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호남 속궁합 엿보니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22 17:21:24
  • 댓글 0개

심상찮은 호남민심. 민주당 버리고 안철수 택할까?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호남 민심이 예사롭지 않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출마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민주통합당 텃밭인 호남이 들썩이고 있다. 호남에서 부동층으로 남아 있던 사람들이 대거 안 원장을 지지하는 표심을 드러내 정치권의 관심이 뜨겁다. 반면 8월24일 제주를 시작으로 경선 흥행에 나서야 하는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들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민주당 대선경선 판도를 뒤집을 뿐만 아니라, 향후 안 원장과의 야권후보단일화에 큰 영향을 미칠 호남민심을 추적해 보았다.

최근 <매일경제>와 한길리서치가 호남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야권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6말 호남지역에서 30.3%를 기록했던 안 원장의 지지율은 7월 말 57.6%로 2배 가까이 뛰어올라 '안풍'의 위력을 과시했다. 반면 문재인 민주당 대선경선후보의 지지율은 6월 말에 비해 소폭 오른 16.2%를 기록해 안 원장과 무려 41.4%p나 차이가 났다. 안 원장의 지지율 상승세에 비하면 문 후보의 지지율은 사실상 하락한 셈이다.

'반쪽' 경선 치를 터
호남 없이 승리 못 해
 

손학규 후보를 향한 호남민심은 더 인색하다. 손 후보의 지지율은 6월 10.1%에서 7월 5.4%까지 떨어져 반토막이 났다. 총선 직후에 '리틀 노무현'이라 불리며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김두관 후보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김 후보는 12.3%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문 후보보다 높은 지지세를 얻었지만, 7월 말 1.7%까지 가파르게 떨어져 혹독한 호남민심을 경험해야만 했다.

이처럼 호남의 대다수 유권자가 민주당 후보들을 저버리고 안 원장에게 돌아서 민주당 텃밭이 붕괴되는 양상이다. 이대로라면 민주당 후보들은 안 원장을 지지하는 호남 유권자 57.6%를 제외한 42.4%의 표심을 두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어야 할 판이다.


따라서 민주당 후보들의 가장 큰 과제는 이번 경선과정에서 어떻게든 호남 유권자들의 관심을 되돌려 민심을 되찾는 것이다. 그동안 호남의 선택이 전체 판세에 큰 영향을 미쳤던 만큼 이번에도 정치권 최대의 관심사임에 틀림없다.

그동안 호남은 ‘민주당의 심장’으로 불리며 야권 대선후보들에게 매우 중요한 요충지로 거론됐다. 민주당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해온 호남 민심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호남만으로 대선에 승리할 수는 없지만, 호남 없이는 승리할 수 없다"고 표현할 정도로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97년, 2002년, 2007년 대선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정동영 민주당 후보가 일찍부터 호남의 굳건한 지지를 받았고, 호남의 선거는 김대중과 노무현 두 명의 대통령이 당선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 받았다.

안 원장 지지율은 두 배, 문재인은 제자리      
민주당 경선흥행 실패하면 단일화에서도 불리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 김 전 대통령은 1032만 6275표(40.3%)를 득표해 993만 5719표(38.7%)를 얻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39만여표로 따돌리며 단 1.6% 차로 당선이 됐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호남에서 306만 4842표를 얻어 92.23%의 지지율을 보였다. 김 전 대통령이 39만여 표의 근소한 차로 당선된 것을 보더라도 호남의 높은 투표율과 지지율이 민주당 후보의 대선에 미치는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도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회창 후보에 57만여 표차로 당선됐으며 당시에도 호남에서 9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 유력 주자들이 등 돌린 호남 민심에 쩔쩔맬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대선후보들이 여론조사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일 때마다 호남 유권자들은 결집해 민주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 주었고, 따라서 민주당 후보들에게 호남은 대권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표밭인 셈이다.

민주당 후보들은 일찌감치 호남 표심을 잡기 위해 공을 들였다. 대선출마선언 후 첫 방문지가 광주였다는 점도 호남의 중요성을 새삼 방증한다.

김 후보는 대선 출정식에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호남의 지지를 받는 건 당내 대선 후보 모두의 절박한 과제일 것"이라며 "호남 지역민에게 김두관이 제일 확실한 후보라는 점을 알리겠다"고 답해 호남의 지지를 받아 대선에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직까지 당내에 안 원장을 이기는 후보가 없기 때문에 호남민심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있지만,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누군가 대세론을 형성할 경우 호남민심도 그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 경선 과정을 통해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민주당 후보들은 남은 순회경선에 총력을 기울여 호남의 민심을 되찾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호남인들이 경선에 주목하면 대선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고 안 원장과의 단일화에서도 우위를 점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선출되면 안 원장에게 쏠렸던 호남 표심도 상당 부분 되찾아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줄줄이 '애정공세'
남인사 영입 주력

문 후보의 캠프는 중앙정치와 지역정치 인사들의 공조로 호남에서의 세를 불리는 데 주력하는 반면, 손 후보의 캠프는 손 후보의 과거와 미래를 언급하며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는 지난 12일 2012 여수세계박람회 폐막식에 맞춰 전라도를 찾는 등 호남 표심 잡기에 가장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또한 민주당 후보들은 호남 민심을 되찾기 위해 호남 출신 유력인사 영입에도 나서고 있다. 문 후보는 전남 광양이 지역구인 3선의 우윤근 의원, 광주 남구가 지역구인 재선의 장병완 의원, 광주 서구 국회의원을 지낸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영입했다.

손 후보 측은 담양·장성·영광·함평이 지역구인 이낙연 의원, 광주 광산갑이 지역구인 김동철 의원,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복지·교육문화비서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비례대표의원을 지낸 광주 출신 김유정 전 의원을, 김 후보 선대본부에는 전남 목포 출신인 천정배 전 법무장관, 같은 목포 출신인 전윤철 전 기획예산처 장관, 해남·완도·진도가 지역구인 재선의 김영록 의원, 화순에서 13·14대 국회의원을 지낸 홍기훈 전 의원과 신정훈 전 나주시장을 끌어들였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실장은 매체를 통해 "호남 쪽 민심이 안 원장에게 가 있고 호남의 강력한 지지를 얻는 후보가 민주당 내에 없기 때문에 (경선에서) 호남은 지역 연고로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조직이 중요하게 작동할 것이고 그렇다면 누가 전북 전주출신이자 불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상임고문과 우호관계를 형성하고 후보들 간의 합종연횡을 통해 조직을 많이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조직력을 논외로 한다면 상징성이 큰 김 전 대통령과의 친분이나 그분의 정책을 계승한다는 것을 부각해 호남 민심을 얻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호남의 표심 회복 여부는 전북에서부터 드러날 예정이다. 이어 9월6일 8번째 순회경선 지역인 광주·전남의 결과가 발표된다. 이 지역의 경선 결과는 전체 유권자의 50% 이상이 거주하는 수도권 지역 호남 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민주당의 심장' 호남 놓치면 대권도 놓친다
 안 원장 지지모임 "앞으로 지지율 더 오를 것"

민주당 경선 흥행을 통해 안 원장과의 야권연대에 고지를 선점하려는 민주당 후보들의 활발한 움직임에도 이미 호남에 불어 닥친 안풍을 잠재우기에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안 원장이 민주당 경선이 끝날 무렵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해 민주당 경선이 흥행하더라도 안 원장의 대선출마선언으로 다시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변함없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던 호남 민심의 대이동은 올해 대선가도의 커다란 이변으로, 설령 안 원장과의 야권단일화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민주당 후보의 위력을 장담할 수 없다"며 민주당의 호남 표심 되찾기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한 관계자는 호남민심이 갑작스럽게 안 원장에게 쏠리고 있는 현상을 두고 "인물 위주의 선거를 하는 호남인들의 특징 때문이다"라며 "호남 출신의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라면 표를 던지는 것이 호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당시 호남은 지난 50년간 정치, 경제의 중심에 자리매김하지 못한 채 개발의 수혜를 받지 못했다. 경부축 중심의 산업화로 인해 광주를 비롯한 호남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수도권 및 영남권 산업도시로 이동해야만 했다.


여기에는 산업체를 끌어들일 만한 기반산업의 부재가 그 원인이 되었다. 그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힘 있는 인물이 없었다고 느낀 호남사람들이 발전에 참여하여 상생하는 길은 정권교체라 여겼다"고 말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에 맞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인물에게 호남 표심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안 원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논란이 된 가운데 안 원장의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 발간과 <힐링캠프> 출연으로 호남의 표심이 대거 안 원장에게 쏠렸다는 분석이다.

호남민심을 대변하듯 이미 지난 10일 전북 부안군 채석강의 한 리조트에서는 안 원장을 지지하는 모임인 '함께 사는 세상 포럼, 철수처럼(이하 철수처럼)'의 호남지역 회장단 단합대회가 1박2일 일정으로 열렸다.

이날 모임에는 광주, 전남, 전북, 제주까지 4개 광역지역 회장단이 참석했다. '철수처럼'은 광주와 전북에서 지난 2월 중순 공식 출범했고, 지난 7월19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전국발기인대회를 가진 바 있다.

온라인 등록수는 수백 명에 불과하지만 오프라인 등록수는 30만명(철수산악회 등 외곽조직 포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풍'위력 무시 못 해
호남, 정권교체 원해

'철수처럼' 측 한 지지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안 원장의 호남 지지율 급등에 대해 "갑자기 없던 지지자들이 나타난 것은 아닐 것"이라며 "이미 국민은 기존 정치와 정치인에 많이 실망을 한 상태"라고 호남의 민심을 설명했다.

그리고 "안 원장이 본격적인 대선출마를 선언한다면 국민들의 지지의사가 적극 표현되고 그 열기는 확산되어 큰 무리 없이 최고의 지지율로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