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3수’ 드디어 팔린 약진통상의 미래

주인 바뀌어도…날개 없는 추락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올드네이비, 갭, 바나나리퍼블릭, 노드스트롬, 월마트 등 글로벌 브랜드 ODM 기업 약진통상이 새 주인을 찾았다. 하지만 7년 전 업계에서 확고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던 때와는 회사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감소했고 차입금과 부채는 늘었다. 과연 이번 인수로 인해 약진통상의 추락은 멈출 수 있을까.

지난해 8월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이 약진통상을 제이에스코퍼레이션에 매각했다. 약진통상은 1978년 설립된 글로벌 의류 제조 수출기업이다. 올드네이비, 갭, 바나나리퍼블릭, 노드스트롬, 월마트 등 글로벌 브랜드에 ODM 및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한다. 지난해 매출은 약 5560억원으로,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아이티 등에도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손해 보고…

당시 매각 금액은 100%를 지분 기준으로 143억원에 불과했다. 약진통상의 경우 칼라일이 70%, 조영태 회장 및 일가가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70%의 지분을 보유한 칼라일 입장에서는 100억원 정도의 현금을 얻게 됐다. 

하지만 단순히 매각금액만 놓고 봤을 때 7년간 보유했던 자산의 성과로 보기엔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었다. 그동안 홀딩컴퍼니의 자본재조정(리캡)과 배당 등을 통해 중간 회수 자금을 감안하면 투자 원금 정도는 건진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전체 투자기간을 고려하면 성과가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칼라일은 지난 2013년 12월 그로쓰캐피탈 펀드를 통해 조 회장과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약진통상의 지분 100%를 사들였다. 매입가는 2050억원 정도로 이 중 44%인 9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충당했고 실제 칼라일이 투자한 자금은 805억원이었다.

창업주인 조 회장 일가도 345억원을 재투자해 30%의 지분을 확보했다.

칼라일은 약진홀딩스라는 홀드컴퍼니(SPC)를 세워 약진통상 투자를 단행했다. 최초 인수금융 또한 약진홀딩스를 차주로 이뤄졌다. 칼라일은 인수후 1년간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약진통상 수익과 유보 현금 등을 끌어올려 600억원 이상의 대출금을 조기 상환했다.

이후 2015년 칼라일은 약진홀딩스를 차주로 리캡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텀론 850억원과 한도대출(RCF) 100억원 등 950억원 규모의 차입을 일으켰다. 차입으로 조달한 자금 중 최초 인수금융 잔액을 차환한 후 남은 금액은 배당재원으로 활용했다.

당시 배당 재원이 570억원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칼라일은 약진통상 인수 후 1년여 만에 펀드 출자금의 절반 이상을 이미 회수한 셈이다.

인수 후 2년이 채 되지 않은 2015년 하반기 칼라일은 자금회수를 위해 JP모간을 주관사로 삼아 첫 번째 매각을 추진했다. 당시 매각 작업은 프라이빗딜 형식으로 이뤄지면서 국내 전략적투자자(SI) 등을 접촉했으나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고 무산됐다.

당시 매도자 희망가격은 3000억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인 2016년 칼라일은 약진통상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상장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와 대신증권을 선정하기도 했다. IPO를 추진하며 칼라일은 기존 인수금융 잔액이었던 950억원을 전액 상환했다.

내부자금 300억원과 건물담보의 단기차입금 등을 통해서다. 차입을 위해 필요했던 SPC의 설립 의미가 사라지자 SPC(약진홀딩스)와 사업회사(약진통상)를 합병했다. 

기업공개 추진 당시 칼라일이 앞선 리캡과 배당 등을 통해 회수한 자금은 이미 이 시점에 1000억원 정도였다고 알려졌다. 원금을 웃도는 금액을 회수한 것으로 보이지만 7년의 투자 기간을 감안하면 내부수익률(IRR)은 미미해 보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비슷한 시기 상장을 추진했던 의류 OEM업체인 호전실업이 희망 공모가를 대폭 낮추는 등 IPO 시장 분위기가 악화되면서 약진통상의 상장은 흐지부지됐다. 

2015년 매각과 2016년 IPO 시도가 무산된 후 칼라일은 2017년 9월 리파이낸싱에 나선다. 리캡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750억원 규모다. 이를 통해 단기차입금 중 일부를 상환하고 배당재원으로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칼라일은 2018년부터 약진통상 매각을 다시 추진했다. 주로 재무적투자자(FI) 위주로 매물을 태핑했다고 알려진다. 패션 산업의 판도변화로 의류 OEM 업체들의 실적이 지지부진한 상태라는 것을 감안해 프라이빗 딜로 작업을 추진해왔으나 이렇다할만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칼라일 사실상 빈손으로 7년 만에 퇴장
실적 악화에 쌓이는 빚…재정에 빨간불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매각을 추진하며 칼라일은 딜의 종결성에 보다 방점을 뒀다. 이미 배당과 리캡 등 파이낸싱을 통해 원금 이상을 회수한 이상 더이상 지지부진하게 자산을 갖고 있기보다는 빠른 매각을 통한 자본회수가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제이에스코퍼레이션에 인수된 약진통상의 현재 사정은 어떨까? 약진통상은 칼라일에 피인수된 7년간 매출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홀딩컴퍼니와의 합병으로 인해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말 4330억원 수준이었던 약진통상 매출액은 지난해 5864억원을 기록하면서 7년 전에 비해 35% 가까이 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17억원에서 107억원으로 3분의 1로 줄었다.

매출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매출 원가 상승 영향이 컸다. 판관비는 300억원 중후반대가 유지됐으나 매출에서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영업이익 악화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2014년 84% 수준이었던 약진통상 매출원가율은 매년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최근에는 90%를 웃돌고 있는 상태다.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납품가에 전가시키지 못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칼라일이 단행한 약진홀딩스와 약진통상의 합병은 약진통상의 재무구조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2014년 약진통상이 보유한 장기금융상품과 지분법자산 매각을 통해 322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칼라일은 인수금융 274억원을 상환했다.

이후 2015년에는 다시 리파이낸싱 규모를 850억원(한도대출 38억원 미포함)으로 늘렸고, 2016년에 지주사인 약진홀딩스와 사업회사인 약진통상을 합병시켰다.

이로 인해 칼라일 인수 전 무차입 기조를 유지했던 약진통상은 2016년 들어 차입금이 1000억원 가까이 급증했고 지난해 말 1410원까지 치솟았다. 차입금 규모가 커지면서 차입금의존도는 2015년 14.2%에서 2016년 53%로 뛰어 오른 뒤 50%대를 유지했다.

차입금의존도는 통상 3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차입금의 증가가 부채비율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2016년 약진통상의 총자산(총자본+총부채)은 1795억원으로 2015년(1973억원) 대비 1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총자본은 800억원 가까이 줄어든 385억원에 머물렀다. 이후 2017년 525억원, 2018년 451억원, 2019년 536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541억원을 기록했다.


차츰 회복세에 있긴 하지만 2015년(1190억원)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는 수치다. 

이에 비해 총부채는 2016년 1410억원으로 2015년(783억원)대비 44.4% 증가했다. 2017년 1723억원, 2018년 1610억원, 2019년 2036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 2259억원까지 치솟았다. 

부채의 증가와 자본의 감소로 2015년까지만 해도 65.8%로 양호한 수준을 보이던 부채비율은 2016년 366.3%로 증가한 뒤 2019년까지 300%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417.5%까지 기록했다. 통상 부채비율은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다만 업계 내에서는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의 약진통상 인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교보증권은 제이에스코퍼레이션에 대해 “약진통상의 인수로 기업가치의 상승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의 핸드백부문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3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지난해 코로나19로 주문이 감소했으나, 올해 상반기 주문량은 1억달러 이상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의류 부문은 약진통상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올해 전년 대비 15~20%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미국 의류 소비의 회복에 따른 매출을 흡수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정 연구원은 “올해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의 매출액은 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가 성장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베트남 의류 공장 화재 등으로 인한 원가 부담 요인이 해소되고, 약진통상 인수로 경상비 20~30% 절감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살아나나?

제이에스코퍼레이션도 약진통상 살리기에 힘을 실은 듯 보인다.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은 약진통상이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228억원에 대해서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채무보증 금액은 자기자본(1569억원) 대비 14.53% 수준이며, 보증 기간은 오는 10월14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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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