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추석선물 백태

먹거리 좋지만…건강이 최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면서, 명절 선물서도 이전과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명절 귀향 등 지역 간 이동이 어려워진 만큼 이색 선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추석명절의 익숙한 풍경이었던 ‘민족 대이동’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2주간 연장되고 일일 확진자가 여전히 세자리 수를 유지하면서 추석에도 고향을 찾지 않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나홀로 명절
현실화 코앞

정부도 고향 방문 자제를 권고하고 나섰다. 광복절 집회 이후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서 예전처럼 민족 대이동이 벌어진다면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손쓸 수 없이 확산할 것이란 우려를 감안한 조치다.

이미 다수의 사람들이 이번 추석에 ‘언택트’를 지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롯데홈쇼핑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을 집에서 보내겠다고 밝힌 응답자는 전체의 47%를 차지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부모의 방문 자제 권유가 많다는 게 특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분위기가 변하면서 유통업계의 추석 대목 풍경도 변했다.


유통업계는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추석 선물세트 비중을 예년과 비교해 30% 이상 늘렸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예년과 달리 추석 대목이 오프라인서 사라질 것을 대비한 차원이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설부터 중단했던 명절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를 이번 추석에 재개했다. 긴 장마로 실적이 줄었고, 대목인 추석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수익이 예년만큼 좋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다. 사전 예약 선물세트 물량을 30%가량 늘렸으며, 할인율도 높여 150품목을 최대 70% 할인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은 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을 통해 판매하는 온라인 전용 상품을 전년 추석과 비교해 70% 늘렸다. 와인과 HMR 등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 비중이 높아졌다.

‘언택트’ 지향 사회적 분위기 반영
소독제 등 불티나게 팔리는 위생품

현대백화점은 지난 7일부터 자사 온라인몰 ‘더현대닷컴’서 추석 선물세트를 판매 중이다. 고객들은 백화점을 찾을 필요 없이 더현대닷컴서 구매하고 원하는 장소로 배송받을 수 있다. 온라인 전용 선물세트 물량도 작년 추석 때보다 30%가량 늘렸다.

롯데마트는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 매출이 전체 선물세트 실적의 40%에 달하는 만큼 사전 예약 구매 시 혜택을 강화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을 통한 사전 예약 구매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예약 판매 기간 최대 100만원 상당 상품권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코로나19는 명절 선물 품목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지금껏 통조림 햄, 통조림 참치, 뷰티 선물세트 등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위생 및 건강기능용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위메프가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6일까지 진행한 얼리버드 추석 기획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건강식품 카테고리가 전체 거래액의 약 37%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위생상품에 대한 선호도는 오프라인서도 엿볼 수 있다. 이마트는 올해 처음으로 손소독제, 마스크, 손세정제 등으로 구성된 위생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또 코로나19 감염 공포가 커지자 지난 설에 약 20개 점포서만 진행했던 ‘찾아가는 방문 서비스’를 전 점으로 확대했다.

고객들은 가까운 이마트로 전화 상담을 통해 방문 일정을 잡고, 이마트는 예약된 일정에 맞춰 고객의 집(회사)에 방문, 상담 및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세트 구매 간편 서비스와 기프티콘 보내기 등도 새로 도입한다.

AK플라자는 올 추석을 앞두고 애경산업과 협업한 ‘AK덕분애(愛)’ 위생용품 선물세트를 2000개 한정으로 내놨다. 손소독제, 손소독 티슈, 핸드워시, 마스크 등이 포함됐다. 롯데마트도 개인 위생용품 선물세트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어색하나?
이색 풍토

건강기능용품은 최근 각광받는 이색 선물군으로 분류된다. 가격대가 다소 높게 형성돼있지만, 그에 걸맞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잠이 최고의 보약’이라는 말처럼 숙면이 심신의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로 꼽히면서 최근 숙면 용품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특히 올바른 수면자세를 유도하는 기능성 베개의 경우, 양질의 수면은 물론 목이나 어깨 등에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위한 이색 추석 선물로 주목받고 있다.

기능성 베개 제품은 정자세, 측면 자세에 상관없이 이상적인 베개 높이를 유지해준다. 또 베개 중앙부에 위치한 맞춤 절개라인은 개인마다 다른 머리 둘레, 머리 무게, 목 길이에 맞게 맞춰주고, 경추의 C자 곡선을 안정적으로 지지해준다.

40대 이후에는 피부 속 수분과 탄력이 급속도로 저하되는 등 피부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기 마련이다.

이 시기에는 집중적인 피부 관리가 필요하지만, 매번 숍을 방문하는 것도 중장년층 부모님들에게는 시간과 비용 측면서 부담이다.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면서 젊고 탱탱한 피부를 가꾸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집에서도 매일 간편하게 피부 관리를 할 수 있는 스페셜 홈케어 피부 미용기기 선물이 제격이다.
 

뷰티에 헬스를 접목한 신개념 피부미용기기 제품군은 피부관리숍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손쉽게 피부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마트 홈케어 제품이다. 피부 주름 개선, 모공 축소, 피부 탄력, 피부톤 개선, 노폐물 제거 등 다양한 피부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어, 매번 숍에 지출하는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실속 선물이다.

피부운동 마사지기는 피부에 가장 적합한 진공을 이용한 이완과 수축 작용을 통해 피부 속 진피층을 자극시켜 피부의 탄력을 되찾게 도와준다.

요즘 취미로 자전거를 즐기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자전거 라이딩은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전신 운동으로, 일상의 스트레스 해소와 더불어 관절에 큰 부담 없이 근력을 강화하는 데도 효과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남다른 선택
만족도 높아

특히 산악용 자전거의 안정성과 로드 자전거의 속도감을 모두 갖춘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인기다. 하이브리드 자전거는 특수 프레임을 적용해 무게가 가볍고 적은 힘으로도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어 자전거를 자주 접해보지 않은 중장년층에게 선물하기에도 적합하다.

터치 몇 번으로 사용자의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는 사용법이 간단하고 착용 시 부담스럽지 않은 무게와 디자인을 갖추고 있어 부모님 세대 또한 큰 어려움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건강관리 제품이다. 무엇보다 운동, 수면 등 개인의 신체 활동 및 상태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간편하게 체크할 수 있어 꼼꼼하게 건강관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높은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선물 아이템 중 하나다.

이색 선물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천편일률적인 선택서 벗어나 차별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눈에 띤다. 코로나19 감염 공포가 커지며 본인이 선물을 받기 원하는 시간대와 장소를 설정할 수 있는 e쿠폰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온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가입자 3000명을 대상으로 추석 선물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50.1%)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e쿠폰을 선택했다.

골드바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이색 명절 선물이다. 주요 백화점서 순도 99.99% 최상급 골드바를 판매하고 있으며, 한국금거래소가 품질을 보증하는 골드바는 3.75g부터 1㎏까지 구매할 수 있다. 상품 제작 기간은 7∼10일로 완성된 상품은 고급스러운 케이스에 보증서와 함께 담겨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배송된다.

평소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는 지인에게는 올인원 게임패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게임패드는 스마트폰 액정을 터치하는 대신, 조이스틱을 이용해 보다 섬세하고 정확도 높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반적으로 모바일 게임을 할 때 액정 터치만으로는 짜릿한 손맛을 느끼기 어렵지만, 게임패드를 이용하면 생동감 넘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미디어 버튼을 활용하면 음악, 촬영, 스크롤 이동 등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들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온라인 주문 신개념 홈케어
차별성 부여하는 달라진 기류

전신 마사지권도 빼놓을 수 없다. 고급 호텔서 즐길 수 있는 스파 이용권은 단연 돋보이는 상품이다. 스파 전문가에게 받을 수 있는 특별한 마사지는 명절 연휴 동안 고되고 힘들었을 몸과 마음에 안정을 준다.

중장년층을 겨냥한 선물도 다변화되는 추세다. 노안은 누진다초점 안경 착용을 통해 간편하게 교정할 수 있다. 누진다초점 안경은 먼 곳부터 가까운 곳까지 하나의 안경으로 다 볼 수 있으며 외관이 일반 안경과 같아 미용상으로도 우수한 것이 장점이다.
 

▲ ▲ⓒpixabay

노안이 와도 돋보기를 착용하지 않는 대신 티나지 않게 착용 가능한 누진다초점 안경이 부모님 효도선물로 인기다.

검버섯 시술권도 이전까지 보기 힘들던 상품이다. 검버섯은 피부 노화와 자외선 때문에 생기는 색소 질환으로 얼굴과 목, 손등 등 햇빛에 노출되는 부위에 생긴다. 검버섯은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해지며 한두 개 생기더라도 전체 피부톤에 영향을 주어 나이 들어 보이게 만드는데 시술을 통해 간단히 제거할 수 있다.

두께, 조직, 색 등 상태에 따라 가장 적절한 레이저를 선택한다면 통증 없이 5∼10분 정도 시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탈모는 중년의 젊음과 외모를 망치는 가장 큰 적이다. 갱년기 이후 탈모가 진행되는 어머니를 위한 부분 가발이 인기다. 폐경기 이후의 중년 여성 탈모는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나이 든 여성들이 신경쓰는 부분이다. 바깥 활동이 활발한 어머니에게는 부분 가발로 자신감을 선물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부모님이 탈모 때문에 고민이라면 부분 가발이나 탈모 관리 용품이 제격이다.

안마의자 역시 효도 선물로 각광받고 있다. 대여 서비스는 월 사용료를 지불하며 일정기간 제품을 빌려 쓰는 것으로, 고장 시 무상으로 점검해주거나 기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해 필터 등을 교체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각양각색
품목 다변화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절 선물을 주고 받는 개인 수요 증가로 받는 사람을 고려한 선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선물 품목도 다양화되는 추세”라며 “여기에 1인 가구 증가, 코로나19 여파 등이 품목 다변화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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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