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 인문학> 달에서 골프를 치다

지구에서 벌이는 골프의 향연을 뒤로하고 잠시 우주로 떠나면 어떨까. 계수나무 아래에서 떡방아를 찢는 토끼가 아니라 떡자루 대신 골프채를 들고 달에서 골프를 친다는 건 상상만 해도 멋진 일이다. 그런데 달에서 골프를 친 지구인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알랜 세퍼드 아폴로 14호의 선장이다.

 

1971년 1월31일 스튜어트 루사, 에드가 미셀, 알랜 세퍼드를 태운 아폴로 14호가 달을 향하고 있었다. 1969년 7월20일 인류 최초로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이래 2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아폴로 14호의 임무는 달의 운석을 채집하는 것이었다.

깜짝 스윙

선장 알렌 세퍼드는 1960년부터 우주인의 임무를 수행하며 나사(NASA)에서 인정하는 베테랑이었다. 아폴로 13호에 탑승할 계획이었지만 청력의 이상으로 치료와 함께 집중적인 우주 임무의 훈련을 받으면서 47세의 노장 우주인인 그는 14호의 선장을 맡게 된 것이었다.

우주로의 출발 전 알랜은 엉뚱하게도 나사우주기지가 있는 휴스턴의 한 골프 코치를 찾아간다. 달에서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기발한 뭔가를 할 수 없을까 하고 고민에 빠졌고, 마침내 아이디어를 찾아냈기 때문이었다.

바로 달에 착륙한 다음 골프 스윙을 해보기로 한 것이 그의 착상이었다. 실현만 된다면 인류 최초로 달에서 골프를 친 지구인이 되는 멋진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6번 아이언을 접이식으로 만들어 달라했고, 골프 프로는 윌슨사의 6번 아이언 헤드에다가 운석 채집용 쇠막대기를 두 번 접게끔 샤프트를 달았다.


알랜은 이 골프채 헤드에 양말을 씌운 다음 가방에 넣고 우주선에 올랐다. 이 사실은 나사의 일부 요원들만 알고 있었다. 달에서의 깜짝쇼를 할 요량이었던 것이다.

 

임무 수행 일주일이 지난 2월6일, 동료가 우주선 밖에서 임무를 수행할 즈음 알랜이 오른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카메라 앞으로 뒤뚱뒤뚱 걸어 나왔다. 바로 6번 아이언을 곧게 펴서 오른손에 들고 TV 카메라 앞으로 걸어온 것이었다.

10m 앞에는 달에서의 운석 채집 활동을 당시 최초의 컬러로 방영하려고 카메라가 장치돼 있었다. 알랜은 마이크로 지구인들에게 소리쳤다. “제가 지금 달의 표면에 떨어뜨리려는 2개의 하얀 물체는 미국인들이 보면 누구나가 아는 것들입니다.”

바로 골프공이었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근데 제가 우주복을 입어서 몸이 좀 둔합니다. 두 손으로는 도저히 치지 못하겠고 한 손으로 쳐 보겠습니다. 멋진 골프샷은 아니지만 환상적일 듯 합니다”

그는 왼손으로 첫 번째 골프볼을 앞쪽에 떨어뜨렸다. 곧바로 그는 오른손으로 풀 스윙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백스윙과 함께 볼을 힘껏 휘둘렀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그의 첫 번째 스윙은 볼 앞의 모래만 퍼내고 말았다. 두 번째 스윙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생크성의 슬라이스처럼 볼이 30센티도 못나가면서 알랜의 앞쪽으로 처박혔다.

그는 재차 3번째 스윙을 시도했다. 다행히 볼은 앞으로 향했다. 몇 초간 볼을 지켜보던 알랜은 “저것 보세요. 어느 정도는 날아갔네요”하면서 200야드 정도는 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제 두 번째이자 마지막 볼이 그의 손에 남았다. 그는 주저 없이 볼을 떨어뜨렸다. 오른쪽 발 앞에 떨어진 볼을 향해 그는 어드레스를 위해 몇 발자국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회심의 일격을 가했다. 오른손에 의해 제대로 맞은 볼은 상당히 멀리 날아가는 듯 알랜은 한참 동안을 바라보면서 외쳤다.

“마일스, 마일스” 물론 볼은 400야드 정도 날아간 것으로 훗날 기록되었지만, 당시 알랜의 바람은 몇 마일은 날아가 주었으면 했던 마음이었다. 달에서의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밖에 안됨을 감안하면 볼은 몇 마일도 날아갈 수 있는 물리적인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인류 최초의 달에서 친 볼은 운석 채집용 막대기와 나란히 달 표면에 남겨졌다.

아폴로 14호 선장 엉뚱한 행각
달 표면 그대로 남겨진 골프공

우주인 알랜이 달에서 스윙을 제대로 할 경우 최대 얼마만큼의 거리가 나갈까를 두고 미국의 물리학자들이 연구했다. 공기 저항이 거의 없는 무중력 상태, 혹은 달에서는 지구 중력의 6분의 1을 감안한다면 최소한의 거리만 잡더라도 지구 최장 비거리의 6배에 해당 될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나사에서도 12도짜리 드라이버로 풀 스윙을 해서 볼이 45도 각도로 정확히 날아갈 경우 보통의 PGA 선수들이 최근 드라이버를 300야드 정도 날린다면, 달에서는 족히 1800야드는 나갈 것이라고 계산하고 있다.

지구에서 현재 세계 장타대회에서의 최대 비거리가 500야드가 넘는데 같은 선수가 달에서 칠 경우 6배인 3000야드 즉, 2700m도 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이 경우 볼은 무려 70초 이상을 공중에 떠 있게 된다고 계산하고 있다.

알랜이 고작 4분의 1스윙을 하고도 “마일스 마일스”하고 볼이 떠 있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며 외친 것도 그가 지구를 떠날 때 충분히 중력 계산에 대한 연구에 귀를 기울였음을 입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류 최초

그의 스윙은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가 친 볼이 2개인지 3개인지를 놓고 20여 년 동안 의견이 분분했었다. 그의 스윙이 4번이나 됐고, 앞에 떨어진 볼이 3개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가 달을 떠난 지 20년이 흐른 1991년 인터뷰에서 그는 볼은 2개였다고 명확히 밝혔다. 첫 번째는 헛스윙으로 클럽 헤드가 모래에 박혔고, 두 번째 스윙에는 생크가 나면서 바로 앞에 떨어졌으며, 세 번째 스윙에서 비로소 볼을 쳐냈다고 한다.

당시 리차드 닉슨 대통령으로부터 환영을 받았던 알랜은 1998년 타계했다. 그가 친 골프공은 운석 채취용 쇠막대기와 함께 지금도 달 표면에 간직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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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이 가장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는 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외환 혐의’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는지를 밝혀내는 게 핵심이다. 일부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특검은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게 윤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에게 ‘V(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라고 들었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이 확보한 군 장교 녹취록의 일부 내용이다. 조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조 특검팀은 이 녹취록 외에도 외환 혐의 입증이 가능한 다수의 물적 증거를 확보한 상황이다. 잃어버린 무인기 조 특검팀은 지난해 10월과 12월 소형 정찰 드론 2대가 사라졌다는 국방부 감사관실 조사 보고서를 확보했다. 조 특검팀이 확보한 국방부 감사관실 보고서는 지난달 말 작성됐다. 드론작전사령부가 지난해 10월15일과 12월19일 각각 백령도와 속초 대대에서 소형 정찰 드론 기체 2대를 잃어버려 찾지 못했다며 그 사유를 ‘원인 미상’이라고 기록한 게 핵심이다. 드론 소실 시점은 같은 해 10월 북한 외무성이 한국 무인기가 삐라(대북 전단)를 살포했다고 발표한 시기(10월 3·9·10일)와 11월 초 북한 함경남도 차호 잠수함 기지로 드론을 보냈다는 군 내부 제보 시점과 비슷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부승찬 의원실은 “차호 잠수함 기지까지 (드론을) 간신히 보낼 수 있었다”며 “매뉴얼 제원상 (최대 항속거리가) 500㎞지만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군 현역 장교 증언을 확보했다. 보고서에서 국방부 산하 국립과학연구소가 드론사에 무상 증여한 소형 정찰 드론 중 고장나거나 소실된 것은 총 8대다. 이 중 2대는 2023년 10월 ‘원인 미상 엔진 정지’ ‘공기 속도 센서 결함’ 등으로 고장 사유가 기록돼있다. 지난해 1월과 6월, 10월 무인기 파손 역시 구체적인 사유가 적혀있다. 11월7일 난기류와 강풍 때문에 추락한 드론은 속초·양양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0월15일, 12월19일 잃어버린 드론은 회수하지 못했고 사유 역시 ‘원인 미상’ 처리됐다. 군수품관리법에 따라 무인기가 소실되면 그 이유 등을 정확히 기록해 국방부에 신고해야 한다. 특검팀은 드론 2기 소실 경위와 사후 조사가 부실한 이유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앞서 국방부 감사관실은 평양·연천 등에서 발견된 드론과 동일 기종을 지난 1월22일 전수조사했다. 백령도는 북한이 지난해 10월19일 평양에서 ‘추락한 드론’의 동체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륙 지점이라고 발표한 곳이다. 윤 “평양에 무인기 보내라” 지시 의혹 특검 “V가 북 반응 좋아해” 녹취 확보 국방부는 드론사 예하 김포·백령도·연천·속초 가운데 백령도 대대는 방문 조사를 하지 않고 유선 조사만 했다고 한다. 장부에 기록된 내용과 재고 상황이 정확한지 현장에서 실물을 확인한 다른 부대와 달리 백령도는 보고받은 사진을 바탕으로 조사했다. 특검팀은 드론사 관계자를 소환해 ‘북풍 몰이’ 목적으로 평양 등에 드론을 보냈는지 여부와 소실 배경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위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앞서 ‘평양 드론 침투’ 의혹과 관련 “김용대 사령관이 V(윤 전 대통령) 지시다. 국방부와 합참 모르게 해야 된다(고 했다)” “삐라(전단) 살포도 해야 하고, 불안감 조성을 위해 일부러 (드론을) 노출할 필요가 있었다”는 내용의 현역 장교 녹취록을 확보했다. 녹취록엔 당시 북한의 위협적 반응에 “VIP와 장관이 박수치며 좋아했다. 너무 좋아해서 사령관이 ‘또 하라’고 그랬다” “11월에도 무인기를 추가로 보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녹취록에는 “(무인기를) 의도적으로 (북한에) 노출할 생각이 있었지만 떨어뜨릴 생각은 없었다”면서도 “(무인기가 개조되면서) 기체 불안정성 때문에 추락에 대한 가능성은 항상 품고 있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비행 자체에 대한 부담은 크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기체 성능 자체가 안 되어서 손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도 했다. 군 측은 지금까지 평양 드론 침투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또 군은 작전에 사용된 드론 추락을 염려하기도 했다. 본래 설계와 다르게 자체 개조됐기 때문이라는 게 부 의원실의 판단이다. 외환 혐의 규명 필요 부 의원실이 지난 5월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제출받은 ‘북 전단 무인기 비교 분석’ 자료는, 북한에 떨어진 무인기와 연구소가 드론작전사령부에 납품한 무인기와 유사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충격 방지를 위한 ‘랜딩폼’ 부품이 빠지고 전단 살포를 위한 전단통이 개조돼 붙어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애초 전단 살포 목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무인기 구조를 변경하면서 기체가 불안정해져, 전단 살포 시 추락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무인기는 소음이 너무 커서 군사작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외환 혐의는 지금까지 검경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조사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특검팀은 지난 1일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술연구원 정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드론사 간부들이 줄소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검팀은 드론 평양 침투 외에도 외환 행위 고소·고발 사건과 북한의 공격을 유도해 전쟁 또는 무력충돌을 야기하려고 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 결국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통해 꼬리가 잡힌 ‘북풍 공작’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경찰이 노 전 사령관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수첩에는 비상계엄 당시 ‘수거(체포)’해야 할 명단이 적혔고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 시키는 방안” 등이 담겼다. 또 수첩에는 북한과의 접촉 방법도 “비공식 방법, 무엇을 내어줄 것인가, 접촉 시 보안 대책은?”이라고 구체적으로 적혔다. 북한이 날려 보낸 ‘오물 풍선 원점 타격’으로 전쟁 상황을 연출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월 국회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10월 정도로 기억하는데 김용현 전 장관이 ‘북한 오물 풍선 상황이 발생하면 원점을 강력하게 타격하겠다. 합동참모본부 지통실(지휘통제실)에 직접 내려가서 지휘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급박한 계획 변경 비상계엄 선포 뒤 노 전 사령관이 지휘하는 수사2단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직원 조사 임무를 맡기로 했던 김봉규 정보사 대령도 지난해 11월2일 경기 안산시의 한 카페에서 노씨가 “비상계엄 관련해서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고 “언론에 특별한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말, 당시 해외 출장 중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게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 하루 전날을 콕 집어 조기 귀국을 종용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두 인물의 검찰 수사 기록을 보면 계엄 9일 전이던 지난해 11월24일 일요일,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때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에게 자신이 곧 해외 출장을 간다는 사실을 알렸다. 문 전 사령관은 같은 해 11월25일부터 29일까지 대만 출장이 예정돼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노 전 사령관이 흥분하면서 화를 냈다. 그는 문 전 사령관에게 “이 중요한 시기에 무슨 해외 출장을 가느냐”며 “출장을 당장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문 전 사령관은 황당해하며 “이미 약속된 일”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노 전 사령관은 “늦어도 수요일 밤까지는 귀국하라”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수요일 밤’은 11월27일이다. 하루 뒤인 28일은 북한이 33번째 오물 풍선을 부양한 날이었다.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실제 귀국 비행기표를 11월27일 수요일로 변경했다. 하지만 기상 악화 등의 변수가 생기며 이날 귀국하지 못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북한 오물 풍선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무렵, 정보사 대령들에게 ‘오물 풍선 원점 타격’ 필요성을 언급한 사실도 확인된다. 김 대령은 검찰 조사에서 “노상원 전 사령관도 오물 풍선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며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내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해야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방첩사, 비상계엄 당일까지 위기감 고조 합참, 북 원점 타격·대응 김 지시 거부 지난해 11월 초, 노 전 사령관은 김 대령과 문 전 사령관을 안산 상록수역으로 불러 앞서 지시한 인원 선발이 다 됐는지를 확인했다. 그는 이때도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리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하고 지원 세력을 타격할 수 있어서 너희가 임무 수행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이 같은 계획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도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의 32번째 오물 풍선 부양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해 11월17일 지상작전사령부에 “오물 풍선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시 경고 사격을 하고, 북한이 화기 도발을 하면 지체 없이 원점을 타격하도록 대응 계획을 세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공수처는 박모 방첩사 대령의 진술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이재학 방첩사 대령의 검찰 진술에도 “상황이 위중하니 부대에 위치해 있으라”는 얘기를 사령부로부터 들었다. 그는 “그전까지 북한 오물 풍선이 30여회 정도 떴는데, 그날따라 이상했다. 오물 풍선이 국지전으로 확대될 수 있어서 사령관이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지난달 군사 재판에서 북한 오물 풍선 대응과 연결된 ‘국지전 시나리오’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법원에 출석해 “그때 상황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12월 1~2일쯤 사령관 되는 군인들이 가장 걱정한 건 북한 쓰레기 풍선이었다”며 “방첩사령관으로서 쓰레기 풍선에서 삐라가 떨어지는데 그걸 수거해 분석하는 게 방첩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군들은 북한 오물 풍선 때문에 뭔 일 터지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이 태반이었고, 걱정스러워서 (장군들과) 통화를 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러나 당시 합참은 김 전 장관이 내린 경고 사격 지시에 소극적인 입장이었고, 오히려 다른 방식을 김 전 장관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내부의 이 같은 기류는 합참에 파견된 박 대령을 통해 여 전 사령관에게 보고됐다. 국지전 도발했다 반면 여 전 사령관은 북한 오물 풍선 대응 지침을 전파하는 방식으로 방첩사 내부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12·3 내란 사태 당일에는 “적 오물 풍선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라며 주요 간부들에게 준비 태세 확립을 강조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