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미친' 코로나 시대 변칙 영업 천태만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8.09 12:01:26
  • 호수 13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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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도 잡아도…확산의 온상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았다. 극심한 매출 부진에 빠져 폐업하는 가게도 늘어나고 있다. 폐업이 무서워 방역수칙을 무시한 채 꼼수 영업하는 가게를 업종별로 살펴봤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지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달 4일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4주째 네 자릿수를 기록했다. 최근 7일간 신규 확진자 수를 보면 1200명에서 1800명대를 오르내렸다. 지난달 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단계인 4단계를 시행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크게 감소하지는 않고 있다. 

“경찰 모르게”
밤에도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따라 수도권은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이 제한된다. 낮 시간대에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에 따라 4명까지 모이는 게 가능하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 기준을 위반할 경우 개인은 과태료 10만원에 불과하지만 점포는 영업정지 및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하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는 자영업자들이 골머리를 앓게 됐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방역수칙 위반 시 나오는 벌금보다 금전적인 영업손실이 더 크다고 판단해 꼼수 영업을 하고 있다. 

유흥업소들의 이 같은 꼼수 영업은 아랑곳하지 않고 활개치고 있다. 유흥업소들이 경찰 단속을 피하려 대피할 수 있는 밀실을 만들거나 장소를 옮기는 등의 꼼수가 성행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경찰이 단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이 단속하는 과정에서 업소가 순순히 출입문을 개방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이 소방 등 협조를 받아 출입문을 강제로 개방하는 사이에 유흥주점 내 있던 사람들은 현장을 탈출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 탈출로를 여러 개 만들어 놓는다. 경찰이 단속하는 과정에서 업주나 손님이 경찰 단속망을 피해 여러 탈출구로 흩어져 자리를 피한다. 단속을 피하고자 ‘멤버십’ 형태로 예약 손님을 받아 몰래 운영하는 업소도 있다.

경기 의정부의 한 유흥업소는 경찰이 단속에 들어서자, 창고 한쪽 벽면을 냉장고로 가린 밀실에 손님과 유흥접객원을 피신시키기도 했다.

단속 대비 비밀문·탈출구 설치 
경찰 피해 널뛰기·메뚜기 장사

아울러 모텔을 룸살롱으로 개조해 불법으로 영업하는 업소도 등장했다. 서울 수서경찰서가 최근 단속에 나선 역삼동의 한 업소는 지하 1층부터 지상 1층까지 유흥주점으로 허가받아 영업하다 폐업신고한 뒤 지상 2층과 3층 모텔을 룸살롱으로 개조해 손님을 모집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업소는 방 하나에 45만원 정도를 받았다.

일반음식점을 개조해 대낮부터 유흥업소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바(Bar)나 라이브카페 등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서 단속망을 피해서 운영하는 방법이다. 이런 곳은 음식점으로 개조한 뒤 룸을 만들거나 여성 종업원을 고용해 무허가 유흥주점으로 영업한다.


성남의 한 업소는 옥상에 비밀 문을 설치해 운영했다. 단속 나온 경찰이 비밀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옥상 기둥 뒤나 건축자재 등 손님 여러 명이 숨기도 했다.

또 상가를 짧은 기간  잠깐 임대해 속칭 ‘메뚜기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특정 지역에 경찰 단속이 심해져 한 장소에서 오래 영업하면 적발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하루나 일주일 단위로 장소를 빌려 옮겨 다니면서 영업하는 형태다.

숙박업소에서도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행태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휴가철을 맞이해 호텔,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업소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각 숙박업소는 게스트하우스(이하 게하) 파티, 서핑파티, 풀파티 등 사람이 몰리는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서핑 등 수상스포츠를 배우려는 사람이 늘자 ‘게하 파티’를 포함한 수강·체험 패키지로 만드는 꼼수 영업이 성행한다.  

게하파티란 게스트하우스에서 4~6인용 공동 침실을 사용하며 저렴하게 숙박하는 여행객들이 저녁에 함께 모이는 술자리를 뜻한다. 이 파티에서는 숙박시설 이용객 간 즉석만남이 주선되기도 한다. 여전히 게스트하우스를 중심으로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있어 주민들은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부 게스트하우스는 게하파티라는 이름 대신 다른 이름으로 바꾼다. 정부에서 숙박시설 주관의 파티를 금지하자 규제를 피하기 위한 방편이다. 

호텔 등 숙박업
○○파티 성행

게스트하우스 영업주는 게하파티 대신 ‘바비큐 디너파티’ ‘애프터 디너 펍’ 등 다른 이름으로 홍보한다. 게스트하우스 측이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게스트하우스에 온 여행객들을 모아 파티를 여는 방식이다.  

인터넷과 SNS에서는 서핑 강습과 함께 ‘파티가 열린다’는 홍보 글이 우후죽순 올라오면서 더 많은 여행객이 몰리고 있다. 이 같은 꼼수 영업을 하는 게스트하우스는 강원도 강릉과 양양, 그리고 제주도 등지에 밀집해있다. 

양양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파티’ 패키지를 세부적으로 나눠 여행객 맞춤형 게하파티를 열기도 했다. 바비큐와 펍 파티가 결합한 패키지는 4만5000원, 펍 파티만 이용할 경우 오후 10~12시까지 진행되며 2만원이 든다.

강릉시는 지난달 1일 영업시간 제한 및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풀파티를 연 주문진 A호텔에 대해 10일간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강릉시에 따르면 A 호텔은 사전에 수차례 방역수칙 준수 당부에도 지난달 31일 오후 수십명이 참석한 가운데 풀파티를 열었다.

풀파티란 큰 수영장에서 음악과 춤을 즐기는 파티를 의미한다. 강릉시와 강릉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오후 10시15분경 B 호텔을 찾아 확인한 결과 마스크 미착용, 거리두기 위반, 수영장 운영제한 위반 등 방역수칙을 어기며 풀파티가 열리는 현장을 적발했다. 


이와 관련해 강원도는 지난 3일부터 동해안 시·군 관계자 및 경찰과 합동으로 특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풀파티가 열렸던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등이 특별점검 대상이다. 이와 별도로 강릉시는 현재 자정까지 인력을 투입해 풀파티와 게하파티 단속에 나서고 있다.

숙박업소에서 손님들을 모아 주류를 제공하는 등의 행위가 사실상 파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일반음식점에서 오후 10시 이후 배짱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강남 일반음식점 2곳이 오후 10시 이후 종업원을 고용해 적발됐다. 영업을 끝냈어야 하는데도 음식점당 40~50명이 인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초에서도 노래방 1곳이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단체팀 OK!
간 큰 골프장

수원시 최대 유흥업소 밀집 지역인 인계동에서는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호객꾼이 성행하고 있다. 호객꾼은 “새벽까지 영업한다” “단속 걱정 없이 술을 마실 수 있다” “아가씨도 부를 수 있다” 등의 말로 행인을 유혹하고 있다.

이들이 안내하는 업소 대부분은 간판 불을 끈 채 불법영업을 지속하는 곳이다. 때문에 감염 상황 발생 시 접촉자 추적 등 역학조사 역시 어렵게 된다. 이 같은 불법영업은 인계동뿐 아니라 인근 영통 유흥가, 화성 동탄신도시 중심상가 등지에서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파주시 금촌의 새로 지은 한 상가 건물에 입주한 노래연습장은 대놓고 늦은 새벽까지 손님을 받고 있다. 이 건물은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지 않아 노래연습장 외의 상가는 대부분 비어 있고, 주택가와도 떨어져 있어 이 같은 배짱 영업이 가능하다.

인근의 또 다른 노래연습장은 자정이 가까운 시각 현금이 아닌 카드로도 계산이 가능하다. 자영업자들은 노심초사하는 손님을 “자영업자들이 힘들다고 단속하지 않는다”고 안심시킨다. 노래연습장의 불법영업은 오후 10시 이후 2·3차 술자리를 찾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이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고 술만 마시는 조건으로 손님을 받은 뒤 노래연습장 문을 닫고 기존처럼 시간당 돈을 받고 있다.

안주는 손님이 직접 배달시킬 경우 단속을 우려해 업주가 대신 배달을 시킨 뒤 방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노래연습장 측은 “인근에 편의점이 있으니 편하게 사다가 드셔도 된다”고 안내까지 하고 있다. 일부 노래방 업주들은 임대료를 내야 한다며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단속에 걸려 내는 벌금 100만~150만원보다 밤 10시 이후 장사로 버는 돈이 더 많기 때문이다. 

노래방 빌려 변태영업
접대부 항시 대기 중

이에 오후 6시를 넘겨도 테이블 나누기 등 꼼수를 저지르고 있다. 서울 번화가에 있는 한 술집은 6시가 지나자 손님들에게 나가라고 하는 게 아니라 테이블을 따로 나눠 앉게 했다.

3명이 술을 마시던 한 일행은 오후 6시가 되자 밖으로 나와 “다 같이 놀고 싶어서 왔는데 6시부터는 따로 앉아야 한다면서 멀찍이 떨어진 테이블을 안내하더라”면서 “그렇게 되면 안주를 따로 시켜야 해서 돈도 더 들고 친구들이랑 같이 노는 것도 아니라 나왔다”고 말했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골프장에서도 꼼수를 부리고 있다. 5인 이상 모임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골프장이 5명 이상 단체예약을 받아 코스를 나눠 게임을 하거나, 단체고객을 팀별 계약으로 유인해 고객을 모집하는 등 방역수칙 위반을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다.

경기 지역 B 골프장은 5인 이상이 단체고객도 예약을 받는다. 방역수칙에 따라 5인 이상 단체 손님 예약이 불가한 게 정상적이지만 코스와 시간 등을 나눠 골프장 코스를 이용하도록 안내한다. 코스와 시간을 나눠 캐디 1명을 포함해 4인 1개 팀으로 코스를 도는 방법으로 꼼수를 부린다.

식사도 골프장 내 식당에서 테이블 간격을 벌려 거리두기를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C 골프장도 3팀씩 12명 이상을 단체고객으로 분류해 예약을 받고 있다. 또 이곳은 단체고객들이 일정 금액을 내고 골프장 내 그늘집이나 대식당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기도 했다. 12명의 단체모임이지만 예약자 이름을 4인 기준으로 다르게 해 예약받고 있다.

시간과 팀을 다르게 운영한다고 해도 같은 팀이면 골프장 내에서 사람이 섞일 가능성도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일반 식당의 경우 테이블을 다르게 하더라도 5인 이상 모임이라면 엄격하게 금지하며 단속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골프장의 편법 운영이 다른 시설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식당 등에서는 직계 가족이 아니면 5인 이상 사적모임을 할 수 없다.

더구나 지난달 골프 모임으로 서울에서 12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등 골프장 확진 사례가 계속되고 있어 골프장 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나눠서 라운딩하면 방역수칙 위반으로 볼 수는 없지만 코스를 출발할 때 캐디를 빼고 5인 이상은 될 수 없도록 하고 단체로 예약을 하는 것은 지양해달라고 골프장에 요청하고 있다”며 “음식을 섭취할 때 감염 우려가 가장 높은 만큼 5명 이상이 같이 식사를 하지 않도록 함께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벌금보다 
무서운 폐업

김부겸 국무총리는 전날 4차 대유행 심각성을 재차 강조하며 “한시라도 빨리 유행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준수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2주 후에는 광복절 연휴가 있다. 여기서 막지 못하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휴가지를 중심으로 수칙 위반 행위에 대해 강력한 단속과 점검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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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