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후폭풍> ‘벼랑 끝’ 문재인 최후의 보루

무너진 마지노선 마지막 한 수는?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여당의 재보선 참패로 문재인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정부의 국정동력이 빛바래지면서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문 대통령은 국정과제에 우선순위를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의 지지율을 끌어 내린 사안에 대해선 속도 조절을, 반등의 발판이 될 만한 사안은 힘을 실어 추진하는 식이다.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4·7 재보궐선거 결과 발표 이튿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더욱 낮은 자세’와 ‘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도부는 같은 날 선거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총사퇴했다. 

질책
저자세

이번 재보선은 대선 전 마지막 모의고사였다. 민심은 정부여당에 등을 돌렸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임기 말인 것도 모자라 선거에서까지 완패했다. 사실상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국정동력 상실이 불가피해지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그 중에서도 국정과제 완수가 꼽힌다. 성과를 통해 발길을 돌린 민심을 다시 붙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대해 입장을 전하면서 국정과제 완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도전 과제들을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19와 경제, 부동산 부패 등을 언급했다.


해당 과제들은 이미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안들이다. 하지만 수행 과정은 이전과 다소 결이 다를 것으로 점쳐진다.

문 대통령 집권 이후 정부와 여당은 국정과제 수행에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특히 선거를 거듭할수록 그랬다. 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에서 모두 압승했다. 그만큼 문정부의 국정동력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레임덕 시작되나…동력 삐걱
국정과제 우선순위 선정 주목

하지만 이번 재보선 참패는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이전과 달리, 국정과제에 우선순위가 정해지거나 속도 조절이 동반될 것이란 분석이다. 시한은 내년 대선까지다.

가장 주목되는 사안은 부동산 정책이다. 정부는 그간 25차례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며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문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이 폭등했다. 일례로 지난 7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달 서울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7억6789만원으로 1년 만에 1억4193만원(22.7%)이 올랐다. 1년 전 아파트 구매를 망설였다면 지금은 1억4000만원이 넘는 돈이 더 필요한 셈이다. 

직전 1년 동안 소형 아파트값은 7246만원(13.1%) 상승했다. 최근 1년간 집값 상승이 2배 정도 빠르게 오른 셈이다. 해당 조사에서 소형 아파트는 전용면적 60㎡ 이하를 기준으로 한다. 보통 시장에서는 25평형으로 불리며 신혼부부 등이 주로 거주한다. 
 

▲ 고개 숙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잡겠다는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구치면서, 오히려 부작용이 산재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여기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은 악화일로에 접어들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여당 측 해명은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또 청와대 고위공직자와 여당 의원들의 ‘법 시행 전 전셋값·임대료 올리기’는 정부와 여당에 등을 돌리기 충분한 요소였다.

LH 사태
불에 기름

공정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문정부는 치명상을 입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발판으로 선출된 만큼, 공정에 대한 배신감에 민심이 크게 흔들렸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정부의 기조인 검찰개혁에도 눈길이 간다. 지난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이라며 검찰개혁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였다. 코로나 19로 민생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와중에도 민주당은 검찰개혁 이슈를 놓지 않았다. 그만큼 부작용이 동반됐다.

앞서 민주당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임명할 당시만 하더라도 그를 ‘정의로운 검사’라며 치켜세웠다. 하지만 그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비롯해 정부의 검찰개혁에 사실상 반기를 들자 ‘정치검찰’이라며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여기에 따른 반감이 윤 전 검찰총장을 대권 최대 변수로 만드는 데 이어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재보선 결과와 상관없이, 검찰개혁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지난 8일 “검찰개혁 때문에 선거에 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지지자들과 국민은 검찰개혁 때문에 지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불공정한 기관”이라며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개혁
이대로?

공석인 검찰총장을 임명해야 하는 점이 문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이 물러난 이후 차기 검찰총장은 임기 말 문정부를 보호해줄 ‘호위무사’가 꼽힐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호남 출신에 친정부 성향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유력한 총장 후보로 언급된 이유다. 하지만 재보선 결과에 따라 호위무사에 대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이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 지난 7일, 4·7 재보궐선거 투표 종료 후 선거 캠프 사무실을 나서는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박성원 기자

매번 문 대통령이 강조한 경제 회복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문정부 경제기조인 소득주도 성장은 코로나19 위기와 함께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개인 소득 향상을 통한 경제의 선순환은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제한을 받고 있어서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4차 대유행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일일 확진자가 700명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문정부가 치켜세운 ‘K-방역’은 코로나19 백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힘을 잃었다. 한 발 늦게 백신을 확보했지만, 이마저도 부작용이 발표되면서 국민들의 불신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검찰 다잡고 속도 줄일까
대선까지 반전 모멘텀 물색, 결과는?

문 대통령도 맞은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최근 유럽의약품청은 혈전증 등 부작용의 관련 가능성을 인정했다. 정부는 전문가 자문과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논의를 거칠 예정이다. 자칫하다간 국내 접종계획이 조정될 공산이 크다. 

내년 대선을 위한 외연 확장의 일환으로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도 주목된다. 당장 재보선 결과만 살펴보더라도 외연확장에 나서야 하는 쪽은 야당이 아닌 여당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마침 오는 8월에 광복절 특사를 고민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지지자들의 반감을 간과하기 어렵다. 민주당 이낙연 전 당 대표는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론을 언급했다가 후폭풍을 맞았다. 여권 지지자들의 비난에 이 전 대표는 서둘러 수습하고자 했지만 때는 늦은 뒤였다. 이 전 대표의 대권 지지율이 본격적으로 하락한 시기로 꼽힌다. 문 대통령도 이에 대해서는 지난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사면의 효과가 여당을 향할지 미지수다. 사면이 진행된다면 선거를 앞두고 시행되는 만큼, ‘대선용 사면’이라며 비판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첩첩산중
넘을까

문정부를 상징하는 남북문제는 분위기 전환을 위한 모멘텀으로 활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남북은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냉각 국면에 접어들면서 회복 지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관계 개선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졌던 도쿄올림픽에서는 북측의 불참이 결정됐다. 설령 남북이 다시 손을 맞잡을 수 있는 때가 오더라도, 연락사무소 폭파에 따른 반감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나설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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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