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부자 1위’ 전봉민 의원 건설사 정체

당선 전후 866억 어떻게 불어났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21대 국회 신규 등록 국회의원들의 재산이 후보 시절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은 가장 많은 차액을 기록했다. 그가 보유하고 있던 비상장사 주식이 재평가됐기 때문이다. 해당 회사들은 이진종합건설 관계사로 분류된다. 이진종합건설은 전 의원 부친이 설립해 회장으로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 ⓒ중앙선관위

지난 1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1대 국회의원의 후보 시절 재산 내역과 당선 이후 신고 내용을 비교 분석했다. 몇몇 국회의원 재산이 고무줄처럼 늘어나 논란이 됐다. 적지 않은 시선이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에게로 향했다. 그가 당선 전 신고한 재산은 48억원이었지만 당선 이후 914억원으로 조정됐기 때문이다. 차액만 무려 866억원이었다.

48억에서
914억으로

전 의원의 재산이 크게 불어난 건 비상장사 주식 덕분이다. 통상 공직자 재산신고서 비상장주식은 액면가를 기준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신고 규정이 실거래가 또는 별도 평가 산식을 이용하도록 바뀌었다.

전 의원은 두 회사의 지분을 쥐고 있다. ‘동수토건’과 ‘이진주택’이라는 회사다. 동수토건은 토목건설업체이고, 이진주택은 부동산 개발·공급업체다.

전 의원이 보유한 동수토건 주식 수는 모두 5만8300주로 지분율은 37.61%로 최대주주다. 이진주택에서는 1만주(33.33%)를 소유하고 있다. 전체 주식 3분의 1 가량으로 적지 않다.


전 의원은 이 외에도 채권과 예금, 부동산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각 변동을 일으킨 요인은 단연 두 회사의 주식이었다. 환산된 가치는 858억원을 넘었다. 전 의원은 두 회사와 어떤 인연이 있는 걸까.

우선 전 의원 부친은 ‘이진종합건설’이라는 건설업체 회장이다. 전광수 회장은 지난 1986년 설립한 회사를 부산 지역 중견 건설업체로 키워냈다. 아파트 브랜드 ‘이진캐스빌’의 주인이기도 하다.

전 의원은 이진종합건설 임원이었다. 그는 지난 2000년 감사로 취임했다. 2008년에는 4개월 정도 대표이사를 맡았고, 201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사내이사로 활동했다.

이진종합건설 관계사 2개 업체 주식 보유
부친은 회장…전 의원도 형제와 임원 경력

동수토건은 지난 2008년 설립됐다. 전 의원은 이 곳서 자신의 두 형제와 함께 임원직을 수행했다. 회사 지분도 거의 동일하게 나눠가졌다. 전 의원이 37.61%, 나머지 형제들은 각각 33.16%, 29.23%씩 보유하고 있다. 3형제들의 개인회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진주택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 2011년 설립된 회사에는 3형제가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고,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이곳 역시 3형제들의 개인회사로 볼 수 있다. 전 의원은 당선 이후 모든 직을 내려놓은 상태다.

이진종합건설은 동수토건과 이진주택에 지분이 없다. 하지만 관계사라고 볼 수 있다. 부자 관계를 떠나서 이들 회사는 사업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형성했다.


이진종합건설은 분양 수익이 대부분이었다. 전체 매출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에 분양이 시작되면 수익이 늘었다가 이내 줄어드는 식이었다.
 

일례로 2001년 3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이듬해 259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당시 이진종합건설은 이진캐스빌 아파트를 분양하고 있었다. 이후 2년 간 300억원대 실적을 유지했지만, 40억원대로 다시 내려앉았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진종합건설 감사보고서는 1999년부터다. 그해부터 2008년까지 회사 매출에 가시적 성장은 없었다.

한쪽은 시행
한쪽은 시공

본격적인 사세 확장은 2009년부터 이뤄졌다. 당시 이진종합건설은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아파트 분양으로 분주했다. 회사는 매년 성적표를 갈아치웠다.

2009년 이진종합건설 매출은 434억원이었다. 직전년도에 비해 10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2013년까지 회사는 707억원, 1037억원, 1508억원, 210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매년 신기록을 세웠다.

이후 2016년까지 1176억원, 1283억원, 1430억원 등 1000억원대 매출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분양 수익은 없었다. 그해와 이듬해 분양 수익은 0이었다. 동시에 매출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진종합건설 매출액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872억원, 25억원, 9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종합해보면 이진종합건설은 1000억원대 매출을 2011∼2016년 동안 유지하며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 3형제가 있던 동수토건과 이진주택은 이진종합건설과 함께 거래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 동수토건

동수토건은 이진종합건설이 시행사로 있는 이진캐스빌 아파트 등에 시공사로 참여했다. 다른 도급공사도 맡아 진행했지만 이진종합건설 건보다 수익성이 낮았다.

동수토건은 2012∼2015년 이진종합건설로부터 매해 각 88억원, 277억원, 255억원, 21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밀어주고
당겨주고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서 확인할 수 있는 동수토건 감사보고서는 2014년부터다. 2014∼2015년까지 이진종합건설서 비롯된 매출액은 동수토건 전체 매출액의 50.5%, 21.1%에 해당한다.

이진종합건설도 동수토건서 매출을 올렸다. 이진종합건설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69억원, 494억원, 752억원, 391억원, 25억원, 87억원의 매출을 형성했다.

이진주택도 비슷했다. 이진주택이 시행사로 참여하는 이진캐스빌 아파트 등에 이진종합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했다.

이진주택은 그해부터 2017년까지 외주공사비 명목으로 이진종합건설에 82억원, 313억원, 508억원, 517억원, 723억원, 452억원을 지급했다. 외주공사비란 직접 공사를 하지 않고, 다른 업체에 맡기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다.

이진종합건설이 이진주택으로부터 받은 외주공사비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5.4%, 14.8%로 시작했지만 43.2%, 40.3%, 50.5%, 51.8%까지 껑충 뛰었다. 이진주택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별도 기준 매출액 485억원, 978억원, 928억원, 1524억원, 1483억원으로 성장했다.

이진주택은 매출액은 대부분 분양수익서 비롯됐다. 하지만 2018년부터 분양률이 100%에 가까워지면서 실적도 동시에 하락했다. 2018년과 지난해 매출액은 19억원, 2억원에 그쳤다.


종합해보면 이진종합건설은 동수토건, 이진주택과 내부거래로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세 기업의 거래 시기가 겹치는 때는 2014~2017년이다.

같은 기간 이진종합건설은 두 회사로부터 모두 578억원, 1011억원, 1476억원, 84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진종합건설 전체 매출액서 차지하는 비중은 49.1%, 78.8%로 늘어나다가 무려 103.1%, 96.8%까지 상승했다.

삼형제 지분 100% 비상장사
시공, 시행…내부거래 지속

건설사들은 시행과 시공을 분리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별도의 시행사를 두고 시공만 담당하는 식이다.

반대로 이진종합건설처럼 시행과 시공을 동시에 맡는 곳도 있다. 안정적 사업이 가능해서다. 업체 선정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시행 담당 계열사, 시공 담당 계열사 등으로 나뉘어 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이례적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 ▲▲ 이진캐스빌 아파트 ⓒ이진종합건설

이진종합건설과 동수토건 그리고 이진주택은 이진캐스빌이라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각자 시행과 시공을 맡았다.

이진종합건설은 동수토건과 이진주택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다만 이들 회사는 부자 관계로 이어져 있거니와 사업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이진종합건설을 중심으로 한 계열사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들 회사는 서로 같은 주소지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진종합건설은 부산 소재 한 건물의 4층과 5층에 있다. 동수토건과 이진주택은 해당 건물의 4층에 있다.

이들은 서로 자금을 대여해주거나 지급 보증을 서주는 등 서로를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 이진주택은 이진종합건설로부터 2억4100만원의 보증을 받았다. 직전년도에는 동수토건서 6억6100여만원에 대한 보증을 서줬다.

한 빌딩
다 같이

이진주택은 2014년 설립된 ‘아이제이동수’에 자금을 빌려주기도 했다. 아이제이동수는 이진주택의 종속회사다. 이진주택은 지난해 아이제이동수에 342억원을 대여해줬고, 이진종합건설서도 420억원을 빌려준 바 있다. 아이제이동수 역시 전 의원 등 3형제가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던 곳이다. 또 주소지를 이진종합건설 등과 같은 건물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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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