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왕의 귀환' 조양래 숨은 노림수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03 11:31:48
  • 댓글 0개

24년 만에 컴백…백전노장 마지막 임무는?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그간 잠잠하던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한국타이어는 새로운 인사를 발표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책임경영 체제로 바꾸는 등 뭔가 서두르는 분위기다. 한쪽에서는 조 회장의 둘째 아들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사장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재생산되고 있다. 24년 만에 회사로 돌아온 조 회장의 숨은 노림수는 뭘까?

1985년부터 3년간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한국타이어 총수인 조양래 회장이 책임 경영에 나선다. 한국타이어는 1일 기업분할을 앞두고 조 회장과 장남인 조현식 사장을 존속법인인 한국 타이어월드와이드의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지난달 27일 공시했다.

각자 대표란 합의를 해야 하는 공동대표와 달리 혼자서도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두 황태자 밥그릇 정리?
정권 말 '외풍' 막기?

한국타이어의 한 관계자는 "존속법인의 각 사업부문을 조 회장과 조현식 사장이 나눠 경영하게 될 것"이라며 "조 회장과 장남인 조 사장은 지주회사 출범을 계기로 책임경영을 한다는 차원에서 대표이사직을 수행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승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부회장은 존속법인의 부회장직에서 물러나 지주사 분할로 신설될 한국타이어(주)의 경영을 맡게 된다. 둘째 아들인 조현범 사장은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의 등기이사 사장 겸 마케팅 본부장에 선임됐다.

1941년 국내최초로 설립된 타이어 생산업체 한국타이어는 국내외 5개 공장, 연 8700만본(타이어수 단위)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기준 국내 1위, 세계 7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매출 구조가 타이어 사업에만 집중돼 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성이 오락가락했다. 따라서 이번 기업분할은 중장기 목표인 '자동차 부품 종합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예정된 돌파구였다.

한국타이어는 매출의 97.8%에 달하는 타이어 사업을 신설 자회사로 이관하고 지주사는 새로운 투자사업 등 신사업을 창출하는데 집중할 방침이다. 그런데 이는 표면적인 목적일 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방안이 구체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타이어와 비타이어로 사업을 나눠 경영권을 승계할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

비타이어 부문을 맡는 한국타이어월드는 아트라스BX, 엠프론티어, 한국타이어 등 3개 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출범한다. 타이어를 주력으로 하는 한국타이어는 한양타이어판매, 대화산지, MKT홀딩스 등과 10여 개 해외법인을 갖게 된다.

1988년 놨던 대표직 복귀 "장남과 공동경영"
경영권 승계 급물살…MB정권 내 마무리 관측

한국타이어는 지난 1985년 효성그룹에서 분리한 후 조 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만 유지한 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번 책임 경영 체제는 27년만의 변화다.

이에 앞선 지난 4월 한국타이어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해 존속회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사업 일체를 맡는 신설 자회사 한국타이어로 인적분할하기로 하고 한국거래소에 분할 재상장 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지난 5월25일 한국타어어는 이사회를 통해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사업 자회사인 한국타이어로 회사 분할을 결의하고 조현범 사장을 사업 자회사 사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이 같은 한국타이어의 움직임은 기업분할을 계기로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역할 분담이 시작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룹 매출의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한국타이어를 동생이 이끌고 지주회사를 가져간 형이 그룹 전체의 경영권에 대한 주도권을 지나게 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역할분담이 이뤄지게 된 셈이다. '포스트 조양래 체제'가 출범한 것. 물론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한국타이어를 지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양사의 규모가 비슷해지면 형제간 계열분리까지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주사 전환에 나선 것도 경영권 승계가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 6조4889억원 중 타이어 부문에서만 6조3470억원을 달성했다. 타이어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지주사 전환에 따른 큰 혜택은 없지만 경영권 승계 절차가 간단해지는 이점이 있다. 지주회사 체제가 되면 상속이 간단해지기 때문이다. 지주사가 아닐 경우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총수가 자녀에게 개별 계열사 지분을 각각 넘겨야 하지만 지주사는 지주사 지분만 넘겨주면 된다.

이번 조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고 있다. 27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는 꾸준히 참여해온 것으로 알려진 조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직접 진두지휘하기 위해 복귀 했다는 지적이다.

올해 76세로 고령인 조 회장으로서는 경영권 승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형제간 계열분리
가능성도 있어

현재 한국타이어의 지분은 조 회장이 가장 많은 15.99%를 갖고 있고 조현범 사장이 7.10%, 조현식 사장이 5.79%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조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씨가 2.72%, 차녀인 조희원씨가 3.57%를 지니고 있는 등 오너일가와 특수관계자 지분은 35.28%다.

장남 조현식 사장과 딸들의 보유 지분율을 합치면 조현범 사장 보유율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조 회장이 후계 구도를 확실히 하지 않은 채 타계하면 후계자가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조 회장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둘째 동생이다. 1937년생인 조 회장은 경기고와 미국 앨라배마대를 졸업한 후 한국타이어제조 상무이사, 전무이사, 부사장, 사장, 회장, 대한타이어공업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조 회장은 1985년 한국타이어가 효성그룹에서 분리된 뒤 대표이사로 3년 간 회사를 이끌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며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았다. 그간 전문경영인인 서승화 대표이사 부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었다. 그러다 27년 만에 회사 분할을 계기로 오너 경영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타이어 측은 "신속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오너 체제를 택한 것"이라며 "새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는 계속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할 것이고 월드와이드 역시 자리가 잡히면 언제든지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조현식 사장은 미국 시러큐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쓰비시 상사에 입사, 한국타이어에는 1997년 입사했다. 한국타이어 경영혁신팀 차장, 한국타이어 상무, 부사장을 거쳐 2010년 6월 한국타이어 사장으로 승진했다.

부담으로 작용하는
대통령 사위 신분

1972년생인 조현범 사장은 조 회장의 차남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다. 1990년 미국 드와이트 이클우드 고등학교를 마치고 1996년 보스턴칼리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1998년에 한국타이어에 입사한 조 사장은 2001년 광고홍보팀장, 2004년 마케팅부본부장을 거쳐 2006년 경영기획본부장(부사장)을 맡았다. 부사장직은 형인 조현식 사장과 함께 달았지만 사장 승진은 형보다 1년6개월 늦은 지난해 12월이었다. 지난 5월 결정된 기업분할 이후에는 한국타이어 등기이사 사장에 이름을 올렸다.

조현범 사장은 이 대통령의 셋째 딸 이수연씨와 2001년 결혼했다. 서울 리라초등학교 동문인 두 사람은 조현범 사장이 미국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본격적인 교제를 시작 결혼에 성공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시절인 2002년 7월 히딩크 감독에게 서울시 명예시민증을 주면서 조현범 사장을 따로 불러 사진을 찍게 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조현범 사장을 각별히 아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권 교체를 몇 달 앞둔 요즘 이 대통령의 사위라는 점은 조현범 사장과 한국타이어에게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그간 조현범 사장이 그리 좋지 않은 내용으로 이름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사위 게이트'로 불리는 2008년 주가조작파문이다.

조현범 사장은 코스닥업체인 엔디코프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2009년 3월 무혐의 처분이 나오긴 했지만 대형 스캔들로 비화될 뻔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요즘에는 "정권의 힘을 얻은 무혐의 처분"이라며 논란이 재생산 되고 있다. 정권 말기인 요즘에 이 사건이 불거졌으면 똑같이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다시 불거진 '사위게이트'
혹시 불똥튈까 전전긍긍

지난 3월에는 재미언론인 안치용씨가 저서인 <시크릿오브코리아-대한민국 대통령, 재벌의 X파일>이란 책에서 "(이 대통령의 사돈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하와이 별장 쇼핑은 끝이 없었다"며 조현범 사장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했다. 안씨의 저서 속에는 조 사장의 영어이름이 '브라이언’이라고 밝혀져 있다.

안씨에 따르면 조현범 사장은 18세 때인 1990년 8월30일 미국 하와이에 있는 고급 콘도를 36만5000달러에 사들였고 이듬해 1월에는 어머니 홍문자씨가 80만달러에 매입한 콘도의 명의를 무상 증여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4년 5월에도 조현범 사장은 홍씨와 공동으로 또 다른 별장을 216만5000달러에 사들이기도 했다. 부동산 거래 시 사용한 홍씨의 미국 이름은 '낸시'. 안씨는 이들이 부동산 매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미국 이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2004년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에 재직 중이었다.

당시 안씨는 "투자를 위해 해외부동산 매입이 허용된 것은 2006년 5월22일 이후로 그 이전은 불법"이라며 "그렇다고 해외체류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구입한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못 박았다.

2008년 7월 이 대통령의 외아들인 시형씨가 한국타이어에 입사, 3개월만에 정식 사원이 된 것을 두고도 특혜시비가 일었던 바 있다. 한국타이어 본사의 마케팅본부 중동아태팀에서 수출업무를 담당하던 시형씨는 지난 2009년 11월6일 한국타이어를 퇴사하고 현재 자동차 시트부품을 생산하는 다스에서 경영기획팀장을 맡고 있다. 

대선을 앞둔 요즘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관련 공략과 입법 활동이 거세지고 있고 정권 말 레임덕을 최소화하기 위한 당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괜한 행동으로 주목을 받아 혹여라도 지난 일들이 다시 들춰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감 때문에 한껏 몸을 웅크리고 있던 조 회장이 1일 기업분할에 맞춰 서둘러 경영일선에 복귀한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내 이 대통령 임기 내에 모든 작업을 마무리 한다는 계산이 깔린 행동이라는 것이다.

정권 말 각종
의혹 재생산

한국타이어는 인적분할에 따라 지난달 30일부터 10월3일까지 거래정지가 예정돼 있다. 재상장일은 10월4일이다.

한국타이어는 이번 인적분할로 타이어사업에 치중된 수익구조를 개선함과 동시에 외형 확장을 통한 종합그룹으로의 도약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갖가지 의혹이 난무한 가운데 한국타이어의 조직정비보다는 포스트 조양래는 누가 될 것이며, 이 대통령 임기 내 한국타이어 경영권 승계가 무사히(?) 이뤄질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