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토니모리 오너 2세 수상한 부동산 추적

22세가 30억을 어디서? 어떻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토니모리 오너 일가는 고급빌라 1채와 고급 단독주택 부지 2곳을 매입한 바 있다. 매매가는 모두 93억원. 가족은 서로 일정 몫을 부담했다. 자녀들이 담당한 액수는 58억원이었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눈길이 가는 건 당시 자녀들이 모두 20대였다는 사실이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6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마련해둔 셈이다. 자금 출처에 물음표가 찍힌다.
 

▲ 토니모리 본사 ⓒ네이버 거리뷰

토니모리는 화장품 로드숍 전성기를 이끌었던 1세대 브랜드다. 한 때 위용을 떨쳤지만 현주소는 예전 같지 않다. 2017년 사드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했고,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폭풍으로 앞날이 깜깜하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국판
베버리힐즈

토니모리 주요 주주는 배해동 회장 일가로 보유 주식은 전체 66%를 상회한다. 공고한 지배력이다. 최대주주는 배 회장(32.39%)이고 부인 정숙인씨(17.15%)와 자녀 배진형 토니모리 이사(8.58%), 배성우씨(8.58%) 순이다.

토니모리 일가는 지난 2016년 4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 고급빌라 1채를 매입했다. 가족은 현재 이곳서 거주 중인 것으로 보인다.

법인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배 회장은 주소지를 도곡동 빌라로 적시했다. 계열사 태성산업 대표이사로 있는 정숙인씨도 마찬가지다.


두 자녀도 마찬가지다. 배 이사와 성우씨 주소지는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도곡동으로 표기됐다. 물론 상세 주소까지 공개되지 않지만 추정할 수 있다.

도곡동 빌라 매입가는 49억8000만원이었다. 가족들은 저마다 돈을 보탰다. 배 회장과 배 이사, 그리고 성우씨는 도곡동 빌라를 각각 30%씩, 정숙인씨는 10%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배 회장 자녀들이 부담한 금액은 60%로 29억8800만원이다. 각자 14억9400만원을 매입에 사용한 셈이다.

눈길이 가는 건 매입 당시 자녀들의 나이다. 배 이사는 1990년생으로 27세였고 성우씨는 1995년생으로 22세에 불과했다. 20대 초중반 나이에 각자 수십억원을 마련한 것으로 자금 출처에 물음표가 찍힌다.

도곡 빌라 20대 자녀 29억 사용
운중동 단독주택도 28억에 매입

토니모리 일가는 이듬해 부동산을 추가로 사들였는데 방식은 같았다. 가족이 저마다 자금을 대면서 공동 소유하는 식이었다. 배 회장 일가는 2017년 6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에 위치한 고급 단독주택 토지 2곳과 단지 내 도로 및 부대시설을 매입했다.

해당 단독주택 단지는 입주민 사생활을 철저히 보장한다. 단지 내 시설들을 입주민들이 공동으로 소유하면서 사유지로 형성, 외부인 진입을 어렵게 하는 형식이다.


운중동 단독주택 부지 거래가는 각각 20억1410만원과 23억590만원으로 모두 43억2000만원이었다.

도곡동 빌라와 차이가 있다면, 부모보다 자녀들이 더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배 회장과 정숙인씨가 각각 16%(6분의 1), 배 이사와 성우씨가 각각 33%(6분의 2)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금액서 배 이사와 성우씨가 부담한 금액은 28억8000만원으로 각자 14억4000만원을 부동산 매입에 사용한 셈이다. 당시 나이는 28세, 23세 밖에 되지 않았다.

종합해보면, 배 이사와 성우씨는 도곡동 고급빌라와 운중동 단독주택 부지 2곳에 58억6800만원을 사용했다. 20대 초중반 나이에 60억원에 가까운 ‘여유 자금’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어떻게 큰돈을 모을 수 있었을까.

20대 초중반
60억 가까이?

첫 번째 가능성은 ‘배당’이다. 배 이사와 성우씨는 토니모리 상장 전부터 회사 주식을 보유했다. 당시 토니모리는 매년 배당을 실시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서 확인할 수 있는 토니모리 감사보고서는 2010년부터다. 배 회장 가족들은 회사 주식 전부를 가지고 있었다. 지분율은 배 회장(60%), 정숙인씨(20%), 배 이사(10%), 성우씨(10%) 순이었다.

토니모리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배당을 실시했다. 매년 10억원, 30억원, 40억원, 20억원이었다. 배 이사와 진형씨가 받은 배당액은 모두 20억원으로 각자 10억원씩이었다.
 

▲ 배해동 토리모니 회장

2015년 토니모리가 상장하면서 지분 변동이 있었다. 다만 순위에 큰 변화 없이 배 회장, 정숙인씨, 배 이사, 성우씨 순으로 구축됐다.

상장 이후 배당은 계속됐다. 배당액은 2015년 35억2800만원, 2016년 40억5700만원, 2017년 2억9100만원이었다.

2017년 토니모리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에게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주 우선 경영이라는 이념’이 그 이유였다.

그 결과 배 회장 가족들은 2017년 단 한 푼의 배당도 받지 않았다. 배 이사와 성우씨가 취득한 배당액은 모두 12억8940만원으로 각각 6억4470만원이었다.


종합해보면 배 이사와 성우씨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배당으로 32억8945만원을 쥘 수 있었다. 각자 16억4472만원이다.

이들이 배당액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저축했다면, 2016년 도곡동 고급빌라를 매입하는 데 지장은 없다. 충당이 가능한 액수다.

하지만 2017년 매입한 운중동 단독주택 부지 2곳을 포함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도곡동 고급빌라를 처분한 뒤 구입했다면 설명이 가능하지만, 토니모리 일가는 현재까지 도곡동 빌라를 소유하고 있다.

불분명한
자금 출처

배 이사와 성우씨는 도곡동 고급빌라와 운중동 고급 단독주택 부지 2곳을 매입하는 데 58억6800만원을 사용했다. 각자 29억3400만원이다. 배당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대출’이다. 배 이사와 성우씨는 주식담보 대출을 받은 바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7년 7월 각각 30만주를 담보로 10억2000만원씩 확보했다.


담보 대출은 도곡동 고급빌라와 운중동 단독주택 부지 2곳을 매입한 이후에 이뤄졌다. 시기가 맞지 않지만, 잔금 처리 목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배당과 담보만으로도 부동산 매입 자금은 완전히 채워지지 못한다.

또 다른 수익 통로는 없었던 걸까. 배 이사에게는 있었다. 그는 토니모리에 입사해 급여를 받고 있다.

배 이사는 지난 2015년 9월 토니모리 해외사업부에 입사했다. 약 7개월 뒤인 2016년 3월에는 사내이사가 됐다. 업계에 이제 막 발을 담근 시기였고, 비교적 어린 나이에 등기임원으로 선임돼 ‘금수저’ 논란이 있었다.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배 이사가 해외사업부서 근무했던 2015년 사원 평균 급여는 연 7000만원이었다. 2016년 사내이사로 취임하기 전까지 배 이사가 활동했던 시기는 약 6개월이다. 급여로 3500만원을 취득할 수 있었다고 점쳐진다.
 

2016년 사내이사 1인당 평균 보수는 2억2800만원이었다. 이어 2017년 평균 급여(퇴직임원 퇴직금 포함)는 3억3200만원이었다.

운중동 단독주택 부지 2곳을 매입한 때는 2017년 6월이다. 배 이사가 사원으로 일했던 때와 사내이사로 근무할 동안 수령한 보수를 계산해보면 4억2900만원이라는 값이 나온다. 배 이사는 같은 기간 배당금도 받았다.

배당·급여 받아?
혹시 아빠 찬스?

배 이사가 급여와 배당금을 단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부동산 매입 이후 이뤄진 주식 담보 대출이 잔금 처리 목적이었다면 부동산 3곳을 매입할 수 있다.

반면 성우씨의 수입 경로는 배당과 주식 담보 대출 외에 찾아보기 어렵다. 토니모리와 계열사 법인 등기부등본을 모두 살펴봐도 그의 이름은 없다. 공시시스템서도 그의 직업은 명시되지 않았다. 그저 ‘주주’로 표기됐을 뿐이다.

물론 이들은 자금을 증여받을 수 있다. 이후 신고를 했다면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확인하기 어려웠다.

<일요시사>는 ‘배 이사와 성우씨가 부동산 3곳에 부담한 자금 출처’에 대해 질의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토니모리 측은 “회장 가족 사안으로 사적인 영역”이라며 “답변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 회장이 자녀들에게 자금을 증여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마 신고도 했을 것”이라면서도 “사측서 답변을 거부한 점을 미뤄봤을 때, 궁금증이 여전히 남아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배 회장 일가는 모두 도곡동 빌라에 거주하고 있다. 앞서 배 회장과 부인 정숙인씨의 경우, 법인 등기부등본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배 이사와 성우씨는 공시시스템으로 추정이 가능했을 뿐이다. 하지만 운중동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배 이사와 성우씨 모두 주소지를 도곡동 빌라로 두고 있다.

“사적 영역,
답변 어렵다”

배 회장 일가는 단독주택 부지 2곳을 새로운 거주지로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단지 내에는 여러 재계 인사들이 저마다 보금자리를 짓고 있다. 특이하게도 토니모리 일가는 단독주택 단지 내에서 2개 부지를 매입한 보기 드문 소유주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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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