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선보일 소설 <수락산 저녁노을> 중 일부 소개한다.
『“조정에서 왜 하필이면 절에서 기우제를 지내느냐로 반대가 심했습니다.”
“한심한 인간들 같으니라고. 그러면 이 가뭄에 농부들을 동원해 이 행사를 치르길 바라는 겁니까.”
“그게 대군께서 언급하신 실질적인 정치 아닌가 싶습니다.”
“아저씨께서 바로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조정은 물론 조선 사회가 틀에 박힌 유교 교리에 함몰돼 실용은 등한시하고 있습니다. 정치란 바로 실용을 중시해 백성들을 배고프지 않게 해주어야 하는 게 아닙니까?”
“대군 말씀이 지극히 온당합니다. 그런데 조정은 백성들의 삶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위선에 몰두하고 있으니 그게 걱정입니다.”
“결국 제 밥그릇만 채우자는 이야기지요.”』
<수락산 저녁노을>은 유교의 교리에 의하면 절대로 보위에 오르지 못했을 수양대군, 즉 세조가 그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실용을 앞세워, 동고동락(同苦同樂)의 세상을 기치로 대군의 굴레를 벗어나 보위에 오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상기 내용은 지독한 가뭄을 맞아 수양대군이 흥천사(성북구 돈암동 소재)에서 기우제를 지내자 김종서를 비롯한 조정 대신들이 조선이 표방한 숭유억불에 위배된다고 비난을 퍼붓자 도승지로 집안 아저씨뻘인 이사철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수양대군과 관련해 덧붙이자. 그는 36세인 계유년에 무능한 왕 단종을 등에 업고 전횡을 일삼던 황보인, 김종서 등 일부 대신들을 제거하고 권력을 장악한다.
그 과정에 자신의 동생과 아버지의 부인(혜빈 양씨)까지 죽일 정도로 냉혹하게 대처하고 후일 세상을 열었다는 의미의 세조로 기록된다.
이제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언급한, 유교의 교리 중 하나인 장유유서를 깨고 국민의힘 당 대표로 당선된 36세의 이준석에게 시선을 돌려보자.
아니, 그 전에 어처구니없는 정 전 총리의 정략적 발언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넘어가자.
정 전 총리가 동 발언을 쏟아냈을 때 필자에게 순간적으로 ‘웃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일어났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1950년 생인 그는 1953년생인 문재인 대통령 휘하에 들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정 전 총리의 발언은 그냥 웃어넘기고, 최근 이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평한 내용을 살펴본다.
이 대표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을 가리키며 “문재인정부에 맞서는 과정 속에서 반부패 영역, 공정의 영역에서 굉장히 국민들이 신뢰하는 인사”라고 언급했다.
윤 전 총장을 가리켜 깨끗하고 공정한 인사라 언급한 이 대표의 발언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 문재인정권으로부터 핍박을 받았다 판단하고 그런 표현 사용한 모양인데 본질을 간과하고 있다.
필자가 살필 때 윤 전 총장은 문재인정권으로부터 핍박을 받은 게 아니라 스스로 핍박을 유도해낸,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위해 의도적으로 그리 행동한 것으로 비쳐진다.
과거 그의 정치적 발언과 검찰개혁에 대한 모르쇠 행동을 살피면 바로 답이 나온다.
국민의힘 당원 중 일부 그리고 국민 중 다수가 이준석을 제1야당 대표로 세운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단순히 문재인정권을 견제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부패를 일소하라는 염원이 함께하고 있다. 부디 이 점 유념하고 그 일에 수양대군처럼 좌고우면하지 말기 바란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