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냐 딸이냐’ 미원상사그룹 계열분리 시나리오

장남 따라잡는 장녀…판 뒤집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미원상사그룹 승계구도에 눈길이 간다. 애초 후계 경쟁력을 선점했던 장남에 비해 장녀의 존재감이 비교적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장남 중심의 수직 계열화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지만, 장녀의 등장으로 계열분리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 미원상사 본사 ⓒ네이버 지도

미원상사그룹은 기초 화학 소재와 첨단정밀 화학 소재를 다루는 중견 화학사다. 지난 1959년 설립돼 업력만 60년이 넘었다. 창업주는 고 김진박 회장. 이북 출신의 자수성가형 오너로 ‘화학 외길’만 걸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미원상사그룹은 오너 2세 김정돈 회장 중심의 경영 체제다.

중견 화학사
60년 업력

미원상사그룹은 지난 2009년 미원상사를 인적 분할해 미원스페셜케미칼을 설립했다. 2017년에는 다시 미원스페셜케미칼을 신생 법인 미원홀딩스와 존속 법인 미원스페셜티케미칼로 인적 분할하면서 지주사 전환의 기틀을 닦았다. 업계 안팎에선 향후 3세 경영을 위한 포석으로 바라봤다.

김정돈 회장의 장남 김태준씨는 미원홀딩스 지분을 대거 확보하기 시작했다. 분할이 이뤄졌던 그해 12월 태준씨는 모두 8차례에 걸쳐 미원홀딩스 주식 24만9960주를 사들였다. 동시에 태준씨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그룹 계열사 미원화학과 미원상사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

태준씨의 미원홀딩스 지분 매입 시기와 맞물리는 만큼, 재원 마련을 위한 매도로 해석됐다. 당시 태준씨가 처분한 주식 단가는 모두 100억원에 육박했다.


태준씨는 이듬해인 2018년에도 미원홀딩스 지분을 추가로 사들였다. 그해에만 모두 9차례에 걸쳐 4만6181주를 매수하면서 34만4000주(14.83%)에 안착했다. 현재 태준씨는 미원홀딩스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하면서 공고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원홀딩스는 미원상사그룹의 여러 계열사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만큼 태준씨가 미원홀딩스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점은 향후 승계와 연결 지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원홀딩스는 8개 해외 법인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또 상장 계열사인 미원스페셜티케미칼과 동남합성 지분을 각각 31.89%, 40.26% 소유한 최대주주다. 두 계열사는 미원상사그룹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법인으로 평가받는다.

미원스페셜티케미칼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 377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66억원, 순이익은 395억원을 나타냈다. 올해에도 큰 변수가 없다면 호실적은 계속될 전망이다. 반기 누적 기준 별도 매출액은 직전년도에 비해 4.5% 하락한 1870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동기간 3.7% 상승한 267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순이익은 2.4% 줄어든 236억원이었다.

3세 경영 쪽으로 급변하는 승계구도
지주사 전환 앞두고 장남 지분 매입

동남합성은 지난해 별도 기준 1260억원 매출액과 98억원 영업이익, 그리고 17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동남합성 성적표는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점쳐진다. 반기 누적 기준 별도 매출액은 직전년도 대비 1.9% 하락한 620억원에 그쳤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3%, 78.1% 증가한 72억원, 63억원을 보였다.


다만 그룹 내에서 태준씨 홀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태준씨는 미원홀딩스의 최대주주지만, 미원홀딩스의 2대 주주인 미원상사와의 지분 차가 0.5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원상사에서는 태준씨와 같은 오너 2세 장녀가 우회적으로 존재감을 기르고 있다. 장녀 김소영씨는 미성종합물산이라는 회사를 통해 미원상사 지분을 보유하면서 간접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미성종합물산의 최초 미원상사 지분 보유 시기는 2002년이다. 당시 미성종합물산은 7700주(0.55%)를 보유하는 데 그쳤다. 2003년에는 이마저도 전량 매도했다. 얼마 동안 지분 변동은 없었지만 2006년부터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미성종합물산은 2006년부터 미원상사 주식 1만1000주(0.52%)를 장내 매수했다. 이때부터 미성종합물산은 매년 추가 매수와 매도, 유상증자 등을 거쳐 2014년에 2만1547주(2.4%)를 확보했다. 이어 2015년과 2016년에도 추가 매입을 통해 모두 4만200주(4.6%)에 이르렀다.
 

본격적인 대량 매입이 실시된 시기는 2017년부터다. 그해 미성종합물산은 2만4594주를, 이듬해인 2018년에는 2만527주를 매입했다. 매입 주식 수가 2만주를 넘은 건 이때가 처음이다.

2018년까지 8만5321주(11.01%)를 확보한 미성종합물산은 무상증자와 매수 등을 통해 지난해 70만6698주(13.98%)까지 치솟을 수 있었다.

눈길이 가는 건 해당 시기에 미성종합물산 주주가 변경됐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주요 주주는 그룹 계열사 미성통상과 김정돈 회장의 모친 윤봉화씨로 각각 21.3%, 20%를 보유한 상태였다.

우회 지배
장녀 등장

하지만 2017년부터 소영씨와 특수관계인이 98.7%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어 소영씨의 남편인 강신우씨가 지난해 미성종합물산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미성종합물산은 올해에도 미원상사 주식을 계속해서 사들였다. 지난 1월 7차례에 걸쳐 4551주를 취득한 데 이어 2월과 3월, 5월과 6월, 8월과 9월, 그리고 지난달에 모두 4만2710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지난달까지 모두 4만7261주를 매입한 미성종합물산은 최종 75만3959주(15.17%) 보유에 등극하면서 김정돈 회장(18.51%) 다음으로 미원상사의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사실상 미성종합물산 최대주주인 소영씨가 간접적으로 미원상사에 대한 지배력을 기를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소영씨의 지배력이 닿아 있는 미원상사와 미원홀딩스의 최대주주인 태준씨 사이의 미원홀딩스에 대한 지분 차가 0.55%로 좁혀지게 됐다. 다만 미원상사는 미원홀딩스 지분 취득 목적에 대해 ‘경영 참여’가 아닌 ‘투자’라고 공시했다.


태준씨의 미원홀딩스가 미원상사에서 어느 정도 지분을 갖고 있다면 그의 존재감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원홀딩스는 미원상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태준씨 역시 1주의 미원상사 주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 앞서 태준씨는 지난 2017년 미원상사 지분 전량을 처분한 바 있다.

소영씨가 미성종합물산을 통해 미원상사에 지배력을 확대하면서 계열분리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성종합물산이 미원상사 최대주주로 자리를 잡는다면 향후 지배 구조가 ‘소영씨→미원종합물산→미원상사→이하 계열사’와 ‘태준씨→미원홀딩스→이하 계열사’로 구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원상사는 지난해 별도 기준 2376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19억원, 325억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63.6%, 59% 상승한 수치다.

올해 역시 기대할만하다는 평가다. 미원상사의 반기 누적 기준 별도 매출액은 137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3.6%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역시 동기 대비 각각 45.3%, 46.7% 증가한 217억원, 215억원을 나타냈다.
 

▲ 미성종합물산 ⓒ네이버 지도

소영씨의 존재감이 선명해지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후계 경쟁력을 선점한 인물은 사실 태준씨라는 반대 해석도 있다. 1983년생인 태준씨는 최근 동남합성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현재 태준씨는 동남합성 상근직을 수행하면서 회사 전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외에도 태준씨는 미원에스씨 경영지원팀장을 맡고 있다. 그는 LG화학 고무·특수수지 사업부를 거쳐 미원에스씨 충주공장 생산팀장 등을 거친 바 있다.


존재감
누가 더?

반면 1980년생인 소영씨는 미원상사그룹 내에서 따로 직을 맡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영씨의 남편이 지난해 2월 미성종합물산 사내이사로 취임한 것 외에는 그룹 내 업무와 특별한 연결고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두 오너 3세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회사의 존재감도 차이를 보인다. 미원상사가 투자 외에 경영 참여 목적으로 지분을 취득한 관계사는 동남합성과 태광정밀화학, 아시아첨가제, 계동청운, 비드테크 등이다.

미원상사는 동남합성 지분 9.33%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태준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미원홀딩스에서는 40.26%의 지분을 쥐고 있다. 미원상사가 아시아첨가에서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35%이지만 최대주주에 미치지 못한다.

태광정밀화학과 비드테크에서는 20% 정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계동청운에서만 100% 지분이 있다.

반면 미원홀딩스는 8개 해외법인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미원스페셜티케미칼과 동남합성에서도 최대주주 지위를 쥐고 있는 상태다.

미원상사그룹에 계열 분리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이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현재 그룹을 주무르고 있는 김정돈 회장은 동생 김정만 대표와 형제 경영 중인 듯하지만 사실상 계열분리와 다름없는 절차를 밟은 바 있기 때문이다.

그룹 모태인 미원상사는 지난 2011년 분사를 통해 미원화학을 설립한 바 있다. 당시 미원화학 최대주주는 지분율 18.7%를 차지한 김정돈 회장이었다. 김정만 대표는 0.16%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정돈 회장은 우회적으로 미원화학 최대주주에 이르게 된다.

김정돈 회장은 지난 2011년 주식 매도와 액면 분할을 통해 최초 39만2000주를 보유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매도와 증여를 번갈아 단행하면서 그해에만 19만주를 처분, 20만주로 내려왔다.

김정돈 회장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세 차례 증여와 두 차례 매도를 통해 오늘날 10만2200주를 보유하게 됐다. 당초 18.7%의 지분은 4.65%로 줄어들었다.

김정만 대표는 초기 750주로 시작했지만 2011년 액면분할을 통해 3750주로 올라섰다. 다만 2014년 보유 주식을 전량 증여하면서 소유하고 있는 주식 수는 0이 됐다. 하지만 김정만 대표는 법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배력을 확보했다.

장녀 법인, 새로운 축 형성 가능성
계열분리 발생해도 그룹 이탈 없다?

김정만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미성통상은 최초 미원화학 지분 1만6578주(3.62%)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최대주주였던 김정돈 회장(18.17%)에 비해 초라한 수치였지만 김정돈 회장이 주식 정리에 나설 때 반대로 지분 확보에 돌입했다.

미성통상은 2011년 주식분할을 통해 8만2890주를 확보하면서 본격적으로 장내 매수에 들어갔다. 미성통상이 보유한 미원화학 주식 수는 2012년 9만8550주(4.25%), 2013년 18만360주(7.73%)로 크게 늘었다.

미성통상은 2014년 미원화학 주식을 54만2939주(23.13%)로 크게 늘렸는데, 해당 시기는 미성통상이 김정돈 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자리를 잡았을 때다. 미성통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지분 매입에 나섰다.
 

2015년부터 매년 61만5255주(26.26%), 63만404주(28.42%) 등으로 늘어났고, 64만2079주(29.32%)까지 지분을 확보했다.

미원화학은 미원상사그룹 내에서 미원상사, 미원홀딩스, 미원스페셜티케미칼, 동남합성과 같은 상장 계열사다.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은 154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직전년도에 비해 79.1%, 83.2% 증가한 154억원과 135억원으로 나타났다.

호실적은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반기 누적 기준 별도 매출액은 직전년도 동기 대비 8.2% 상승한 806억원이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같은 기간에 비해 35.8%, 39.6% 상승한 98억원과 86억원이었다.

종합해보면 지배 구조가 ‘김정돈 회장→미원화학’에서 ‘김정만 대표→미성통상→미원화학’으로 변동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김정만 대표의 미성통상과 미원화학이 미원상사그룹에서 완전히 이탈한 것은 아니다.

미원화학은 최근까지도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가 김정돈 회장에서 미성통상으로 변경됐지만 김정돈 회장의 미원화학에 대한 영향력에는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김정돈 회장은 현재까지 미원화학에서 4.6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리돼도
여전히 한몸

겉보기에는 사실상 계열분리로 해석되지만 각자 지분을 유지하면서 그룹의 전체적인 틀은 유지되는 셈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때 태준씨의 미원홀딩스와 소영씨가 미성종합물산을 통해 지배력을 우회 확보하고 있는 미원상사를 중심으로 계열 분리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그룹 이탈과 같은 큰 변동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