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호남 속궁합 엿보니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22 17: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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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호남민심. 민주당 버리고 안철수 택할까?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호남 민심이 예사롭지 않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출마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민주통합당 텃밭인 호남이 들썩이고 있다. 호남에서 부동층으로 남아 있던 사람들이 대거 안 원장을 지지하는 표심을 드러내 정치권의 관심이 뜨겁다. 반면 8월24일 제주를 시작으로 경선 흥행에 나서야 하는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들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민주당 대선경선 판도를 뒤집을 뿐만 아니라, 향후 안 원장과의 야권후보단일화에 큰 영향을 미칠 호남민심을 추적해 보았다.

최근 <매일경제>와 한길리서치가 호남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야권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6말 호남지역에서 30.3%를 기록했던 안 원장의 지지율은 7월 말 57.6%로 2배 가까이 뛰어올라 '안풍'의 위력을 과시했다. 반면 문재인 민주당 대선경선후보의 지지율은 6월 말에 비해 소폭 오른 16.2%를 기록해 안 원장과 무려 41.4%p나 차이가 났다. 안 원장의 지지율 상승세에 비하면 문 후보의 지지율은 사실상 하락한 셈이다.

'반쪽' 경선 치를 터
호남 없이 승리 못 해
 

손학규 후보를 향한 호남민심은 더 인색하다. 손 후보의 지지율은 6월 10.1%에서 7월 5.4%까지 떨어져 반토막이 났다. 총선 직후에 '리틀 노무현'이라 불리며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김두관 후보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김 후보는 12.3%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문 후보보다 높은 지지세를 얻었지만, 7월 말 1.7%까지 가파르게 떨어져 혹독한 호남민심을 경험해야만 했다.

이처럼 호남의 대다수 유권자가 민주당 후보들을 저버리고 안 원장에게 돌아서 민주당 텃밭이 붕괴되는 양상이다. 이대로라면 민주당 후보들은 안 원장을 지지하는 호남 유권자 57.6%를 제외한 42.4%의 표심을 두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어야 할 판이다.


따라서 민주당 후보들의 가장 큰 과제는 이번 경선과정에서 어떻게든 호남 유권자들의 관심을 되돌려 민심을 되찾는 것이다. 그동안 호남의 선택이 전체 판세에 큰 영향을 미쳤던 만큼 이번에도 정치권 최대의 관심사임에 틀림없다.

그동안 호남은 ‘민주당의 심장’으로 불리며 야권 대선후보들에게 매우 중요한 요충지로 거론됐다. 민주당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해온 호남 민심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호남만으로 대선에 승리할 수는 없지만, 호남 없이는 승리할 수 없다"고 표현할 정도로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97년, 2002년, 2007년 대선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정동영 민주당 후보가 일찍부터 호남의 굳건한 지지를 받았고, 호남의 선거는 김대중과 노무현 두 명의 대통령이 당선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 받았다.

안 원장 지지율은 두 배, 문재인은 제자리      
민주당 경선흥행 실패하면 단일화에서도 불리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 김 전 대통령은 1032만 6275표(40.3%)를 득표해 993만 5719표(38.7%)를 얻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39만여표로 따돌리며 단 1.6% 차로 당선이 됐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호남에서 306만 4842표를 얻어 92.23%의 지지율을 보였다. 김 전 대통령이 39만여 표의 근소한 차로 당선된 것을 보더라도 호남의 높은 투표율과 지지율이 민주당 후보의 대선에 미치는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도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회창 후보에 57만여 표차로 당선됐으며 당시에도 호남에서 9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 유력 주자들이 등 돌린 호남 민심에 쩔쩔맬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대선후보들이 여론조사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일 때마다 호남 유권자들은 결집해 민주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 주었고, 따라서 민주당 후보들에게 호남은 대권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표밭인 셈이다.

민주당 후보들은 일찌감치 호남 표심을 잡기 위해 공을 들였다. 대선출마선언 후 첫 방문지가 광주였다는 점도 호남의 중요성을 새삼 방증한다.

김 후보는 대선 출정식에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호남의 지지를 받는 건 당내 대선 후보 모두의 절박한 과제일 것"이라며 "호남 지역민에게 김두관이 제일 확실한 후보라는 점을 알리겠다"고 답해 호남의 지지를 받아 대선에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직까지 당내에 안 원장을 이기는 후보가 없기 때문에 호남민심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있지만,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누군가 대세론을 형성할 경우 호남민심도 그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 경선 과정을 통해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민주당 후보들은 남은 순회경선에 총력을 기울여 호남의 민심을 되찾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호남인들이 경선에 주목하면 대선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고 안 원장과의 단일화에서도 우위를 점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선출되면 안 원장에게 쏠렸던 호남 표심도 상당 부분 되찾아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줄줄이 '애정공세'
남인사 영입 주력

문 후보의 캠프는 중앙정치와 지역정치 인사들의 공조로 호남에서의 세를 불리는 데 주력하는 반면, 손 후보의 캠프는 손 후보의 과거와 미래를 언급하며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는 지난 12일 2012 여수세계박람회 폐막식에 맞춰 전라도를 찾는 등 호남 표심 잡기에 가장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또한 민주당 후보들은 호남 민심을 되찾기 위해 호남 출신 유력인사 영입에도 나서고 있다. 문 후보는 전남 광양이 지역구인 3선의 우윤근 의원, 광주 남구가 지역구인 재선의 장병완 의원, 광주 서구 국회의원을 지낸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영입했다.

손 후보 측은 담양·장성·영광·함평이 지역구인 이낙연 의원, 광주 광산갑이 지역구인 김동철 의원,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복지·교육문화비서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비례대표의원을 지낸 광주 출신 김유정 전 의원을, 김 후보 선대본부에는 전남 목포 출신인 천정배 전 법무장관, 같은 목포 출신인 전윤철 전 기획예산처 장관, 해남·완도·진도가 지역구인 재선의 김영록 의원, 화순에서 13·14대 국회의원을 지낸 홍기훈 전 의원과 신정훈 전 나주시장을 끌어들였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실장은 매체를 통해 "호남 쪽 민심이 안 원장에게 가 있고 호남의 강력한 지지를 얻는 후보가 민주당 내에 없기 때문에 (경선에서) 호남은 지역 연고로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조직이 중요하게 작동할 것이고 그렇다면 누가 전북 전주출신이자 불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상임고문과 우호관계를 형성하고 후보들 간의 합종연횡을 통해 조직을 많이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조직력을 논외로 한다면 상징성이 큰 김 전 대통령과의 친분이나 그분의 정책을 계승한다는 것을 부각해 호남 민심을 얻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호남의 표심 회복 여부는 전북에서부터 드러날 예정이다. 이어 9월6일 8번째 순회경선 지역인 광주·전남의 결과가 발표된다. 이 지역의 경선 결과는 전체 유권자의 50% 이상이 거주하는 수도권 지역 호남 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민주당의 심장' 호남 놓치면 대권도 놓친다
 안 원장 지지모임 "앞으로 지지율 더 오를 것"

민주당 경선 흥행을 통해 안 원장과의 야권연대에 고지를 선점하려는 민주당 후보들의 활발한 움직임에도 이미 호남에 불어 닥친 안풍을 잠재우기에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안 원장이 민주당 경선이 끝날 무렵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해 민주당 경선이 흥행하더라도 안 원장의 대선출마선언으로 다시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변함없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던 호남 민심의 대이동은 올해 대선가도의 커다란 이변으로, 설령 안 원장과의 야권단일화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민주당 후보의 위력을 장담할 수 없다"며 민주당의 호남 표심 되찾기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한 관계자는 호남민심이 갑작스럽게 안 원장에게 쏠리고 있는 현상을 두고 "인물 위주의 선거를 하는 호남인들의 특징 때문이다"라며 "호남 출신의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라면 표를 던지는 것이 호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당시 호남은 지난 50년간 정치, 경제의 중심에 자리매김하지 못한 채 개발의 수혜를 받지 못했다. 경부축 중심의 산업화로 인해 광주를 비롯한 호남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수도권 및 영남권 산업도시로 이동해야만 했다.


여기에는 산업체를 끌어들일 만한 기반산업의 부재가 그 원인이 되었다. 그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힘 있는 인물이 없었다고 느낀 호남사람들이 발전에 참여하여 상생하는 길은 정권교체라 여겼다"고 말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에 맞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인물에게 호남 표심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안 원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논란이 된 가운데 안 원장의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 발간과 <힐링캠프> 출연으로 호남의 표심이 대거 안 원장에게 쏠렸다는 분석이다.

호남민심을 대변하듯 이미 지난 10일 전북 부안군 채석강의 한 리조트에서는 안 원장을 지지하는 모임인 '함께 사는 세상 포럼, 철수처럼(이하 철수처럼)'의 호남지역 회장단 단합대회가 1박2일 일정으로 열렸다.

이날 모임에는 광주, 전남, 전북, 제주까지 4개 광역지역 회장단이 참석했다. '철수처럼'은 광주와 전북에서 지난 2월 중순 공식 출범했고, 지난 7월19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전국발기인대회를 가진 바 있다.

온라인 등록수는 수백 명에 불과하지만 오프라인 등록수는 30만명(철수산악회 등 외곽조직 포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풍'위력 무시 못 해
호남, 정권교체 원해

'철수처럼' 측 한 지지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안 원장의 호남 지지율 급등에 대해 "갑자기 없던 지지자들이 나타난 것은 아닐 것"이라며 "이미 국민은 기존 정치와 정치인에 많이 실망을 한 상태"라고 호남의 민심을 설명했다.

그리고 "안 원장이 본격적인 대선출마를 선언한다면 국민들의 지지의사가 적극 표현되고 그 열기는 확산되어 큰 무리 없이 최고의 지지율로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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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