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개구리소년 30주기 ③사건 지휘한 강력과장의 편지

“누가 죽인 게 아닙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991년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이 일어난 지 올해로 꼭 30주기가 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 ‘옛말’에 따르면 벌써 3번이나 바뀌었을 만큼의 시간이 흐른 셈이다. 사건의 당사자도, 주변인도 모두 지쳤다. 유가족의 ‘최후 보루’였던 경찰은 그때 뭘 했을까.
 

▲ 김용판 당시 대구경찰서장 ⓒ

아이들을 찾기 위해 트럭을 타고 전국을 헤매던 개구리소년 5명의 아버지들은 3년6개월 만에 생업으로 돌아갔다. 사라진 아이만을 바라보기엔 남은 가족의 고통이 컸다. 아버지들은 트럭 수색을 마치면서 경찰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믿었는데…

우철원군의 아버지 우종우씨는 “남은 가족들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하고 기자들을 모아서 이야기했다. ‘우리는 이제 남아있는 가족을 위해서 생업에 돌아가야 한다. 그러니 아이들 찾는 것은 경찰 당신들 몫이다. 당신들이 이제 아이들 찾아줘’ 하고 부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개구리소년 사건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다. 우리나라 3대 미제사건으로 불렸던 ‘화성연쇄 살인사건’이나 ‘이형호군 유괴 살인사건’과 비교하면 사건의 윤곽조차 희미한 실정이다. 이춘재라는 진범이 잡힌 화성 사건이나 유력 용의자가 존재했던 이형호군 사건과 달리 ‘진상규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유가족들이 사건을 끝내 놓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당시 경찰의 부실수사를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크다.


개구리소년 사건에서 크게 두 번의 진상규명 기회가 경찰에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91년 3월26일 아이들이 실종된 후 초기 수색 단계, 2002년 9월26일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된 직후 발굴 단계. 두 번 모두 초동수사 단계였다. 

당시 경찰의 초동수사는 2019년 10월 대구지방경찰청을 상대로 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다. 개구리소년 사건이 일어난 지 28년이 지난 시점에도 질타를 받을 만큼 당시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던 것. 유가족들은 실종에서 살인으로 사건의 성격이 바뀌는 과정에서 경찰의 부실한 수사가 진상규명을 방해했다고 여겼다. 

우종우씨는 “경찰은 아이들 실종 이후 와룡산 수색 과정에서 실제 아이들이 묻혀있던 지점(세방골)은 수색하지 않았다. 왜 그곳을 빼놓고 수색했는지 모르겠다”며 “유골 발굴 과정에서도 삽과 곡괭이로 파헤치면서 증거를 보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유가족 제기한 국가 상대 소송
경찰 입장 대변한 보조참가인

실제 와룡산 세방골에서 발견된 5구의 유골 가운데 마지막으로 나온 김영규군의 유골을 제외한 4구는 불과 몇 시간 만에 발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경찰이 아이들의 실종 원인과 사망원인을 ‘단순 가출’ ‘저체온증’ 등으로 언급한 부분은 성급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유골 발견 직후 아이들의 사인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시 대구달서경찰서장이었던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5명의 아이들이 길을 잃고 헤매다 탈진, 산 중턱 구릉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기온이 떨어지는 바람에 저체온 현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2005년 8월 개구리소년 유가족과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전미찾모)은 국가를 상대로 4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2002년 9월 당시 경찰의 마구잡이식 시신 발굴로 사건을 해결할 만한 단서들이 훼손됐고 경찰이 단순가출로 가정, 저체온증으로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 유족들이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개구리소년 유가족들은 1·2·3심에서 전부 패소했다.

법원은 “경찰의 수사 및 유골 발굴 과정에서 위법한 사항이 없다”고 판결했다. 개구리소년 유가족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경찰의 초동수사가 위법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당시 재판에서 눈에 띄는 점은 ‘피고 보조참가인’의 존재였다. 보조참가인은 소송 당사자의 한 편을 승소시키기 위해 제3자가 소송행위에 참가하는 것을 말한다. 원고나 피고의 지위는 아니지만 소송 결과에 있어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지는 제3자에 한해 허용된다. 

개구리소년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김모씨는 1심부터 피고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했다. 김씨는 소송 과정에서 국가의 입장, 좀 더 구체적으로는 경찰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씨는 “김씨는 경찰의 입장에서 진술한 인물”이라며 “법원 엘리베이터에서 ‘왜 그렇게 진술하느냐’고 다툰 기억도 있다”고 전했다. 

<일요시사>는 당시 김씨가 개구리소년 유가족에게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를 단독 입수했다. 2007년 10월31일자로 ‘김현도(김영규군의 아버지)씨 외 부모님 여러분들’에게 보낸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다. 2007년 10월2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판결이 나고 일주일 뒤에 보낸 것으로 보인다. 

‘개구리소년 부모님들에게 보내는 글’로 시작하는 편지에서 김씨는 자신을 ‘1991년 사건 발생 초동수사 당시 대구시경 강력과장이었고, 또 이번 서울법원에서 있었던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피고의 보조참가인이었던 김○○’ 이라고 소개했다. 

28년 지나도 초동수사 비판 나와
수색·유골 발굴 과정 ‘마구잡이’

그는 ‘제가 부모님들에게 죄송하게 여기는 단 한 가지는 그 아동들의 시신을 곧바로 찾아주지 못했던 것뿐입니다’라며 ‘시신을 곧바로 발견했더라면 사망원인이 타살인지, 자연사인지를 쉽게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고, 15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런 법정 쟁송까지는 없었을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경찰이 수색 대상 지역에서 개구리소년 아이들의 유골 발견 지점인 계곡을 제외했다고 적었다. 아이들이 집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깊은 산까지 갔으리라고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 

그러면서도 김씨는 아이들의 사망원인이 ‘저체온증’이라고 주장했다.
 

▲ 와룡산 일대를 수색 중인 경찰 병력

그는 ‘아동들은 절대 범인에 의해 피살된 것이 아닙니다. 그때 그 철부지한 아동들이 용돈 몇 푼을 마련하려고 일기예보도 모르고 그 험준한 사격장 탄착지점에서 탄환을 수집하던 중 때마침 들이닥친 폭풍우를 피하려고 그 계곡에서 서로 옹기종지 붙어 끌어안고 있다가 그만 한기가 들어 꼼짝 못하고 모두 사망한 것이 분명합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경찰의 주장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개구리소년 아이들은 실종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사망해 매장됐다는 추정이 나온다. 초등학생의 치아 구조가 약 6개월 간격으로 변화한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실종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 

아이들의 실종 당일 대구 와룡산의 최저기온은 3.3도, 최고기온은 12.3도였다. 비가 오긴 했지만 강우량은 5.7㎜에 불과했다. 또 고속도로와 민가의 불빛을 충분히 볼 수 있었던 위치라는 분석도 제기된 바 있다. 아이들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배경이다.

김씨는 일부 아이들의 두개골에 남은 흔적은 11년6개월 묻혀있는 동안 홍수 때 떠내려온 크고 작은 돌덩이가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의가 뒤로 묶여 있고, 하의도 묶여 있던 김영규군의 옷가지 역시 사망 직전 비를 맞고 추위에 떨던 아이들이 스스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답답함만…

그러면서 ‘아이들의 영혼을 달래고 위안하는 마음으로(유골이 발견된) 계곡 현장에서 5명이 함께 따뜻하게 덮을 수 있는 이불과 뜨거운 쌀밥, 소고깃국 한 그릇을 제물로 해 다시 천도제를 지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나서 이제부터는 모든 악몽에서 벗어나 생업에 열중하시고 내내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라고 편지를 맺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