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대는 민주당 경선>'저평가 우량주' 김두관 주목해야 하는 이유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27 16:04:17
  • 댓글 0개

이장님 숨은 저력 "기필코 판 뒤집는다"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8월 24일 '환상의 섬' 제주에서 민주당 대선경선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민주당 경선은 모바일 개표 오류라는 진통을 겪으며 초반 삐끗했다. 내홍 속에서 열린 첫 뚜껑은 당초의 예측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가 6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세 명의 후보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2위를 차지한 손학규 후보와 3위 김두관, 4위 정세균 후보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문 후보를 이기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로써 경선은 중반전에 이를 경우 후보 간 합종연횡이 중대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 중 가장 눈여겨봐야 할 후보가 바로 '저평가 우량주'인 김 후보임에 틀림없다.

민주통합당의 제주 첫 경선은 제주지역 총유권자의 10%에 달하는 3만6329명의 선거인단 중 2만102명(55.3%)이 투표해 당초 '1.5부 리그'라도 돼야 한다는 민주당의 흥행부진 우려를 불식시켰다. 결과는 당초 예상대로 그동안 ‘대세론’을 점해왔던 문재인 후보가 1만2023표로 59.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막판에 '당심'을 장악하며 두각을 나타냈던 손학규 후보는 4170표(20.74%)로 2위, 김두관 후보는 2944표(14.65%)로 3위를 차지했다.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막판까지 사생결단 추격

대선의 거대한 판도를 결정할 민주당 경선은 시작과 함께 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주말 제주를 시작으로 뚜껑이 열리는 경선을 두고 수많은 시나리오가 쏟아지며 경선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여론은 지금까지 우위를 점했던 '문재인 대세론'보다는 혹시 모를 대이변에 무게를 두며 손 후보와 김 후보의 역전드라마를 점쳤다.

그 중에서도 이목은 단연 김 후보에게 쏠렸다. 김 후보가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의 지지와 '저녁이 있는 삶'이란 슬로건으로 민심을 흔들었던 손 후보의 그늘에 가려져 이대로 주저앉지 않을 것이란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지금까지 한자리 지지율로 답보상태를 보이며 멀찌감치 뒤처졌던 김 후보의 사생결단 추격전이 민주당 경선의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며 김 후보의 선전을 염두에 둔 '초박빙승부'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제주경선은 문·손·김 세 후보의 박빙이 예상됐고, 울산에서는 김 후보가 선두를 다툴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뚜껑이 열리면서 역시나 김 후보에 대한 평가는 '저평가 우량주'라는 아쉬운 결과로 드러났다.

김 후보가 저평가를 받은 이유에 대해 김 후보 캠프 정진우 부대변인은 "김 후보가 도지사직 사퇴 여부를 두고 주춤한 사이 준비된 다른 후보들이 앞서 치고나가면서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캠프 측은 두 번째 이유로 김 후보가 아직 '여의도식 정치'에 익숙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관계자는 "김 후보는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다. 이 때문에 민평련 모임에서 김 후보가 정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당시 김 후보는 중국 투자유치설명을 끝내고 새벽에 귀국해 굉장히 피곤한 상태로 모임에 참석했다.

패널이 굉장히 쉬운 질문을 던졌는데 김 후보가 '잘 모른다'라고 솔직히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다른 정치인 같으면 임기응변에 능해 충분히 에둘러 말해 위기를 모면했을 텐데, 중앙정치무대에 익숙하지 않은 김 후보는 아직 이점에 서툴러 공격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반평생 지도자 인생
세력은 자율 의병군

캠프 관계자는 초반 김 후보 측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일으킨 점을 세 번째 이유로 들었다.

그는 "처음에 김 후보에게 들어오는 인터뷰 요청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그만큼 '김두관의 등장'이 이슈가 된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지나치면 실망도 큰 법이다.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켰다"라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예비경선에서 문 후보와 대치구도를 이루고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던 것을 '전략적 실수'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것을 두고 네거티브 공격이 아니라는 주장은 분명히 했다.

김 후보 측은 "수비와 공격 모두 대선후보에겐 홍보수단이다. 하지만 초반에 지나쳤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앞으로 어떤 전략을 쓸지는 김 후보의 선택이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가 저력을 발휘할 인물로 부상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김 후보가 '우량주'로 평가 받는 공통된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로 김 후보는 이미 검증이 끝난 인물이라는 것이다. 김 후보는 남해군 이어리 이장에 선출돼 일찌감치 정치권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김 후보는 빗자루를 들고 마을 청소를 하고 다녀 '빗자루 이장님'으로 불렸다. 당시 김 후보 나이 서른이었다.

이후 남해군수로 출마해 당선됐으며 남해경제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김 후보는 '보물섬 남해'라는 브랜드 론칭을 시작으로 남해군 기후에 맞는 사계절 잔디를 개발하며 '그린플랜'이라는 사업에 주력했다. 공사 중이던 월드컵경기장에 잔디를 납품해 남해군의 수입원을 늘리는 것이 사업의 골자였다.

또한 축구전지훈련장 건설, 독도인 마을을 조성했다. 이를 두고 "돈 없고 가난하고 바다일 힘들어서 얼굴에 인상만 쓰고 있던 남해사람들이 김두관 이후 주머니가 많이 두둑해졌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김 후보는 2008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행정자치부 장관직을 무난하게 수행했다. 말투와 결음걸이까지 비슷해 '리틀노무현'으로 불린 김 후보는 장관을 그만두고 고향 경남에서 도지사와 국회의원에 도전했지만 낙선을 거듭하며 좌절을 맛봤다.  

하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경남도지사에 당선되어 6년의 설움을 말끔히 씻었다. 당선이 확정되자 김 후보는 "지역주의라는 나무를 쓰러뜨리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여덟 번 찍었고 내가 마지막 두 번 더 찍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역주의라는 거대한 나무는 쓰러지고 말았다"라고 감회를 표현했다.

첫 제주도 경선 3위 "그 정도면 선전했다"
'안방' 부산·경남 지역이 전세역전 전환점

김 후보는 도지사직을 맡으며 가지고 있는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경남민주도정협의회'를 설립해 공동지방정부 수립이라는 공약을 지킨 것이 주목할 만한 공적이다.

김 후보 측은 "김 후보는 이미 소통령과 중통령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오랜 지도자의 자리에서 고뇌와 결단을 거듭했다. 경남도지사를 할 당시 김 후보 특유의 친화력과 설득으로 이해와 대화 협상을 끌어냈다"라고 당시를 평가했다.

김 후보가 막판 저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두 번째 이유는 김 후보가 저평가를 받은 이유로 꼽혔던 여의도식 정치경험 부족과 당내 세력이 미력하다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정치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후보는 순수한 사람이다. 정치기술이 부족해 중앙정치무대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직 서툴지만 이 점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역대 경선에서 임기응변과 정치기술에 능한 사람보다는 개인적인 역량이 가장 뛰어난 인물이 1위를 차지했던 것을 보더라도 김 후보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예측했다.

미력한 당내 조직력에 대해서 그는 “다른 후보들의 조직을 '정규군'이라면 김 후보의 세력은 '의병군'으로 표현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자발적인 지지모임을 통해 조직이 구축됐으며 이는 역동성과 확장성이라는 강점을 가진다. 김 후보의 지지 기반은 '국민참여조직'이라는 점에서 국민참여경선과도 일맥상통 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후보의 지지모임은 '두드림' '참여정치토론' '피어라들꽃' '두지모(김두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 '열린정책포럼'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충주지역에서 시민활동가 300인이 김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들은 "김 후보는 우리 같이 가난하고 차별받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이자 새로운 희망"이라며 "김두관 대통령 만들기에 전 가족이 나설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더 눈여겨 볼 대목은 김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여러 가지 면에서 대척점을 이뤄 본선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한 전문가는 "박 후보는 궁중정치, 아버지의 후광, 엘리트와 권력주의, 모든 것을 가진 사람으로 표현된다. 반면 김 후보는 서민정치와 농민운동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어왔고 엘리트 출신이 아니다. 권력주의와는 거리가 먼 인물로 모든 면에서 박 후보와 대립각을 이룬다"라고 평했다.

사퇴한 박준영 '반문재인'
향후 전개될 합종연횡 주목

'김두관주'가 상승세를 탈 수 밖에 없는 긍정적인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경선을 앞두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김 후보를 둘러싸고 묘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최근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김 후보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얘기를 나눠봤는데,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해 김두관-정운찬-안철수가 본격 행보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부산에서 민주당으로 3선을 달성한 조경태 의원이 김 후보의 캠프에 합류한 것도 김 후보로선 상당한 우군을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조 의원은 중도사퇴한 박준영 전 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지면서 "박 전 후보가 김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정치권의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박 전 후보가 사퇴 직전 김 후보와 '모종의 통화'를 했고, 사퇴를 전후해 조찬을 함께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박 전 후보가 김 후보 캠프에 합류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박 전 후보 측은 "김 후보와 조찬은 없었다"라고 일축했지만 <일요시사>가 김 후보 캠프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두 사람의 조찬모임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후보 측은 "박 전 후보는 대통합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분열되었을 당시 민주당에 남아있던 인물로 참여정부 인사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사퇴한 박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손 후보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동안 박 전 후보가 김 후보에 대해서는 비난을 아꼈던 만큼 결선투표를 치러야 하는 김 후보의 합종연횡 전략이 활로를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이길 자는 오로지 서민출신 이장님 뿐
결선투표까지만 2위 유지하면 반드시 승산

현재 4위를 달리고 있는 정세균 후보의 사퇴여부도 김 후보로서는 2위 싸움을 두고 노려볼만한 최대 변수로 꼽힌다. 문제는 손 후보와의 싸움이지만 울산·부산·경남권에서 우위를 점하고 2위로 결선투표에 진입하게 된다면 충분히 본선 무대도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역대 민주당 경선은 예상을 뒤엎는 이변이 속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02년 경선 당시 '대세론'을 점하며 줄곧 1위를 달렸던 이인제 후보는 초반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던 노무현 후보에게 대선후보 자리를 내주며 쓰라린 패배를 경험했다.

올해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경선도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갔다. 전국 지역 순회 대의원 투표에서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던 김한길 최고위원은 막판에 고작 0.5%p 차이로 이해찬 당대표에게 1위 자리를 넘겨주고 말았다. 막판 모바일투표와 서울 경선을 거치며 1637표 차이로 이 대표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던 것.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첫 결전지인 제주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지난 2002년 대선 경선과 사뭇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당시 경선에서는 당대표를 지낸 한화갑 후보가 대세론의 주역인 이인제 후보를 근소한 표차이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고, 노무현 후보는 한참 밀린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후 조직력을 앞세운 한 후보도 대세론을 점했던 이 후보도 노 후보의 수도권 한강상륙작전에 밀려 고배를 마셨고, 그렇게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노 후보는 강력한 대권재수생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청와대에 입성했다.  

따라서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제주 경선에서 문 후보가 59.8%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한 사실이 향후 경선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02년 제주 경선 결과와 마지막 결과가 너무도 달랐던 충격적 이변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02 이변 출발지 제주
'3위 돌풍' 지켜보라

김 후보의 현재 제1목표는 바로 앞선 손 후보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문 후보와 지지세가 겹치는 영남권 경선에 사활을 건다는 복안이다.

김 후보 캠프 관계자는 "김 후보는 1959년생으로 아직 젊다.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녔다. 역동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주경선 후보 중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인물이다. 앞으로 경선무대에 적응을 하면 장점을 살려 진가를 드러내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날 것이다"라며 "요즘 김 후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좋은 징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정치전문가는 민주당 경선후보들을 두고 "문 후보는 갈수록 밑천이 드러나는 케이스이고, 손 후보 역시 갈수록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뒤늦게 추격전에 나선 김 후보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상승세가 기대되는 만큼 '유망한 우량주'의 선전을 기대해 볼만 하다"고 예측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