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수> 쟁골마을 이웃전쟁 로얄패밀리 반격 소장 공개

냉기 감도는 강남 대모산 자락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서울 강남구 일대에 위치한 부촌 쟁골마을 주민들의 갑질 논란이 한창이다. 충격적인 사실은 전직 장관 댁과 중견기업 회장 댁이 앞장서 갖은 횡포를 부렸다는 것. <일요시사>는 이들에게 돌아간 공사방해금지 청구 소장을 단독 입수했다.

노무현정부의 정보통신부 J 전 장관과 수산그룹 C 회장 가족들이 공사방해금지 청구 소송에 휘말렸다. 건물 신축 공사를 막지 말라는 게 해당 소의 취지다. 최근 한 언론 보도로 인해 공사를 방해한 불특정 다수가 이들인 것으로 드러나자, 변호인 측은 신원미상이었던 소송 당사자를 이들로 정정했다.

한적한 마을
고위직 갑질?

해당 공사는 서울 강남 대모산 자락에 위치한 쟁골마을에서 진행 중이다. 도심과 자연의 정취를 누릴 수 있는 서울 내 보기 드문 지역으로 시세는 20억원대 후반에 형성돼있다. 총 50여채의 주택으로 이뤄진 작은 마을에 사회 각계각층의 고위직 인사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은 이렇다. 30년 전 쟁골마을 부지를 매입한 노씨 가족은 노후를 보낼 주택 마련을 위해 2019년 건물 신축 공사를 시작했다. 40평짜리 땅에 20평대 주택을 짓고자 했다.

그러자 쟁골마을 주민들은 “우리 마을엔 최소 100여평 대지에 60~90평 건물이 대부분인데 겨우 40평도 안 되는 땅에 건축하겠다니 어이없는 무임승차”라고 주장했다. 최고급 주택지의 재산적 가치의 하락을 우려하는 지역 이기주의적 입장도 함께 내세웠다.


공사방해는 실체 미상의 쟁골마을운영위원회(이하 마을운영위)를 주축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공사 현장 진입로를 수십대의 차량을 동원해 막았다. 공사 철근을 밟거나, 공사 차량을 몸으로 막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노씨의 남편이 마을위원장 H씨의 후진 차량에 부딪히는 사고도 발생했다.

인부들은 결국 100kg에 달하는 철근을 산길로 우회해 오르는 방법을 택했지만, 이 산길마저 막혀 버렸다. 노씨는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갔지만, 이웃이 될 사이기에 참아야 했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전 장관·그룹 회장 가족 상대
공사방해금지 청구 소송 제기

노씨는 공사를 방해하는 주민들과 각종 소송전을 벌였다. 방해물 제거 및 통행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2019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하지만 공사를 막는 이들의 신분을 확인할 길이 없어 소송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방해 차량 조회에만 몇 달이 걸리는 지경이었다.

지난한 소송에 지친 노씨는 3개월이 지난 12월에 소송을 취하했다.

어떤 이유에선지 경찰마저 무력했다. 노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에게 “현행범을 체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이들의 신원 파악도 하지 않았다.

결국 노씨는 지난해 8월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노씨의 변호인 측은 어쩔 수 없이 피고 당사자를 ‘성명불상자 다수’로 두고 소송을 진행했다. 피고인이 특정되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수사당국 협조 없이는 어려운 일이었다.


주민들의 횡포가 계속되자, 지난해 9월 노씨는 진입로를 막고 있는 주민을 업무방해로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후 수서경찰서는 수사중지 처분을 내렸다. 공사업무를 위력으로 방해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사진만으로 피의자의 인상착의를 정확히 특정하기 어렵다는 게 수사당국의 주장이었다.

지난 4월 노씨는 공사를 막던 이들이 전직 장관 댁과 중견 기업 회장 댁이라는 사실을  MBC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됐다. 이들은 현장에 자주 나와 적극적으로 공사를 막았던 인물들이었다. 

특히 J 전 장관의 아내 K씨는 현장에 자주 나와 악질적인 행패를 부렸다. 공사를 진행하는 노씨를 향해 인신공격 등을 일삼고, 인부들을 몸으로 막는 행위에도 서슴없었다. 공사 진입로를 막는 데 이들의 회사차량까지 동원된 사실까지 확인됐다.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무능한 경찰
무기한 연기

노씨는 “장관 아내라는 사실을 듣고 믿지 못할 정도였다”며 그의 언행을 회상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하는 한국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의 ‘몰상식함’이라는 세간의 비판도 들끓었다.

충격적인 대목은 마을위원장 H씨와 K씨가 공사를 진행하는 노씨 가족의 신상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K씨는 공사 현장에서 노씨 가족들을 일일이 지목하며, 남편의 학력과 직업까지 모두 외우고 있었다. K씨의 남편은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던 고위직 인사다. 노씨로서는 당연히 공포감이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MBC 보도 이후 노씨 변호인 측은 공사방해금지 소송의 당사자 표시 정정 신청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성명불상자’로만 남았던 이들의 신분이 특정됐기 때문이다. 전 장관 J씨와 아내 K씨, J씨의 자녀들, 수산그룹 회장 C씨와 그의 아내 A씨가 포함됐다.

제기된 소에 따르면 마을위원회는 노씨 가족과 공사 계약을 맺었던 구씨로부터 유치권을 일임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유치권 행사의 일환으로 주민들의 건물 점유는 정당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노씨는 구씨에게 공사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을 7200만원을 모두 지급했다.

오히려 주민들의 공사방해 행위로 구씨가 현장을 떠나는 바람에 건물이 완공되지 못한 상태다.

노씨는 이들에게 공사를 재개해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구씨는 그대로 잠적해버렸다. 따라서 구씨는 물론이고 주민들에게도 공사와 관련된 유치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노씨 변호인 측의 주장이다.

주민들은 왜 이렇게까지 할까. 이는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서를 보면 알 수 있다. 신청인은 J 전 장관 아내 K씨와 수산 그룹 회장 아내 A씨다. 노씨가 지으려는 대지 바로 맞은 편에는 이들의 대저택이 자리 잡고 있다.

12억이나
기부채납?


<일요시사>가 입수한 신청서에 따르면 K씨와 A씨는 이들의 저택은 ‘정남쪽 방향이 대모산 산자락을 향할 수 있도록 대지가 조성돼, 풍수학적으로나 실질적인 채광으로 볼 때에도 쟁골마을 으뜸’이라며 ‘다른 대지보다 수억원 이상의 프리미엄을 주고 이들이 이 대지를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K씨와 A씨는 대모산 자락 아랫부분을 남향으로 바라보도록 집을 설계 및 신축했고, 통유리 베란다에 테라스까지 설치했다. 쟁골마을이 개발제한구역이어서 주변에 어떤 건축물도 들어설 수 없다는 기대감으로 집을 설계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노씨의 건물이 완공되면 이들이 대모산 자락을 바라볼 수 없어 ‘참을 수 없는 조망의 피해’와 ‘사생활 침해’로 인해 ‘압박감 및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고도 적었다.

반면 노씨는 보유한 땅에 정당하게 건축 허가된 땅인데 무엇이 문제냐는 입장이다. 노씨 아버지는 30년 전 해당 일대를 매입했다. 2017년 노씨는 구청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구청은 신축이 가능하지만 1986년 건축물이 멸실될 때 이축(건물 따위를 옮겨 짓거나 세움)이 이뤄졌다고 보고 허가를 반려했다.

개발제한구역법에 따라 건물을 철거하고 다른 곳에 이축하면 기존 토지에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행정심판에서도 허가가 기각되자 노씨는 행정소송을 냈고 결국 승소했다. 이를 토대로 2018년 건축허가를 재신청했고, 이듬해 강남구청이 건축을 허가했다. 법원의 판결을 구청이 따른 것이다.


신축 막는 불특정다수로 표기
신원 미상서 당사자로 정정

하지만 주민들은 노씨와 구청 사이의 커넥션을 의심했다. 불법 허가라는 이유로 용역 직원까지 동원해 공사를 중단시켰다. 강남구청 관계자들은 “주민들이 근거 없이 구청 공무원을 신고해 애꿎은 피해를 봤다”고 입장을 전했다.

지난해 마을위원회가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건축허가처분취소는 각하 판결이 났다. 노씨가 제기한 공사방해금지가처분은 인용됐다. 하지만 주민들의 횡포가 계속되면서, 노씨의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주민들은 노씨 가족들에게 입주하려면 12억5000만원을 기부채납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주민들이 지구 형성 당시 법에 따라 기부채납을 했고, 도로와 상수도 등의 인프라를 갖췄으므로 신축 건축주도 똑같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쟁골마을을 위해 과거 기부채납했던 이들은 일대를 다 떠났다. 원주민은 10여채 언저리인 상황. 심지어 J 전 장관 역시 2017년에 새로 들어와 건물을 신축하면서 기부채납은 하지 않았다.

노씨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일반 시민이 12억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것이다. 노씨는 공사 불발로 하루에 2000만원가량 손해를 봤다. 토지를 담보로 공사대금을 대출받아 이자까지 매달 꼬박꼬박 나가고 있다.

민사 승소로 배상을 받는다 해도 피해액의 일부일 뿐이다.

노씨 변호인 측은 “공사를 막는 이들에 대한 형사고소도 진행되고 있다. 건물을 못 짓게 하면서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것은 업무방해, 기부채납을 강요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 공동강요, 공동공갈 범죄에 저촉될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이와 관련해 마을위원장 H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공사방해는 정당하다고 생각해서 한 것이다.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구씨로부터 유치권을 위임받았고, 구씨와 연락이 되고 있다. 노씨 개인정보는 뒤를 캐서 알게 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J 전 장관의 소 제기와 관련해선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재판 과정에서 다 밝히겠다”고 전했다. C 회장 회사 측은 “회장님 개인적 사정이어서 답을 드릴 수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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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