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재판’ 의원님들의 혹독한 겨울나기

요즘 여의도 유독 추운 까닭은?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누가 먼저 금배지를 내려놓게 될까. 지난해 총선 이후 기소된 국회의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 <일요시사>는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구형을 받고,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는 의원들을 살펴봤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이번 달에만 모두 6명이다.
 

▲ 사진 왼쪽부터 김한정·이소영·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

21대 총선에서 300명의 국회의원이 당선됐다. 이들이 모두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당장 이전 국회만 살펴봐도 짐작하는 데 어렵지 않다. 20대 국회에서는 모두 14명이 옷을 벗었다(자진사퇴 1명 포함). 의혹이 제기되면서 줄줄이 재판에 넘겨져서다. 21대 4·15 총선 과정에서 기소된 국회의원은 모두 27명이다. 이들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고 있다.

100만원 이상
다시 집으로

이번 달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국회의원은 모두 6명이다. 정당별로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열린민주당 1명이다. 이 중 가장 먼저 1심 선고를 받은 의원은 민주당 김한정 의원(경기 남양주시을)이다.

김 의원은 지난 2019년 10월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 운영진 4명과 식사를 하면서 고가의 양주를 제공, 70만원 상당을 기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9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김 의원에게 벌금 150만원을 구형했다. 당선 무효형이었다.

국회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당선 무효 처리된다.


이날 김 의원 측 변호인은 당시 식사 자리를 선거운동이 아닌 의정활동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선이나 총선 관련 내용은 없었고, 마석 가구공단 이전이나 지하철 9호선 연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공소 사실과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모두 동의했다. 김 의원은 최후진술에서 “법을 지켜야 할 맨 앞줄에 있는 사람인데, 법을 어겨 송구스럽고 반성한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정다주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김 의원에게 벌금 150만원을 그대로 선고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14년 남양주시장 선거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김 의원은 고배를 마셨지만, 2016년 20대 총선에서 남양주시을 선거구에 깃발을 꽂았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법 27명 기소, 재판 시작
구형량은 당선무효형, 1심은?

나머지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1심 선고는 이번 주에 있을 예정이다. 민주당 이원택 의원(전북 김제시부안군)의 선고공판은 오는 20일이다. 이 의원은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당시 김 의원은 선거법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 기소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18일 이 의원에게 벌금 150만원을 구형했다. 이 의원은 지난 2019년 12월 지역구 소재 마을 경로당에서 구민들을 상대로 좌담회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곳에서 이 의원이 지역구 거주사실을 밝혔고, 민원을 해결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봤다.


이 의원 측 변호인은 무죄를 주장했다. 경로당 방문은 선거운동이 아니라 일상적인 정치활동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후보 예정자가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민원을 청취하는 행동을 할 수 없다면, 인지도가 낮은 후보는 어떻게 자신을 알리고 시민이 원하는 정책을 펼칠 수 있겠느냐는 입장이었다. 또 지지해달라거나 투표해달라는 발언 내용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최후변론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하면서 제일 먼저 낭독한 것이 선거법과 선거관리위원회 안내 책자”라며 본인의 행동이 사전선거운동이라면 죄를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고의적인 의도는 없었다는 점도 덧붙이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 의원은 구의원으로 출발해 국회에 입성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02년 지방선거 당시 전북 지역 무소속 구의원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재도전해 전주시 구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경기 의왕시과천시)의 1심 선고는 오는 22일 열린다. 이 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2월16일 벌금 150만원을 구형받았다. 이 의원은 총선 예비후보자였던 지난해 3월 노인회 사무실과 노인복지관 등 여러 기관단체 사무실을 호별 방문해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당선! 
기쁨도 잠시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을 위한 호별 방문을 엄격히 금지한다. 당시 의왕시선거관리위원회가 이 의원을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이뤄졌다.

이 의원은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호별 방문의 위법성을 면밀히 살피지 못해 이를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 의원 역시 “잘못을 통감하고 반성한다”며 “지역주민 뜻에 따라 봉사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인재영입 8호 출신이다. 그는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거친 환경 전문 변호사로 소개됐다. 이 의원의 지역구인 의왕시과천시의 전임자는 민주당 신창현 전 의원이었다. 신 전 의원은 주택개발후보지 유출 의혹으로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됐고, 이 의원이 전략공천 대상자가 됐다.

이 의원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신계용 후보를 43.38%대 37.95%로 꺾으면서 국회의 문턱을 넘게 됐다.
 

▲ 국회의사당 전경 ⓒ고성준 기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이번 달에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비례대표)은 지난해 총선 당시 재산을 축소 신고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선고 공판은 오는 27일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23일 조 의원에게 벌금 15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조 의원이 누락된 채권 5억원에 대한 이자를 지속적으로 받아 채권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다고 봤다. 검찰은 “누락한 현금성 자산의 성격과 규모를 보면 누락할 유인이 충분해 보인다”며 “당선 목적으로 재산이 허위 공표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재산보유현황서 작성 요령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선 목적으로 재산 관련 허위 사실을 공표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뒤늦게…
선처 호소

조 의원이 재산보유현황서에 기재한 재산은 22억3000만원이다. 실제 재산은 26억원으로 3억7000만원 정도의 차이가 있다.

조 의원 측은 “선거인 입장에서 비례대표 후보자 재산이 22억3000만원이나 26억원일 때 재산에 관해 다른 인식이 형성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조 의원 측은 동생 부부에 대한 사인 간 채권 5억원 누락분이 신고대상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과소 신고와 배우자 금융자산 누락, 아들 예금 등도 모두 착각과 실수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조 의원은 검찰 구형 당시 최후진술에서 “돌이켜보면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 겸손하게 낮은 자세로 자신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에서 후보 1번에 이름을 올리며 당선됐다.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경북 포항시남구울릉로)의 선고공판은 오는 28일 열린다. 김 의원은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11일 김 의원의 선거법 관련 사안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김 의원이 지난해 3월21일 미래통합당 소속 박명재 전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 지지를 호소하며 사전운동을 해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정치자금법의 경우 100만원이 구형됐다. 검찰은 선거 기간에 발생한 문자 메시지 발송비를 선거비로 회계처리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인정·호소·대립…반응 제각각
20대 국회 14명 이탈 이번에는?

김 의원은 보좌관 출신 국회의원이다. 그는 강재섭 의원실 인턴 비서로 시작해 박보환·박상은 의원 비서관, 박상은·이학재 의원 보좌관 등을 거쳤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포항 지역에 출마, 상대 후보들을 제치며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오는 28일 1심 선고를 받게 된다. 최 대표에게는 앞선 벌금형 사례와 달리 징역이 구형됐다.
 

▲ ▲ 사진 왼쪽부터 조수진 국민의힘·김병욱 무소속·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검찰은 지난해 12월23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아들의 인턴 경력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최 대표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식하지도 뉘우치지도 않고 수사 과정에서 출석조차 거부했다”며 “법정에서 말을 바꾸는 등 여러 차례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사건사무규칙을 명백하게 위반한 위법기소라며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최 대표 역시 “사실관계로 보나 증거로 보나 분명히 무죄”라며 “검찰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건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뿐”이라고 전했다.

최 대표는 청맥 변호사로 일하던 지난 2017년 10월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준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됐다. 하지만 최 대표는 조 전 장관의 아들이 실제 인턴 활동을 했기 때문에 확인서를 발급해줬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최 대표는 손혜원 전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 등 민주당 탈당 인사들이 꾸린 열린민주당에서 비례 2번에 이름을 올리면서 국회에 입성할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검찰이 27명의 국회의원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이후, 재판이 하나둘 진행되는 모양새다. 물론 1심 판결에서 당선무효형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당장 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벌금부터
징역까지

지난 20대 국회에서 의원직을 잃은 이들은 모두 13명이다. 자진사퇴 1명을 포함하면 모두 14명이다. 정당별로 살펴보면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10명, 국민의당 2명, 민주평화당 1명, 민중당 1명이었다. 21대 국회에서는 몇 명이나 옷을 벗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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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