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 '봉' 취급하는 외국계 명품업체 '기부' 실태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8.20 10: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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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사랑 한국인 '좋아요' 기부는 '싫어요' 순익은 '퍼가요'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구두쇠, 스크루지, 자린고비, 쥐꼬리, 짠돌이, 좀생이' 모두 외국계 명품업체들에게 어울리는 별명들이다.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등 국내 매출 상위 10대 외국 명품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큰돈을 벌면서도 사회공헌은 '쥐꼬리'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해마다 수백억원씩 순익을 내면서 이들이 내는 기부금은 전체 순이익의 0.5%도 되지 않는다는 것. 그저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버린 외국계 얌체기업들을 조명해봤다.

지난 2006년에서 2011년까지 6년간 국내에 진출한 해외 명품업체 자회사의 실적이 눈에 띄게 급증했다.

지난 16일 재계전문사이트인 '재벌닷컴'에 따르면 국내에서 잘 팔리는 10대 해외 명품브랜드(루이ㅂ통, 구찌, 프라다, 버버리, 스와치, 페라가모, 시슬리, 스와로브스키, 불가리, 한국로렉스)의 매출은 2006년 6489억원에서 지난해 1조8517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 순익은 457억원에서 1870억원으로 310%가 증가하면서 4.1배 수준으로 늘어나 매출증가율을 크게 앞지르기도 했다.

매출 1위 루이비통
수익 절반 본국으로

해외 명품업체들은 이익보유금이 늘어나자 고액 배당을 통한 이익 챙기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실제 조사대상 10개 해외 명품업체의 배당금 총액은 지난 2006년 122억원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 말에는 607억원으로 무려 5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특히 해외 명품업체들은 2006년부터 작년 말까지 국내에서 올린 누적 순이익 6923억원 가운데 배당금으로 2688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평균 38.8%의 높은 배당성향을 보였다. 이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상장사 매출 상위 10대 기업이 2006년부터 작년 말까지 기록한 연평균 배당성향 13.7%와 비교하면 3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특히 시슬리는 지난 6년 동안 88.4%를 본국으로 가져가는 기염을 토했다. 루이비통도 절반이 넘는 51.7%를 본국으로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루이비통은 같은 기간 매출이 1213억원에서 4974억원으로 4.1배 증가했다. 이어 순이익 1740억원의 51.7%인 900억원을 배당금으로 챙겨 눈총을 샀다. 게다가 같은 기간 동안 기부금 총액은 3억1000만원에 그쳐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0.18%에 불과했다.

덧붙여 루이비통은 지난해 한 해에만 순이익 400억원을 달성했다. 그런데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루이비통말레티에 본사에 순이익보다 많은 440억원을 배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기부한 금액은 매출의 고작 0.01% 수준인 5855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국내에서 거둔 순이익보다 더 많은 자금을 본국으로 거둬간 것이다.

매년 돈방석 명품업체 기부는 '찔끔'
단물만 '쏙'…번대로 다 가져간다!

소비자들도 최근 루이비통을 한국소비자를 '봉'으로 여기는 기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불과 얼마 전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관세가 철폐될 때 에르메스, 구찌, 불가리 등 유럽 명품브랜드들이 제품가격을 다소 인하했지만 루이비통은 거꾸로 가격을 올리는 패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를 두고 비난 여론이 일자 조현욱 루이비통코리아 회장은 "다른 명품브랜드에 비해 한국에서 판매가격을 유달리 높게 책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루이비통 판매가격은 프랑스 파리의 가격보다 30% 정도 높은 실정이다.

그럼에도 국내 어느 매장에서 조금만 싸게 판다는 소문이 나기라도 하면 매장은 꽉 차고 줄을 서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비싸도 잘 팔린다는 것이다. 괜히 루이비통에게 있어 한국은 4번째로 큰 시장이 아님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판매실적 2위인 구찌도 이 기간 매출이 1402억원에서 2960억원으로 2.1배 올랐다. 하지만 매출의 0.01% 수준인 3729만원을 기부했다.

국내 판매실적 3위의 프라다는 매출이 271억원에서 2513억원으로 9.3배 폭증하고 당기 순이익은 4500만원에서 532억원으로 무려 118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프라다는 이처럼 매출과 순익이 급증하자 2009년과 2010년 연속으로 150억원대의 고액배당으로 300억원대 배당금을 받았다. 그러나 기부금은 2006년에 이르러 고작 76만원을 낸 것이 전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루이비통 가방
유럽보다 훨씬 비싸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버버리는 지난 2009년(2009년 4월~2010년 3월) 매출 1849억원에 순이익 25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대부분을 영국 본사로 송금했고, 8312만원만 국내에 기부했다. 이는 매출의 0.05%에 해당한다. 페라가모 역시 지난해 매출의 0.03% 수준인 2747만원을 기부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막대한 매출과 순익을 내고, 순익의 상당부분을 본국에 보내면서도 정작 한국을 위해 기부한 돈은 6년 동안 10개사를 모두 합쳐도 10억원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0.14%에 불과한 것이다. 또 스와치그룹, 시슬리, 불가리는 지난 6년간 기부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부유층과 젊은 여성들이 워낙 명품을 좋아하다 보니 경기등락에 관계없이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고 이들 해외명품 업체들이 딱히 국내에 재투자할 것도 없기 때문에 배당송금액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공헌에 인색하다는 비난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도 전혀 개선하지 않고 있는 건 비난여론이 커져도 장사가 잘 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해 명품이면 물불가리지 않는 한국인의 소비성향을 지적했다.

스와치, 시슬리
"기부 그거 왜 해?"

외국계 은행들도 기부에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 외환 SC은행 등 3개 외국계 은행의 지난 사회공헌 실적은 총 396억원으로 1조6000억원을 넘는 당기순이익의 2.4%에 불과했다. 가계부채 제한이나 중소기업 대출 확대 등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감독 당국 지침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제 잇속 챙기는 데만 급급했다는 뜻이다.

반면 수입자동차 업계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해 기부금 규모를 대폭 늘리는 한편 배당성향은 크게 줄였다. 그간 벤츠코리아는 국산 중형차 한 대 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액의 기부금으로 덩치 값을 못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실제로 메르세데스 벤츠의 2010년 기부금은 3056만원으로 매출액 대비 0.0027% 수준이었고 2009년도 기부금은 3020만원에 불과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4억5000만원을 기부해 전년 3000만원 대비 12배 정도 규모를 키웠다. 또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99억원으로 전년보다 21.5% 늘었으나 배당금은 90억원으로 2010년 212억원에 비해 58%로 크게 줄었다. 배당성향도 90.1%에서 30%로 급격히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벤츠코리아가 작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신예 아티스트 후원에 나서는 등 사회 공헌활동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올해는 내부에서도 내심 감사보고서가 빨리 공시되기를 기다리는 분위기가 감지됐을 정도"라고 말했다.


생색만 내거나 아예 안 하거나
7년 동안 딱 한 차례 76만원 기부

벤츠를 잡고 수입차 업계 1위를 달리는 BMW코리아도 최근 들어 '통큰'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2001년까지 기부금이 없었지만 2002년부터 기부금을 내기 시작한 BMW는 2010년에는 8억8614만원, 지난해에는 공식 기부금 3억2190만원에 사회공헌 전문 BMW코리아미래재단을 설립해 사실상 33억원대의 기부금을 냈다. 하지만 이도 크게 늘어난 국내 매출액 1조4732억원에 비하면 많다고만 볼 수 없는 실정이다.

이를 두고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면 기부도 투자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비용 지출로만 여겼다면 이제는 기업 내에서 기부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며 "기부도 하나의 투자이자 마케팅이 되고 있다. 불편하지만 진실이다"라고 말했다.

조명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이 나라에서 계속 발전할 수 있다거나 기부를 하는 것이 기업의 이익을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때 기부를 포함한 사회 공헌 활동이 이루어진다"며 "외국계 기업도 한국에서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투자도 하고 기부도 해서 국민으로부터 존중받는 기업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조사결과를 발표한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외국 명품업체가 국내시장에서 엄청난 돈을 벌면서도 기부는 전혀 하지 않는 행태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물론 기업에게 기부를 강요할 수는 없다. 기업의 일차적인 목적은 뭐니 뭐니 해도 이익 창출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기부도 투자"


따라서 기부가 이루어지더라도 선의라기보다는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줘 결과적으로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고 봐야 한다.

해외브랜드 업체들이 이미지 재고를 하지 않아도, 비싼 가격에 팔아도 단지 명품이라는 이유로 잘 팔린다면 굳이 기부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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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