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케이팝 시장이 커짐에 따라 많은 사람이 음악에 뛰어들고 있고, 작가 지망생의 꿈을 이뤄주겠다며 작사 학원들도 생겼다. 그러나 한 작사 학원에서 지망생이 작사한 곡을 무단으로 수정해 대형 기획사에 보내거나 폭언 등의 행위를 했다는 의혹도 있다.
최근 트위터에는 ‘익명의 케이팝작사가 대리인(이하= 대리인)’이라는 계정으로 케이팝 작사가의 현실을 폭로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글 작성자는 “작사한 곡에 대해 창작물이 제대로 인정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케이팝 작사가는 작사를 하고 있지만, 본업이 따로 있다”고 내용을 남기며 작사가의 현실과 받았던 부당함에 대해 고발한다는 글을 공론화시켰다.
협력? 갑질?
대리인은 학원비, 저작권, 참여과정, 가스라이팅 4가지 부분에서 부당한 부분이 있다고 폭로했다. 우선, 학원을 통하지 않으면 작사가로 데뷔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들 이야기한다.
작사가를 꿈꾸는 대부분의 지망생들이 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한다. 학원비는 학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30만원에서 40만원 정도 선이다.
그러나 학원비는 현금으로 이체해야 하며 현금영수증을 발급 받지 못했다고 한다. 중간에 학원을 나가거나 쉬게 되면 환불이 되지 않고, 교육비가 이월 된다고 전해진다.
학원을 다니는 중 3개월, 7개월, 18개월 때 보통 데모 곡을 주는데, 2달 이상 휴강 시 모든 자격을 박탈하고 다시 첫 달차로 돌려보내 어쩔 수 없이 수강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해당 폭로가 논란이 되자, 학원 측은 현금영수증을 발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해당 학원에 다녔던 한 수강생은 현금영수증은 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카드 결제는 되지 않는다고 전달 받았다고 밝혔다.
저작권과 관련해서도 대리인 측과 학원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참여한 곡의 저작권은 일반적으로 학원에서 정한 참여 비중에 따라 지분이 나뉘고, 일정 수 이상의 곡을 작사 하면 퍼블리싱 계약을 맺는다.
‘본업 따로’ 케이팝 작사가
현실·부당함 고발글 주목
하지만 대리인에 따르면 학원 측은 이러한 설명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 또한 음반 해외 복제권 역시 학원에서 모두 가져간다고 한다. 외국 공연료는 들어오지만 앨범복제 비용은 들어오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의혹을 받는 학원에서는 이 같은 상황 역시 설명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 밖에도 단독 작사가로 올라가는 대신 학원에서 저작권료를 대부분 가져가거나 학원 대표가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작사가로 올라갔다고 밝혔다.
대형 기획사에서 데모 곡을 받아 학원 대표가 작사비를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학원이 사과했다. 학원 측에서 기획사에 받았던 작사비를 해당 수강생들에게 지급했다고 한다.
학원 측은 수강생이 단독으로 작사한 곡에 대해서는 100% 지분을 보유한다고 설명했다. 공동 작업의 경우 대표를 포함해 모든 작사가가 참여도에 따라 지분을 나누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대리인 측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해 최근 발매한 곡 순서대로 10여곡 정도 수강생의 초안과 최종 확인된 가사를 비교해 어느 정도 참여했는지 확인하는 자리도 가졌다고 전해진다.
의혹을 받고 있는 학원은 “대부분 작사 학원이 기획사, 소속사로부터 받은 작사비를 원장이 가져가는 구조다. 옳은 방법은 아니었기에 개선하겠다”고 수강생들에게 밝힌 바 있다.
기획사와 관련한 의혹과 관련해 <일요시사>와 통화한 학원 측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한 관계자는 “지분을 나누는 특정 가이드가 없다”며 “대형 기획사에 대해 길을 열어줬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대표가 수강생들에게 곡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했다. 개인적으로 대형 기획사와 계약해 작사비를 받았던 것이라 지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약자 입장에서는 분명히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업계에 정해진 사항이 없기 때문에 불법이라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정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원 측은 대표의 건강상 이유로 통화가 어렵다며 요청을 거부했다.
대형 기획사와 몰래 거래?
다른 사람으로 조작 의혹도
해당 학원은 참여 과정에 있어서도 수강생의 곡을 동의 받지 않고 무단으로 수정해 대형기획사에 보냈다는 의혹과 실제 곡 작업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작사가로 올라가 있는 유령 작사가가 있다는 의혹도 있다. 대리인 측은 작사가 동의 없이 수정하고 조립해 기획사에 보내는 행위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학원 측은 무단으로 작사한 내용을 수정했던 점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수강생들에게 사과했다. 앞으로는 수강생이 원하지 않으면 수정하지 않겠다는 사과문을 발송하며 “한 명이라도 더 세상에 곡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 옳은 방향이라 생각해 마음이 앞섰다”고 해명했다.
학원은 대리인 측이 문제제기한 유령 작사가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학원 측은 “가사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아무런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크레딧에 이름이 올라간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고 그것은 음악 업계가 개선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의혹을 폭로한 대리인 측은 가스라이팅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학원에서 곡 발매 경험이 있는 수강생이 학원을 떠나 독립하거나 이적하면 ‘배신’이라 표현했다는 것.
또 다른 학원으로 옮겨갈 경우에 대해 협박했다는 의혹도 있다. 기획사와 소통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계약을 맺을 때와 계약만료 후 독립할 수 있는 길을 막았다는 입장이다.
학원 측은 입장문을 통해 “수강생에게 협박을 한다거나 해당 작가의 길을 막는 행동은 있을 수도 없고 전혀 사실무근인 사항”입장을 전했다.
진실공방
해당 의혹을 받고 있는 학원은 <일요시사>에 전달한 답변서에서 수강생과의 관계를 ‘갑’과 ‘을’이 아니라 ‘협력사’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수강생 한명의 데모 시안이 임의로 수정돼 세상에 나오는 것이 불쾌할 수는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를 불공정 노예계약처럼 몰아가는 것은 누군가의 노동력을 폄하하는 것 일수도 있다고 밝혔다. 학원 측은 대리인 측에서 문제제기한 사항에 대해 허위 사실 유포 및 명예 훼손에 대한 피해보상을 적용해 법적 대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