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 연쇄살인마 완벽 빙의한 배우 전종서

자유로운 해석과 연기, 단 두 편 만에 각인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원석 그 자체에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배우였다.” 전 세계적인 거장 이창동 감독은 영화 <버닝>에서 함께 작업한 배우 전종서를 두고 이같이 평가했다. 화보나 광고 혹은 웹드라마, 단편 영화 등 연예계에서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로 이창동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기대 이상의 자유로운 연기를 펼치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혜성같이 등장한 신예 전종서는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콜>을 통해서도 그 잠재력을 가감 없이 표출했다.
 

▲ 배우 전종서 ⓒ넷플릭스

배우의 기원에 대한 여러 가지 설 중 하나는 종교 의식과 연관된다. 자연재해를 해석할 능력이 없는 인간들은 신을 만들어 춤을 추고 노래하며 기원제를 지냈고, 이때 신을 묘사하고 찬양하는 등 기원제를 이끈 제사장이 배우의 기원이라고 한다. 이 같은 종교의식에서 연기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신내림
메소드

국내에서 ‘메소드 연기’로 인정받는 배우 김명민은 배우를 무당이라 일컬었던 바 있다. 배우란 일종의 접신을 통해 글자 속의 인물이 되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그는 신내림까진 힘들더라도 그에 가까운 노력을 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촬영장에서 쉼없이 인물을 생각하고 고뇌하며 연기를 펼친다고 했다. 

넷플릭스에서 최근 공개한 영화 <콜>의 영숙을 연기한 전종서는 김명민의 고견을 몸소 실천한 듯하다. 사이코패스 기질이 다분한 영숙에 접신한 듯 독창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감정 소모가 큰 장면뿐만 아니라 잠시 느슨해져 주의를 놓칠만한 장면에서도 전종서는 영숙 그 자체였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는 특이한 인물을 완벽에 가깝게 표현한 전종서와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종서는 인터뷰 중에도 남다른 느낌을 줬다. 대다수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면 곧바로 대답하는 게 일반적인데, 전종서는 모든 질문에 약 10초에서 20초 가량 침묵하며 생각에 잠겼다. 어떤 대답을 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을 때 나오는 대답은 내용이 충실했다.

인터뷰 중에도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전종서가 <콜>을 만난 건 <버닝>을 마치고 난 후 휴식 기간 중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콜> 시나리오를 받았고 단숨에 빠져 버렸다.

“이충현 감독님의 단편 영화 <몸값>을 정말 재밌게 봤어요. 독창적인 작품이라 생각했어요. 감독님께도 직접 한 말이지만, 존경한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또 <콜> 시나리오가 굉장히 재밌었어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시나리오라 내용이 어려울 만도 한데 속도감 있게 읽혔어요. 단조롭지만 스피디하고 역동적이었어요.”

<콜>은 그녀가 만든 기괴한 빌런
전도연 이을 ‘연기 괴물’ 탄생 주목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미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포인트를 주려고 했던 부분이 이미 시나리오 내에 충분히 두드러져 있었고,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을 퍼즐 맞추듯이 읽어서 더 좋았다고 한다. 그렇게 책에 반해 작품을 선택했고, 곧바로 영숙이 될 채비를 갖췄다. 

<콜> 대본을 받은 다음 날부터 촬영 전날까지 영숙이 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쉽게 소화할 수 없는 인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숙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신엄마(이엘 분)와 시골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신엄마의 말을 듣지 않으면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폭력을 당하고, 마음대로 밖에 나가지 못한다. 몸은 통제돼 있고 감정은 억제됐다. 사이코패스의 기질이 신엄마로부터 파생된 듯하다. 

영숙이 살던 시대는 1999년이고, 수상한 전화기로 전화를 걸면 2019년의 서연(박신혜 분)이 전화를 받는다. 서로의 존재를 몰랐던 두 사람은 통화 속에서 교감을 나누게 되고, 여러 위기를 거치며 친해지지만 작은 오해로 인해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기 시작한다. 마음만 먹으면 2019년을 바꿀 수 있는 1999년의 영숙은 거침없이 행동하기 시작한다.
 

▲ 콜 스틸컷 ⓒ넷플릭스

패션부터 표정까지 속을 알 수 없는 영숙이 전종서를 통해 만들어졌다. 2020년 국내 영화 역사상 가장 기괴한 빌런의 탄생이다.

“제가 참고한 캐릭터나 영화는 없었어요. 주로 노래에 많이 기댔던 거 같아요. 빌리 아이리쉬 곡에 특히 많이 의지했어요. 또 출처 모를 사진이나 그림을 많이 봤어요. 피가 낭자한 사진이나 샤워기에서 핏줄기가 나오고, 피로 된 폭포가 흘러내리는 사진이라든지 아주 자극적인 사진을 많이 봤어요. 사람의 형태는 아니지만, 악마 같은 사진들. 독방에 갇혀 있는 여자아이, 노란색 우비에 빨간색 가방을 메고 뛰어가는 아이의 뒷모습. 그런 걸 하도 많이 보니까 모든 게 영숙 같기도 했어요. 그 시점에 사진 보는 걸 멈췄던 것 같아요.”

대본을 받은 후, 최소 수개월 동안 이러한 기괴한 사진과 음악에 자신을 집어넣었다. 기괴한 것과 어울리는 환경을 만들면서 영숙에게 빙의해나간 셈이다. 

그로테스크
빌런 탄생

“<버닝>도 마치고 칸에도 다녀오니 집에는 <콜> 대본밖에 없었어요. 거의 매일같이 이런 사진만 봤어요. 이런 식으로 영숙에게 몰두한 시간이 수개월은 되는 것 같아요.”

이 같은 노력 끝에 최고의 연기가 나왔다. 어딘가 정신이 나간 듯한 웃음소리, 반찬을 우걱우걱 씹는 근육과 생각을 읽을 수 없는 표정, 다소 불안한 걸음걸이, 평범하지 않은 대사의 리듬, 심지어 특정한 것을 바라보는 시선도 독특하다. <버닝>에서 보여준 자유로운 해미와는 또 다른 톤의 새로운 캐릭터다. 

“저는 비교적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는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머릿속으로 충분히 시뮬레이션하고 캐릭터의 이미지를 직감적으로 받아들이고 구체화시킨 상황에서 그 느낌만 들고 현장에 입수하는 형식으로 연기했어요. 영숙이는 이 방식으로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확 빠져들었다가 나오고, 훅 돌아버리는 극단적인 모습이 잘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께서는 저를 충분히 이해해주시고 저에게 딱 맞는 디렉팅을 해주셨어요. 그런 합의 안에서 능숙하게 진행이 된 것 같아요. 스태프들이 아니었으면, 영숙은 탄생하지 못했을 거예요.”

영숙은 사람을 죽이는 데 일말의 흔들림도 없다. 인간성이 거세된 인물이다. 정이 들었을 법한 사람도 자신에게 위협이 된다 싶으면 거침없이 돌진하며, 영숙에게 악의가 없는 사람도 불편한 존재가 되면 흉기를 든다. 전종서는 그런 영숙의 면모를 약함에서 찾았다고 했다. 
 

▲ 배우 전종서

“얼핏 보면 영숙이 강하고 독하기만 한 1차원적인 캐릭터로 보이는데, 저는 강함보다는 약함에 더 중점을 두고 연기했어요. 인간적인 부분, 모성애를 느껴본 적 없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부분을 많이 파고들었어요. 파워풀하고 역동적인 영숙도 있지만, 사실은 살짝만 쳐도 깨져 부숴지는 얇은 유리 같은 이미지를 더 생각한 것 같아요.”

전종서는 현장에서도 치밀했다. <버닝> 작업 중에 이창동 감독으로부터 배운 것은 테이크가 끝나면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링하는 것이었다. 중요한 장면을 보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모든 테이크를 모니터링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시간이 많이 소모될 뿐 아니라, 배우에게도 귀찮은 작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종서는 모든 테이크를 직접 확인했다. 


육탄전
살인마

“연기하고 모니터링하는 습관이 <버닝> 때 생겼어요. 모든 테이크에서 모니터링을 했죠. 덕분에 자기 객관화가 잘 된 것 같아요. 과하거나 거슬리거나 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 고쳐서 다음 테이크에 연기했어요.”

이뿐만 아니다. 눈물을 보이는 신이 많은 서연 역의 박신혜는 감정 소모가 많았던 반면, 영숙의 감정은 주로 분노였다. 작은 것에도 쉽게 치밀어 오르고, 때론 육체를 강하게 사용한다. 가녀린 몸으로 육탄전을 벌인다.

JTBC <아는 형님>에서 전종서는 <콜> 촬영 중 몸이 안 좋아 마사지를 받으러 갔을 때 마사지사에게 “힘든 일이 있으면 친구에게라도 말하라”라고 권유받기도 했고, 영숙 분장을 한 채로 식사하러 간 음식점의 사장님이 전종서에게 몰래 다가가 “경찰에 신고 해줄까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영숙의 분장은 처절했고, 실제 온몸에는 멍이 가득했다.
 
“1달 동안 몸 쓰는 신을 많이 찍었어요. 촬영장에서 연기하고 집에 돌아가면 온몸이 과열됐어요. 몸이 뜨거워질 정도로 열이 높았어요. 각성된 상태라 잠이 좀 안 오기도 했어요. 몸이 굉장히 불같이 뜨거워지고 그랬는데, 2주 정도 되니까 적응이 되더라고요.”

전종서가 영숙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역할을 맡은 데 반해, 서연 역의 박신혜는 이 분노에 리액션을 하는 역할에 가까웠다. 거의 모든 무기가 과거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서연은 손발을 묶인 채 당하는 존재로 표현된다. 서연의 역습이 몇 번 있긴 하나, 대체로 수비적이다. 전종서는 박신혜가 수비적인 역할을 정말 잘 맡아줬기 때문에 자신의 연기가 영화 내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신혜 배우님은 제가 갖지 못한 걸 갖고 계신 분이에요.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내공이랄까요. 제가 포효하면 신혜 배우님은 좌절하는 포지션이었어요. 이게 핑퐁처럼 잘 이뤄져야 하는데 신혜 배우님이 정말 잘해주신 것 같아요. 서연은 사실 우는 신이 많아요. 많이 울어요. 저한테 그런 역할이 주어졌다면 정신적으로 타격이 컸을 것 같아요.”


“2주 동안 온몸이 과열…잠자기 힘들었다”
“언제나 창의적인 연기…도전 의식 강하다”

영화 <콜>은 2019년 1월에 촬영이 진행됐고, 지난 2월에 개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개봉이 연기됐다. 차일피일 연기되다 결국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콜>이 타임슬립 판타지 작품인 데다가 사운드가 중요한 공포라는 점에서 넷플릭스 공개는 일정 부분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 전종서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사실 진작 개봉이 돼야 했는데 코로나19가 겹치면서 딜레이가 많이 됐죠. 저 역시도 많이 기다린 것 같아요. 그래도 어떻게 보면 김장김치를 가장 맛있을 때 꺼내놓는 것과 같다고도 생각해요. 관객분들이 주말에 집에서 맥주 한 캔 먹으면서 핸드폰으로 봤다거나 노트북으로 보셨다고 해요. 빔으로 쏘아서 보신 분들도 있다고 하고요. 영화관에서 개봉했다면 누릴 수 없었던 편안함이 있었다고 봐요. 시간이나 공간적인 제약없이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다는 것만
에 기쁨을 느껴요.”
 

▲ ⓒ넷플릭스

<버닝>의 자유로운 해미에 이어 <콜>의 기괴스러운 살인마까지, 전종서는 영화 두 편 만에 자신의 재능을 완벽히 각인시켰다. 나오는 작품마다 창의적인 해석을 보일 뿐 아니라, 전종서라는 배우의 색감이 스크린을 통해 선명하게 전달된다. 그를 선택한 이유에 걸맞은 책임감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 연기에서 느껴진다.

“계속 창의적이고 싶어요. 뭔가를 만들고 싶고 그게 연기여야 해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나보고 싶어요. 주어지는 캐릭터에 저를 넣어서 신선하고 파격적이면서, 잔잔하고 은은한 느낌도 주고 싶어요. 그런 다채로운 모습을 영화의 톤에 맞춰서 보여주고 싶어요. 조바심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누구든 쉽게 하지 못했던 것을 거침없이 해보고 싶은 도전 의식이 있어요.”

현재 전종서는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아직 공개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결정을 하기엔 아직 고민이 부족하다는 뉘앙스였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건 분명했다. 창의성과 신선함이다.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어요. 확실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무엇을 선택하든 보시는 분들이 재밌을 뿐 아니라 신선하게 받아들이실 수 있는 연기를 보여드릴 겁니다. ‘이런 게 있었나?’라고 느끼시게요. 처음 보는 것으로 다가가고 싶고요. 그런 선택을 하고 싶고 그 선택의 영역이 더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거장 이창동 
신예 이충현

이제 겨우 필모그래피 2편을 만들었을 뿐이지만 전종서는 당찼다. 때론 당돌함도 엿보였다. 집중력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전 세계로부터 인정받는 이창동 감독과 단편 영화계를 휩쓴 파격적인 아이디어의 이충현 감독이 그를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전종서가 가진 당당함의 배경은 매 순간 책임을 다해 노력하는 열정 덕분이 아닐까. 그 열정이 많은 작품을 거쳐 누적된다면, 한국 영화계는 또 하나의 보석 같은 ‘연기 괴물’을 얻을지 모른다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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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