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쩐의 전쟁' 울고싶은 속사정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9.04 1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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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헌금' 준 사람 있는데 받은 사람 없다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새누리당 공천헌금 비리 사건에 비난 일색이던 민주당의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민주당은 공천헌금 수사 제대로 하랄 땐 언제고 이제 와 억울하다고 난리다. 저축은행 관련 사건으로 검찰의 문턱을 드나들던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도 또다시 벼랑 끝에 섰다. 수십억 원의 돈뭉치 때문에 민주당은 지금 총성 없는 전쟁터로 내몰릴 처지에 있다.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는 정치판 '쩐의 전쟁'. 끝까지 살아남을 주인공이 누구일지 숨 막히는 추격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의 공천헌금 비리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이다. 민주통합당의 공천헌금 사건이 터져 국민의 허탈감과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달 28일 '라디오21' 전 대표 양경숙(51·여)씨를 구속했다. 지난 4·11 총선 때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명목으로 수십억 원의 투자를 약속받은 혐의로 양씨는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친노까지 '휘청'

양씨는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연초 3개월간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을 약속하고 3인에게 수십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들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실시하고 "공천을 빌미로 거액의 돈거래가 있었다는 범죄혐의 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씨가 이들과 박 원내대표의 만남을 주선했으며 민주당의 비례대표 명단이 발표되기 직전 수백만원씩의 정치후원금을 내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검찰의 발표 때문에 그 진위 여부를 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검찰이 이 후원금이 비례대표 공천을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양씨 등을 상대로 후원금을 낸 이유에 대해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 원내대표 측은 "공식 후원을 받은 것 외에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공천헌금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또한 "올해 초 500만 원씩의 후원금이 들어온 것도 맞다"며 "공천을 약속하거나 이를 대가로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등의 말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이 돈이 민주당 측 인사에게 전달된 정황이 있는지 검찰이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나서면서 민주당 지도부가 방어막을 치며 거세게 일어났다.

민주통합당은 지난달 29일 양씨가 수십억 원을 수수한 것을 두고 "개인사기 사건일 뿐 민주당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새누리당 4·11 총선 공천헌금 사건의 축소·은폐를 시도하고 있다"며 검찰수사에 대해 표적수사라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추미애 최고위원은 "검찰이 계좌의 돈 흐름을 보면 얼마든지 공천헌금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며 "연인 언론에 속보식으로 흘리는 것은 정권교체 방해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양 "홍보투자"…검 "공천로비"
"새누리 덮으려 민주당 옭아맨다"
"적은 검찰이 아니라 당내 지도부"


강기정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의 경우 현영희 의원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양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당사자들은 비례대표 심사 서류에서 떨어졌다.

양씨는 하다못해 공천심사위원도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부당한 검찰수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전략홍보본부장이었던 우상호 최고위원은 "이들 간 금전거래가 특정 사업 이권과 관련된 것을 검찰이 알면서도 정치인과 친분 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민주당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흘리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양씨에게 들어간 돈뭉치 때문에 검찰이 민주당을 수사 선상에 올려놓은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양씨가 친노 매체인 '라디오 21'의 전 대표로 민주당과의 연관성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또한 양씨가 구속된 3명으로부터 받은 돈뭉치를 모두 '문화네트워크'라는 이름의 사단법인에 수차례 송금한 것도 민주당이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문화네트워크는 '라디오 21'의 운영주체로 2004년 설립됐으며 이후 양씨와 친노 핵심 인사 두 명이 이사로 참여했다. 이곳에 양씨가 총 32억8000만원을 수 차례에 걸쳐 입금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돼 공천헌금 의혹을 사게 된 것이다.

이로써 검찰이 공천헌금이 유입된 몸통을 찾기 위해 수사대상을 친노세력에까지 확대한다면 이는 대선에도 영향을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번 검찰의 수사가 민주당의 지도부를 일거에 타진할 '용의 비늘'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실제로 검찰이 양씨 계좌에 돈이 입금된 직후 수백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뭉칫돈이 일부 친노 인사에게 송금됐다고 적혀 있는 거래내역을 10여 건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민주당 대선행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논란이 거세지는 와중에 검찰은 구속된 양씨에게서 박 원내대표 명의의 휴대전화 메시지와 이메일을 확보했다. 문자의 내용은 박 원내대표가 '(비례대표가 될 것이니) 안심하라'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즉각 반발하며 박 원내대표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며 상황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졌다.

우원석 민주당 원내대편인은 검찰이 확보한 문자에 대해 "이 문자 메시지를 보낸 시간은 2012년 2월9일 14시36분"이라며 "이 시간에 박 원내대표는 광주에서 김포로 가는 항공기에 탑승 중이었다"고 반박했다.


오후 2시에 박 원내대표는 비행 중이기 때문에 통화가 문자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어 그는 "필요하다면 당시 항공편 탑승기록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뭉칫돈 연루 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민주당이 연일 검찰에 대해 '표적수사'라고 볼멘소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조심스럽게 박 원내대표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도 있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공천헌금 여부가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은 지금 반성을 해야 한다. 가장 큰 적은 항상 내부에 있는 법이다.

"지도부 쇄신 필요"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당내 기득권 세력을 청산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누가 박 원내대표의 목에 방울을 달 수 있단 말인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이 점에서 확실하다.

문제가 있으면 바로 꼬리를 자르지만, 민주당은 대충 넘어가고 매번 감싸 안기 급급하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 원내대표가 자진해서 물러나야 민주당이 국민에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굳어진 당내 지도부가 이 문제를 도려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하며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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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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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