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현대차그룹 새 수장 정의선

지휘봉 잡고 새로운 시대 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정의선 체제가 본격 가동되면서 현대차그룹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20년 만에 총수가 교체된 만큼 관심이 집중된다. 기업문화 혁신에 앞장서며 주목을 받은 만큼, 정의선 시대의 현대차그룹에 대한 기대가 모이고 있다.
 

▲ 정의선 현대차 회장 ⓒ현대·기아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14일 현대차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기존 회장직을 수행했던 정몽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은 이날 오전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신인 회장 선임 안건을 보고했다. 각 사 이사회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의견과 함께 지지 의사를 밝혔다.

20년 만에
총수 교체

정 회장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감안해 별도의 취임식은 열지 않았다. 대신 영상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취임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 회장은 이날 “현대차그룹의 모든 활동이 인류의 삶과 안전, 행복에 기여하고 다시 그룹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평소 지론인 ‘고객 존중과 행복’을 힘줘 말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모든 활동은 고객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고객이 본연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기울여 소통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기본이 돼야 한다”며 “고객의 평화롭고 건강한 삶과 환경을 위해 모든 고객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고객의 가치를 인류로 확장, 이를 위한 새로운 도전과 준비를 주문했다.

정 회장은 “인류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세상서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해 고객에게 새로운 이동 경험을 실현시키겠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수소연료전지를 자동차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 활용해 인류의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으로 자리 잡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시티 같은 상상 속의 미래 모습을 더욱더 빠르게 현실화시켜 인류에게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회장은 나눔을 통해 사랑받는 기업으로의 변화도 역설했다.

젊은 감성·파격행보
새 바람 불어 넣는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나가고, 그 결실들을 전 세계 고객들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주주,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사회의 다양한 이웃과 소중한 결실을 나누고, 이웃과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열린 조직문화 구현에 앞장설 것도 다짐했다.


정 회장은 “전 세계 사업장의 임직원 모두가 개척자라는 마음가짐으로 그룹의 성장과 다음 세대의 발전을 위해 뜻을 모은다면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임직원의 귀중한 역량이 존중받고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소통과 자율성이 중시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회장은 범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선대회장과 현대차그룹을 성장시킨 정몽구 명예회장의 업적, 경영철학 역시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기아차

정 회장은 “두 분의 숭고한 업적과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인류의 행복에 공헌하는 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가고자 한다”며 “미래를 열어가는 여정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안 되면 되게 만드는’ 창의적인 그룹 정신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서로 격려하고 힘을 모아 노력하면 충분히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 2018년 9월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 재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그룹을 총괄하는 부회장 역할을 맡게 되면서 3세 경영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당시 정 회장의 승진에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인사 배경을 글로벌 통상 문제 악화와 주요 시장의 경쟁구도 변화 등 경영환경이 급변에 통합적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몽구 회장이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창의적 정신
긍정 마인드

현대차그룹은 같은 해 12월 사장단을 전격 교체하며 정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주요 계열사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결과, 정몽구 명예회장을 보좌했던 핵심 인사들은 2선으로 물러나났다. 대신 정 회장 체제를 위한 세대교체형 인사들을 전진 배치했다. 특히 연구개발(R&D) 부문을 책임지는 자리에는 정 신임 회장이 직접 영입한 외국인 임원을 앉혀 주목받았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서 굵직한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기아차 사장 당시 디자인경영을 통해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킨 바 있다. 또 현대차 부회장 재임 시절,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도 성장을 이끌었다. 비슷한 시기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선보이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에 올라선 뒤로는 그룹의 미래 혁신 과제를 제시하고, 핵심 사업을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세계 최고 완전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합작 기업 ‘모셔널’을 설립하고, 다양한 글로벌 회사들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어 미래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의 가능성에 주목, 수소 생태계 확장에 앞장섰다.

정 회장의 첫 공식 일정은 ‘수소’였다. 정 회장은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 민간 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정 회장은 이날 회의에 현대자동차 수소전기 차량인 ‘넥쏘’를 타고 와 눈길을 끌었다.


수소경제위원회는 대한민국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범정부 컨트롤타워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8개 관계부처와 산업계, 학계, 시민단체 등 분야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다.
 

▲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현대·기아차

정 회장은 이날 차세대 연료전지 시스템 기술이 적용된 수소 상용차 개발과 보급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7월 세계 최초 수소전기 대형트럭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스위스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소트럭 2종과 수소버스 1종을 수출한 바 있다. 이어 대형 수소 트랙터를 출시했고, 준중형 및 중형트럭 전 라인업에 수소전기차 모델을 마련하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 상태다.

현대차는 오는 2030년까지 국내 시장과 해외시장 등에 수소 상용차를 누적 8만대 이상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첫 공식 일정 
‘수소 경제’

회의를 마치고 나온 정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회의가 잘됐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며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좀 더 경쟁력 있게 다른 국가들보다 빨리 움직여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날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회장은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약 2년 전 무산 된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을 고려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2018년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와 규제환경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주주들의 반대로 개편 계획을 취소했다.

정 회장 선임 이후 그룹 지배권 강화와 안정적 승계를 위해 복잡한 지배구조를 정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당장 개편 비용과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으며 발생하는 증여세 등은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이날 정몽구 명예회장의 당부 사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항상 품질에 대해 강조했다”며 “성실하고 건강하게 일하라고 자주 말했기 때문에 그것이 바로 당부 사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으로의 경영 계획에 대해 정 회장은 “좀 더 일을 ‘오픈’해서 할 수 있는 문화로 바꾸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며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수렴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그룹 인사에 대해서는 “수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1970년생으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휘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정공(현대모비스의 전신) 과장으로 입사했지만 곧 유학길에 올랐다. 정 회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교 대학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고객 존중·행복 ‘사랑받는 기업’
파격 또 파격…앞으로 행보 주목

이후 일본 이토추상사 뉴욕지사서 근무했고 현대자동차 구매실장으로 재입사했다. 국내영업본부 부본부장과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기아차 대표이사와 현대차 부회장 자리에 오른 뒤, 최근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최종 선임됐다.

정 회장은 부친과 마찬가지로 바닥부터 시작했다. 실무부터 배워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으라는 지침이 있었다. 정 회장은 소박하고 겸손한 성격으로 현대차에 젊은 감성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기업문화 혁신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부친을 대신해 그룹 총수 역할을 맡았던 지난 2년간 현대차 기업문화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부터 사내에 완전 자율복을 도입했다. 구두와 정장 차림서 운동화에 청바지 차림으로 출근하고, 반바지를 입고 업무를 보기도 했다. 파격적인 변화였다.

또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주요 계열사에 유연근무를 도입했다. 하루 8시간 근무 시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현대차 임원 시스템도 개편됐다. 연말에 시행되는 정기 임원인사는 연중 수시 인사 체제로 전환됐다. 기존 ‘이사대우·이사·상무·전무·부사장·사장’ 6단계였던 임원 직급제는 ‘상무·전무·부사장·사장’ 4단계로 재편됐다.

기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5단계 일반직 직급 체계는 ‘매니저·책임매니저’ 2단계로 변경됐다. 주요 10대그룹 가운데 정기 공채를 처음 없애기도 했다. 대신 각 부문별로 필요한 인재를 수시 채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정 회장의 파격 행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은 직원들과의 ‘셀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양재동 사옥서 직원 1200명과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당시 정 회장은 “과거 5~10년간 그룹이 정체됐다. 트렌드를 바꾸기 위해 변화하는 것은 좀 부족했다. 좀 더 과감한 변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내 반응이 좋았던 타운홀 미팅은 현재 현대차 임원들이 직원들과 소통하는 사내 미팅 상시 운영 체제로 이어졌다.

시스템 개편
연말 인사는?

현대차그룹은 최근 코로나19 이슈서도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룹은 지난 3월 연수원으로 활용하고자 했던 경주인재개발연수원과 글로벌상생협력센터를 대구와 경북 지역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치료시설로 제공한 바 있다. 그 다음달인 4월에는 경기지역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오산교육센터를 지원했고, 해외 입국자 임시 생활시설 용도로 파주인재개발센터를 제공했다.

또 코로나19 피해 복구 등을 위해 전국재해구호협회에 50억원을 기탁했고, 코로나19 환자들이 제때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도록 전국 소방본부 구급차에 대한 정밀 점검 및 소모품 교환 등을 무상으로 시행한 바 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의선 회장 취임 후…국민 호감도 좋아졌다

현대자동차그룹 수장으로 취임한 정의선 회장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취임 전에 비해 크게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정 회장의 취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다음날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소장 김다솜, GBR)는 뉴스·커뮤니티·카페·유튜브·블로그·트위터·인스타그램·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지식인·기업/조직·정부/공공 등 12개 채널 22만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정 회장에 대한 긴급 빅데이터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기간은 10월10일부터 15일 오전 9시 반까지다. 분석결과 정 회장이 그룹 수장으로 취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기 전 3일간 일별 정보량은 63~178건에 불과했으나 13일 처음 취임 뉴스가 뜨면서 1554건으로 늘었다.

취임 당일인 14일엔 5014건까지 급증했다. 15일엔 오전 9시 반까지 630건을 기록, 자정까진 무난하게 수천 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6일간 정 회장 호감도를 살펴본 결과 취임 소식이 알려지기 전 3일간 긍정률은 14.3∼30.2%에 그쳤으나, 취임 소식이 전해진 지난 13일부터 3일간 긍정률은 34.7~52.1%로 급등했다.

국민들은 정의선 회장의 취임에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사회 직후 빅데이터 분석 결과
연관어 1·2위는 ‘고객’ ‘국민’

부정률의 경우에도 취임 소식이 알려지기 전 3일 동안 4.5∼10.0%였으나, 취임 소식이 알려진 13일부터 15일 오전까지엔 2.2∼5.2%로 절반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정 회장의 취임을 기점으로 두고 부정적인 눈길이 되레 줄어든 것이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새로 도입한 ‘TPOP' 4가지 분석기법(시간·공간·인물·사건/상황)’중 ‘인물’ 연관 데이터도 조사했다.

취임 전후 6일간 정 회장 포스팅 자료 중 어떤 인물들이 많이 언급됐는지 알아보는 분석기법이다.

분석 결과 최근 6일간 정 회장 포스팅 중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은 ‘고객’으로 2333건에 달했다.

정 회장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인물 연관어 2위는 ‘국민’으로 984건을 기록했으며 3위는 ‘아들’(724건), 4위는 ‘창업자’(689건), 5위는 ‘아버지’(665건) 순이었다.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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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