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새누리당 공천헌금 비리 사건에 비난 일색이던 민주당의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민주당은 공천헌금 수사 제대로 하랄 땐 언제고 이제 와 억울하다고 난리다. 저축은행 관련 사건으로 검찰의 문턱을 드나들던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도 또다시 벼랑 끝에 섰다. 수십억 원의 돈뭉치 때문에 민주당은 지금 총성 없는 전쟁터로 내몰릴 처지에 있다.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는 정치판 '쩐의 전쟁'. 끝까지 살아남을 주인공이 누구일지 숨 막히는 추격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의 공천헌금 비리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이다. 민주통합당의 공천헌금 사건이 터져 국민의 허탈감과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달 28일 '라디오21' 전 대표 양경숙(51·여)씨를 구속했다. 지난 4·11 총선 때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명목으로 수십억 원의 투자를 약속받은 혐의로 양씨는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친노까지 '휘청'
양씨는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연초 3개월간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을 약속하고 3인에게 수십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들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실시하고 "공천을 빌미로 거액의 돈거래가 있었다는 범죄혐의 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씨가 이들과 박 원내대표의 만남을 주선했으며 민주당의 비례대표 명단이 발표되기 직전 수백만원씩의 정치후원금을 내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검찰의 발표 때문에 그 진위 여부를 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검찰이 이 후원금이 비례대표 공천을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양씨 등을 상대로 후원금을 낸 이유에 대해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 원내대표 측은 "공식 후원을 받은 것 외에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공천헌금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또한 "올해 초 500만 원씩의 후원금이 들어온 것도 맞다"며 "공천을 약속하거나 이를 대가로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등의 말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이 돈이 민주당 측 인사에게 전달된 정황이 있는지 검찰이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나서면서 민주당 지도부가 방어막을 치며 거세게 일어났다.
민주통합당은 지난달 29일 양씨가 수십억 원을 수수한 것을 두고 "개인사기 사건일 뿐 민주당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새누리당 4·11 총선 공천헌금 사건의 축소·은폐를 시도하고 있다"며 검찰수사에 대해 표적수사라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추미애 최고위원은 "검찰이 계좌의 돈 흐름을 보면 얼마든지 공천헌금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며 "연인 언론에 속보식으로 흘리는 것은 정권교체 방해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양 "홍보투자"…검 "공천로비"
"새누리 덮으려 민주당 옭아맨다"
"적은 검찰이 아니라 당내 지도부"
강기정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의 경우 현영희 의원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양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당사자들은 비례대표 심사 서류에서 떨어졌다.
양씨는 하다못해 공천심사위원도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부당한 검찰수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전략홍보본부장이었던 우상호 최고위원은 "이들 간 금전거래가 특정 사업 이권과 관련된 것을 검찰이 알면서도 정치인과 친분 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민주당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흘리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양씨에게 들어간 돈뭉치 때문에 검찰이 민주당을 수사 선상에 올려놓은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양씨가 친노 매체인 '라디오 21'의 전 대표로 민주당과의 연관성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또한 양씨가 구속된 3명으로부터 받은 돈뭉치를 모두 '문화네트워크'라는 이름의 사단법인에 수차례 송금한 것도 민주당이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문화네트워크는 '라디오 21'의 운영주체로 2004년 설립됐으며 이후 양씨와 친노 핵심 인사 두 명이 이사로 참여했다. 이곳에 양씨가 총 32억8000만원을 수 차례에 걸쳐 입금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돼 공천헌금 의혹을 사게 된 것이다.
이로써 검찰이 공천헌금이 유입된 몸통을 찾기 위해 수사대상을 친노세력에까지 확대한다면 이는 대선에도 영향을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번 검찰의 수사가 민주당의 지도부를 일거에 타진할 '용의 비늘'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실제로 검찰이 양씨 계좌에 돈이 입금된 직후 수백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뭉칫돈이 일부 친노 인사에게 송금됐다고 적혀 있는 거래내역을 10여 건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민주당 대선행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논란이 거세지는 와중에 검찰은 구속된 양씨에게서 박 원내대표 명의의 휴대전화 메시지와 이메일을 확보했다. 문자의 내용은 박 원내대표가 '(비례대표가 될 것이니) 안심하라'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즉각 반발하며 박 원내대표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며 상황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졌다.
우원석 민주당 원내대편인은 검찰이 확보한 문자에 대해 "이 문자 메시지를 보낸 시간은 2012년 2월9일 14시36분"이라며 "이 시간에 박 원내대표는 광주에서 김포로 가는 항공기에 탑승 중이었다"고 반박했다.
오후 2시에 박 원내대표는 비행 중이기 때문에 통화가 문자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어 그는 "필요하다면 당시 항공편 탑승기록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뭉칫돈 연루 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민주당이 연일 검찰에 대해 '표적수사'라고 볼멘소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조심스럽게 박 원내대표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도 있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공천헌금 여부가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은 지금 반성을 해야 한다. 가장 큰 적은 항상 내부에 있는 법이다.
"지도부 쇄신 필요"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당내 기득권 세력을 청산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누가 박 원내대표의 목에 방울을 달 수 있단 말인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이 점에서 확실하다.
문제가 있으면 바로 꼬리를 자르지만, 민주당은 대충 넘어가고 매번 감싸 안기 급급하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 원내대표가 자진해서 물러나야 민주당이 국민에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굳어진 당내 지도부가 이 문제를 도려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하며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