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의 추격이 시간이 갈수록 가속을 붙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에서 서서히 '손풍'이 불기 시작한 것. 이대로 역전에 성공한다면 말 그대로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되는 것이다. 거품기 쫙 뺀 손 후보의 진면목이 이제야 조명을 받기 시작하며 지지율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정치권의 핵심인물들도 손풍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막판 대역전극을 노리며 움직이기 시작한 손 후보의 추격전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의 당내 지지율은 여전히 1위다. 비문(非文)진영 후보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산한다 해도 문 후보의 지지율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수치가 이러한데도 문 후보의 대세론은 추진동력이 다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손학규 후보의 캠프는 '저녁이 있는 삶'이란 슬로건으로 일관되고 현실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민평련(민주평화연대)과 DJ민주화 인사, 그리고 당내 대의원들의 합류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손 후보는 '불안한 상수'인 문 후보를 따라잡는 '힘 있는 변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손풍'에 '문풍' 꺼지나
'대세론'은 곧 '필패론'
손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가 지난 14일 공식 출범했다. 선대위는 전·현직 의원 등 36명으로 구성됐으며 범민주세력의 적통성을 잇는 통합형, 화합형 인선이 특징이라고 캠프 측은 설명했다.
선대위 출범으로 탄력을 받은 손 후보 캠프의 분위기는 여타 민주당 경선후보 캠프보다 분주하고 활기차 보였다. 손 후보 캠프는 '손풍'의 진원지로서 손 후보의 상승세를 여실히 보여주며 문 후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러한 손 후보의 상승세는 계속 탄력을 받아 '문재인 대세론'이 곧 꺾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 매체는 "원래 대세론은 현실정치에선 약한 고리"라며 "대세론은 언제나 깨지기 마련이다. 당내에서 깨지지 않는 대세론은 결국 본선 패배의 원흉이 됐다. 2002년 이회창 대세론을 깨지 못했던 신한국당은 '노무현 바람'에 처참한 패배를 당했고, 2007년 정동영 후보를 내세웠던 민주당은 '호남필패론'만 재확인했다”며 고착된 문재인 대세론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당내에 불었던 대세론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실제로 2002년 새천년민주당의 '이인제 대세론'도 '노무현 대안론'에 무너졌다. 이인제 당시 민주당 경선후보는 '조순형 대세론'을 꺾고 '이인제 역전론'을 일으키며 첫 경선 지역 인천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 후보는 조직력을 앞세워 민주당 경선판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이 후보는 지지율 30% 내외를 기록하며 상대 진영인 이회창·정몽준 한나라당 후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경선이 진행될수록 지지율 3%의 노 전 대통령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경선 대결은 노 전 대통령과 이 후보 양강 체제로 굳어졌다. 당시에는 오래전부터 대세론을 점해왔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상대로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가 관전 포인트였다. 이런 가운데 경선 초반 한 자릿수 지지율로 보이지도 않던 노 전 대통령이 이인제 후보를 추월하기 시작하면서 이회창 대세론에 대적할 만한 인물로 급부상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이 이인제 대세론을 무너뜨리면서 민주당의 경선은 흥행가도를 달릴 수 있었고 이 '대역전극'은 그대로 본선에 영향을 미처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을 이룰 수 있었다.
바로 이 대목이 손 후보 측이 예의주시하는 부분이다. 손 후보 측이 노리는 대역전극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와 맞설 수 있는 건실한 후보로 급부상해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있다. 문 후보의 대세론을 무너뜨리면 지금 홀대받는 민주당의 경선이 자연스럽게 흥행가도를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손 후보 측의 분석이다.
'당심'은 잡았고 이제는 '민심' 차례
손학규 "문재인 대세론은 이제 없다"
오는 24일 제주를 시작으로 막이 오르는 민주당 대선경선 본선에서 손 후보가 꺼내들 카드는 정책과 조직력으로 압축할 수 있다. 손 후보 정책의 요지는 캠프에서 슬로건으로 내건 저녁이 있는 삶에서 잘 읽을 수 있으며, 이 슬로건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젊은 층의 표심을 흔들고 있다.
손 후보 측 관계자는 "손 후보는 정책개발에 관심을 두고 계속 주력해 왔다"며 "손 후보가 유럽여행 중에 한국에 비해 유럽의 근로자들이 적게 일하면서 임금은 많이 받으며 생활하는 모습을 굉장히 인상 깊게 보았다. 근로시간을 단축해서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자는 아주 자연스러운 바람이 슬로건으로 나타난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손 후보가 내놓은 정책 중에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제와 노동시간 상한제, 청춘연금제도, 전월세 주택 등록제, 고교무상교육제도는 이러한 슬로건을 구현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손 후보는 또 한국지역언론인클럽(KLJC)에서 서울대와 거점 지방 국립대 공동 학위제 운영, 한시법인 '지방분권촉진특별법' 시한 연장, 지역발전정책 추진 총괄기구 신설 등을 주장해 지역정책에 대한 구체성과 정책의지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손 후보 측은 "정책콘텐츠에 있어서는 다른 어떤 후보보다도 경쟁력이 있으며, 경선과정에서 이러한 장점이 여실히 드러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한 손 후보는 정치권의 유명인사, 그리고 당내 의원들과 손을 잡으면서 문재인 대세론을 흔들고 있다. 김근태계 모임인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에서 손 후보가 1위로 뽑힌 데 이어 지난 10일 민평련 인사들이 손 후보의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이번에 손 후보의 캠프에 합류하는 민평련 소속 인사들은 설훈, 우원식, 박완주, 김민기, 이춘석 의원을 비롯해 이기우 전 의원, 김비오 부산 영도위원장, 박우섭 인천 남구갑위원장, 최민화 민평련 운영위원 등 9명이다.
이들은 이날 입장발표문을 내고 "민평련 1등 지지후보인 손 후보가 민주통합당의 후보가 되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는 길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이번에 손 후보 캠프에 합류한 우 의원은 매체를 통해 "손 후보는 대통령으로서 자질이 충분히 있다"며 "앞으로 토론과 대국민 접촉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고, 손 후보의 입지가 단단해지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규성 민평련 회장은 "손 후보는 저희와 재야운동을 열심히 하신 분이다. 그래서 동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표심 적중 슬로건
유력인사 대거 영입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도 손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임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 국정원장,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를 지냈고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실무를 총괄한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친노인사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도 손 후보 캠프에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정치권의 추측이 있었다. 손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지사를 영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이 전 지사는 매체를 통해 "민주당 대선경선후보 캠프에서 영입제의를 받았지만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으며 손 후보와 각별한 사이라고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손 후보 측은 "손 후보가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민평련 투표 1위와 컷오프 통과를 계기로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손 후보 캠프에 합류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고 말했다.
손 후보의 캠프는 매머드급 인사 영입으로 1차 출정식을 마쳤다. 임 전 장관은 상임고문으로 홍재형 전 국회부의장, 이낙연 의원, 최영희 전 대통령 직속 여성청소년위원장 등 3명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우 의원이 선거대책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선거대책본부는 분야별로 10인의 인사들이 맡고 있으며 홍보미디어본부장에 장세환 전 의원, 정책본부장은 민주정책연구원장을 지낸 박순성 동국대 교수가 각각 맡게 됐다.
손 후보의 핵심 슬로건인 '저녁이 있는 삶'과 '맘 편한 세상'을 각각 이름으로 정한 본부도 구성하고 이춘석·전정희 의원이 각각 총괄하기로 했다. 원내 비서실장은 최원식 의원이, 원외 비서실장은 김영철 전 시민방송 이사장이 각각 담당하기로 했다. 캠프 대변인은 김민기·김유정 공동대변인 체제로 꾸려졌다.
이제부터는 '친손' VS '비손'의 대결
'문-안'의 조합보단 '손-안' 구도로
김유정 대변인은 이날 "이번 인선은 햇볕정책을 추진한 김대중 정부의 대표적 인물인 임 전 장관의 상임고문 영입과 우 의원을 필두로 한 민평련 인사들이 참여한 민생과 통합의 인선"이라고 밝혔다. 손 후보 측은 "손 후보의 캠프는 민평련과 DJ측 그리고 친노세력도 아우르는 조직으로 경선이 시작된다면 응집력은 있지만 확장력이 없는 문 후보를 충분히 압도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경선 대결을 위해 진영을 갖춘 손 후보는 경선에서 50% 이상의 지지를 받아 한판승으로 대통령 후보에 오르지 않는 한 당내 경선 2위로 문 후보와 결선투표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손 후보는 2위 이하 표를 흡수하여 문 후보를 상대로 4:1 싸움을 펼치거나 문 후보와 김두관 후보의 연대를 염두에 둔 3:2의 전략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정치평론가들은 민주당 내 분위기가 손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문 후보가 컷오프 토론회나 연설회 내내 참여정부 필패론으로 공격받는 등 친노 꼬리표가 따라다닌 것이 손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매체를 통해 "손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문 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며 "결선투표까지 갈 경우 반노진영에서 2, 3, 4, 5위 후보 간 뭉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우선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당내에선 친노 후보로는 대선을 이길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다"고 말했다.
결선투표를 시작한다면 손 후보가 가장 보수적인 중도성향의 인물로 중도층의 표를 가장 많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평도 있다.
결선투표로
막판 뒤집기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매체를 통해 "손 후보는 민주당 주자 중 가장 보수적이면서도 중도성향에 가까운 인물"이라면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의 표를 가장 많이 가져올 수 있는 후보"라고 평가했다.
그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는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안 원장과의 단일화 과정에서도 '문재인-안철수' 조합보다는 '손학규-안철수' 조합이 낫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영남과 영남, 2030과 2030 등이 겹치는 '문-안'보다는 수도권과 영남, 2030과 50대 이상, 중도의 제곱을 이루는 '손-안' 조합이 경쟁력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