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대한민국은 지금…> 다이빙 국가대표 우하람·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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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1.05.18 15:19:28
  • 호수 13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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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만들어가는 두 다이버

[JSA뉴스] 1904년 올림픽에서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다이빙은 올림픽 역사와 함께해왔다. 도쿄올림픽에선 남녀 합계 모두 8개의 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 다이빙 국가대표 우하람과 김수지에게 지난 1년간의 여정과 올림픽, 그리고 다이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9 광주 세계선수권에서 3m 스프링보드와 10m 플랫폼 종목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우하람은 비록 1년 연기되긴 했지만, 드디어 개최될 도쿄올림픽과 그에 앞서 예정된 다이빙 월드컵을 앞두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많은 일들이 있었던 2020년, 우하람은 이렇게 돌아봤다.

처음엔 당황
오히려 기회

"올림픽이 처음 연기됐을 때는 당황스러웠는데, 오히려 1년을 더 준비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좀 더 훈련에 임했던 것 같다. 선수촌 퇴촌 후에 다들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아서 문을 연 다이빙장이 없었다. 그래서 소속팀 체육관에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지상 훈련 위주로 훈련을 진행했다."

올림픽 연기로 인해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은 지난해 3월 대표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 퇴촌을 통보했다. 원래 계획은 선수들에게 약 5주간의 휴식을 준 뒤 방역을 마치고 재입촌과 훈련 재개를 하는 것이었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입촌 일정은 계속 늦춰지다 결국 5월 중순 무기한 연기됐다.

4개월 만에 다이빙대로 돌아온 우하람은 그로부터 4개월 후인 지난해 11월13∼15일 치러진 2021년 다이빙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 3m 스프링보드와 10m 플랫폼 모두 1위에 올라 국가대표 자리를 이어갔다. 이어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 자신이 따낸 3m 스프링보드와 10m 플랫폼 올림픽 출전권을 통해 올림픽에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우하람은 리우올림픽 10m 플랫폼에서 한국 다이빙 사상 최초로 올림픽 결선에 진출하는 역사를 썼다. 당시 18세의 나이로 다이빙 종목에 홀로 출전했지만, 총 28명이 출전한 예선에서 438.45점으로 11위, 준결선에서는 453.85점으로 18명 중 12위에 올라 12명이 출전하는 결선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결선 최종 순위는 11위였지만, 한국 다이빙 역사에는 새로운 장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다이빙 종목이 야외에서 진행됐던 리우올림픽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강풍 때문에 여러 선수들이 고전했고, 야외 다이빙이 처음인 우하람 선수도 스프링보드에서는 24위로 예선 탈락의 아쉬움을 겪었다.

[우] 출전 가능한 모든 세부종목 참가
2019 세계선수권 역대 최고 성적

우하람이 다이빙을 처음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1학년인 2005년. 국내에 본격적인 다이빙 지상훈련장이 완공된 것은 2010년(김천 지상훈련장). 다이빙 대표팀이 다이빙풀과 지상 훈련장이 갖춰진 진천선수촌 수영장에 들어간 것이 2011년 12월, 그리고 다이빙 대표팀에 트레이너가 생긴 것이 2014년이었기 때문에 지금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족한 환경에서 다이빙을 시작했다.

우하람은 그래도 다이빙이 좋았다.

"처음에는 매력이라기보다는 초등학교 때 재미로 시작했다.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 것 같았고, 다이빙하는 것이 즐거웠다. 좋아해서 다이빙에 빠졌던 것 같다. 다이빙은 지상 훈련도 중요한데 전국적으로 다이빙 전용 지상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이 이제 많이 생겼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조금 열악해진 상황이지만, 시설이나 실력은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좋아졌다."


정해진 기술
더 완벽하게

2013년 바르셀로나 세계선수권부터 본격적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우하람의 출전 기록을 보면 기본 3개 종목부터 시작해 최대 5개 종목(세계선수권의 경우 개인전 3개 - 1m, 3m 스프링보드, 10m 플랫폼 - 싱크로 2개 - 3m 스프링보드, 10m 플랫폼)까지, 출전 가능한 거의 모든 세부종목에 참가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우 2016 남자 3m 스프링보드 금메달리스트인 중국의 차오 위안을 포함해 많은 선수들이 많아야 대회당 최대 3개 종목 정도를 뛰는 것과 비교해 보면 상당한 숫자다. 

다이빙은 기계체조와는 달리 이전에 없던 창의적인 기술이 나오는 종목이 아니다. 정해진 기술을 누가 더 완벽하게 구사하느냐의 경쟁이다. 따라서 정상급 선수들의 경쟁은 대회에서 누가 더 완벽하게 하느냐, 누가 실수가 없느냐, 누가 컨디션이 좋으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하람은 개인전 1m 스프링보드 동메달, 10m 플랫폼 동메달을 따냈다. 김영남과 한 조로 출전한 싱크로나이즈드에서는 3m 스프링보드와 10m 플랫폼 모두 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광주에서 열린 2019 세계선수권에서는 출전하는 종목마다 한국 남자 다이빙 역대 최고 성적을 냈고, 1m와 3m 스프링보드에서는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인 4위, 10m 플랫폼에서 6위, 10m 싱크로나이즈드에서도 6위를 기록했다. 이 결과로 3m 스프링보드와 10m 플랫폼은 도쿄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더 멀다. 어렸을 때 다이빙을 시작하면서 꿈꿨던 것들을 아직 이루지 못했다."

도쿄올림픽 3m 스프링보드, 10m 플랫폼 개인전 출전 자격을 획득한 우하람은 목표로 하고 있는 싱크로나이즈드도 남아 있다. 싱크로나이즈드에서 우하람과 한 조를 이루는 선수는 라이벌이자 동반자라 할 수 있는 김영남이다. 

두 선수는 개인전에서는 항상 국내 1, 2위를 다투지만 싱크로나이즈드에서는 함께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2019 세계선수권에서 입상과 올림픽 출전 자격 획득을 동시에 노렸지만, 10m 플랫폼에서 6위, 3m 스프링보드에서 10위에 오르며 메달 획득에는 실패한 바 있다.

우하람은 도쿄올림픽이 끝나면 바로 3년 후 개최되는 2024 파리올림픽에 대한 생각도 이미 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것이고, 다음 파리올림픽에서도 아직 전성기 나이이기 때문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김] 14세때 올림픽 첫 경험
2019 세계선수권 새 역사


김수지는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1m 스프링보드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다이빙 최초의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됐다. 2021 FINA 다이빙 월드컵 여자 3m 스프링보드 예선 18위를 기록하며 도쿄올림픽 출전을 확정, 런던 2012 이후 9년만의 올림픽 출전을 예약했다.

2012 런던올림픽 당시 14세의 중학생이자 한국 선수단 최연소 선수였던 김수지는 첫 올림픽에 대해 이렇게 기억했다.

"그때는 올림픽이 그렇게 큰 시합인지 체감하지도 못했고, 출전하기 힘든 시합인지도 몰랐다. 긴장이 되기는 했는데 너무 멍했다. 계속 그렇게 뛰다가 4차 시기에 구경하러 오신 아티스틱 스위밍 대표팀 언니들이 ‘한국 파이팅!’하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심장이 뛰었다. 이미 많이 늦었을 때였지만 정신을 차렸다."

14세 때 경험한 첫 올림픽은 여자 10m 플랫폼 종목 26위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올림픽 이후 잠시 국제대회에서 주춤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1m 스프링보드와 3m 싱크로나이즈드 모두 4위에 오르며 다시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비인기 종목
한계 넘는다

2018 아시안게임 1m 스프링보드에서 동메달을 획득,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시상대에 올랐던 김수지는 서서히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대회 2일차인 7월13일 목에 걸었던 여자 1m 스프링보드 동메달은 한국 다이빙 최초의 세계선수권 메달이자 2011년의 박태환 선수 이후 8년 만에 나온 세계수영선수권 메달이었다.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동메달이었다. '최초'라는 수식어나 홈에서의 메달 획득으로 큰 관심을 얻게 된 것에 대해 김수지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다이빙이 비인기 종목이라 다들 관심이 별로 없다. 다이빙이라고 하면 스쿠버 다이빙으로 아시는 분들이 많은 정도로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도 이렇게 응원을 해 주시는데, 이를 부담으로 느끼면 그건 너무 죄송스러운 일인 것 같다. 더 봐주시고 더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한국 다이빙 최초의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됐다는 기쁨은 있었지만, 김수지에게 2019 세계수영선수권은 주종목인 3m 스프링보드에서 상위 12명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하지 못한 점에서는 아쉬웠던 대회였다.

남자 다이빙에서 '최초'를 만들어가고 있는 우하람과 마찬가지로, 김수지도 초등학교 1학년 때 방과 후 수업으로 다이빙을 처음 접했다.

"시작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내가 가만히 있지 못하는 학생이어서 방과 후 수영으로 에너지를 풀어보라는 담임 선생님의 권유가 시작이었다. 그냥 수영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이빙 수업이었다. 전혀 모르고 시작했지만, 하다 보니 재미도 있고 칭찬도 많이 받아서 흥미를 느꼈고, 그렇게 선수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중학교 2학년 때인 14세 때부터 시작된 대표팀 생활과 첫 올림픽 출전, 아시안게임 등을 거치며 점점 더 발전하고 있는 다이빙 환경을 실감하고 있다. 다이빙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시청자들이 다이빙 경기를 볼 때, 그 매력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무엇일까.

"일반 시청자분들이 저희 경기를 보시면 몇 바퀴를 도는지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제일 편한 방법은 입수할 때 물이 어느 정도 튀는가, 봤을 때 ‘우와!’하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인가를 보면 될 것 같다."

두 번의 연기 끝에 지난 1일 막을 올린 2021 FINA 다이빙 월드컵.

김수지 선수는 한국 다이빙 대표팀의 일원으로 여자 3m 싱크로나이즈드와 3m 스프링보드에 출전했다. 첫날 열린 3m 싱크로나이즈드 종목에서는 조은비와 팀을 이뤄 예선에서 16개팀 중 11위를 기록, 상위 12팀이 진출하는 결선까지 올라갔고, 최종 순위 12위를 기록했다.

지난 3일 열린 여자 3m 스프링보드 경기에서는 예선 272.10점을 획득, 전체 48명 중 18위에 올라 올림픽 출전권 확보와 함께 준결선에 진출했다. 9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가야할 길 
아직 멀었다"

"너무 간절하고 진짜 나가고 싶다. 모든 대표팀 선수들이 다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노력을 해야 설 수 있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회 없이 시합하려고 한다. 일단 출전만 하게 된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고, 그 행복을 가지고 더 행복해지려고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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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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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