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 '봉' 취급하는 외국계 명품업체 '기부' 실태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8.20 10: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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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사랑 한국인 '좋아요' 기부는 '싫어요' 순익은 '퍼가요'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구두쇠, 스크루지, 자린고비, 쥐꼬리, 짠돌이, 좀생이' 모두 외국계 명품업체들에게 어울리는 별명들이다.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등 국내 매출 상위 10대 외국 명품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큰돈을 벌면서도 사회공헌은 '쥐꼬리'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해마다 수백억원씩 순익을 내면서 이들이 내는 기부금은 전체 순이익의 0.5%도 되지 않는다는 것. 그저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버린 외국계 얌체기업들을 조명해봤다.

지난 2006년에서 2011년까지 6년간 국내에 진출한 해외 명품업체 자회사의 실적이 눈에 띄게 급증했다.

지난 16일 재계전문사이트인 '재벌닷컴'에 따르면 국내에서 잘 팔리는 10대 해외 명품브랜드(루이ㅂ통, 구찌, 프라다, 버버리, 스와치, 페라가모, 시슬리, 스와로브스키, 불가리, 한국로렉스)의 매출은 2006년 6489억원에서 지난해 1조8517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 순익은 457억원에서 1870억원으로 310%가 증가하면서 4.1배 수준으로 늘어나 매출증가율을 크게 앞지르기도 했다.

매출 1위 루이비통
수익 절반 본국으로

해외 명품업체들은 이익보유금이 늘어나자 고액 배당을 통한 이익 챙기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실제 조사대상 10개 해외 명품업체의 배당금 총액은 지난 2006년 122억원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 말에는 607억원으로 무려 5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특히 해외 명품업체들은 2006년부터 작년 말까지 국내에서 올린 누적 순이익 6923억원 가운데 배당금으로 2688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평균 38.8%의 높은 배당성향을 보였다. 이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상장사 매출 상위 10대 기업이 2006년부터 작년 말까지 기록한 연평균 배당성향 13.7%와 비교하면 3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특히 시슬리는 지난 6년 동안 88.4%를 본국으로 가져가는 기염을 토했다. 루이비통도 절반이 넘는 51.7%를 본국으로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루이비통은 같은 기간 매출이 1213억원에서 4974억원으로 4.1배 증가했다. 이어 순이익 1740억원의 51.7%인 900억원을 배당금으로 챙겨 눈총을 샀다. 게다가 같은 기간 동안 기부금 총액은 3억1000만원에 그쳐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0.18%에 불과했다.

덧붙여 루이비통은 지난해 한 해에만 순이익 400억원을 달성했다. 그런데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루이비통말레티에 본사에 순이익보다 많은 440억원을 배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기부한 금액은 매출의 고작 0.01% 수준인 5855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국내에서 거둔 순이익보다 더 많은 자금을 본국으로 거둬간 것이다.

매년 돈방석 명품업체 기부는 '찔끔'
단물만 '쏙'…번대로 다 가져간다!

소비자들도 최근 루이비통을 한국소비자를 '봉'으로 여기는 기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불과 얼마 전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관세가 철폐될 때 에르메스, 구찌, 불가리 등 유럽 명품브랜드들이 제품가격을 다소 인하했지만 루이비통은 거꾸로 가격을 올리는 패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를 두고 비난 여론이 일자 조현욱 루이비통코리아 회장은 "다른 명품브랜드에 비해 한국에서 판매가격을 유달리 높게 책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루이비통 판매가격은 프랑스 파리의 가격보다 30% 정도 높은 실정이다.

그럼에도 국내 어느 매장에서 조금만 싸게 판다는 소문이 나기라도 하면 매장은 꽉 차고 줄을 서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비싸도 잘 팔린다는 것이다. 괜히 루이비통에게 있어 한국은 4번째로 큰 시장이 아님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판매실적 2위인 구찌도 이 기간 매출이 1402억원에서 2960억원으로 2.1배 올랐다. 하지만 매출의 0.01% 수준인 3729만원을 기부했다.

국내 판매실적 3위의 프라다는 매출이 271억원에서 2513억원으로 9.3배 폭증하고 당기 순이익은 4500만원에서 532억원으로 무려 118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프라다는 이처럼 매출과 순익이 급증하자 2009년과 2010년 연속으로 150억원대의 고액배당으로 300억원대 배당금을 받았다. 그러나 기부금은 2006년에 이르러 고작 76만원을 낸 것이 전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루이비통 가방
유럽보다 훨씬 비싸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버버리는 지난 2009년(2009년 4월~2010년 3월) 매출 1849억원에 순이익 25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대부분을 영국 본사로 송금했고, 8312만원만 국내에 기부했다. 이는 매출의 0.05%에 해당한다. 페라가모 역시 지난해 매출의 0.03% 수준인 2747만원을 기부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막대한 매출과 순익을 내고, 순익의 상당부분을 본국에 보내면서도 정작 한국을 위해 기부한 돈은 6년 동안 10개사를 모두 합쳐도 10억원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0.14%에 불과한 것이다. 또 스와치그룹, 시슬리, 불가리는 지난 6년간 기부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부유층과 젊은 여성들이 워낙 명품을 좋아하다 보니 경기등락에 관계없이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고 이들 해외명품 업체들이 딱히 국내에 재투자할 것도 없기 때문에 배당송금액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공헌에 인색하다는 비난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도 전혀 개선하지 않고 있는 건 비난여론이 커져도 장사가 잘 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해 명품이면 물불가리지 않는 한국인의 소비성향을 지적했다.

스와치, 시슬리
"기부 그거 왜 해?"

외국계 은행들도 기부에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 외환 SC은행 등 3개 외국계 은행의 지난 사회공헌 실적은 총 396억원으로 1조6000억원을 넘는 당기순이익의 2.4%에 불과했다. 가계부채 제한이나 중소기업 대출 확대 등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감독 당국 지침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제 잇속 챙기는 데만 급급했다는 뜻이다.

반면 수입자동차 업계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해 기부금 규모를 대폭 늘리는 한편 배당성향은 크게 줄였다. 그간 벤츠코리아는 국산 중형차 한 대 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액의 기부금으로 덩치 값을 못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실제로 메르세데스 벤츠의 2010년 기부금은 3056만원으로 매출액 대비 0.0027% 수준이었고 2009년도 기부금은 3020만원에 불과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4억5000만원을 기부해 전년 3000만원 대비 12배 정도 규모를 키웠다. 또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99억원으로 전년보다 21.5% 늘었으나 배당금은 90억원으로 2010년 212억원에 비해 58%로 크게 줄었다. 배당성향도 90.1%에서 30%로 급격히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벤츠코리아가 작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신예 아티스트 후원에 나서는 등 사회 공헌활동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올해는 내부에서도 내심 감사보고서가 빨리 공시되기를 기다리는 분위기가 감지됐을 정도"라고 말했다.


생색만 내거나 아예 안 하거나
7년 동안 딱 한 차례 76만원 기부

벤츠를 잡고 수입차 업계 1위를 달리는 BMW코리아도 최근 들어 '통큰'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2001년까지 기부금이 없었지만 2002년부터 기부금을 내기 시작한 BMW는 2010년에는 8억8614만원, 지난해에는 공식 기부금 3억2190만원에 사회공헌 전문 BMW코리아미래재단을 설립해 사실상 33억원대의 기부금을 냈다. 하지만 이도 크게 늘어난 국내 매출액 1조4732억원에 비하면 많다고만 볼 수 없는 실정이다.

이를 두고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면 기부도 투자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비용 지출로만 여겼다면 이제는 기업 내에서 기부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며 "기부도 하나의 투자이자 마케팅이 되고 있다. 불편하지만 진실이다"라고 말했다.

조명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이 나라에서 계속 발전할 수 있다거나 기부를 하는 것이 기업의 이익을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때 기부를 포함한 사회 공헌 활동이 이루어진다"며 "외국계 기업도 한국에서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투자도 하고 기부도 해서 국민으로부터 존중받는 기업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조사결과를 발표한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외국 명품업체가 국내시장에서 엄청난 돈을 벌면서도 기부는 전혀 하지 않는 행태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물론 기업에게 기부를 강요할 수는 없다. 기업의 일차적인 목적은 뭐니 뭐니 해도 이익 창출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기부도 투자"


따라서 기부가 이루어지더라도 선의라기보다는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줘 결과적으로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고 봐야 한다.

해외브랜드 업체들이 이미지 재고를 하지 않아도, 비싼 가격에 팔아도 단지 명품이라는 이유로 잘 팔린다면 굳이 기부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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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