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대는 민주당 경선>'저평가 우량주' 김두관 주목해야 하는 이유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27 1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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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숨은 저력 "기필코 판 뒤집는다"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8월 24일 '환상의 섬' 제주에서 민주당 대선경선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민주당 경선은 모바일 개표 오류라는 진통을 겪으며 초반 삐끗했다. 내홍 속에서 열린 첫 뚜껑은 당초의 예측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가 6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세 명의 후보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2위를 차지한 손학규 후보와 3위 김두관, 4위 정세균 후보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문 후보를 이기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로써 경선은 중반전에 이를 경우 후보 간 합종연횡이 중대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 중 가장 눈여겨봐야 할 후보가 바로 '저평가 우량주'인 김 후보임에 틀림없다.

민주통합당의 제주 첫 경선은 제주지역 총유권자의 10%에 달하는 3만6329명의 선거인단 중 2만102명(55.3%)이 투표해 당초 '1.5부 리그'라도 돼야 한다는 민주당의 흥행부진 우려를 불식시켰다. 결과는 당초 예상대로 그동안 ‘대세론’을 점해왔던 문재인 후보가 1만2023표로 59.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막판에 '당심'을 장악하며 두각을 나타냈던 손학규 후보는 4170표(20.74%)로 2위, 김두관 후보는 2944표(14.65%)로 3위를 차지했다.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막판까지 사생결단 추격

대선의 거대한 판도를 결정할 민주당 경선은 시작과 함께 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주말 제주를 시작으로 뚜껑이 열리는 경선을 두고 수많은 시나리오가 쏟아지며 경선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여론은 지금까지 우위를 점했던 '문재인 대세론'보다는 혹시 모를 대이변에 무게를 두며 손 후보와 김 후보의 역전드라마를 점쳤다.

그 중에서도 이목은 단연 김 후보에게 쏠렸다. 김 후보가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의 지지와 '저녁이 있는 삶'이란 슬로건으로 민심을 흔들었던 손 후보의 그늘에 가려져 이대로 주저앉지 않을 것이란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지금까지 한자리 지지율로 답보상태를 보이며 멀찌감치 뒤처졌던 김 후보의 사생결단 추격전이 민주당 경선의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며 김 후보의 선전을 염두에 둔 '초박빙승부'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제주경선은 문·손·김 세 후보의 박빙이 예상됐고, 울산에서는 김 후보가 선두를 다툴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뚜껑이 열리면서 역시나 김 후보에 대한 평가는 '저평가 우량주'라는 아쉬운 결과로 드러났다.

김 후보가 저평가를 받은 이유에 대해 김 후보 캠프 정진우 부대변인은 "김 후보가 도지사직 사퇴 여부를 두고 주춤한 사이 준비된 다른 후보들이 앞서 치고나가면서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캠프 측은 두 번째 이유로 김 후보가 아직 '여의도식 정치'에 익숙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관계자는 "김 후보는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다. 이 때문에 민평련 모임에서 김 후보가 정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당시 김 후보는 중국 투자유치설명을 끝내고 새벽에 귀국해 굉장히 피곤한 상태로 모임에 참석했다.

패널이 굉장히 쉬운 질문을 던졌는데 김 후보가 '잘 모른다'라고 솔직히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다른 정치인 같으면 임기응변에 능해 충분히 에둘러 말해 위기를 모면했을 텐데, 중앙정치무대에 익숙하지 않은 김 후보는 아직 이점에 서툴러 공격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반평생 지도자 인생
세력은 자율 의병군

캠프 관계자는 초반 김 후보 측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일으킨 점을 세 번째 이유로 들었다.


그는 "처음에 김 후보에게 들어오는 인터뷰 요청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그만큼 '김두관의 등장'이 이슈가 된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지나치면 실망도 큰 법이다.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켰다"라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예비경선에서 문 후보와 대치구도를 이루고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던 것을 '전략적 실수'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것을 두고 네거티브 공격이 아니라는 주장은 분명히 했다.

김 후보 측은 "수비와 공격 모두 대선후보에겐 홍보수단이다. 하지만 초반에 지나쳤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앞으로 어떤 전략을 쓸지는 김 후보의 선택이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가 저력을 발휘할 인물로 부상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김 후보가 '우량주'로 평가 받는 공통된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로 김 후보는 이미 검증이 끝난 인물이라는 것이다. 김 후보는 남해군 이어리 이장에 선출돼 일찌감치 정치권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김 후보는 빗자루를 들고 마을 청소를 하고 다녀 '빗자루 이장님'으로 불렸다. 당시 김 후보 나이 서른이었다.

이후 남해군수로 출마해 당선됐으며 남해경제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김 후보는 '보물섬 남해'라는 브랜드 론칭을 시작으로 남해군 기후에 맞는 사계절 잔디를 개발하며 '그린플랜'이라는 사업에 주력했다. 공사 중이던 월드컵경기장에 잔디를 납품해 남해군의 수입원을 늘리는 것이 사업의 골자였다.

또한 축구전지훈련장 건설, 독도인 마을을 조성했다. 이를 두고 "돈 없고 가난하고 바다일 힘들어서 얼굴에 인상만 쓰고 있던 남해사람들이 김두관 이후 주머니가 많이 두둑해졌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김 후보는 2008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행정자치부 장관직을 무난하게 수행했다. 말투와 결음걸이까지 비슷해 '리틀노무현'으로 불린 김 후보는 장관을 그만두고 고향 경남에서 도지사와 국회의원에 도전했지만 낙선을 거듭하며 좌절을 맛봤다.  

하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경남도지사에 당선되어 6년의 설움을 말끔히 씻었다. 당선이 확정되자 김 후보는 "지역주의라는 나무를 쓰러뜨리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여덟 번 찍었고 내가 마지막 두 번 더 찍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역주의라는 거대한 나무는 쓰러지고 말았다"라고 감회를 표현했다.

첫 제주도 경선 3위 "그 정도면 선전했다"
'안방' 부산·경남 지역이 전세역전 전환점

김 후보는 도지사직을 맡으며 가지고 있는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경남민주도정협의회'를 설립해 공동지방정부 수립이라는 공약을 지킨 것이 주목할 만한 공적이다.

김 후보 측은 "김 후보는 이미 소통령과 중통령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오랜 지도자의 자리에서 고뇌와 결단을 거듭했다. 경남도지사를 할 당시 김 후보 특유의 친화력과 설득으로 이해와 대화 협상을 끌어냈다"라고 당시를 평가했다.


김 후보가 막판 저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두 번째 이유는 김 후보가 저평가를 받은 이유로 꼽혔던 여의도식 정치경험 부족과 당내 세력이 미력하다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정치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후보는 순수한 사람이다. 정치기술이 부족해 중앙정치무대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직 서툴지만 이 점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역대 경선에서 임기응변과 정치기술에 능한 사람보다는 개인적인 역량이 가장 뛰어난 인물이 1위를 차지했던 것을 보더라도 김 후보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예측했다.

미력한 당내 조직력에 대해서 그는 “다른 후보들의 조직을 '정규군'이라면 김 후보의 세력은 '의병군'으로 표현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자발적인 지지모임을 통해 조직이 구축됐으며 이는 역동성과 확장성이라는 강점을 가진다. 김 후보의 지지 기반은 '국민참여조직'이라는 점에서 국민참여경선과도 일맥상통 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후보의 지지모임은 '두드림' '참여정치토론' '피어라들꽃' '두지모(김두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 '열린정책포럼'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충주지역에서 시민활동가 300인이 김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들은 "김 후보는 우리 같이 가난하고 차별받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이자 새로운 희망"이라며 "김두관 대통령 만들기에 전 가족이 나설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더 눈여겨 볼 대목은 김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여러 가지 면에서 대척점을 이뤄 본선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한 전문가는 "박 후보는 궁중정치, 아버지의 후광, 엘리트와 권력주의, 모든 것을 가진 사람으로 표현된다. 반면 김 후보는 서민정치와 농민운동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어왔고 엘리트 출신이 아니다. 권력주의와는 거리가 먼 인물로 모든 면에서 박 후보와 대립각을 이룬다"라고 평했다.

사퇴한 박준영 '반문재인'
향후 전개될 합종연횡 주목

'김두관주'가 상승세를 탈 수 밖에 없는 긍정적인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경선을 앞두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김 후보를 둘러싸고 묘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최근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김 후보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얘기를 나눠봤는데,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해 김두관-정운찬-안철수가 본격 행보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부산에서 민주당으로 3선을 달성한 조경태 의원이 김 후보의 캠프에 합류한 것도 김 후보로선 상당한 우군을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조 의원은 중도사퇴한 박준영 전 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지면서 "박 전 후보가 김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정치권의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박 전 후보가 사퇴 직전 김 후보와 '모종의 통화'를 했고, 사퇴를 전후해 조찬을 함께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박 전 후보가 김 후보 캠프에 합류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박 전 후보 측은 "김 후보와 조찬은 없었다"라고 일축했지만 <일요시사>가 김 후보 캠프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두 사람의 조찬모임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후보 측은 "박 전 후보는 대통합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분열되었을 당시 민주당에 남아있던 인물로 참여정부 인사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사퇴한 박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손 후보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동안 박 전 후보가 김 후보에 대해서는 비난을 아꼈던 만큼 결선투표를 치러야 하는 김 후보의 합종연횡 전략이 활로를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이길 자는 오로지 서민출신 이장님 뿐
결선투표까지만 2위 유지하면 반드시 승산

현재 4위를 달리고 있는 정세균 후보의 사퇴여부도 김 후보로서는 2위 싸움을 두고 노려볼만한 최대 변수로 꼽힌다. 문제는 손 후보와의 싸움이지만 울산·부산·경남권에서 우위를 점하고 2위로 결선투표에 진입하게 된다면 충분히 본선 무대도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역대 민주당 경선은 예상을 뒤엎는 이변이 속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02년 경선 당시 '대세론'을 점하며 줄곧 1위를 달렸던 이인제 후보는 초반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던 노무현 후보에게 대선후보 자리를 내주며 쓰라린 패배를 경험했다.

올해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경선도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갔다. 전국 지역 순회 대의원 투표에서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던 김한길 최고위원은 막판에 고작 0.5%p 차이로 이해찬 당대표에게 1위 자리를 넘겨주고 말았다. 막판 모바일투표와 서울 경선을 거치며 1637표 차이로 이 대표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던 것.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첫 결전지인 제주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지난 2002년 대선 경선과 사뭇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당시 경선에서는 당대표를 지낸 한화갑 후보가 대세론의 주역인 이인제 후보를 근소한 표차이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고, 노무현 후보는 한참 밀린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후 조직력을 앞세운 한 후보도 대세론을 점했던 이 후보도 노 후보의 수도권 한강상륙작전에 밀려 고배를 마셨고, 그렇게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노 후보는 강력한 대권재수생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청와대에 입성했다.  

따라서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제주 경선에서 문 후보가 59.8%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한 사실이 향후 경선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02년 제주 경선 결과와 마지막 결과가 너무도 달랐던 충격적 이변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02 이변 출발지 제주
'3위 돌풍' 지켜보라

김 후보의 현재 제1목표는 바로 앞선 손 후보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문 후보와 지지세가 겹치는 영남권 경선에 사활을 건다는 복안이다.

김 후보 캠프 관계자는 "김 후보는 1959년생으로 아직 젊다.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녔다. 역동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주경선 후보 중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인물이다. 앞으로 경선무대에 적응을 하면 장점을 살려 진가를 드러내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날 것이다"라며 "요즘 김 후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좋은 징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정치전문가는 민주당 경선후보들을 두고 "문 후보는 갈수록 밑천이 드러나는 케이스이고, 손 후보 역시 갈수록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뒤늦게 추격전에 나선 김 후보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상승세가 기대되는 만큼 '유망한 우량주'의 선전을 기대해 볼만 하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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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