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대역전극 노리는 손학규의 '비책' 공개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22 17:39:55
  • 댓글 0개

각본 없는 드라마 연출해야 본선서 이긴다?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의 추격이 시간이 갈수록 가속을 붙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에서 서서히 '손풍'이 불기 시작한 것. 이대로 역전에 성공한다면 말 그대로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되는 것이다. 거품기 쫙 뺀 손 후보의 진면목이 이제야 조명을 받기 시작하며 지지율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정치권의 핵심인물들도 손풍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막판 대역전극을 노리며 움직이기 시작한 손 후보의 추격전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의 당내 지지율은 여전히 1위다. 비문(非文)진영 후보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산한다 해도 문 후보의 지지율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수치가 이러한데도 문 후보의 대세론은 추진동력이 다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손학규 후보의 캠프는 '저녁이 있는 삶'이란 슬로건으로 일관되고 현실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민평련(민주평화연대)과 DJ민주화 인사, 그리고 당내 대의원들의 합류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손 후보는 '불안한 상수'인 문 후보를 따라잡는 '힘 있는 변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손풍'에 '문풍' 꺼지나 
'대세론'은 곧 '필패론'

손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가 지난 14일 공식 출범했다. 선대위는 전·현직 의원 등 36명으로 구성됐으며 범민주세력의 적통성을 잇는 통합형, 화합형 인선이 특징이라고 캠프 측은 설명했다.

선대위 출범으로 탄력을 받은 손 후보 캠프의 분위기는 여타 민주당 경선후보 캠프보다 분주하고 활기차 보였다. 손 후보 캠프는 '손풍'의 진원지로서 손 후보의 상승세를 여실히 보여주며 문 후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러한 손 후보의 상승세는 계속 탄력을 받아 '문재인 대세론'이 곧 꺾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 매체는 "원래 대세론은 현실정치에선 약한 고리"라며 "대세론은 언제나 깨지기 마련이다. 당내에서 깨지지 않는 대세론은 결국 본선 패배의 원흉이 됐다. 2002년 이회창 대세론을 깨지 못했던 신한국당은 '노무현 바람'에 처참한 패배를 당했고, 2007년 정동영 후보를 내세웠던 민주당은 '호남필패론'만 재확인했다”며 고착된 문재인 대세론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당내에 불었던 대세론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실제로 2002년 새천년민주당의 '이인제 대세론'도 '노무현 대안론'에 무너졌다. 이인제 당시 민주당 경선후보는 '조순형 대세론'을 꺾고 '이인제 역전론'을 일으키며 첫 경선 지역 인천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 후보는 조직력을 앞세워 민주당 경선판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이 후보는 지지율 30% 내외를 기록하며 상대 진영인 이회창·정몽준 한나라당 후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경선이 진행될수록 지지율 3%의 노 전 대통령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경선 대결은 노 전 대통령과 이 후보 양강 체제로 굳어졌다. 당시에는 오래전부터 대세론을 점해왔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상대로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가 관전 포인트였다. 이런 가운데 경선 초반 한 자릿수 지지율로 보이지도 않던 노 전 대통령이 이인제 후보를 추월하기 시작하면서 이회창 대세론에 대적할 만한 인물로 급부상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이 이인제 대세론을 무너뜨리면서 민주당의 경선은 흥행가도를 달릴 수 있었고 이 '대역전극'은 그대로 본선에 영향을 미처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을 이룰 수 있었다.

바로 이 대목이 손 후보 측이 예의주시하는 부분이다. 손 후보 측이 노리는 대역전극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와 맞설 수 있는 건실한 후보로 급부상해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있다. 문 후보의 대세론을 무너뜨리면 지금 홀대받는 민주당의 경선이 자연스럽게 흥행가도를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손 후보 측의 분석이다.

'당심'은 잡았고 이제는 '민심' 차례
손학규 "문재인 대세론은 이제 없다"

오는 24일 제주를 시작으로 막이 오르는 민주당 대선경선 본선에서 손 후보가 꺼내들 카드는 정책과 조직력으로 압축할 수 있다. 손 후보 정책의 요지는 캠프에서 슬로건으로 내건 저녁이 있는 삶에서 잘 읽을 수 있으며, 이 슬로건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젊은 층의 표심을 흔들고 있다.

손 후보 측 관계자는 "손 후보는 정책개발에 관심을 두고 계속 주력해 왔다"며 "손 후보가 유럽여행 중에 한국에 비해 유럽의 근로자들이 적게 일하면서 임금은 많이 받으며 생활하는 모습을 굉장히 인상 깊게 보았다. 근로시간을 단축해서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자는 아주 자연스러운 바람이 슬로건으로 나타난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손 후보가 내놓은 정책 중에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제와 노동시간 상한제, 청춘연금제도, 전월세 주택 등록제, 고교무상교육제도는 이러한 슬로건을 구현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손 후보는 또 한국지역언론인클럽(KLJC)에서 서울대와 거점 지방 국립대 공동 학위제 운영, 한시법인 '지방분권촉진특별법' 시한 연장, 지역발전정책 추진 총괄기구 신설 등을 주장해 지역정책에 대한 구체성과 정책의지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손 후보 측은 "정책콘텐츠에  있어서는 다른 어떤 후보보다도 경쟁력이 있으며, 경선과정에서 이러한 장점이 여실히 드러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한 손 후보는 정치권의 유명인사, 그리고 당내 의원들과 손을 잡으면서 문재인 대세론을 흔들고 있다. 김근태계 모임인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에서 손 후보가 1위로 뽑힌 데 이어 지난 10일 민평련 인사들이 손 후보의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이번에 손 후보의 캠프에 합류하는 민평련 소속 인사들은 설훈, 우원식, 박완주, 김민기, 이춘석 의원을 비롯해 이기우 전 의원, 김비오 부산 영도위원장, 박우섭 인천 남구갑위원장, 최민화 민평련 운영위원 등 9명이다.

이들은 이날 입장발표문을 내고 "민평련 1등 지지후보인 손 후보가 민주통합당의 후보가 되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는 길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이번에 손 후보 캠프에 합류한 우 의원은 매체를 통해 "손 후보는 대통령으로서 자질이 충분히 있다"며 "앞으로 토론과 대국민 접촉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고, 손 후보의 입지가 단단해지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규성 민평련 회장은 "손 후보는 저희와 재야운동을 열심히 하신 분이다. 그래서 동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표심 적중 슬로건
유력인사 대거 영입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도 손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임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 국정원장,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를 지냈고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실무를 총괄한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친노인사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도 손 후보 캠프에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정치권의 추측이 있었다. 손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지사를 영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이 전 지사는 매체를 통해 "민주당 대선경선후보 캠프에서 영입제의를 받았지만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으며 손 후보와 각별한 사이라고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손 후보 측은 "손 후보가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민평련 투표 1위와 컷오프 통과를 계기로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손 후보 캠프에 합류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고 말했다.

손 후보의 캠프는 매머드급 인사 영입으로 1차 출정식을 마쳤다. 임 전 장관은 상임고문으로 홍재형 전 국회부의장, 이낙연 의원, 최영희 전 대통령 직속 여성청소년위원장 등 3명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우 의원이 선거대책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선거대책본부는 분야별로 10인의 인사들이 맡고 있으며 홍보미디어본부장에 장세환 전 의원, 정책본부장은 민주정책연구원장을 지낸 박순성 동국대 교수가 각각 맡게 됐다.

손 후보의 핵심 슬로건인 '저녁이 있는 삶'과 '맘 편한 세상'을 각각 이름으로 정한 본부도 구성하고 이춘석·전정희 의원이 각각 총괄하기로 했다. 원내 비서실장은 최원식 의원이, 원외 비서실장은 김영철 전 시민방송 이사장이 각각 담당하기로 했다. 캠프 대변인은 김민기·김유정 공동대변인 체제로 꾸려졌다.

이제부터는 '친손' VS '비손'의 대결
'문-안'의 조합보단 '손-안' 구도로

김유정 대변인은 이날 "이번 인선은 햇볕정책을 추진한 김대중 정부의 대표적 인물인 임 전 장관의 상임고문 영입과 우 의원을 필두로 한 민평련 인사들이 참여한 민생과 통합의 인선"이라고 밝혔다. 손 후보 측은 "손 후보의 캠프는 민평련과 DJ측 그리고 친노세력도 아우르는 조직으로 경선이 시작된다면 응집력은 있지만 확장력이 없는 문 후보를 충분히 압도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경선 대결을 위해 진영을 갖춘 손 후보는 경선에서 50% 이상의 지지를 받아 한판승으로 대통령 후보에 오르지 않는 한 당내 경선 2위로 문 후보와 결선투표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손 후보는 2위 이하 표를 흡수하여 문 후보를 상대로 4:1 싸움을 펼치거나 문 후보와 김두관 후보의 연대를 염두에 둔 3:2의 전략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정치평론가들은 민주당 내 분위기가 손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문 후보가 컷오프 토론회나 연설회 내내 참여정부 필패론으로 공격받는 등 친노 꼬리표가 따라다닌 것이 손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매체를 통해 "손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문 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며 "결선투표까지 갈 경우 반노진영에서 2, 3, 4, 5위 후보 간 뭉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우선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당내에선 친노 후보로는 대선을 이길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다"고 말했다.

결선투표를 시작한다면 손 후보가 가장 보수적인 중도성향의 인물로 중도층의 표를 가장 많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평도 있다.

결선투표로
막판 뒤집기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매체를 통해 "손 후보는 민주당 주자 중 가장 보수적이면서도 중도성향에 가까운 인물"이라면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의 표를 가장 많이 가져올 수 있는 후보"라고 평가했다.

그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는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안 원장과의 단일화 과정에서도 '문재인-안철수' 조합보다는 '손학규-안철수' 조합이 낫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영남과 영남, 2030과 2030 등이 겹치는 '문-안'보다는 수도권과 영남, 2030과 50대 이상, 중도의 제곱을 이루는 '손-안' 조합이 경쟁력 있다는 분석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