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파고든’ 사이코패스 막전막후

우리 주변에 ‘괴물’이 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이코패스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대중들은 생소함을 느꼈다. 일반 사람과는 다른 일종의 ‘괴물’로 여기는 인식도 강했다. 하지만 범죄 용의자가 사이코패스로 판명 나는 일이 늘어나면서 대중과의 거리감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사이코패스가 일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 정인양 양모 ⓒEBS

16개월 영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모 장모씨가 심리분석 검사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장씨의 3차 공판에서다. 

공격성↑
공감력↓

대검찰청 심리분석관 A씨는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장씨에 대한 임상심리평가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관련 검사에서 장씨는 사이코패스로 진단되는 25점에 근접한 22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임상심리평가는 대상자의 인지능력·심리상태·성격특성·정신질환 여부·재범 위험성 수준 등을 검사하는 기법이다. 

앞서 검찰은 1차 공판기일에서 살인죄가 적시된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면서 장씨에 대한 심리생리검사·행동분석·임상심리평가 등이 담긴 ‘통합심리분석 결과보고서’를 법원에 근거로 제출한 바 있다. 

A씨는 “평가 결과 장씨의 지능과 판단 능력은 양호했지만,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결여된 모습을 보였다”며 “내면의 공격성과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강한 점 등에 미뤄보면 아이를 밟거나 학대를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또 심리생리검사와 행동분석 결과를 근거로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했던 장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도 덧붙였다. 심리생리검사는 사람이 거짓말할 때 보이는 생리적 반응의 차이를 간파해 진술의 진위를 추론해 내는 기법이다. 행동분석은 진술자의 언어·비언어적 행동 변화를 관찰해 거짓말 여부를 파악하는 분석 방법이다.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4개월에 걸쳐 정인양을 상습 폭행, 학대하고 10월13일 정인양의 등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장씨의 남편 안씨도 아내의 학대 사실을 알고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전혀 다른 종류의 범죄자로 인식
과거 비해 심리적 거리감 좁아져

장씨는 재판 과정에서 아이를 고의로 바닥에 던지거나 발로 밟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이의 복부에 외력이 가해진 부분에 대해서는 ‘실수로 떨어뜨리고 심폐소생술을 했을 뿐 다른 외력은 없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행동분석에서 장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두 해도 못 살고 세상을 떠난 정인양에 대한 양부모의 학대 소식이 알려지자 대중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세상을 떠나기 전 힘없이 앉아있던 정인양의 모습이 어린이집 CCTV를 통해 공개되면서 안타깝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양모 장씨에게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다는 심리평가 결과가 공개되자 대중의 분노는 더 커지는 모양새다.
 

▲ 유영철과 강호순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1920년대 독일의 쿠르트 슈나이더가 처음 소개한 개념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특징이 평소에는 내부에 잠재돼있다가 대부분 범행을 통해서만 밖으로 드러난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이코패스라는 용어가 이슈화된 건 유영철 사건 이후다. 유영철은 2003년 8월부터 2004년 7월까지 21명의 여성을 살해했다. 주로 부유층 노인과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자신이 직접 만든 망치나 칼 등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고, 증거인멸을 위해 불을 지르거나 시체를 토막 내 야산에 묻기도 했다. 

프로파일러들이 ‘최악의 연쇄살인범’으로 꼽는 정남규는 2006년에 검거됐다. 2004년 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당시 유영철의 소행으로 알려졌던 서울 이문동 살인사건의 진범이기도 하다. 그는 체포 이후에도 “더 이상 살인을 못 할까 봐 조바심이 난다”고 말했을 정도로 살인에 집착했다. 

유영철 사건
널리 알려져

길을 가던 어린 아이나 집에 있던 부녀자를 성폭행하고 둔기로 내려치는 잔인한 수법을 사용했다. 범행 순간 쾌감을 느끼는 사이코패스의 전형으로 알려졌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남규에 대해 “제가 만난 1000명의 범죄자 중 가장 잔혹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11월21일 서울구치소에서 목을 매 자살을 기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튿날 새벽 사망했다. 

2009년에는 강호순이 검거됐다. 2006년 9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경기도 서남부 일대에서 여성 10명을 납치하고 살해했다. 성폭행이나 성관계를 위해 피해 여성들에게 접근해서는 범행 이후 곧바로 살해했다. 특히 희생자 대부분을 스타킹으로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알몸 상태로 매장하는 등의 수법을 되풀이했다. 

여성에게 살인 충동을 느끼고 사냥하듯 접근해 잔혹하게 살해한 범행 수법에서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특징이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강호순은 검거 이후에도 수사관들에게 ‘증거가 있으면 제시해보라’는 식으로 말하며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는 듯 굴었다고 한다. 
 

▲ 연쇄살인범 정남규

특히 당시 강호순의 이웃들은 ‘아이들에게 잘하는 친절한 아버지의 이미지’로 그를 기억했다. 반면 함께 살았던 전 부인 등에게는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다고 한다. 이런 다중인격 역시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특성이라는 분석이다. 

사이코패스의 개념이 대중에 널리 알려진 건 유영철 때부터지만 그보다 앞서 연쇄살인을 저질렀던 정두영도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였다. 그는 1999년 6월부터 2000년 4월까지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 9명을 살해하고 10명을 다치게 했다. 18세 때 살인을 저질러 11년형을 선고받은 정두영은 출소한 이후에도 살인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2000년 사형수가 됐다.

대중매체
흔한 소재

정두영은 금품을 훔치다 들키면 목격자를 흉기나 둔기 등으로 잔혹하게 살해했다. 검거된 후 살해 동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내 속에 악마가 있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유영철이 검찰 조사에서 “2000년 강간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돼있을 당시 정두영 연쇄살인사건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한 월간지를 보고 범행에 착안하게 됐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2016년 8월 대전교도소에 수감돼있던 정두영은 탈옥 시도를 했다 발각돼 사회를 또 한 번 발칵 뒤집었다.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으로 손꼽힌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 이춘재도 뒤늦게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춘재는 처제를 포함해 총 15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9명의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과 강도질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살해된 피해자들 역시 대부분 성폭행을 당한 후 죽임을 당했다. 
 

▲ 화성연쇄살인사건 진범으로 밝혀진 이춘재

이춘재는 범행 동기에 대해 별다른 진술을 하지 않았지만 경찰은 수십 차례에 걸친 프로파일러 면담 결과 등을 토대로 그의 범행 동기를 ‘변태적 성욕 해소’로 판단했다. 또 사이코패스 검사에서 그는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등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춘재는 내성적 성격으로 자기 삶에서 주도적 역할을 못하다가 군대에서 처음으로 성취감과 주체적 역할을 경험한 뒤 전역 후에는 무료하고 단조로운 생활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된 욕구불만의 상태에 놓였다”며 “결국 욕구 해소와 내재한 욕구불만을 표출하고자 가학적 형태의 범행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춘재·정두영·유영철·정남규·강호순 등의 연쇄살인범들은 대부분 사이코패스로 판명됐다. 이들은 대중들에게 일종의 ‘괴물’처럼 인식됐다. 범죄자들 사이에서도 ‘돌연변이’에 가까운 독특한 존재들로 여겨진 것. 

정인이 양모도 같은 성향 보여 
일각에선 “언론의 과잉 보도”

하지만 최근 사이코패스에 대한 대중들의 심리적 거리감이 조금씩 좁혀지는 모양새다. 연쇄살인, 연쇄 성폭행 등의 초강력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들에게만 나타나는 듯했던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범죄자가 이전보다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중매체에서 사이코패스를 소재로 하는 창작물을 많이 쏟아내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아동성폭행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고 지난해 출소한 조두순의 경우 사이코패스 테스트에서 29점을 받았다. 26~27점을 받은 강호순보다도 높은 점수다. 이유라 경기경찰청 과학수사계 범죄분석관이 수사전문 월간지 <수사연구>에 기고한 ‘아동성범죄의 특성과 조두순’에 나온 내용이다.

조두순은 특히 죄책감과 공감 능력이 없고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동성과 무책임성, 장기적인 목표 부재, 기생적인 생활방식 등의 항목에서도 정신병적 성향이 두드려졌다.

기고에 따르면 2008년 12월 검거 직후 면담 과정에서 보인 행동의 특징을 토대로 조두순은 분노 감정에 민감하고 매우 공격적인 성향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2017년 여중생을 살해해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경우도 사이코패스 성향이 짙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사이코패스 테스트에서 40점 만점에 25점을 받았다. 

당시 서울청 과학수사계 소속 이주현 프로파일러는 “어린 시절부터 장애로 놀림을 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한 이씨가 친구들을 때리는 등 보복적 행동을 보였다”며 이 과정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씨의 이중생활 역시 사이코패스 성향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는
얼마 없다?

일각에선 언론이 사이코패스의 존재에 대해 과잉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반인들이 사이코패스의 존재를 지나치게 과장해서 인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2015년에 나오기도 했다. 당시 대한범죄학회 최신호에 실린 <사이코패스 관한 대중의 인식과 두려움> 논문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평균 범죄자들의 23.4%가 사이코패스일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2000년에 발표된 연구논문이 추정한 범죄자들의 사이코패스 비율 11%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이코패스 테스트 ‘25점 넘으면 위험’

사이코패스를 진단하는 도구로는 캐나다의 심리학자 로버트 헤어가 만든 PCL-R이 주로 사용된다.

조은경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와 이수정 교수가 한국판으로 표준화했다.

PCL-R은 20개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피검사자는 전문 검사자가 불러주는 문항을 듣고 ‘아니다(0점)/아마도(1점)/그렇다(2점)’로 나눠서 답한다. 

만점은 40점이고, 우리나라에선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분류한다.

미국은 30점 넘어야

미국은 30점 이상부터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비해 범죄 기록이 다양하지 않고 아동·청소년기 기록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 차이로 전문가들이 기준점을 보정했다. 

‘과도한 자존감’ ‘죄책감 결여’ ‘타인을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 ‘청소년 비행’ 범죄 경력‘ 등에 대해 묻는다.

유영철은 38점, 중곡동 주부 살해범 서진환은 31점, 조두순은 29점, 강호순은 27점, 이영학은 25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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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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