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 전문 중 일부를 인용한다.
“국민 여러분, 2016년 겨울, 전국 곳곳의 광장과 거리를 가득 채웠던 것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정신이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언제나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촛불을 들어 다시 한 번 역사에 새겨놨습니다. 그 정신이 우리 정부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저는 오늘, 75주년 광복절을 맞아 과연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광복이 이뤄졌는지 되돌아보며, 개인이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를 생각합니다. 그것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는 헌법 10조의 시대입니다.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입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우리 언어의 모순에 대해 살펴본다. 바로 ‘국민 여러분’이란 표현에 대해서다.
정치판 출신으로 ‘존경하는 유권자 여러분’ 류의 표현을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었던 필자는 젊은 시절부터 이 대목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었다. 동 표현에 달라붙는 ‘여러분’이란 불필요한 단어의 적절성에 대해서다.
이를 위해 ‘국민’과 ‘여러분’을 분리해 살펴보자. ‘국민’이라함은 대한민국 전체 국민을 지칭한다. 그런데 기껏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지칭해놓고 전체가 아닌 일부를 의미하는 ‘여러분’을 이어붙이고 있으니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동 표현과 관련해 영어 ‘Ladies and Gentlemen!’이란 구절을 인용해본다. 신사와 숙녀로, 동 연설에 해당되는 모든 사람을 지칭한다. 그런데 이를 우리말로 ‘신사 숙녀 여러분’으로 번역하는 데 커다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하여 이런 생각을 해본다. ‘여러분’이란 모순된 표현 대신 타인을 정중하게 부르는 뜻을 나타내는 격 조사 ‘이여’ 혹은 그의 높인 표현인 ‘이시여’를 사용해 ‘국민들이여’ 혹은 ‘국민들이시여’로 표현함이 더욱 적절할 듯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문 대통령의 정체성에 접근해보자. 먼저 촛불운동을 헌법 1조에 접목했고, 아울러 문정권의 기반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간 촛불운동의 산물로 규정한 부분이다. 이 대목 참으로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필자는 <일요시사>를 통해 누차에 걸쳐 반정으로 들어선 정권은 성공하기 힘들다고 했다. 반정으로 들어선 권력의 한계 때문에 그렇다. 반정으로 들어선 정권은 전 정권과 각을 세우는 데 치중할 수밖에 없고, 미래를 그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문 정권은 지금도 적폐 청산이니, 문 대통령의 전매특허가 된 국적불명의 용어인 ‘협치’에 목매달고 있다. 정작 중요한 미래는 말의 향연으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문 대통령이 언급한 국민 여러분은 혹시 촛불운동에 참여했던 국민만을 지칭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일어난다.
다음은 개인과 나라간의 관계에 대해서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개인이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로 확고하게 규정지었다.
나라와 개인은 굳게 결속된 공동체로 간주하는 필자와는 달리 문 대통령은 국민의 권리만을 적시한 헌법 10조를 들어 개인과 나라를 완벽하게 별개로, 나라는 개인의 존재를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참으로 위험한 발상으로 그가 목표하는 사회주의를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그러니 문 대통령의 의식세계, 즉 그의 정체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