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대는 민주당 경선>'저평가 우량주' 김두관 주목해야 하는 이유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27 1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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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숨은 저력 "기필코 판 뒤집는다"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8월 24일 '환상의 섬' 제주에서 민주당 대선경선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민주당 경선은 모바일 개표 오류라는 진통을 겪으며 초반 삐끗했다. 내홍 속에서 열린 첫 뚜껑은 당초의 예측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가 6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세 명의 후보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2위를 차지한 손학규 후보와 3위 김두관, 4위 정세균 후보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문 후보를 이기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로써 경선은 중반전에 이를 경우 후보 간 합종연횡이 중대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 중 가장 눈여겨봐야 할 후보가 바로 '저평가 우량주'인 김 후보임에 틀림없다.

민주통합당의 제주 첫 경선은 제주지역 총유권자의 10%에 달하는 3만6329명의 선거인단 중 2만102명(55.3%)이 투표해 당초 '1.5부 리그'라도 돼야 한다는 민주당의 흥행부진 우려를 불식시켰다. 결과는 당초 예상대로 그동안 ‘대세론’을 점해왔던 문재인 후보가 1만2023표로 59.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막판에 '당심'을 장악하며 두각을 나타냈던 손학규 후보는 4170표(20.74%)로 2위, 김두관 후보는 2944표(14.65%)로 3위를 차지했다.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막판까지 사생결단 추격

대선의 거대한 판도를 결정할 민주당 경선은 시작과 함께 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주말 제주를 시작으로 뚜껑이 열리는 경선을 두고 수많은 시나리오가 쏟아지며 경선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여론은 지금까지 우위를 점했던 '문재인 대세론'보다는 혹시 모를 대이변에 무게를 두며 손 후보와 김 후보의 역전드라마를 점쳤다.

그 중에서도 이목은 단연 김 후보에게 쏠렸다. 김 후보가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의 지지와 '저녁이 있는 삶'이란 슬로건으로 민심을 흔들었던 손 후보의 그늘에 가려져 이대로 주저앉지 않을 것이란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지금까지 한자리 지지율로 답보상태를 보이며 멀찌감치 뒤처졌던 김 후보의 사생결단 추격전이 민주당 경선의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며 김 후보의 선전을 염두에 둔 '초박빙승부'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제주경선은 문·손·김 세 후보의 박빙이 예상됐고, 울산에서는 김 후보가 선두를 다툴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뚜껑이 열리면서 역시나 김 후보에 대한 평가는 '저평가 우량주'라는 아쉬운 결과로 드러났다.

김 후보가 저평가를 받은 이유에 대해 김 후보 캠프 정진우 부대변인은 "김 후보가 도지사직 사퇴 여부를 두고 주춤한 사이 준비된 다른 후보들이 앞서 치고나가면서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캠프 측은 두 번째 이유로 김 후보가 아직 '여의도식 정치'에 익숙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관계자는 "김 후보는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다. 이 때문에 민평련 모임에서 김 후보가 정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당시 김 후보는 중국 투자유치설명을 끝내고 새벽에 귀국해 굉장히 피곤한 상태로 모임에 참석했다.

패널이 굉장히 쉬운 질문을 던졌는데 김 후보가 '잘 모른다'라고 솔직히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다른 정치인 같으면 임기응변에 능해 충분히 에둘러 말해 위기를 모면했을 텐데, 중앙정치무대에 익숙하지 않은 김 후보는 아직 이점에 서툴러 공격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반평생 지도자 인생
세력은 자율 의병군

캠프 관계자는 초반 김 후보 측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일으킨 점을 세 번째 이유로 들었다.


그는 "처음에 김 후보에게 들어오는 인터뷰 요청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그만큼 '김두관의 등장'이 이슈가 된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지나치면 실망도 큰 법이다.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켰다"라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예비경선에서 문 후보와 대치구도를 이루고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던 것을 '전략적 실수'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것을 두고 네거티브 공격이 아니라는 주장은 분명히 했다.

김 후보 측은 "수비와 공격 모두 대선후보에겐 홍보수단이다. 하지만 초반에 지나쳤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앞으로 어떤 전략을 쓸지는 김 후보의 선택이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가 저력을 발휘할 인물로 부상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김 후보가 '우량주'로 평가 받는 공통된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로 김 후보는 이미 검증이 끝난 인물이라는 것이다. 김 후보는 남해군 이어리 이장에 선출돼 일찌감치 정치권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김 후보는 빗자루를 들고 마을 청소를 하고 다녀 '빗자루 이장님'으로 불렸다. 당시 김 후보 나이 서른이었다.

이후 남해군수로 출마해 당선됐으며 남해경제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김 후보는 '보물섬 남해'라는 브랜드 론칭을 시작으로 남해군 기후에 맞는 사계절 잔디를 개발하며 '그린플랜'이라는 사업에 주력했다. 공사 중이던 월드컵경기장에 잔디를 납품해 남해군의 수입원을 늘리는 것이 사업의 골자였다.

또한 축구전지훈련장 건설, 독도인 마을을 조성했다. 이를 두고 "돈 없고 가난하고 바다일 힘들어서 얼굴에 인상만 쓰고 있던 남해사람들이 김두관 이후 주머니가 많이 두둑해졌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김 후보는 2008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행정자치부 장관직을 무난하게 수행했다. 말투와 결음걸이까지 비슷해 '리틀노무현'으로 불린 김 후보는 장관을 그만두고 고향 경남에서 도지사와 국회의원에 도전했지만 낙선을 거듭하며 좌절을 맛봤다.  

하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경남도지사에 당선되어 6년의 설움을 말끔히 씻었다. 당선이 확정되자 김 후보는 "지역주의라는 나무를 쓰러뜨리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여덟 번 찍었고 내가 마지막 두 번 더 찍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역주의라는 거대한 나무는 쓰러지고 말았다"라고 감회를 표현했다.

첫 제주도 경선 3위 "그 정도면 선전했다"
'안방' 부산·경남 지역이 전세역전 전환점

김 후보는 도지사직을 맡으며 가지고 있는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경남민주도정협의회'를 설립해 공동지방정부 수립이라는 공약을 지킨 것이 주목할 만한 공적이다.

김 후보 측은 "김 후보는 이미 소통령과 중통령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오랜 지도자의 자리에서 고뇌와 결단을 거듭했다. 경남도지사를 할 당시 김 후보 특유의 친화력과 설득으로 이해와 대화 협상을 끌어냈다"라고 당시를 평가했다.


김 후보가 막판 저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두 번째 이유는 김 후보가 저평가를 받은 이유로 꼽혔던 여의도식 정치경험 부족과 당내 세력이 미력하다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정치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후보는 순수한 사람이다. 정치기술이 부족해 중앙정치무대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직 서툴지만 이 점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역대 경선에서 임기응변과 정치기술에 능한 사람보다는 개인적인 역량이 가장 뛰어난 인물이 1위를 차지했던 것을 보더라도 김 후보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예측했다.

미력한 당내 조직력에 대해서 그는 “다른 후보들의 조직을 '정규군'이라면 김 후보의 세력은 '의병군'으로 표현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자발적인 지지모임을 통해 조직이 구축됐으며 이는 역동성과 확장성이라는 강점을 가진다. 김 후보의 지지 기반은 '국민참여조직'이라는 점에서 국민참여경선과도 일맥상통 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후보의 지지모임은 '두드림' '참여정치토론' '피어라들꽃' '두지모(김두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 '열린정책포럼'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충주지역에서 시민활동가 300인이 김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들은 "김 후보는 우리 같이 가난하고 차별받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이자 새로운 희망"이라며 "김두관 대통령 만들기에 전 가족이 나설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더 눈여겨 볼 대목은 김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여러 가지 면에서 대척점을 이뤄 본선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한 전문가는 "박 후보는 궁중정치, 아버지의 후광, 엘리트와 권력주의, 모든 것을 가진 사람으로 표현된다. 반면 김 후보는 서민정치와 농민운동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어왔고 엘리트 출신이 아니다. 권력주의와는 거리가 먼 인물로 모든 면에서 박 후보와 대립각을 이룬다"라고 평했다.

사퇴한 박준영 '반문재인'
향후 전개될 합종연횡 주목

'김두관주'가 상승세를 탈 수 밖에 없는 긍정적인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경선을 앞두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김 후보를 둘러싸고 묘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최근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김 후보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얘기를 나눠봤는데,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해 김두관-정운찬-안철수가 본격 행보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부산에서 민주당으로 3선을 달성한 조경태 의원이 김 후보의 캠프에 합류한 것도 김 후보로선 상당한 우군을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조 의원은 중도사퇴한 박준영 전 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지면서 "박 전 후보가 김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정치권의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박 전 후보가 사퇴 직전 김 후보와 '모종의 통화'를 했고, 사퇴를 전후해 조찬을 함께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박 전 후보가 김 후보 캠프에 합류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박 전 후보 측은 "김 후보와 조찬은 없었다"라고 일축했지만 <일요시사>가 김 후보 캠프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두 사람의 조찬모임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후보 측은 "박 전 후보는 대통합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분열되었을 당시 민주당에 남아있던 인물로 참여정부 인사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사퇴한 박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손 후보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동안 박 전 후보가 김 후보에 대해서는 비난을 아꼈던 만큼 결선투표를 치러야 하는 김 후보의 합종연횡 전략이 활로를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이길 자는 오로지 서민출신 이장님 뿐
결선투표까지만 2위 유지하면 반드시 승산

현재 4위를 달리고 있는 정세균 후보의 사퇴여부도 김 후보로서는 2위 싸움을 두고 노려볼만한 최대 변수로 꼽힌다. 문제는 손 후보와의 싸움이지만 울산·부산·경남권에서 우위를 점하고 2위로 결선투표에 진입하게 된다면 충분히 본선 무대도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역대 민주당 경선은 예상을 뒤엎는 이변이 속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02년 경선 당시 '대세론'을 점하며 줄곧 1위를 달렸던 이인제 후보는 초반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던 노무현 후보에게 대선후보 자리를 내주며 쓰라린 패배를 경험했다.

올해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경선도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갔다. 전국 지역 순회 대의원 투표에서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던 김한길 최고위원은 막판에 고작 0.5%p 차이로 이해찬 당대표에게 1위 자리를 넘겨주고 말았다. 막판 모바일투표와 서울 경선을 거치며 1637표 차이로 이 대표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던 것.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첫 결전지인 제주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지난 2002년 대선 경선과 사뭇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당시 경선에서는 당대표를 지낸 한화갑 후보가 대세론의 주역인 이인제 후보를 근소한 표차이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고, 노무현 후보는 한참 밀린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후 조직력을 앞세운 한 후보도 대세론을 점했던 이 후보도 노 후보의 수도권 한강상륙작전에 밀려 고배를 마셨고, 그렇게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노 후보는 강력한 대권재수생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청와대에 입성했다.  

따라서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제주 경선에서 문 후보가 59.8%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한 사실이 향후 경선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02년 제주 경선 결과와 마지막 결과가 너무도 달랐던 충격적 이변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02 이변 출발지 제주
'3위 돌풍' 지켜보라

김 후보의 현재 제1목표는 바로 앞선 손 후보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문 후보와 지지세가 겹치는 영남권 경선에 사활을 건다는 복안이다.

김 후보 캠프 관계자는 "김 후보는 1959년생으로 아직 젊다.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녔다. 역동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주경선 후보 중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인물이다. 앞으로 경선무대에 적응을 하면 장점을 살려 진가를 드러내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날 것이다"라며 "요즘 김 후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좋은 징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정치전문가는 민주당 경선후보들을 두고 "문 후보는 갈수록 밑천이 드러나는 케이스이고, 손 후보 역시 갈수록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뒤늦게 추격전에 나선 김 후보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상승세가 기대되는 만큼 '유망한 우량주'의 선전을 기대해 볼만 하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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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