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민주당 경선> '반문(反文)3인 연대론' 급부상 내막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9.03 10: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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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호남 혈전'의 전반 무대인 전북에서 막판 역전의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던 비문(非文)진영 후보들의 처지가 매우 다급해졌다. 전통적으로 '친노'보다는 '친DJ' 성향을 보이는 전북이기에 손학규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의 혈전이 예상됐으나 안방주인인 정세균 후보의 예상외 선전으로 이곳 역시 문 후보가 예상 밖 1위를 선점했다. 경선 초반에는 문 후보를 대하는 3인의 태도가 비문이었으나 중반전으로 치달으면서 '반문(反文)'으로 급변하면서 연일 퍼붓는 협공도 예사롭지 않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이들 반문 후보 3인에게는 선택의 폭이 하나로 좁혀지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에 맞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합종연횡'이 그것이다.

사실상 반환점을 돈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경선이 갈수록 싱거운 승부를 연출하며 흥행에 실패하는 양상이다. 초반부터 '대세론'을 점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의 독주체제가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가운데 민주당의 아성이자 DJ의 정치적 텃밭인 전북에서마저 친노성향의 문 후보가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불안한 선두행진 문재인
반문3인 "역전 포기 못해"

문 후보는 지난 1일 오후 2시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북지역경선에서 9만5707명의 선거인단 중 4만3883명(투표율 45.51%)이 투표에 참석한 가운데 1만6350표(37.54%)를 얻어 5연승을 달성하며 독주체제를 이어갔다. 당초 문 후보와 선두를 다툴 것으로 예상됐던 손학규 후보는 1만1556표(26.53%)로 2위를 차지한 정세균 후보에게까지 밀리며 1만190표(23.40%)로 3위를, 김두관 후보는 5454표(12.52%)로 4위를 기록했다.
문 후보는 전북지역경선이 끝난 현재 누적득표율 45.66%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북을 기점으로 과반 사수에 실패했다.

싱거운 제주게임을 시작으로 울산, 강원, 충북에 이어 전북에 이르기까지 '문재인 대세론'은 크게 예측을 벗어나지 않았다. 첫 출발지인 제주는 문 후보가 우위를 점할 것이란 예상이 있긴 했지만 그것은 박빙의 승부를 전제로 한 전망이었다. 울산은 김 후보와의 접전을, 강원과 충북은 손 후보의 선전이 기대됐지만 문 후보의 선두자리 독점을 막을 수 없었다. 전반전의 완주코스나 다름없는 전북의 경선에서도 문 후보는 어렵지 않게 굳히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문 후보의 돌풍은 점점 힘이 빠지는 양상이다. 제주에서 59.8%로 압도적 우위를 보인 '문풍'은 울산 52.7%, 강원 45.8%, 충북 46.11%, 전북37.54%로 점점 그 위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북의 투표가 광주·전남과 남은 지역경선에 영향을 미처 문 후보의 우세가 계속된다 하더라도 과반행진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한 그동안 진행된 모바일 투표를 둘러싼 진통과 맥 빠진 경선으로 인한 흥행부진, 그리고 검찰의 민주당 공천헌금 관련 수사로 인해 문 후보가 더욱 타격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있다.


역동성 사라져 흥행참패 위기 처한 민주당 '특단대책'
호남 전반 전북서도 문재인 1위…똥줄 타는 손·김·정  

당초 민주당은 오랜 '박근혜 대세론'으로 인한 새누리당의 흥미 잃은 경선에 비해 민주당 경선은 문재인 대세론에 맞서는 3인의 지지세 또한 만만치 않아 흥행 돌풍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초반부터 문 후보의 독주로 결과를 예측하는 지지자들의 긴장감도 함께 떨어져 흥행에 비상등이 켜졌다. 여기에는 모바일투표의 공정성 논란으로 야기된 국민의 불신과 무관심이 한몫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문 후보 측의 전화투표 독려팀 운영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공정하게 경선을 관리해야할 민주당 지도부가 국민적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불공정한 모바일투표의 최대수혜자가 문 후보라는 반문 진영의 볼멘소리가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서도 사실상 문 후보가 대세론을 굳힐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어서 국민들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지적과 함께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매체를 통해 "경선 순위가 엎치락뒤치락 하는 것이 경선 흥행의 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경선의 내용"이라며 "정권교체 열망이나 애당심 등을 얼마나 잘 표출하느냐가 (경선 흥행의) 관건"이라고 견해를 내놓았다. 그리고 "경선 초반에 파행이 있어서 좀 그렇지만 각 후보 진영이 (네거티브를 하지 않고) 바른 자세로 가면 경선이 흥행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를 향한 검찰의 공천헌금 수사도 문 후보의 선두체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견해다. 문 후보와 박 원내대표는 '친노패권세력'이라는 꼬리표로 당내 일부 의원들에게 공격을 받아 왔던 만큼 이번 수사가 친노세력의 중심인 문 후보에게까지 확대된다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새누리당의 공격은 차치하더라도 당내에서조차 보호명분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문재인 과반 저지 통해
무조건 결선투표 가야

'대세론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역대 경선·대선구도를 보더라도 문 후보가 이대로 독주를 이어간다면 야권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우선 민주당 경선이 흥행에 실패하고, 모바일투표 불공정 문제와 공천헌금 비리사건으로 국민의 불신을 잠재우지 못한 채 문 후보를 대선후보로 내세운다면 추후에 있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 및 연대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안 원장의 단독 출마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독주가 문 후보로서도 마냥 맘 편할 수 없는 입장이다.


문 후보 측에서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내세우며 경선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홍들을 외면하고 있지만, 전략적으로나 구도적으로 대세론을 계속 이어가기에는 취약한 부분이 적지 않아 보인다. 문 후보의 대세론을 가장 위협하는 요소는 바로 반문 진영 후보 3인의 합종연횡이다.

현재로선 반문 후보 3인의 합종연횡은 사실상 마지막 카드임에 틀림없다. 이들이 손을 잡아야 하는 결정적 이유는 결승전이란 반전카드를 허공에 날리지 않기 위함이다. 문 후보가 이대로 과반 확보에 실패한다면 9월23일에 결선을 치를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합종연횡은 반문 진영 후보들에게 최후의 전술인 셈이다.
전북 경선에서 정 후보의 기대 밖 선전으로 문 후보의 과반 사수가 무너져 반문 진영으로서는 어느 정도 승산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광주·전남 경선 기점으로
'반문연합전선' 형성될 듯

정치권에선 이러한 전략을 예측이라도 한 듯 돌연 손 후보와 김 후보의 중반 연대설이 나돌아 이목이 쏠렸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불교방송 <고성국의 아침저널>에서 김 후보 캠프의 김관영 대변인이 손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언급해 파문이 일었다. 그는 "경선 중반 내지 종반, 어느 정도 판세가 나오면 자연히 구체적인 연대 방법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후보 측에서도 이날 전화통화에서 "아직 단일화를 논의하기 빠른 것 아니냐"며 한발 물러섰다가 "아직 역전이 가능하며, 이런 상태라면 향후 (단일화나 연대) 논의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조만간 있을 양측의 단일화 접촉을 암시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김 후보는 매체를 통해 손 후보와의 연대설을 부인하며 완주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김 후보는 이날 "민주당 경선은 김두관의 힘으로, 김두관으로 비전으로 완주하고 싶다. 연대는 없다"며 "제 입장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어 "캠프 대변인께서 언급하는 과정에서 와전된 것 같은데 누구와 연대하는 것은 제가 해온 정치에 반한다"며 "제가 생각하는 나라는 서민이 대접받는 나라고 빈부갈등을 극복하고 싶은 나라다. 아직 연대는 전혀 생각한 바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러한 김 후보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경선과정에서 문 후보의 선두체제가 굳어질 경우 마지막 승부처로 '결선 전 단일화' 논의가 추진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두 후보가 당분간 캠프 차원에서 경선관리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하고 정책과 비전을 부각시키며 막판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후에 단일화에 대한 물밑 접촉이 이루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결선 향한 짝짓기 불가피, 대세론 주저앉힐 1%에 사활
무너진 마의 50% DJ 정치적 고향 광주·전남이 분수령              

그 시점은 문 후보의 굳히기로 반문 진영의 역전 가능성이 불투명해 보이는 전북 경선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문 후보가 내리 5연승을 달리며 선두체제를 굳힌 상황에서 이들 반문 후보들로선 '연대가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절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반문 후보 측은 '정치공학적 발상'이라는 역풍을 우려해 우선 광주·전남의 표심을 확인할 때까지 '자강론(自强論)'으로 밀고나가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전해진다. 때문에 오는 6일 전반전 완주코스인 광주·전남지역경선이 끝나고 '반문연합전선'의 밑그림이 그려질 전망이다.

이미 경선후보를 사퇴한 박준영 전 후보의 입김도 광주·전남의 중요 변수로 꼽힌다. 현직 전남도지사인 박 전 후보가 반문 진영 후보들의 합종연횡에 힘을 실어줄 경우 문 후보의 굳히기를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승산이 없어 보이는 정 후보의 중반 사퇴설도 정치권에 나돌고 있다. 내용인 즉, 당초 DJ의 계승자임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했던 광주·전남에서 또 다시 꼴찌를 할 경우 중도하차해 그나마 남은 '캐스팅보트'를 쥘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반문 3인 "집권 위해선
악마와도 손잡는다는데…"


경선무대에서 내려온 정 후보가 본선이 끝나기 전에 손·김 두 후보 중 한 명에게 세를 몰아주거나, 결선에 오른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정 후보가 민주당 경선무대 퇴장과 함께 곧바로 안 원장 진영에 합류할지도 모른다는 정치권의 시각도 있어 앞으로 야권연대 판에 새로운 세력구도를 형성할 주요인물로 꼽히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대권에서 점점 멀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민주당 반문 후보 3인의 마지막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 집권을 위해선 '적과의 동침'은 물론 '악마와도 손을 잡는다'는 정치권의 생존법칙을 이들도 선택할 것인지 자못 귀추가 주목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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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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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