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후폭풍> ‘벼랑 끝’ 문재인 최후의 보루

무너진 마지노선 마지막 한 수는?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여당의 재보선 참패로 문재인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정부의 국정동력이 빛바래지면서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문 대통령은 국정과제에 우선순위를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의 지지율을 끌어 내린 사안에 대해선 속도 조절을, 반등의 발판이 될 만한 사안은 힘을 실어 추진하는 식이다.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4·7 재보궐선거 결과 발표 이튿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더욱 낮은 자세’와 ‘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도부는 같은 날 선거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총사퇴했다. 

질책
저자세

이번 재보선은 대선 전 마지막 모의고사였다. 민심은 정부여당에 등을 돌렸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임기 말인 것도 모자라 선거에서까지 완패했다. 사실상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국정동력 상실이 불가피해지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그 중에서도 국정과제 완수가 꼽힌다. 성과를 통해 발길을 돌린 민심을 다시 붙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대해 입장을 전하면서 국정과제 완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도전 과제들을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19와 경제, 부동산 부패 등을 언급했다.


해당 과제들은 이미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안들이다. 하지만 수행 과정은 이전과 다소 결이 다를 것으로 점쳐진다.

문 대통령 집권 이후 정부와 여당은 국정과제 수행에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특히 선거를 거듭할수록 그랬다. 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에서 모두 압승했다. 그만큼 문정부의 국정동력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레임덕 시작되나…동력 삐걱
국정과제 우선순위 선정 주목

하지만 이번 재보선 참패는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이전과 달리, 국정과제에 우선순위가 정해지거나 속도 조절이 동반될 것이란 분석이다. 시한은 내년 대선까지다.

가장 주목되는 사안은 부동산 정책이다. 정부는 그간 25차례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며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문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이 폭등했다. 일례로 지난 7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달 서울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7억6789만원으로 1년 만에 1억4193만원(22.7%)이 올랐다. 1년 전 아파트 구매를 망설였다면 지금은 1억4000만원이 넘는 돈이 더 필요한 셈이다. 

직전 1년 동안 소형 아파트값은 7246만원(13.1%) 상승했다. 최근 1년간 집값 상승이 2배 정도 빠르게 오른 셈이다. 해당 조사에서 소형 아파트는 전용면적 60㎡ 이하를 기준으로 한다. 보통 시장에서는 25평형으로 불리며 신혼부부 등이 주로 거주한다. 
 

▲ 고개 숙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잡겠다는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구치면서, 오히려 부작용이 산재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여기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은 악화일로에 접어들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여당 측 해명은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또 청와대 고위공직자와 여당 의원들의 ‘법 시행 전 전셋값·임대료 올리기’는 정부와 여당에 등을 돌리기 충분한 요소였다.

LH 사태
불에 기름

공정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문정부는 치명상을 입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발판으로 선출된 만큼, 공정에 대한 배신감에 민심이 크게 흔들렸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정부의 기조인 검찰개혁에도 눈길이 간다. 지난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이라며 검찰개혁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였다. 코로나 19로 민생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와중에도 민주당은 검찰개혁 이슈를 놓지 않았다. 그만큼 부작용이 동반됐다.

앞서 민주당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임명할 당시만 하더라도 그를 ‘정의로운 검사’라며 치켜세웠다. 하지만 그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비롯해 정부의 검찰개혁에 사실상 반기를 들자 ‘정치검찰’이라며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여기에 따른 반감이 윤 전 검찰총장을 대권 최대 변수로 만드는 데 이어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재보선 결과와 상관없이, 검찰개혁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지난 8일 “검찰개혁 때문에 선거에 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지지자들과 국민은 검찰개혁 때문에 지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불공정한 기관”이라며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개혁
이대로?

공석인 검찰총장을 임명해야 하는 점이 문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이 물러난 이후 차기 검찰총장은 임기 말 문정부를 보호해줄 ‘호위무사’가 꼽힐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호남 출신에 친정부 성향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유력한 총장 후보로 언급된 이유다. 하지만 재보선 결과에 따라 호위무사에 대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이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 지난 7일, 4·7 재보궐선거 투표 종료 후 선거 캠프 사무실을 나서는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박성원 기자

매번 문 대통령이 강조한 경제 회복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문정부 경제기조인 소득주도 성장은 코로나19 위기와 함께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개인 소득 향상을 통한 경제의 선순환은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제한을 받고 있어서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4차 대유행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일일 확진자가 700명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문정부가 치켜세운 ‘K-방역’은 코로나19 백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힘을 잃었다. 한 발 늦게 백신을 확보했지만, 이마저도 부작용이 발표되면서 국민들의 불신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검찰 다잡고 속도 줄일까
대선까지 반전 모멘텀 물색, 결과는?

문 대통령도 맞은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최근 유럽의약품청은 혈전증 등 부작용의 관련 가능성을 인정했다. 정부는 전문가 자문과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논의를 거칠 예정이다. 자칫하다간 국내 접종계획이 조정될 공산이 크다. 

내년 대선을 위한 외연 확장의 일환으로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도 주목된다. 당장 재보선 결과만 살펴보더라도 외연확장에 나서야 하는 쪽은 야당이 아닌 여당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마침 오는 8월에 광복절 특사를 고민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지지자들의 반감을 간과하기 어렵다. 민주당 이낙연 전 당 대표는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론을 언급했다가 후폭풍을 맞았다. 여권 지지자들의 비난에 이 전 대표는 서둘러 수습하고자 했지만 때는 늦은 뒤였다. 이 전 대표의 대권 지지율이 본격적으로 하락한 시기로 꼽힌다. 문 대통령도 이에 대해서는 지난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사면의 효과가 여당을 향할지 미지수다. 사면이 진행된다면 선거를 앞두고 시행되는 만큼, ‘대선용 사면’이라며 비판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첩첩산중
넘을까

문정부를 상징하는 남북문제는 분위기 전환을 위한 모멘텀으로 활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남북은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냉각 국면에 접어들면서 회복 지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관계 개선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졌던 도쿄올림픽에서는 북측의 불참이 결정됐다. 설령 남북이 다시 손을 맞잡을 수 있는 때가 오더라도, 연락사무소 폭파에 따른 반감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나설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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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