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터진’ 국회 특위는 지금…

있으나 마나 ‘뒷북’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국회 특별위원회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여야는 5개 특위 구성에 합의했지만, 윤리특별위원회 설치에 그쳤다. 정치권은 나머지 4개 특위 발족이 시급하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안갯속이다.
 

▲ 국회 본회의장 ⓒ고성준 기자

국회 위원회는 크게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로 구성된다. 상임위는 관련 분야에 따라 편성된다. 법제사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이 여기에 속한다. 특별위원회는 이러한 상임위와 관련되거나, 필요·긴급한 안건을 효율적으로 심사하기 위해 조성된다. 입법권은 없지만 위원들이 주요 사안을 내밀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장이다.

5개 합의

특위는 다시 활동 기간에 따라 상설과 비상설로 구분된다. 상설 특별위는 예산결산특위다. 나머지는 모두 비상설이다.

지난해 8월 여야는 윤리특위 결성을 합의했다. 이어 4개 특위를 원내 수석 간 합의를 거쳐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박병석 국회의장은 코로나19 극복 경제특위를 제안했다. 여야는 각각 균형발전특위, 에너지특위, 저출산대책특위 등을 내세웠다.

균형발전특위는 국회 상임위원회의 세종시 이전을 골자로 한다. 에너지특위는 탈원전과 태양광 관련 정책을, 저출산대책특위는 저출산과 인구절벽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21대 국회는 지난해 9월1일 문을 열었다. 정기국회가 궤도에 올랐지만, 4개 특위의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국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그간 특위는 모두 10차례 열렸다(지난달 27일 기준). 대법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의 인사청문특위가 7차례로 가장 많았다. 상임위원 정수 규칙 개정 특위는 2차례였다. 나머지 한 차례는 윤리특위였다.

정치권에서는 특위 설치를 바라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해 12월 지방소멸TF(테스크포스)를 출범시키면서 특위의 조속한 가동을 주문했다. 이날 이 대표는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국가균형발전협의회를 언급, 여야가 지난해 8월 합의한 국가균형발전특위를 움직여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 출범 합의 이후 감감무소식
‘국민 눈높이’로 시작해 ‘맹탕’

박 의장은 지난달 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극복 경제특위 구성을 당부했다. 박 의장은 이날 “세계 여러 나라 국회가 코로나19 특위를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도 코로나19 특위를 신속히 구성해 국민 안전과 민생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위 합의 당시 여야는 대책의 시급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국회 개원과 동시에 관련 문제를 이른 시일부터 살펴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오늘날 분위기는 그때와 다소 다르다. 특히 코로나19 특위의 경우, 국내 코로나19가 발병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나마 설치된 윤리특위조차 개점휴업했다. 윤리특위는 지난해 9월15일 위원장과 간사를 선임한 이후 가동을 멈췄다. 윤리특위에 안건이 접수됐지만, 아직 단 한 차례도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첫 회의 당시 윤리특위 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특위의 정상 가동을 강조했다. ‘엄격한 잣대’ ‘신뢰’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 ‘일할 수 있는 특위’ 등도 함께 언급했다.
 

▲ 주먹 인사 나누는 박병석 국회의장(사진 가운데)과 여야 원내대표들 ⓒ박성원 기자

위원장인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의 자정 능력에 대해 국민들의 신뢰와 평가는 아직 매우 낮다”며 “윤리특위가 국회의원의 윤리 수준을 높이고 국회의 자정 능력을 강화하는 데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위원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윤리특위에 기대를 걸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47건의 징계안이 접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 폐기됐다. 이번 국회에서도 비슷한 모양새가 관측된다. 현재 윤리특위에 접수된 안건은 모두 8건이지만, 회의는 한 번도 성사되지 않았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매번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야는 일찌감치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현실은 달랐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일하는 국회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윤리특위를 상설 특위로 전환하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개편된 사법위원회와 통합해 ‘윤리사법위원회’를 제정한다는 내용이었다.

만들어 놓고 개점휴업…계속되는 무용론
지난 국회 받은 비판 이번에도 이어갈까

윤리특위를 실제 심사가 가능한 기구로 격상시키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해당 내용은 지난해 12월 본회의 통과 당시 여야 합의로 모두 삭제됐다.

특위가 정상궤도에 진입하더라도 그 이후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특위 설치에 앞서 정치권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만, 특위 결성 이후에는 소극적인 분위기를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꾸려진 특위는 윤리특위를 비롯해 남북경제협력특위, 에너지특위, 4차산업혁명특위, 공공부문채용비리의혹 국정조사특위, 정치개혁특위, 사법개혁 특위 등이었다. 이 중 활동 기한 연장이 이뤄진 정치·사법개혁 특위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이들의 활동 기한은 2019년 6월30일까지였다. 그해 남북경협 특위는 회의를 두 번 개최하는 데 불과했다. 이마저도 정부부처의 업무 보고였다.

에너지 특위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공공부문채용비리의혹특위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서울교통공사와 강원랜드 등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로 시끄러웠지만 진척은 없었다. 4차 산업 특위가 그나마 많이 열렸지만, 여야 위원들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공석이 많았다.

특위 연장 여부는 여야 합의로 이뤄진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 아래, 정치권은 4년 내내 국회 정상화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겪었다. 결국 ‘빈손 특위’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또 제자리?


오늘날 여야는 특위 구성 합의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난 20대 국회가 받았던 비판을 고스란히 넘겨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혈세 낭비 측면에서도 간과하기 어렵다. 각 특위는 예산을 통해 운영되기 때문이다. 사안이 발생하면 보여주기 식으로 특위를 세우고, 뒷수습은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계속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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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