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기상천외 천하길몽 '대통령감 태몽' 엿보기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9.12 13: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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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룡' 안철수 VS '흑룡' 박근혜 "왕은 하늘이 내린다?"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지만, 천하를 호령할 인물은 뱃속에서부터 알아보는 모양이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은 대부분 그에 걸맞은 '태몽' 하나씩은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전설 같은 태몽으로 후세에 기록된 역사 속 인물들. 과연 한 나라의 왕은 하늘에서 내리는 것일까? 기상천외한 왕들의 태몽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우리가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예지몽. 꿈은 우리에게 오랫동안 기다린 좋은 소식을 귀띔해주기도 하지만 가족 혹은 지인에게 닥칠지 모르는 위험을 경고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꿈이 우리에게 닥칠 행복과 불행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아주 짧은 시간, 꿈은 한 인간의 삶을 상징적으로 예고하기도 한다.

단군신화가 태몽이라고?
김두관, 황소가 집으로

홍순래 박사는 16년 동안 꿈을 연구하면서 올해 초 <태몽>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일요시사>는 '태몽 속에는 보이지 않는 운명의 길이 있다'라는 주제의 이 책을 이정표 삼아 옛 선조와 역대 대통령의 태몽을 역추적해 그들의 운명을 재조명하고 대선을 앞둔 몇몇 잠룡들의 태몽을 통해 올해 대선을 점쳐봤다.

정신과 의사인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이란 책을 지었고, 고대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꿈은 신이 보내는 것이며 마성적인 것이라 표현했다.

꿈은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미신적인 것으로 치부됐지만 예부터 이름을 날리는 학자들의 끝없는 연구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학문적으로 꿈을 연구하는 학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생의 예지몽'이라 불리는 태몽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홍 박사는 "우리 인간의 신비한 영적 정신능력은 장차 태어날 아이에 대한 관심과 미래사에 대한 궁금증을 태몽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며 "불교에서는 태몽을 태아의 영혼이 깃든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또한 홍 박사는 태몽에 대한 믿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며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도 다르지 않다고 전한다. 석가모니와 예수의 태몽이 그것을 증명한다.

석가모니 어머니인 마야부인은 흰 코끼리가 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오는 태몽을 꾸었다.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는 성령으로 잉태한 후에 그의 남편이 될 요셉의 꿈을 꾸었는데, 성경에는 하나님의 사자가 나타나 예수의 잉태를 알려주었다고 기록돼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 백마의 말굽 소리가 천지 울려
김대중 전 대통령 - 꿈속에서 천신을 마주한 어머니 

석가모니(BC563-483)는 중부 네팔에서 왕의 아들로 태어나 35세에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었으며 그 후 교단을 설립한 세계 4대 성인 중 하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스와얌부나트'는 네팔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약 200년 전에 건립되었으며, 사원의 한쪽에는 코끼리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코끼리는 붓다를 상징하며 세계 불교인들이 신성시하는 동물로 여겨진다. 인도와 네팔 도심 곳곳에 '가네샤 신의 형상'이라 불리는 코끼리 형상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더라도 당시 석가의 코끼리 태몽은 후세에 이름을 날릴 인물을 암시하는 꿈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서정범 교수의 <한국 문학과 문화의 고향을 찾아서>란 책을 보면 한반도의 시조인 단군신화를 태몽으로 엮어 설명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서 교수는 '동굴에서 100일을 쑥 한지와 마늘 스무 개를 먹은 곰의 이야기'가 단군 어머니의 태몽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단군신화의 이 일화가 당시 곰을 신성시하는 부족이 일대를 지배했던 것을 나타낸다는 한 역사연구가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이러한 서 교수의 암시는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된다.

단군의 어머니가 아이를 잉태하고 곰의 꿈을 꾼 것은 단군이 왕이 될 것이라는 계시를 받은 것으로 석가의 어머니가 코끼리의 꿈을 꾼 것과도 맥을 같이해 고전에서도 역사적 인물의 태몽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태몽과 김두관 민주당 대선경선후보의 태몽도 큰 동물이 등장했다. 노 전 대통령 어머니의 꿈속에 수염이 하얀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이 고삐를 줄 터이니 저 백마를 타고 가라"고 말했고, 그 뒤 큰 말이 우렁차게 발굽을 내딛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고 한다.

손권, 품에 안긴 해
전태일, 부서진 태양

홍 박사의 <태몽>에 따르면 말에 관련한 태몽은 아이가 장차 도량이 넓거나 큰 부자가 됨을 나타내며, 정치나 사업 분야에서 뜻을 이룰 수 있는 정치가나 경영자가 될 것을 암시한다.

특히 백마는 아름다운 사람, 단체·권력을 상징하며 특히 야성적이고 힘찬 백마는 두각을 드러내는 귀한 인물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것이 노 전 대통령의 태몽인 것이다.

김 후보의 태몽은 커다란 황소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홍 박사는 "소는 사람에게 유용한 값진 동물로 소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꿈은 매우 좋은 꿈"이라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황소는 고집이 있고 자기 일에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성품을 지닌 인물을 암시하며 조선 초기 문과에 급제한 문신으로, 집현전 학자이자 세조 초 좌찬성을 지낸 박종손의 태몽과도 같은 것으로 확인된다.

동물에 대한 꿈 외에도 해와 달에 대한 태몽도 역사적인 인물을 상징한다고 한다. 해와 달은 만물을 비추며 우러러보는 대상으로, 임금과 왕비를 상징하는 등 장차 고귀하고 위대한 인물이 될 것을 예지한다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어머니는 하늘에 있는 달을 따오는 태몽을 꾸었다. 조선 인조(1595-1649)의 왕비인 인현왕후(1667-1701)의 태몽은 '지붕이 활짝 열리면서 해와 달이 하늘에서 떨어져 가슴속으로 들어오는 꿈'이다.


삼국지에 의하면 삼국시대 오나라 손견의 부인이 손책(175-200)을 낳을 때 달을 품에 안는 꿈을 꾸고 손권(182-252)을 낳을 때에는 해를 품에 안는 꿈을 꾸었다고 전해진다.

손권은 손책이 죽은 후 18세의 나이에 강동을 통치한 사람으로 적벽대전에서 조조를 물리치고 천하삼분의 기반을 굳힌 인물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태몽에도 달이 등장했다. 전 전 대통령의 태몽은 웅덩이에서 광채를 뿜는 달덩이를 어머니가 손으로 떠올려 치마폭에 담은 꿈이다.

이같이 달을 치마폭에 담는 태몽은 아이가 장차 국가나 사회적인 권세·명예·업적을 얻게 되거나, 사업체를 이루어내고 종교적인 성과를 얻게 됨을 뜻한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4남3녀 중 다섯째로 '상'자 돌림이지만, 이 대통령의 어머니가 동산 위의 보름달이 주위를 환하게 비추는 태몽을 꾸고는 돌림자를 쓰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홍 박사는 "달이 공중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꿈은 높은 존재가 될 것을 예시하는 것이며 달 꿈 중에서도 밝은 보름달의 표상이 가장 좋다"라고 설명했다.


태몽 두개인 대통령도
승천하는 용꿈이 최고

보름달이 가장 밝게 온 세상을 비춰, 세상에 영향력을 더욱 크게 떨치게 될 것을 예지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름이 '밝을 명(明)' '넓은 박(博)'자 인 것도 태몽에서 유래한다.

우리나라의 역사적 인물로는 일연스님(1206-1289)과 여운형(1886-1947) 선생이 해의 태몽을 가지고 있고, 중국 위인 중에 해를 삼킨 태몽으로 송나라의 태조인 조광윤(927-976)이 있다.

일연의 처음 이름은 '견명(見明)'으로 광명의 상징인 태양을 꿈에 보았다는 뜻이라고 전해진다. 여운형 선생도 그의 어머니가 태양이 이글거리는 꿈을 꾸고 낳았으며 그의 호가 '몽양'인 것도 태몽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 전태일 열사의 태몽은 시뻘건 불덩이의 태양이 산산조각이 나서 사방을 밝게 비추는 꿈이었다고 홍 박사는 전한다. 그는 "노동운동을 불러일으킨 열사의 희생적인 일생이 태몽 속에 예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도자를 암시하는 꿈 중에는 사람이나 영적 대상이 등장하는 태몽도 있다. 대표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꿈이 그러하다. 김 전 대통령의 어머니는 천신을 보는 태몽을 꾸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신선이나 산신령 등의 영적 대상이 태몽 표상에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며 매우 귀한 꿈이라 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태몽도 이와 비슷하다. 노스님이 검은 영주를 주는 것을 받는 꿈이 구술로 전해지고 있다. 또 다른 태몽도 있다.

홍 박사의 저서는 커다란 구렁이가 쫓아와 발뒤꿈치를 문 꿈을 소개했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자는 할머니의 꿈이고 구렁이는 어머니의 태몽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

저서에 따르면 이같이 스님이나 부처님, 예수님이나 신부님을 만나는 태몽은 장차 위대한 사람이나 고승·성직자로 나아감을 상징한다.

구렁이 꿈의 경우에는 뱀의 크기나 굵기, 색의 선명함, 윤기의 여부가 매우 중요며 장차 아이의 능력이나 귀천의 여부, 역량이나 그릇됨을 나타내며 이 경우 크고 굵고 색이 선명할수록 좋은 태몽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노 전 대통령처럼 두 개의 태몽을 가진 대통령이 더 있다는 사실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러하다.

이 전 대통령의 태몽은 용이 어머니의 품 안으로 뛰어든 꿈이지만 해가 등장한 태몽이야기도 전해진다. 김 전 대통령도 용이 어머니의 치마폭에 들어왔다는 꿈, 붉은 해를 보았다는 꿈으로 두 사람의 꿈이 같다.

전두환은 치마폭에 쌓인 달, MB는 동산 위 둥근달
이승만은 용이 내려오고, 안철수는 용이 승천하고

용꿈은 태몽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홍 박사는 "용은 국가 최고통치자의 권세나 고귀함을 뜻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임금이 입던 정복을 곤룡포(袞龍袍), 임금의 얼굴을 용안(容顔)이라 부르고 있듯이 용은 상서로운 동물로 제왕이나 최고의 권세에 비유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용꿈이 좋은 것은 아니며 상처투성이 용이나 땅에 있는 용의 태몽은 끝내 득세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것을 암시한다고 한다.

고려 태조 왕건(877-943)의 부인인 장화왕후는 아들 혜종(912-945)을 낳기 전 용이 뱃속에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조선시대 19대 임금인 숙종(1661-1720)의 태몽도 용꿈이다.

<국조보감>에 의하면 효종의 꿈에 명성왕후 침실에 이불을 씌워 놓은 물건이 있어서 들추어 보았더니 용이었더라고 전해진다.

조선의 22대 왕인 정조(1777-1800)의 태몽은 그의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꾸었으며 용이 침실에 들어와 여의주를 가지고 노는 꿈이었다.

율곡 이이(1536-1584)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은 흑룡이 바다에서 솟아 올라와 침실로 날아든 꿈을 꾸었다고 한다.

이러한 홍 박사의 자료를 보더라도 용의 태몽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하늘로 승천하는 용꿈이 가장 좋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지만, 역사에서 이러한 태몽을 가진 인물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현재 승천하는 용의 태몽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은 손학규 민주당 경선후보 캠프의 대변인으로 활동 중인 김유정 전 의원이 있다. 김 전 의원은 태몽 때문에 아들보다 더 귀하게 자랐다고 한다.

야권연대의 중심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태몽도 하늘로 승천하는 용꿈이다. 안 원장의 태몽은 안 원장 관련 서적인 <He, Story>에 소개된다.

그리고 올해는 60년 만에 한 번 찾아온다는 임진년(壬辰年) '흑룡의 해'다. 흑룡은 비바람의 조화를 부리는 전설적 동물로 알려져 있으며, 박 후보가 '흑룡띠'로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52년에 태어났다.

2012년은 천지에 흑룡의 기운이 가득한 해이며 물에 살던 용이 힘찬 기운을 얻어 하늘로 오른다고 알려져 있다.

안철수-박근혜 '용용상박'
흑룡의 해 '용들의 전쟁'

이렇게 되면 올해 두 사람의 만남은 참으로 기가 막힌 우연이라 할 수 있으며 이들 모두 '승천할 용'으로 대통령이 될 운명임을 직감할 수 있다.

박 후보가 흑룡띠인 것으로 봐서는 이번에 권좌에 오르고, 안 원장은 차기에 대권을 잡을 운명이다. 하지만 양자구도에서 나타나는 두 사람의 지지율을 보아서는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난다.

그렇다면 올해 대선은 두 마리의 용이 하늘로 승천하기 위해 대격돌을 펼치는 '용들의 전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치열한 접전을 기록하며 박빙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두 사람. 이들 중 누가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오르게 될지. 꿈과 사주의 두 기운의 조화가 올해 있을 대권 판세를 결정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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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