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욕먹는 천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기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5.25 11:56:44
  • 호수 13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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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열면 세계가 들썩들썩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이토록 언행이 튀는 부자가 있을까. 세계 부자 3위에 해당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기행이 계속되고 있다. 천재와 괴짜 사이의 줄을 아슬하게 타고 있는 머스크의 기행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연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이하 머스크)가 화제다. 머스크의 한마디로 테슬라 주가와 가상화폐 등락이 요동친다. 머스크는 세계 부자 순위 세 손가락에 안에 들어가는 부자 중의 부자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본인이 펼치는 사업 계획과 중대 발표를 가볍게 발설하는 등의 기행을 보인다. 

4일 만에
28조 줄어 

최근 머스크 재산이 4일 만에 28조원이 줄었다. 테슬라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도록 했다가 이를 다시 중단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인 여파로 분석된다.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경제 전문매체 <마켓 인사이더>에 따르면,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를 인용해 머스크의 순자산 가치가 금주에 250억달러(28조2300억원) 감소했다. 5일 전 순자산 가치는 1840억달러(207조8200억원)였으나 10∼13일 4거래일 연속 테슬라 주가가 하락하면서 재산 규모는 1590억달러(179조5900억원)로 축소됐다. 

<블룸버그>와 집계 방식이 다소 다른 포브스의 억만장자 순위를 봐도 13일 기준 머스크 재산은 1455억달러(164조3000억원)로, 나흘 새 205억달러(23조1500억원) 줄었다. 


머스크는 가상자산에 대한 톡톡 튀는 행동을 이어가면서 들쑥날쑥한 한 주를 보냈다. 머스크는 지난 8일, 미국 NBC 방송의 간판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출연할 때까지 비트코인, 도지코인 등 가상 자산의 대표 종목 등락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파워를 선보였다.

그는 올초 비트코인 매입 사실을 알리며 급등세를 이끌었다. 다시 테슬라 차 구매 시 비트코인 결제 허용을 알리며 비트코인의 상종가를 연일 경신했다. 이어 도지코인을 종종 거론해 상승세를 이끌며 자신을 ‘도지파더’(도지코인의 아버지)로 칭하더니 이날 방송에서 관련 질문에 "사기"라는 농담성 발언을 던져 시장을 출렁이게 했다. 

이후 도지코인은 30% 이상 하락했다.

지난 3월에도 머스크는 기행을 보였다. 자신의 직함을 최고경영자(CEO)에서 '테슬라의 테크노킹(기술왕)'으로 변경하겠다고 공시한 것이다. 같은 달 15일 테슬라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 자료에서 이날부터 머스크 CEO의 직함을 '테슬라의 테크노킹(Technoking of Tesla)', 자크 커크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마스터 오브 코인(Master of Coin)'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다만, 테슬라는 이들 두 사람의 새로운 공식 직함과는 별개로 CEO와 CFO 명칭과 직무는 유지한고 밝혔다. 해당 문서에서 테슬라 측은 어떤 이유로 머스크와 CFO에 이 같은 직함을 추가했는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언론의 논평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세계 부자 3위 톡톡튀는 언행 화제
사업 계획·중대 발표 가볍게 발설

이날 공시 자료가 공개된 후 언론들과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새로운 '기행'을 달갑지 않아 했다. 미국 IT전문매체인 <테크크런치>는 "테슬라의 기술왕, 일론 1세 전하"라며 "세계의 최고 통치자가 누구인지 알려주기 위한 머스크의 '영리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테슬라 주가가 급락하며 세계 최고 부자의 자리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에게 넘겨준 데다 테슬라 일부 투자자들이 머스크의 트위터가 주가를 떨어뜨렸다고 그를 고소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테크크런치>는 테슬라의 장난스러운 공시 내용이 머스크에 대한 고소 재판과 향후 SEC의 규제 정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가상자산(암호화폐) 도지코인의 지지자를 자임해온 머스크의 농담에 급락한 도지코인. 머스크는 지난 10일 스페이스X의 달 탐사 비용을 도지코인으로 지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내년 1분기 '도지-1달 탐사'라는 이름의 임무에 착수하면서 전액 도지코인으로 지불할 계획이다.

지오메트릭에너지라는 회사가 발표한 이 탐사 계획은 무게 40㎏의 정육면체 모양 위성을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어 달로 보내는 임무다. 지오메트릭에너지는 "내장된 카메라와 센서, 통합통신시스템과 컴퓨터를 통해 달 공간의 정보를 획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암호화폐가 지구 궤도를 넘어 응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행성 간 상업의 토대를 구축할 것이라는 게 스페이스X의 입장이다. <CNBC>는 머스크가 만우절인 4월1일 올린 "스페이스X는 말 그대로 도지코인을 달 위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트윗을 통해 도지코인으로 지불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방송에서 자신이 발달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최초의 SNL 진행자이거나 그것을 인정한 첫 번째 사람이라고도 했다.

자폐성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대화를 원만히 이끌어나가지 못하며,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특정 관심 분야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난 섞인
공시 발표

다만 2003년 SNL을 진행한 코미디언 댄 애크로이드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고백한 적 있어 머스크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가끔 이상한 말을 하거나 글을 올리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내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트윗으로)기분을 상한 사람들에게는 내가 전기자동차를 재창조하고, 로켓에 사람들을 태워 화성에 보낼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자화자찬했다.

머스크의 기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 SNS에 유명인을 초대하는 등 엉뚱한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SNS 앱인 클럽하우스에 초대했다. 그는 암호화폐 닷지코인(DOGE)에 대한 지지 의사도 거듭 천명했다.


당시 <CNN>에 따르면 머스크는 전날 SNS 트위터에 크렘린궁 공식 계정에 태그를 붙인 뒤 "저와 클럽하우스에서 얘기를 나누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러시아어로 "당신과 대화할 수 있다면 큰 영광일 것"이라는 게시물도 올렸다.

푸틴 대통령의 공식 계정인 크렘린궁은 머스크의 요청에 회답을 하지 않다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머스크의 제안이 흥미로운 것을 시사하면서 모든 제안을 검토한 뒤 연락을 주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가수 카니예 웨스트 등을 초대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에 "만약 주요 닷지코인 보유자들이 보유한 코인 대부분을 매각한다면 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라며 "내 생각에는 지나친 집중이 유일한 진짜 문제"라는 글도 올렸다. 그는 지난 2019년과 2020년, 올해 닷지코인을 언급해 시세를 급등 시킨 바 있다.

머스크는 2018년 테슬라 시세 조작 혐의로 벌금을 내기도 했다. 머스크는 당시 8월 테슬라를 비공개 회사로 전환할 계획이며 이를 위한 자금도 확보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그가 제시한 공개매수가 420달러(47만원)가 실제 주가보다 크게 높았다는 이유로 SEC(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주가조작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

미국 투자 회사 트론 리서치의 앤드루 레프트는 머스크가 의도적으로 공매도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히기 위해 '거짓 트윗'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머스크와 테슬라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테슬라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는 혐의였다.

당시 그는 테슬라의 상장폐지를 검토 중이라며 자금이 확보됐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고 테슬라 주가는 11% 상승했다. 이후 2018년 8월13일 테슬라 블로그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투자를 제안했다고 설명했으나, 자금 조달 계획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유명 인사
SNS 초대

머스크의 이 같은 기행에 의혹의 눈초리가 몰리기 시작했다. 단적으로 <뉴욕타임스>의 "믿을 수 없는 사람" 보도가 이에 대한 방증이다. 머스크가 SNL에서 언급한 "도지코인은 사기"라는 표현처럼 그를 단적인 시각에서만 바라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머스크는 앞서 지난 12일, 트위터를 통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당신은 도지코인을 테슬라 자동차 구매에 허용하기를 원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400만명에 가까운 응답자 중 78.2%가 긍정하는 답변을 내놔 마치 곧 결제 서비스를 허용할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후 비트코인을 활용한 테슬라 구매 허용 방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전기를 대규모로 소비하는 비트코인 채굴 방식이 화석 연료 사용의 급증을 초래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였다. 에너지의 1% 이하를 사용하는 다른 암호 화폐를 대안으로 찾고 있다고 머스크는 밝혔다. 

머스크는 어릴 때부터 천재적인 기질을 선보였다.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엔지니어인 아버지와 모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할머니가 영국과 독일계 혈통이며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있어 독학으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웠다. 12세 때에는 게임을 동생과 함께 만들고 이를 게임 잡지에 500달러(56만6000원)에 판매했다.

그는 특히 판타지나 공상과학 소설에 심취했다. 본인의 언급으론 가장 좋아했던 책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반지의 제왕>이었다. 또 <파운데이션> 시리즈에 막대한 영향을 받고 자랐다. 또 모형 로켓 만드는 데도 취미가 있어 가솔린과 각종 화학 약품을 혼합해 로켓 연료를 만들곤 그걸 자작 로켓에 넣어 시험 발사한 적도 있었다.

대학을 자퇴한 이후 1995년 ZIP2 창업을 시작으로 X.com(페이팔 전신회사)를 설립한 후 매각해 젊은 나이에 2000억원대의 억만장자가 된다. 이후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테슬라의 경영에 뛰어들면서 개인 자산의 대부분을 투자한다. 

하지만 설립 후 많은 문제들이 연달아 발생했다. 2000년대 중후반 테슬라 로드스터의 배터리와 변속기에서 문제가 발생해 변속기를 처음부터 재설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로인해 정식 출시 날짜를 지키지 못해 고객과 언론에게 엄청난 질타를 받았다. 

코인판서 변덕 대중의 뭇매
비트코인 테슬라 구매 논란

또 스페이스X의 팰컨 1의 1~3차 발사가 모두 실패하면서 막대한 재정난을 겪었다. 이 시기에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겹쳐서 자금 조달이 매우 어려웠다. 마찬가지로 테슬라 모터스도 2007~2009년 사이 테슬라 로드스터의 생산 차질로 파산 직전까지 갔었다. 

2008년 중순 스페이스X 팰컨1 4차 발사가 성공하면서 나사(NASA)와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2012년 테슬라 로드스터를 성공적으로 출고했다. 이후 모델S, X, 3 라인업의 출시가 성공하면서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무책임한 언행 때문에 구설수에 휘말렸다. 2018년 6월 태국 유소년 축구팀이 동굴에 갇혔을 때 자신이 직접 설계한 구명정을 보냈다. 하지만 동굴이 워낙 좁고, 꼬불꼬불해서 쓸모가 없었다. 

이에 영국인 잠수사 버넌 언즈워스가 머스크를 맹비난하자 언즈워스를 '페도파일(소아성애자를 뜻하는 말)'이라며 욕하는 트윗을 올렸다.

특히 서구권에서 아동 성범죄는 미국에선 아동 포르노를 소지만 하고 있어도 실형을 받을 정도의 심각한 범죄다. 이 때문에 듣는 사람 입장에선 최악의 욕이다. 머스크는 전 세계로부터 욕을 얻어 먹으며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뒤늦게나마 사과를 하면서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3개월 뒤 버넌 언즈워스를 아동 강간범으로 지칭한 이메일이 알려지며 대중에게 손가락질을 받았다.

결국 언즈워스로부터 9월17일에 7만5000달러(84만93만원)짜리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2019년 12월6일에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방 법원은 명예훼손이 아니라며 머스크의 손을 들어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코로나바이러스 패닉은 바보 같다" "아이들은 면역 걱정 없다" 등의 망언으로 비판받았다. 뉴욕시 등 코로나 사태가 심각한 지역에 기부하겠다던 인공호흡기가 양압기로 밝혀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에도 "지금 당장 미국을 (지역 봉쇄로부터) 해방해야 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는 파시즘"이라는 트윗을 남겼다. 5월9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봉쇄령으로 인해 공장이 가동되지 않자 다른 지역으로 이전시킬 것이라며, 공장이 위치한 앨러미더 카운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전 노동부 장관이자 경제학자인 로버트 라이시가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으며 생계와 건강의 양자택일을 강요한다며 비판하자 '지루한 멍청이'라며 인신공격을 하는 추태까지 보였다.

국내 자동차 직원에게도 트윗을 통해 비판한 적이 있다.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 사업부장의 인터뷰 내용에 "믿기 어려울 정도로 멍청하다"고 비판했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렸는지 "연료전지는 바보들이나 파는 것"이라며 조롱했다.

논란 외에도 트위터를 통해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건을 일으키거나 도지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을 요동치게 만드는 등 그의 트위터가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머스크의 회사들의 실적과 별개로, 일론 머스크의 사업 방식도 비판을 받았다. 머스크는 항상 3D 렌더링 및 SNS를 활용해 자신 회사들의 세일즈를 하는데, 실제로 출시된 물건이나 시행하는 거의 모든 사업은 스케일을 축소하거나 지연된 적이 있다.

타고난
사업가?

아직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굴착 회사인 보링 컴퍼니는 시공 비용이 머스크 주장과 다르게 기존 시공 비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계산 결과가 있으며, 솔라시티의 경우 사실상 실적을 내지 못하는 회사를 억지로 붙들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테슬라의 경우 겨우 흑자 전환하기는 했지만 유격 등 차량 자체의 QC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브랜드 이미지로 인한 소비자 충성도와 계약상 독소조항 등 은폐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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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