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이야기를 해보자. 가끔 주변에서 선거일이 다가오면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 이유를 물으면 대답은 한결같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기에 투표행위가 아무런 의미를 주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러면 그들에게 선거권은 국민의 권리이니 반드시 투표에 참여하라고 종용한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이곤 했는데, 과거와 현재의 양상이 사뭇 다르다.
지난 시절에는 그들에게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하라고 종용했는데, 이 시점에는 최악을 피하기 위해 투표에 참여하라는 요구를 하곤 한다.
물론 필자 역시 최악을 피하고자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고 있으나 선거 결과를 살피면 필자의 시각으로는 최악이 당선되는 사례를 종종 접했다.
필자의 정치판에서의 경험 그리고 이제는 사심에서 벗어난 문학인의 입장에서 살필 때 가당치 않은 인물들이 분수에 넘치는 영예를 누리곤 했다.
각설하고, 최근 박형준 부산시장이 이건희 미술관 건립과 관련해 부산에 유치하기를 희망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건희 미술관, 부산에 오면 빛나는 명소가 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 글 중 일부 인용한다.
박 시장은 “역시 서울에 있으면 지방이 보이지 않는가 봅니다. 안 그래도 서울공화국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 문화의 서울 집중도가 극심한 상황에서 또 서울이라니요. 수도권에는 삼성의 리움미술관도 있고 경기도의 호암미술관이 있습니다”라며 “특히 부산은 국제관광도시로 지정돼있고 안 그래도 북항 등 새로운 문화 메카 지역에 세계적인 미술관을 유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도권에 있으면 여러 미술관 중 하나가 되지만 부산에 오면 누구든 꼭 가봐야 하는 명소가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학창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인 부산은 지방이고 경기도 용인은 수도권이라는, 서울 사람들이 지방을 폄훼한다는, 국제관광도시인 부산에 세계적 미술관을 유치할 계획인데 이건희 미술관이 부산에 있으면 명소가 될 것이라는 위의 주장은 참으로 가당치 않다.
문득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전 총재가 1995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상도 사람들이 충청도 사람들은 ‘핫바지’라고 그럽디다. 그러니까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입 다물고 있는 사람들, 이런 뜻으로 그 사람들이 우리를 평한 겁니다”라고 언급한 ‘충청도 핫바지론‘이 떠오른다.
지역주의를 선거전에 이용한 경우로 해당 발언이 기폭제가 돼 자유민주연합은 대전과 충청은 물론 강원도지사까지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후일 DJP(김대중, 김종필) 연합 정권이 탄생하는데, 박 시장이 내년에 실시되는 지방선거에 지역주의를 교묘하게 이용하려는 술책으로 풀이된다.
그래서 가당치 않다고 언급했는데 그보다 더 가당치 않은 대목이 있다. 미술관이 명소가 될 것이라는 언급에 대해서다.
이와 관련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께 물어보자. 지금까지 살면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미술관을 찾았던 적이 있느냐고.
필자도 그렇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그런 경우가 없다고 판단한다. 미술 영역은 여타의 예술이 지니고 있는 대중성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철저한 그들만의 리그라 표현함이 적절할 정도다.
그런데 박 시장은 부산에 세계적 미술관을 유치하겠다며, 미술관에 목을 매달고 있다. 이 대목에서 부산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아울러 그런 주장은 박 시장의 머리에서 나온 게 아닌, 화랑을 경영한다는 그의 아내의 작품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일어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