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최근 우연히 TV 뉴스로 접했던 장면을 소개하고 넘어가자.
뉴질랜드에서 의회를 주재하던 트레버 맬러드 국회의장이 동료 의원의 아기에게 젖병을 물리는 모습으로 상당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뒤를 이어 이 나라의 한 여성 국회의원이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 영아와 의원이 함께 회의장에 출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국회 회의장 아이 동반법(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곁들여졌다.
그는 "국회에 아기가 출입하는 것은 임신과 출산, 육아의 문제가 사회의 문제임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법안 통과의 적기"라 주장했다.
또한 "아기는 원래 울고, 칭얼거린다. 그런 아기가 엄숙해야한다고 여겨지는 국회에 출입하고, 수유하는 국회의원이 탄생하는 것은 그 어떤 곳이라도 아이와 부모가 함께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 보도를 접하자 방금 전 느꼈던 신선한 충격이 역겨움으로 변질됐다.
한 아이를 키웠던 아버지 입장에서 살필 때 도대체 제정신으로 비쳐지지 않는다. 동시에 맹자 어머니의 삼천지교라는 고사성어가 떠올랐다.
삼천지교(三遷之敎)는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 교육을 위해 이사를 세 번 했다는, 생활환경이 교육에 있어 큰 역할을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굳이 이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어린 아이들, 특히 아기들에게는 환경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제 이 나라 국회의 실상을 살펴보자. 사실 살펴볼 필요도 없다. 한 마디로 난장이다. 그런데 그녀는 그러한 사실 모를까. 혹시 초선이라 대한민국 국회의 실상에 대해 무지한 걸까. 필자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회가 난장이라는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삼척동자도 알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무슨 생각으로 자신의 소중한 아기를 국회에 동반해 수유도 하겠다는 열정을 토하는 걸까.
결과는 빤하다. 아기의 입장은 전혀 헤아려보지 않고 그저 본인만 튀어보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기는 어떨까. 그 아기가 말할 수 있다면 아마도 이렇게 반응할 게다. ‘나를 싸움꾼으로 만들려고 하느냐’고.
이제 상기에 등장한 국회의원, 전에도 누누이 이야기했지만 수준 미달의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을 염두에 두고 인사청문회에 대해 언급하자.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 후보자의 능력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제도인데 그 실상을 살펴본다.
실례로 최근 청문회 과정 중 사퇴한 박준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를 들어본다. 박 후보자가 사퇴한 이유는 부인의 도자기 대량 밀수 의혹 혐의 때문으로 사실관계 여부는 차치하고 박 후보자는 도덕성, 즉 국민 정서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낙마하는 결과를 맞이했다.
사실 필자는 고위공직자의 도덕성보다 능력을 더 중시 여기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구조 하에서 그 정도 직급에 올라설 정도가 되면 도덕적으로 흠결을 지니고 있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면을 살피면 바로 답이 나온다.
그런데 현행 청문회 과정을 살피면 가장 중요한 후보자에 대한 능력 여부 검증은 논의 대상에서 빗겨나 있다. 이는 바로 상기에서 언급한, 본질도 제대로 파악 못하는 국회의원들 때문인데 이런 식의 청문회라면 폐지함이 옳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