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KT 낙하산 논란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9.03 11: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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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고 떨어지다 또 떨어졌다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민영화 열돌'을 맞은 KT가 또 다시 청와대 출신 인사를 임원급으로 영입했다. KT는 MB정부에만 10여 명의 '낙하산'인사들을 영입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KT 수장 이석채 회장부터 그랬다. MB정부 들어 낙하산으로 시작해 낙하산으로 끝나는 KT, 그 끝은 어디일까?

지난 7월1일 KT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장치암 전 행정관을 커스토머부문 상무보로 영입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돼 또 다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해당 직책은 소비자, 협력사, 규제기관 등과의 각종 법률 분쟁 관련 업무를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출신인 장 전 행정관은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는 등 30년 가까이 수사 분야 형사로 활동해왔고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청와대로 파견됐다.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치안 관련 분야 선임행정관(별정직 공무원)을 지냈다.

장치암 전 행정관 영입을 두고 KT 관계자는 "직전 소속 청와대보단, 30여 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해온 경력이 회사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돼 영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낙하산용 부서 신설

장 전 행정관도 "30년 가까이 경찰경력과 청와대에서 공직생활을 해오면서 쌓아온 전문성을 민간 기업에서 펼치고 싶어 KT에 입사하게 됐다"며 "흔히들 얘기하는 권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만큼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MB정부 들어 KT는 끊임없이 낙하산 인사를 받아들여 '자리 나눠 먹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낙하산' 논란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더 이상 낙하산 인사는 없다"며 능력 위주 인사를 강조했다. 하지만 대통령에 취임한 지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낙하산 인사가 단행됐다.


2008년 4월 이태규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KT 전무이사에 내정돼 논란이 된 것. 당시 여권에서 "청와대가 정권 핵심을 대표 통신사에 낙하산으로 꽂아 넣은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전 비서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17대 대통령 대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 대선 캠프 기획단장·전략기획분과 간사를 거쳐 한나라당 선대위 전략기획팀장에 기용됐던 인물로 알려졌다.

이후로도 KT는 이명박 대선캠프 출신, 대통령직인수위 출신 등 현 정권 관련 인사들을 대거 받아들여 '보은성 인사 집합소'라는 비판을 들었다.

청와대 행정관 출신 비밀리 임원으로 영입
"회장부터…" MB정부 10여명 보은성 인사

특히 이석채 KT 회장 취임 이후 낙하산 인사가 더욱 심해졌다. 당시 민주당 문광위원들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을 비롯해 대통령직인수위 출신, 여당의 총선 낙선자 등 현 정부 핵심인사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와 KT 고위직에 포진하고 있다"며 "KT가 현 정권인사들의 낙하산 전당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KT의 수장 이석채 회장도 낙하산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김영삼 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던 인물로 MB정부가 출범한 후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을 지냈다. 그는 경북 성주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69년 행정고시 7회로 공직에 입문,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농림수산부와 재정경제원 차관, 정통부 장관을 거쳐 지난 96년 김영삼 정부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일했다.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와는 거리를 유지하다 2009년 KT 회장으로 취임한 것이다.

같은 해 3월에는 17대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의 모바일팀장을 맡은 김규성 전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의회 부회장을 모바일 광고 사업업체 M하우스 사장으로 영입했다.

비슷한 시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된 이춘호 한국방송 이사와 허증수 경북대 교수도 낙하산 의혹을 받았다. 이 이사는 이명박 정부 첫 여성부 장관 후보에 올랐다가 부동산 투기 및 축소신고 의혹을 받아 낙마했고 허 교수는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기후·에너지변화태스크포스팀장으로 활동하고 있을 때 인천시로부터 향응을 받은 게 문제가 돼 물러났다.


낙하산 인사를 위해 신설한 부회장 자리와 조직이 2년 만에 사라진 적도 있다. 석호익 전 부회장의 취임과 함께 만들어진 부회장직과 그가 관할해온 대외 업무총괄(CR) 부문이 석 전 부회장이 19대 총선 출마를 위해 2011년 9월 퇴사하면서 동시에 없어진 것이다.

석 전 부회장은 2008년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경북 고령·성주·칠곡에 출마해 낙마한 뒤, 2009년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 속에 KT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석 부회장은 지역구 출마에 뜻을 두고 있어 KT 직책이 경력 관리용이자 총선 대비용이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이석채 KT 회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인사를 강행했다.

쉬지 않고 떨어져

2010년 12월에는 KT가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을 '그룹 콘텐츠 전략 담당'이란 자리를 신설까지하며 전무로 내정해 낙하산 인사 논란의 정점을 찍었다. 당시 KT 안팎에선 김 전무의 내정을 두고 "김 전 대변인은 MBC 기자·앵커 출신으로 통신관련 경력이 전무한데  IT산업의 대표 기업인 KT 미디어·콘텐츠 전략을 총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KT 영업직 이해관씨는 공개적으로 김 전무 영입을 낙하산 인사라며 비판하기도 했는데 얼마 후 이씨가 강제 인사 조처를 당하면서 보복 인사 논란도 일었다.

이렇듯 KT의 낙하산 인사 논란은 지난 2009년 이석채 KT 회장의 취임을 전후해 아주 만성화 돼 최근 들어 '낙하산 착륙장'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이 대통령의 임기가 6개월 정도 남은 지금 MB표 KT행 낙하산이 더 떨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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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