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3수’ 드디어 팔린 약진통상의 미래

주인 바뀌어도…날개 없는 추락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올드네이비, 갭, 바나나리퍼블릭, 노드스트롬, 월마트 등 글로벌 브랜드 ODM 기업 약진통상이 새 주인을 찾았다. 하지만 7년 전 업계에서 확고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던 때와는 회사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감소했고 차입금과 부채는 늘었다. 과연 이번 인수로 인해 약진통상의 추락은 멈출 수 있을까.

지난해 8월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이 약진통상을 제이에스코퍼레이션에 매각했다. 약진통상은 1978년 설립된 글로벌 의류 제조 수출기업이다. 올드네이비, 갭, 바나나리퍼블릭, 노드스트롬, 월마트 등 글로벌 브랜드에 ODM 및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한다. 지난해 매출은 약 5560억원으로,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아이티 등에도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손해 보고…

당시 매각 금액은 100%를 지분 기준으로 143억원에 불과했다. 약진통상의 경우 칼라일이 70%, 조영태 회장 및 일가가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70%의 지분을 보유한 칼라일 입장에서는 100억원 정도의 현금을 얻게 됐다. 

하지만 단순히 매각금액만 놓고 봤을 때 7년간 보유했던 자산의 성과로 보기엔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었다. 그동안 홀딩컴퍼니의 자본재조정(리캡)과 배당 등을 통해 중간 회수 자금을 감안하면 투자 원금 정도는 건진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전체 투자기간을 고려하면 성과가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칼라일은 지난 2013년 12월 그로쓰캐피탈 펀드를 통해 조 회장과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약진통상의 지분 100%를 사들였다. 매입가는 2050억원 정도로 이 중 44%인 9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충당했고 실제 칼라일이 투자한 자금은 805억원이었다.

창업주인 조 회장 일가도 345억원을 재투자해 30%의 지분을 확보했다.

칼라일은 약진홀딩스라는 홀드컴퍼니(SPC)를 세워 약진통상 투자를 단행했다. 최초 인수금융 또한 약진홀딩스를 차주로 이뤄졌다. 칼라일은 인수후 1년간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약진통상 수익과 유보 현금 등을 끌어올려 600억원 이상의 대출금을 조기 상환했다.

이후 2015년 칼라일은 약진홀딩스를 차주로 리캡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텀론 850억원과 한도대출(RCF) 100억원 등 950억원 규모의 차입을 일으켰다. 차입으로 조달한 자금 중 최초 인수금융 잔액을 차환한 후 남은 금액은 배당재원으로 활용했다.

당시 배당 재원이 570억원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칼라일은 약진통상 인수 후 1년여 만에 펀드 출자금의 절반 이상을 이미 회수한 셈이다.

인수 후 2년이 채 되지 않은 2015년 하반기 칼라일은 자금회수를 위해 JP모간을 주관사로 삼아 첫 번째 매각을 추진했다. 당시 매각 작업은 프라이빗딜 형식으로 이뤄지면서 국내 전략적투자자(SI) 등을 접촉했으나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고 무산됐다.

당시 매도자 희망가격은 3000억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인 2016년 칼라일은 약진통상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상장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와 대신증권을 선정하기도 했다. IPO를 추진하며 칼라일은 기존 인수금융 잔액이었던 950억원을 전액 상환했다.

내부자금 300억원과 건물담보의 단기차입금 등을 통해서다. 차입을 위해 필요했던 SPC의 설립 의미가 사라지자 SPC(약진홀딩스)와 사업회사(약진통상)를 합병했다. 

기업공개 추진 당시 칼라일이 앞선 리캡과 배당 등을 통해 회수한 자금은 이미 이 시점에 1000억원 정도였다고 알려졌다. 원금을 웃도는 금액을 회수한 것으로 보이지만 7년의 투자 기간을 감안하면 내부수익률(IRR)은 미미해 보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비슷한 시기 상장을 추진했던 의류 OEM업체인 호전실업이 희망 공모가를 대폭 낮추는 등 IPO 시장 분위기가 악화되면서 약진통상의 상장은 흐지부지됐다. 

2015년 매각과 2016년 IPO 시도가 무산된 후 칼라일은 2017년 9월 리파이낸싱에 나선다. 리캡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750억원 규모다. 이를 통해 단기차입금 중 일부를 상환하고 배당재원으로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칼라일은 2018년부터 약진통상 매각을 다시 추진했다. 주로 재무적투자자(FI) 위주로 매물을 태핑했다고 알려진다. 패션 산업의 판도변화로 의류 OEM 업체들의 실적이 지지부진한 상태라는 것을 감안해 프라이빗 딜로 작업을 추진해왔으나 이렇다할만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칼라일 사실상 빈손으로 7년 만에 퇴장
실적 악화에 쌓이는 빚…재정에 빨간불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매각을 추진하며 칼라일은 딜의 종결성에 보다 방점을 뒀다. 이미 배당과 리캡 등 파이낸싱을 통해 원금 이상을 회수한 이상 더이상 지지부진하게 자산을 갖고 있기보다는 빠른 매각을 통한 자본회수가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제이에스코퍼레이션에 인수된 약진통상의 현재 사정은 어떨까? 약진통상은 칼라일에 피인수된 7년간 매출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홀딩컴퍼니와의 합병으로 인해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말 4330억원 수준이었던 약진통상 매출액은 지난해 5864억원을 기록하면서 7년 전에 비해 35% 가까이 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17억원에서 107억원으로 3분의 1로 줄었다.

매출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매출 원가 상승 영향이 컸다. 판관비는 300억원 중후반대가 유지됐으나 매출에서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영업이익 악화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2014년 84% 수준이었던 약진통상 매출원가율은 매년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최근에는 90%를 웃돌고 있는 상태다.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납품가에 전가시키지 못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칼라일이 단행한 약진홀딩스와 약진통상의 합병은 약진통상의 재무구조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2014년 약진통상이 보유한 장기금융상품과 지분법자산 매각을 통해 322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칼라일은 인수금융 274억원을 상환했다.

이후 2015년에는 다시 리파이낸싱 규모를 850억원(한도대출 38억원 미포함)으로 늘렸고, 2016년에 지주사인 약진홀딩스와 사업회사인 약진통상을 합병시켰다.

이로 인해 칼라일 인수 전 무차입 기조를 유지했던 약진통상은 2016년 들어 차입금이 1000억원 가까이 급증했고 지난해 말 1410원까지 치솟았다. 차입금 규모가 커지면서 차입금의존도는 2015년 14.2%에서 2016년 53%로 뛰어 오른 뒤 50%대를 유지했다.

차입금의존도는 통상 3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차입금의 증가가 부채비율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2016년 약진통상의 총자산(총자본+총부채)은 1795억원으로 2015년(1973억원) 대비 1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총자본은 800억원 가까이 줄어든 385억원에 머물렀다. 이후 2017년 525억원, 2018년 451억원, 2019년 536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541억원을 기록했다.


차츰 회복세에 있긴 하지만 2015년(1190억원)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는 수치다. 

이에 비해 총부채는 2016년 1410억원으로 2015년(783억원)대비 44.4% 증가했다. 2017년 1723억원, 2018년 1610억원, 2019년 2036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 2259억원까지 치솟았다. 

부채의 증가와 자본의 감소로 2015년까지만 해도 65.8%로 양호한 수준을 보이던 부채비율은 2016년 366.3%로 증가한 뒤 2019년까지 300%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417.5%까지 기록했다. 통상 부채비율은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다만 업계 내에서는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의 약진통상 인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교보증권은 제이에스코퍼레이션에 대해 “약진통상의 인수로 기업가치의 상승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의 핸드백부문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3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지난해 코로나19로 주문이 감소했으나, 올해 상반기 주문량은 1억달러 이상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의류 부문은 약진통상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올해 전년 대비 15~20%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미국 의류 소비의 회복에 따른 매출을 흡수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정 연구원은 “올해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의 매출액은 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가 성장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베트남 의류 공장 화재 등으로 인한 원가 부담 요인이 해소되고, 약진통상 인수로 경상비 20~30% 절감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살아나나?

제이에스코퍼레이션도 약진통상 살리기에 힘을 실은 듯 보인다.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은 약진통상이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228억원에 대해서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채무보증 금액은 자기자본(1569억원) 대비 14.53% 수준이며, 보증 기간은 오는 10월14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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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