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호남 속궁합 엿보니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22 17: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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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호남민심. 민주당 버리고 안철수 택할까?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호남 민심이 예사롭지 않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출마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민주통합당 텃밭인 호남이 들썩이고 있다. 호남에서 부동층으로 남아 있던 사람들이 대거 안 원장을 지지하는 표심을 드러내 정치권의 관심이 뜨겁다. 반면 8월24일 제주를 시작으로 경선 흥행에 나서야 하는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들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민주당 대선경선 판도를 뒤집을 뿐만 아니라, 향후 안 원장과의 야권후보단일화에 큰 영향을 미칠 호남민심을 추적해 보았다.

최근 <매일경제>와 한길리서치가 호남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야권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6말 호남지역에서 30.3%를 기록했던 안 원장의 지지율은 7월 말 57.6%로 2배 가까이 뛰어올라 '안풍'의 위력을 과시했다. 반면 문재인 민주당 대선경선후보의 지지율은 6월 말에 비해 소폭 오른 16.2%를 기록해 안 원장과 무려 41.4%p나 차이가 났다. 안 원장의 지지율 상승세에 비하면 문 후보의 지지율은 사실상 하락한 셈이다.

'반쪽' 경선 치를 터
호남 없이 승리 못 해
 

손학규 후보를 향한 호남민심은 더 인색하다. 손 후보의 지지율은 6월 10.1%에서 7월 5.4%까지 떨어져 반토막이 났다. 총선 직후에 '리틀 노무현'이라 불리며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김두관 후보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김 후보는 12.3%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문 후보보다 높은 지지세를 얻었지만, 7월 말 1.7%까지 가파르게 떨어져 혹독한 호남민심을 경험해야만 했다.

이처럼 호남의 대다수 유권자가 민주당 후보들을 저버리고 안 원장에게 돌아서 민주당 텃밭이 붕괴되는 양상이다. 이대로라면 민주당 후보들은 안 원장을 지지하는 호남 유권자 57.6%를 제외한 42.4%의 표심을 두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어야 할 판이다.


따라서 민주당 후보들의 가장 큰 과제는 이번 경선과정에서 어떻게든 호남 유권자들의 관심을 되돌려 민심을 되찾는 것이다. 그동안 호남의 선택이 전체 판세에 큰 영향을 미쳤던 만큼 이번에도 정치권 최대의 관심사임에 틀림없다.

그동안 호남은 ‘민주당의 심장’으로 불리며 야권 대선후보들에게 매우 중요한 요충지로 거론됐다. 민주당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해온 호남 민심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호남만으로 대선에 승리할 수는 없지만, 호남 없이는 승리할 수 없다"고 표현할 정도로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97년, 2002년, 2007년 대선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정동영 민주당 후보가 일찍부터 호남의 굳건한 지지를 받았고, 호남의 선거는 김대중과 노무현 두 명의 대통령이 당선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 받았다.

안 원장 지지율은 두 배, 문재인은 제자리      
민주당 경선흥행 실패하면 단일화에서도 불리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 김 전 대통령은 1032만 6275표(40.3%)를 득표해 993만 5719표(38.7%)를 얻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39만여표로 따돌리며 단 1.6% 차로 당선이 됐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호남에서 306만 4842표를 얻어 92.23%의 지지율을 보였다. 김 전 대통령이 39만여 표의 근소한 차로 당선된 것을 보더라도 호남의 높은 투표율과 지지율이 민주당 후보의 대선에 미치는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도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회창 후보에 57만여 표차로 당선됐으며 당시에도 호남에서 9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 유력 주자들이 등 돌린 호남 민심에 쩔쩔맬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대선후보들이 여론조사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일 때마다 호남 유권자들은 결집해 민주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 주었고, 따라서 민주당 후보들에게 호남은 대권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표밭인 셈이다.

민주당 후보들은 일찌감치 호남 표심을 잡기 위해 공을 들였다. 대선출마선언 후 첫 방문지가 광주였다는 점도 호남의 중요성을 새삼 방증한다.

김 후보는 대선 출정식에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호남의 지지를 받는 건 당내 대선 후보 모두의 절박한 과제일 것"이라며 "호남 지역민에게 김두관이 제일 확실한 후보라는 점을 알리겠다"고 답해 호남의 지지를 받아 대선에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직까지 당내에 안 원장을 이기는 후보가 없기 때문에 호남민심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있지만,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누군가 대세론을 형성할 경우 호남민심도 그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 경선 과정을 통해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민주당 후보들은 남은 순회경선에 총력을 기울여 호남의 민심을 되찾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호남인들이 경선에 주목하면 대선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고 안 원장과의 단일화에서도 우위를 점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선출되면 안 원장에게 쏠렸던 호남 표심도 상당 부분 되찾아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줄줄이 '애정공세'
남인사 영입 주력

문 후보의 캠프는 중앙정치와 지역정치 인사들의 공조로 호남에서의 세를 불리는 데 주력하는 반면, 손 후보의 캠프는 손 후보의 과거와 미래를 언급하며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는 지난 12일 2012 여수세계박람회 폐막식에 맞춰 전라도를 찾는 등 호남 표심 잡기에 가장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또한 민주당 후보들은 호남 민심을 되찾기 위해 호남 출신 유력인사 영입에도 나서고 있다. 문 후보는 전남 광양이 지역구인 3선의 우윤근 의원, 광주 남구가 지역구인 재선의 장병완 의원, 광주 서구 국회의원을 지낸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영입했다.

손 후보 측은 담양·장성·영광·함평이 지역구인 이낙연 의원, 광주 광산갑이 지역구인 김동철 의원,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복지·교육문화비서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비례대표의원을 지낸 광주 출신 김유정 전 의원을, 김 후보 선대본부에는 전남 목포 출신인 천정배 전 법무장관, 같은 목포 출신인 전윤철 전 기획예산처 장관, 해남·완도·진도가 지역구인 재선의 김영록 의원, 화순에서 13·14대 국회의원을 지낸 홍기훈 전 의원과 신정훈 전 나주시장을 끌어들였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실장은 매체를 통해 "호남 쪽 민심이 안 원장에게 가 있고 호남의 강력한 지지를 얻는 후보가 민주당 내에 없기 때문에 (경선에서) 호남은 지역 연고로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조직이 중요하게 작동할 것이고 그렇다면 누가 전북 전주출신이자 불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상임고문과 우호관계를 형성하고 후보들 간의 합종연횡을 통해 조직을 많이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조직력을 논외로 한다면 상징성이 큰 김 전 대통령과의 친분이나 그분의 정책을 계승한다는 것을 부각해 호남 민심을 얻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호남의 표심 회복 여부는 전북에서부터 드러날 예정이다. 이어 9월6일 8번째 순회경선 지역인 광주·전남의 결과가 발표된다. 이 지역의 경선 결과는 전체 유권자의 50% 이상이 거주하는 수도권 지역 호남 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민주당의 심장' 호남 놓치면 대권도 놓친다
 안 원장 지지모임 "앞으로 지지율 더 오를 것"

민주당 경선 흥행을 통해 안 원장과의 야권연대에 고지를 선점하려는 민주당 후보들의 활발한 움직임에도 이미 호남에 불어 닥친 안풍을 잠재우기에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안 원장이 민주당 경선이 끝날 무렵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해 민주당 경선이 흥행하더라도 안 원장의 대선출마선언으로 다시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변함없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던 호남 민심의 대이동은 올해 대선가도의 커다란 이변으로, 설령 안 원장과의 야권단일화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민주당 후보의 위력을 장담할 수 없다"며 민주당의 호남 표심 되찾기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한 관계자는 호남민심이 갑작스럽게 안 원장에게 쏠리고 있는 현상을 두고 "인물 위주의 선거를 하는 호남인들의 특징 때문이다"라며 "호남 출신의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라면 표를 던지는 것이 호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당시 호남은 지난 50년간 정치, 경제의 중심에 자리매김하지 못한 채 개발의 수혜를 받지 못했다. 경부축 중심의 산업화로 인해 광주를 비롯한 호남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수도권 및 영남권 산업도시로 이동해야만 했다.


여기에는 산업체를 끌어들일 만한 기반산업의 부재가 그 원인이 되었다. 그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힘 있는 인물이 없었다고 느낀 호남사람들이 발전에 참여하여 상생하는 길은 정권교체라 여겼다"고 말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에 맞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인물에게 호남 표심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안 원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논란이 된 가운데 안 원장의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 발간과 <힐링캠프> 출연으로 호남의 표심이 대거 안 원장에게 쏠렸다는 분석이다.

호남민심을 대변하듯 이미 지난 10일 전북 부안군 채석강의 한 리조트에서는 안 원장을 지지하는 모임인 '함께 사는 세상 포럼, 철수처럼(이하 철수처럼)'의 호남지역 회장단 단합대회가 1박2일 일정으로 열렸다.

이날 모임에는 광주, 전남, 전북, 제주까지 4개 광역지역 회장단이 참석했다. '철수처럼'은 광주와 전북에서 지난 2월 중순 공식 출범했고, 지난 7월19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전국발기인대회를 가진 바 있다.

온라인 등록수는 수백 명에 불과하지만 오프라인 등록수는 30만명(철수산악회 등 외곽조직 포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풍'위력 무시 못 해
호남, 정권교체 원해

'철수처럼' 측 한 지지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안 원장의 호남 지지율 급등에 대해 "갑자기 없던 지지자들이 나타난 것은 아닐 것"이라며 "이미 국민은 기존 정치와 정치인에 많이 실망을 한 상태"라고 호남의 민심을 설명했다.

그리고 "안 원장이 본격적인 대선출마를 선언한다면 국민들의 지지의사가 적극 표현되고 그 열기는 확산되어 큰 무리 없이 최고의 지지율로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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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