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대한제당 주주들이 뿔났다. 주주들이 나서 오너의 소홀한 경영을 지적한 것이다. 이들은 내용증명을 통해 회계장부 열람 등을 요청했다. 사 측은 주주들의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대관절 어떻게 된 일일까.
대한제당은 설탕과 사료를 생산하고, 축산유통을 영위하는 중견 기업이다. 1조 연매출과 200억원~300억원대 영업이익을 자랑한다. 경영을 총괄하는 인물은 오너 3세 설윤호 부회장이다. 설 부회장은 설경동 창업주의 4남인 설원봉 전 대한제당 회장의 장남이다.
오너 일가
설 부회장을 중심으로 대한제당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공고하다. 최대주주인 설 부회장(23.28%)에 이어 그의 모친과 동생이 각각 14.16%, 9.52%를 쥐고 있다. 이들의 지분율만 46.96%다. 나머지 특수관계인들의 몫까지 합산하면 48.41%다.
최근 3년(2017~2019)간 대한제당 실적에 큰 변화는 없었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2741억원, 1조2083억원, 1조2043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궤를 같이 했다. 영업이익은 219억원, 327억원, 294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108억원, 97억원, 144억원이었다.
올해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연결기준 반기 누적 매출액은 5982억원으로 직전년도에 비해 1.7% 소폭 상승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37억원, 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5.6%, 20.6%씩 증가했다.
1조 중견기업 3세 경영 중
소액주주 경영소홀 지적 왜?
최근 대한제당 소액주주들은 ‘회계 장부 열람 및 등사 요청의 건’이라는 내용증명을 회사에 보냈다. 그 배경에는 최대주주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설 부회장에 대한 불신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제당 주식 11만1729주(1.24%)를 보유하고 있는 김모씨 등 주주 2명은 최근 회계장부와 관련 서류, 이사회 의사록 등의 열람을 요청하는 내용 증명을 사측에 발송했다.
이들은 내용 증명 요구 사유로 설 부회장을 언급했다. 대한제당 로스앤젤레스(LA) 지사가 설 부회장의 사적 업무를 처리하는 데에 활용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들은 이와 관련한 구체적 사용 내역과 자료 일체 열람을 요구했다.
지난 2005년 설립된 미국 지사는 LA 인근에 위치해 있다. 대한제당 해외 지점은 미국 외에도 일본 도쿄에 1곳이 있다.
이어 설 부회장이 지난 2013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대부분 미국에서 머물고 있는 만큼 실제 임원으로서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있지만 급여가 지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제당은 올해 상반기 동안 설 부회장을 포함한 5명의 등기이사에게 모두 4억5162만원을 지급했다. 1인당 9000여만원 꼴이다.
설 부회장은 지난 2006년 처음으로 등기 임원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당시 그의 직책은 부사장이었다.
이후 2010년 대표이사로 취임했지만 2013년 사임했다. 설 부회장은 부사장직을 수행하던 2009년과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1년 이후 국내에서 열린 이사회에 여러 차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회계 장부·이사회 의사록 열람 신청
사측 “검토 중이다” 팽팽히 맞서
현재 설 부회장은 대한제당 등기임원과 상근이사 직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설 부회장은 지난 7월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열 체결 결정 회의에도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들은 임원직을 수행하고 있는 설 부회장의 이사회 불참석을 경영에 소홀하다는 증거로 보고 있다.
이를 요청한 소액주주 측은 지난 16일 대한제당 종목토론실에 ‘주주 여러분께 알립니다’라는 글을 게재하며 “금일 신규 선임된 주주대표와 대리인 명의로 회계 장부 열람 및 등사 요청의 건에 대해 회사 측에 내용증명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어 “상법에 근거해 회계장부상에 문제점이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 장부열람을 요청했다”고 설명하면서 “대한제당이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장부열람을 신청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소액주주 여러분께서 일심동체가 돼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대한제당 측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주주 측에서 제기한 경영 소홀에 대해 “전문 경영인 체제인 만큼 대표이사가 국내 경영을 총괄하고, 설 부회장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신사업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지점에 관련해서는 “현지에서 사용되는 비용은 업무와 관련된 것이고, 매년 내부 감사와 외부 회계 감사를 통해 검증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적 다툼?
설 부회장의 이사회 불참 등에 대해서는 “최근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기본적인 업무는 수행했다”며 “최근 코로나 사태 때문에 국내 입국이 어려웠다. 다만, 내부적으로 의사결정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제당 측은 주주 측의 열람 요청에 대해 “내용증명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