>는 '태몽 속에는 보이지 않는 운명의 길이 있다'라는 주제의 이 책을 이정표 삼아 옛 선조와 역대 대통령의 태몽을 역추적해 그들의 운명을 재조명하고 대선을 앞둔 몇몇 잠룡들의 태몽을 통해 올해 대선을 점쳐봤다.

정신과 의사인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이란 책을 지었고, 고대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꿈은 신이 보내는 것이며 마성적인 것이라 표현했다.

꿈은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미신적인 것으로 치부됐지만 예부터 이름을 날리는 학자들의 끝없는 연구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학문적으로 꿈을 연구하는 학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생의 예지몽'이라 불리는 태몽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홍 박사는 "우리 인간의 신비한 영적 정신능력은 장차 태어날 아이에 대한 관심과 미래사에 대한 궁금증을 태몽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며 "불교에서는 태몽을 태아의 영혼이 깃든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또한 홍 박사는 태몽에 대한 믿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며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도 다르지 않다고 전한다. 석가모니와 예수의 태몽이 그것을 증명한다.

석가모니 어머니인 마야부인은 흰 코끼리가 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오는 태몽을 꾸었다.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는 성령으로 잉태한 후에 그의 남편이 될 요셉의 꿈을 꾸었는데, 성경에는 하나님의 사자가 나타나 예수의 잉태를 알려주었다고 기록돼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 백마의 말굽 소리가 천지 울려
김대중 전 대통령 - 꿈속에서 천신을 마주한 어머니 

석가모니(BC563-483)는 중부 네팔에서 왕의 아들로 태어나 35세에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었으며 그 후 교단을 설립한 세계 4대 성인 중 하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스와얌부나트'는 네팔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약 200년 전에 건립되었으며, 사원의 한쪽에는 코끼리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코끼리는 붓다를 상징하며 세계 불교인들이 신성시하는 동물로 여겨진다. 인도와 네팔 도심 곳곳에 '가네샤 신의 형상'이라 불리는 코끼리 형상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더라도 당시 석가의 코끼리 태몽은 후세에 이름을 날릴 인물을 암시하는 꿈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서정범 교수의 <한국 문학과 문화의 고향을 찾아서>란 책을 보면 한반도의 시조인 단군신화를 태몽으로 엮어 설명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서 교수는 '동굴에서 100일을 쑥 한지와 마늘 스무 개를 먹은 곰의 이야기'가 단군 어머니의 태몽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단군신화의 이 일화가 당시 곰을 신성시하는 부족이 일대를 지배했던 것을 나타낸다는 한 역사연구가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이러한 서 교수의 암시는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된다.

단군의 어머니가 아이를 잉태하고 곰의 꿈을 꾼 것은 단군이 왕이 될 것이라는 계시를 받은 것으로 석가의 어머니가 코끼리의 꿈을 꾼 것과도 맥을 같이해 고전에서도 역사적 인물의 태몽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태몽과 김두관 민주당 대선경선후보의 태몽도 큰 동물이 등장했다. 노 전 대통령 어머니의 꿈속에 수염이 하얀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이 고삐를 줄 터이니 저 백마를 타고 가라"고 말했고, 그 뒤 큰 말이 우렁차게 발굽을 내딛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고 한다.

손권, 품에 안긴 해
전태일, 부서진 태양

홍 박사의 <태몽>에 따르면 말에 관련한 태몽은 아이가 장차 도량이 넓거나 큰 부자가 됨을 나타내며, 정치나 사업 분야에서 뜻을 이룰 수 있는 정치가나 경영자가 될 것을 암시한다.

특히 백마는 아름다운 사람, 단체·권력을 상징하며 특히 야성적이고 힘찬 백마는 두각을 드러내는 귀한 인물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것이 노 전 대통령의 태몽인 것이다.

김 후보의 태몽은 커다란 황소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홍 박사는 "소는 사람에게 유용한 값진 동물로 소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꿈은 매우 좋은 꿈"이라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황소는 고집이 있고 자기 일에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성품을 지닌 인물을 암시하며 조선 초기 문과에 급제한 문신으로, 집현전 학자이자 세조 초 좌찬성을 지낸 박종손의 태몽과도 같은 것으로 확인된다.

동물에 대한 꿈 외에도 해와 달에 대한 태몽도 역사적인 인물을 상징한다고 한다. 해와 달은 만물을 비추며 우러러보는 대상으로, 임금과 왕비를 상징하는 등 장차 고귀하고 위대한 인물이 될 것을 예지한다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어머니는 하늘에 있는 달을 따오는 태몽을 꾸었다. 조선 인조(1595-1649)의 왕비인 인현왕후(1667-1701)의 태몽은 '지붕이 활짝 열리면서 해와 달이 하늘에서 떨어져 가슴속으로 들어오는 꿈'이다.


삼국지에 의하면 삼국시대 오나라 손견의 부인이 손책(175-200)을 낳을 때 달을 품에 안는 꿈을 꾸고 손권(182-252)을 낳을 때에는 해를 품에 안는 꿈을 꾸었다고 전해진다.

손권은 손책이 죽은 후 18세의 나이에 강동을 통치한 사람으로 적벽대전에서 조조를 물리치고 천하삼분의 기반을 굳힌 인물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태몽에도 달이 등장했다. 전 전 대통령의 태몽은 웅덩이에서 광채를 뿜는 달덩이를 어머니가 손으로 떠올려 치마폭에 담은 꿈이다.

이같이 달을 치마폭에 담는 태몽은 아이가 장차 국가나 사회적인 권세·명예·업적을 얻게 되거나, 사업체를 이루어내고 종교적인 성과를 얻게 됨을 뜻한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4남3녀 중 다섯째로 '상'자 돌림이지만, 이 대통령의 어머니가 동산 위의 보름달이 주위를 환하게 비추는 태몽을 꾸고는 돌림자를 쓰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홍 박사는 "달이 공중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꿈은 높은 존재가 될 것을 예시하는 것이며 달 꿈 중에서도 밝은 보름달의 표상이 가장 좋다"라고 설명했다.


태몽 두개인 대통령도
승천하는 용꿈이 최고

보름달이 가장 밝게 온 세상을 비춰, 세상에 영향력을 더욱 크게 떨치게 될 것을 예지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름이 '밝을 명(明)' '넓은 박(博)'자 인 것도 태몽에서 유래한다.

우리나라의 역사적 인물로는 일연스님(1206-1289)과 여운형(1886-1947) 선생이 해의 태몽을 가지고 있고, 중국 위인 중에 해를 삼킨 태몽으로 송나라의 태조인 조광윤(927-976)이 있다.

일연의 처음 이름은 '견명(見明)'으로 광명의 상징인 태양을 꿈에 보았다는 뜻이라고 전해진다. 여운형 선생도 그의 어머니가 태양이 이글거리는 꿈을 꾸고 낳았으며 그의 호가 '몽양'인 것도 태몽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 전태일 열사의 태몽은 시뻘건 불덩이의 태양이 산산조각이 나서 사방을 밝게 비추는 꿈이었다고 홍 박사는 전한다. 그는 "노동운동을 불러일으킨 열사의 희생적인 일생이 태몽 속에 예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도자를 암시하는 꿈 중에는 사람이나 영적 대상이 등장하는 태몽도 있다. 대표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꿈이 그러하다. 김 전 대통령의 어머니는 천신을 보는 태몽을 꾸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신선이나 산신령 등의 영적 대상이 태몽 표상에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며 매우 귀한 꿈이라 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태몽도 이와 비슷하다. 노스님이 검은 영주를 주는 것을 받는 꿈이 구술로 전해지고 있다. 또 다른 태몽도 있다.

홍 박사의 저서는 커다란 구렁이가 쫓아와 발뒤꿈치를 문 꿈을 소개했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자는 할머니의 꿈이고 구렁이는 어머니의 태몽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

저서에 따르면 이같이 스님이나 부처님, 예수님이나 신부님을 만나는 태몽은 장차 위대한 사람이나 고승·성직자로 나아감을 상징한다.

구렁이 꿈의 경우에는 뱀의 크기나 굵기, 색의 선명함, 윤기의 여부가 매우 중요며 장차 아이의 능력이나 귀천의 여부, 역량이나 그릇됨을 나타내며 이 경우 크고 굵고 색이 선명할수록 좋은 태몽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노 전 대통령처럼 두 개의 태몽을 가진 대통령이 더 있다는 사실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러하다.

이 전 대통령의 태몽은 용이 어머니의 품 안으로 뛰어든 꿈이지만 해가 등장한 태몽이야기도 전해진다. 김 전 대통령도 용이 어머니의 치마폭에 들어왔다는 꿈, 붉은 해를 보았다는 꿈으로 두 사람의 꿈이 같다.

전두환은 치마폭에 쌓인 달, MB는 동산 위 둥근달
이승만은 용이 내려오고, 안철수는 용이 승천하고

용꿈은 태몽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홍 박사는 "용은 국가 최고통치자의 권세나 고귀함을 뜻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임금이 입던 정복을 곤룡포(袞龍袍), 임금의 얼굴을 용안(容顔)이라 부르고 있듯이 용은 상서로운 동물로 제왕이나 최고의 권세에 비유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용꿈이 좋은 것은 아니며 상처투성이 용이나 땅에 있는 용의 태몽은 끝내 득세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것을 암시한다고 한다.

고려 태조 왕건(877-943)의 부인인 장화왕후는 아들 혜종(912-945)을 낳기 전 용이 뱃속에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조선시대 19대 임금인 숙종(1661-1720)의 태몽도 용꿈이다.

<국조보감>에 의하면 효종의 꿈에 명성왕후 침실에 이불을 씌워 놓은 물건이 있어서 들추어 보았더니 용이었더라고 전해진다.

조선의 22대 왕인 정조(1777-1800)의 태몽은 그의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꾸었으며 용이 침실에 들어와 여의주를 가지고 노는 꿈이었다.

율곡 이이(1536-1584)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은 흑룡이 바다에서 솟아 올라와 침실로 날아든 꿈을 꾸었다고 한다.

이러한 홍 박사의 자료를 보더라도 용의 태몽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하늘로 승천하는 용꿈이 가장 좋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지만, 역사에서 이러한 태몽을 가진 인물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현재 승천하는 용의 태몽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은 손학규 민주당 경선후보 캠프의 대변인으로 활동 중인 김유정 전 의원이 있다. 김 전 의원은 태몽 때문에 아들보다 더 귀하게 자랐다고 한다.

야권연대의 중심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태몽도 하늘로 승천하는 용꿈이다. 안 원장의 태몽은 안 원장 관련 서적인 <He, Story>에 소개된다.

그리고 올해는 60년 만에 한 번 찾아온다는 임진년(壬辰年) '흑룡의 해'다. 흑룡은 비바람의 조화를 부리는 전설적 동물로 알려져 있으며, 박 후보가 '흑룡띠'로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52년에 태어났다.

2012년은 천지에 흑룡의 기운이 가득한 해이며 물에 살던 용이 힘찬 기운을 얻어 하늘로 오른다고 알려져 있다.

안철수-박근혜 '용용상박'
흑룡의 해 '용들의 전쟁'

이렇게 되면 올해 두 사람의 만남은 참으로 기가 막힌 우연이라 할 수 있으며 이들 모두 '승천할 용'으로 대통령이 될 운명임을 직감할 수 있다.

박 후보가 흑룡띠인 것으로 봐서는 이번에 권좌에 오르고, 안 원장은 차기에 대권을 잡을 운명이다. 하지만 양자구도에서 나타나는 두 사람의 지지율을 보아서는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난다.

그렇다면 올해 대선은 두 마리의 용이 하늘로 승천하기 위해 대격돌을 펼치는 '용들의 전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치열한 접전을 기록하며 박빙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두 사람. 이들 중 누가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오르게 될지. 꿈과 사주의 두 기운의 조화가 올해 있을 대권 판세를 결정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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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