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왕의 귀환' 조양래 숨은 노림수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03 11: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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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만에 컴백…백전노장 마지막 임무는?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그간 잠잠하던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한국타이어는 새로운 인사를 발표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책임경영 체제로 바꾸는 등 뭔가 서두르는 분위기다. 한쪽에서는 조 회장의 둘째 아들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사장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재생산되고 있다. 24년 만에 회사로 돌아온 조 회장의 숨은 노림수는 뭘까?

1985년부터 3년간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한국타이어 총수인 조양래 회장이 책임 경영에 나선다. 한국타이어는 1일 기업분할을 앞두고 조 회장과 장남인 조현식 사장을 존속법인인 한국 타이어월드와이드의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지난달 27일 공시했다.

각자 대표란 합의를 해야 하는 공동대표와 달리 혼자서도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두 황태자 밥그릇 정리?
정권 말 '외풍' 막기?

한국타이어의 한 관계자는 "존속법인의 각 사업부문을 조 회장과 조현식 사장이 나눠 경영하게 될 것"이라며 "조 회장과 장남인 조 사장은 지주회사 출범을 계기로 책임경영을 한다는 차원에서 대표이사직을 수행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승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부회장은 존속법인의 부회장직에서 물러나 지주사 분할로 신설될 한국타이어(주)의 경영을 맡게 된다. 둘째 아들인 조현범 사장은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의 등기이사 사장 겸 마케팅 본부장에 선임됐다.


1941년 국내최초로 설립된 타이어 생산업체 한국타이어는 국내외 5개 공장, 연 8700만본(타이어수 단위)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기준 국내 1위, 세계 7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매출 구조가 타이어 사업에만 집중돼 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성이 오락가락했다. 따라서 이번 기업분할은 중장기 목표인 '자동차 부품 종합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예정된 돌파구였다.

한국타이어는 매출의 97.8%에 달하는 타이어 사업을 신설 자회사로 이관하고 지주사는 새로운 투자사업 등 신사업을 창출하는데 집중할 방침이다. 그런데 이는 표면적인 목적일 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방안이 구체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타이어와 비타이어로 사업을 나눠 경영권을 승계할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

비타이어 부문을 맡는 한국타이어월드는 아트라스BX, 엠프론티어, 한국타이어 등 3개 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출범한다. 타이어를 주력으로 하는 한국타이어는 한양타이어판매, 대화산지, MKT홀딩스 등과 10여 개 해외법인을 갖게 된다.

1988년 놨던 대표직 복귀 "장남과 공동경영"
경영권 승계 급물살…MB정권 내 마무리 관측

한국타이어는 지난 1985년 효성그룹에서 분리한 후 조 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만 유지한 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번 책임 경영 체제는 27년만의 변화다.


이에 앞선 지난 4월 한국타이어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해 존속회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사업 일체를 맡는 신설 자회사 한국타이어로 인적분할하기로 하고 한국거래소에 분할 재상장 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지난 5월25일 한국타어어는 이사회를 통해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사업 자회사인 한국타이어로 회사 분할을 결의하고 조현범 사장을 사업 자회사 사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이 같은 한국타이어의 움직임은 기업분할을 계기로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역할 분담이 시작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룹 매출의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한국타이어를 동생이 이끌고 지주회사를 가져간 형이 그룹 전체의 경영권에 대한 주도권을 지나게 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역할분담이 이뤄지게 된 셈이다. '포스트 조양래 체제'가 출범한 것. 물론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한국타이어를 지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양사의 규모가 비슷해지면 형제간 계열분리까지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주사 전환에 나선 것도 경영권 승계가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 6조4889억원 중 타이어 부문에서만 6조3470억원을 달성했다. 타이어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지주사 전환에 따른 큰 혜택은 없지만 경영권 승계 절차가 간단해지는 이점이 있다. 지주회사 체제가 되면 상속이 간단해지기 때문이다. 지주사가 아닐 경우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총수가 자녀에게 개별 계열사 지분을 각각 넘겨야 하지만 지주사는 지주사 지분만 넘겨주면 된다.

이번 조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고 있다. 27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는 꾸준히 참여해온 것으로 알려진 조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직접 진두지휘하기 위해 복귀 했다는 지적이다.

올해 76세로 고령인 조 회장으로서는 경영권 승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형제간 계열분리
가능성도 있어

현재 한국타이어의 지분은 조 회장이 가장 많은 15.99%를 갖고 있고 조현범 사장이 7.10%, 조현식 사장이 5.79%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조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씨가 2.72%, 차녀인 조희원씨가 3.57%를 지니고 있는 등 오너일가와 특수관계자 지분은 35.28%다.

장남 조현식 사장과 딸들의 보유 지분율을 합치면 조현범 사장 보유율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조 회장이 후계 구도를 확실히 하지 않은 채 타계하면 후계자가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조 회장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둘째 동생이다. 1937년생인 조 회장은 경기고와 미국 앨라배마대를 졸업한 후 한국타이어제조 상무이사, 전무이사, 부사장, 사장, 회장, 대한타이어공업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조 회장은 1985년 한국타이어가 효성그룹에서 분리된 뒤 대표이사로 3년 간 회사를 이끌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며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았다. 그간 전문경영인인 서승화 대표이사 부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었다. 그러다 27년 만에 회사 분할을 계기로 오너 경영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타이어 측은 "신속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오너 체제를 택한 것"이라며 "새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는 계속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할 것이고 월드와이드 역시 자리가 잡히면 언제든지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조현식 사장은 미국 시러큐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쓰비시 상사에 입사, 한국타이어에는 1997년 입사했다. 한국타이어 경영혁신팀 차장, 한국타이어 상무, 부사장을 거쳐 2010년 6월 한국타이어 사장으로 승진했다.


부담으로 작용하는
대통령 사위 신분

1972년생인 조현범 사장은 조 회장의 차남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다. 1990년 미국 드와이트 이클우드 고등학교를 마치고 1996년 보스턴칼리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1998년에 한국타이어에 입사한 조 사장은 2001년 광고홍보팀장, 2004년 마케팅부본부장을 거쳐 2006년 경영기획본부장(부사장)을 맡았다. 부사장직은 형인 조현식 사장과 함께 달았지만 사장 승진은 형보다 1년6개월 늦은 지난해 12월이었다. 지난 5월 결정된 기업분할 이후에는 한국타이어 등기이사 사장에 이름을 올렸다.

조현범 사장은 이 대통령의 셋째 딸 이수연씨와 2001년 결혼했다. 서울 리라초등학교 동문인 두 사람은 조현범 사장이 미국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본격적인 교제를 시작 결혼에 성공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시절인 2002년 7월 히딩크 감독에게 서울시 명예시민증을 주면서 조현범 사장을 따로 불러 사진을 찍게 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조현범 사장을 각별히 아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권 교체를 몇 달 앞둔 요즘 이 대통령의 사위라는 점은 조현범 사장과 한국타이어에게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그간 조현범 사장이 그리 좋지 않은 내용으로 이름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사위 게이트'로 불리는 2008년 주가조작파문이다.

조현범 사장은 코스닥업체인 엔디코프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2009년 3월 무혐의 처분이 나오긴 했지만 대형 스캔들로 비화될 뻔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요즘에는 "정권의 힘을 얻은 무혐의 처분"이라며 논란이 재생산 되고 있다. 정권 말기인 요즘에 이 사건이 불거졌으면 똑같이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다시 불거진 '사위게이트'
혹시 불똥튈까 전전긍긍

지난 3월에는 재미언론인 안치용씨가 저서인 <시크릿오브코리아-대한민국 대통령, 재벌의 X파일>이란 책에서 "(이 대통령의 사돈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하와이 별장 쇼핑은 끝이 없었다"며 조현범 사장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했다. 안씨의 저서 속에는 조 사장의 영어이름이 '브라이언’이라고 밝혀져 있다.

안씨에 따르면 조현범 사장은 18세 때인 1990년 8월30일 미국 하와이에 있는 고급 콘도를 36만5000달러에 사들였고 이듬해 1월에는 어머니 홍문자씨가 80만달러에 매입한 콘도의 명의를 무상 증여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4년 5월에도 조현범 사장은 홍씨와 공동으로 또 다른 별장을 216만5000달러에 사들이기도 했다. 부동산 거래 시 사용한 홍씨의 미국 이름은 '낸시'. 안씨는 이들이 부동산 매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미국 이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2004년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에 재직 중이었다.

당시 안씨는 "투자를 위해 해외부동산 매입이 허용된 것은 2006년 5월22일 이후로 그 이전은 불법"이라며 "그렇다고 해외체류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구입한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못 박았다.

2008년 7월 이 대통령의 외아들인 시형씨가 한국타이어에 입사, 3개월만에 정식 사원이 된 것을 두고도 특혜시비가 일었던 바 있다. 한국타이어 본사의 마케팅본부 중동아태팀에서 수출업무를 담당하던 시형씨는 지난 2009년 11월6일 한국타이어를 퇴사하고 현재 자동차 시트부품을 생산하는 다스에서 경영기획팀장을 맡고 있다. 

대선을 앞둔 요즘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관련 공략과 입법 활동이 거세지고 있고 정권 말 레임덕을 최소화하기 위한 당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괜한 행동으로 주목을 받아 혹여라도 지난 일들이 다시 들춰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감 때문에 한껏 몸을 웅크리고 있던 조 회장이 1일 기업분할에 맞춰 서둘러 경영일선에 복귀한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내 이 대통령 임기 내에 모든 작업을 마무리 한다는 계산이 깔린 행동이라는 것이다.

정권 말 각종
의혹 재생산

한국타이어는 인적분할에 따라 지난달 30일부터 10월3일까지 거래정지가 예정돼 있다. 재상장일은 10월4일이다.

한국타이어는 이번 인적분할로 타이어사업에 치중된 수익구조를 개선함과 동시에 외형 확장을 통한 종합그룹으로의 도약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갖가지 의혹이 난무한 가운데 한국타이어의 조직정비보다는 포스트 조양래는 누가 될 것이며, 이 대통령 임기 내 한국타이어 경영권 승계가 무사히(?) 이뤄질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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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