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대학 동창생 감금 마포 살인사건 전말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6.28 14:50:38
  • 호수 13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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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노예야?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친구를 괴롭히고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전치 6주 진단서까지 확보했지만 고소 취하 의사를 반영하며 사건을 종결시켰다. 시간이 흐른 뒤 피해자는 주검으로 발견됐다. 피해자 목숨을 지킬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동창생 간의 극악무도한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피의자들은 고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피해자를 노예처럼 끌고 다녔다. 이들은 금품을 갈취하고 학대한 끝에 목숨까지 앗아갔다. 

600만원 갈취

21세인 박씨는 김씨와 대구에서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 사이였다. 김씨와 안씨는 대구에서 같은 중학교를 나오고 서울 소재 대학에 같이 입학한 친구였다. 지방대에 재학 중이던 박씨는 지난해 7월 김씨와 안씨가 동거 중인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빌라를 찾았다가 안씨를 알게 됐다.

이후 종종 피의자들 주거지를 찾았다. 

박씨는 피의자들이 사는 집에 드나들며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이때 박씨는 실수로 김씨 노트북을 고장 냈다. 김씨는 이 점을 꼬투리 잡아 박씨에게 “내 컴퓨터 고장 낸 걸 갚아야 하지 않느냐, 너희 부모님에게 얘기해도 되냐”며 협박했다.


이후 변제계약서를 쓰게 하며 박씨를 압박했다. 또 고장 난 노트북을 수리한다는 명목으로 박씨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소액결제를 하고 이를 다시 판매하는 등 모두 600만원을 갈취했다. 피의자들은 갈취도 모자라 폭행까지 일삼았다. 

지난해 11월7일경 박씨는 편의점에서 음료수 1병을 훔치다 걸려 양재파출소에 임의동행됐다. 경찰은 박씨 몸 상태가 심상치 않은 것을 파악해 대구에 있는 아버지에게 인계했다. 박씨 아버지는 박씨가 전치 6주의 골절상을 받은 것을 확인하고, 같은 달 8일 피의자를 대구 달성경찰서에 상해 혐의로 고소했다.

조사 당시 박씨는 ‘서울 영등포구에서 친구들로부터 네 차례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달성서는 이 사건을 김씨와 안씨 거주지 경찰서인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넘겼다.

열흘 넘게 가두고 강요·학대
고소했지만…골든타임 놓쳐

사건을 넘겨받은 영등포서는 지난 1월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피의자 일당은 앙심을 품고 3월31일 대구로 내려가 “서울로 올라가 일하면서 빚(노트북 수리비)을 갚자”고 협박하며 박씨를 서울로 데려왔다.

이후 박씨가 경찰에 허위진술을 하도록 강요하는 등 피의자들은 자신들의 혐의를 벗기 위해 수사를 방해한 것이다.

이후에도 피의자들은 폭행을 일삼았다. 4월에서 5월 사이 피의자들은 박씨에게 “돈을 벌어 오라”며 두 차례 물류센터 근무를 시켰고, 일터에 함께 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이 일용직 노동을 한 뒤 박씨가 받은 급여 20만원도 피의자들이 가로챘다.


경찰은 박씨에게 일용직 노동은 외부 사람을 접촉할 기회였지만, 이미 장기간에 걸친 감금 등으로 불안한 심리와 강압 상태에 놓여 있어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망치지는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경찰은 지난 4월17일 영등포서가 피해자들과 대질 조사를 위해 출석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었을 때, 피의자들이 박씨에게 “지방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어 서울에 올라갈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하라고 강요했다. 또 다음날엔 경찰로부터 박씨가 전화를 받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수상함을 느낀 박씨 아버지는 4월30일 대구 달성경찰서에 박씨 가출신고를 접수했다. 그러나 영등포경찰서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형사법정보시스템 상에서 가출신고가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3일 박씨는 담당 경찰관에게 피의자들에 대한 고소 취하 의사를 밝히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강압 상태에 놓인 박씨가 본인의 의지에 따라 보낸 게 아니라고 경찰은 밝혔다.  

‘34kg’ 극심한 영양실조·저체중
몸에 멍과 결박당한 흔적 남아

‘전치 6주’ 진단서까지 확보한 상황이었지만 영등포서는 당사자의 고소 취하 의사를 반영해 지난달 27일 ‘증거불충분’으로 상해죄 사건을 종결했다.

결국 몇 번의 ‘골든타임’을 놓쳤고, 박씨는 지난 13일 마포 연남동 오피스텔의 차가운 화장실 바닥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박씨는 옷을 거의 걸치지 않은 나체 상태였으며, 체중은 고작 34kg에 불과했다. 몸에는 멍과 결박당한 흔적이 있었다. 

안씨와 김씨는 박씨에게 거의 음식물을 제공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박씨가 극심한 영양실조와 저체중, 폐렴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안씨와 김씨를 중감금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한 경찰은 이들에게 살인죄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후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이 피의자들과 박씨 등 3명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확보한 자료는 문자메시지 8400건, 동영상 파일 370여개 등이다. 경찰은 이 자료의 상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여러 강요·학대 상황이 담겨 혐의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수사를 방해하는 한편 박씨에게서 금품을 빼앗고 고소당한 데 보복하려는 목적으로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평범한 한 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학생이었던 안씨를 대상으로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른 것이다. 

범행이 일어난 오피스텔은 안씨 부모가 얻어준 작업실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성 없어

지난 22일 김씨와 안씨는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을 가린 이들에게 기자들은 “왜 감금 폭행했나?” “피해자가 숨질 것을 몰랐나?” “살인 의도는 없었나?” 등 질문했지만 묵묵부답으로 호송차에 올라탔다. 그들은 어떤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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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