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부는 세방그룹 사정권

‘기업 저승사자’ 검은돈 냄새 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세방그룹에 세풍이 몰아쳤다. 국세청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이 움직인 만큼 눈길이 간다. 공교롭게도 세무조사는 이전부터 말이 많던 계열사를 상대로 이뤄졌다. 조사 배경을 두고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 세방건설 본사 ⓒ카카오맵

세방그룹은 지난 1960년 한국해운으로부터 출발했다. 창업주는 이의순 세방그룹 명예회장. 당시 회사는 소규모 해운 대리점에 불과했다. 이 명예회장은 세방기업을 설립하고, 세방전지를 인수하면서 사세 확장에 나섰다.

물류·전지
자산 2조원

두 회사는 세방그룹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세방(세방기업의 후신)은 물류업을, 세방전지는 ‘로케트 배터리’로 이름을 날리며 전지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회사는 성장을 거듭한 끝에 오늘날 자산 2조원을 자랑하는 그룹이 됐다.

세방그룹은 2세 경영 체제다. 이 명예회장은 2013년 장남 이상웅 세방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지난 1984년 세방에 입사한 그는 30년 만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지난 5월 기준, 세방 최대주주는 계열사 이앤에스글로벌(18.52%)이다. 이 회장(17.94%)은 그 다음이다. 세방이의순재단(3.48%), 세방전지(2.07%)가 그 뒤를 잇는다. 이 외 계열사와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모두 더하면 44%를 상회한다.


그룹은 25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지배 구조는 ‘이앤에스글로벌→세방→이하 계열사’로 이어진다. 상장 계열사는 그룹 핵심사 세방전지 한 곳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비상장사다.

최근 3년간(2017∼2019) 그룹은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했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6661억원서 6516억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해 7232억원으로 반등했다. 영업이익은 114억원, 114억원, 161억원이었다. 순이익 역시 314억원, 435억원, 549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역시 기대할만하다.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21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올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0.96% 상승한 64억원이었다. 반면 순이익은 1.49% 줄어든 152억원을 기록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국세청 조사4국 세무조사 착수

상승 분위기는 계속됐다.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직전년도에 비해 29.36% 상승한 2223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4.98% 감소한 50억원이었지만 순이익은 25.8% 증가한 128억원으로 마쳤다.

순항하는 듯했던 세방그룹은 최근 ‘세풍’을 맞았다.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이 지난 6월 초 세방그룹 본사와 계열사 이앤에스글로벌을 상대로 특별 세무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만한 대목은 이번 세무조사를 조사4국서 담당했다는 점이다. 국세청 조사4국은 탈세 또는 비자금 조성 혐의가 명백한 경우에만 움직인다. ‘기업 저승사자’ ‘국세청 중수부’로 불리는 까닭이다. 조사4국 요원들은 세방그룹 본사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 세방산업 ⓒ카카오맵

눈길이 가는 건 조사 대상이 된 계열사 이앤에스글로벌이다. 이곳은 세방그룹을 비롯해 오너 일가와 밀접하게 닿아있다. 특히 그룹 지배구조 형성과 승계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가 있다.

이앤에스글로벌은 SI(시스템통합) 업체다. 전산관리 등을 수행하는 IT기업이다. 세방그룹과 이앤에스글로벌의 관계는 지난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앤에스글로벌은 그해 세방 지분 2.19%를 매수했다. 주식 매입 사유는 경영권 방어였다. 당시 오너 일가의 지분율 총합은 30%가 채 되지 않았다. 미약한 지배력을 계열사로 방어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앤에스글로벌은 굵직굵직하게 세방 주식을 확보했다. 기존 지분 2.19%는 3.04%(1999년), 14.06%(2000년), 19.24%(2001년)로 크게 늘었다.

2세 경영
전초기지

2005년에는 유·무상증자로 주식 총수가 늘어나면서 지분율이 18.15%로 조정됐다. 2006년에는 창업주 배우자로부터의 주식을 증여받았고, 일부를 처분했다. 2008년 들어서는 세방 주식을 재매입했다. 지분율은 20.42%로 크게 늘었다.

마침표는 2015년에 찍혔다. 우선주 존속기간 만료로 변동이 발생하면서 이앤에스글로벌은 18.52%를 보유하게 됐다. 주식 수의 변동은 오늘날까지 없다.

이앤에스글로벌은 이 회장 개인회사로 통한다. 주주 명부를 살펴보면 그렇다. 이 회장(80%)이 최대주주로 있다. 나머지는 이상희씨(10%)와 세방(10%)서 보유 중이다. 상희씨는 이 회장의 여동생이다.
 

종합해보면, 이 회장은 이앤에스글로벌을 통해 세방 주식을 간접적으로 보유하는 셈이다. 동시에 지배력 행사도 가능하다. 지배구조는 ‘이 회장→이앤에스글로벌→세방→이하 계열사’로 분석할 수 있다.

이앤에스글로벌의 전신은 세방하이테크다. 회사는 산업용 전지를 판매하면서 괜찮은 수익을 올렸다. 설립 이듬해 매출이 100억원을 넘어설 정도였다. 다만 온전히 자력으로 이뤄낸 성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룹 계열사의 도움이 어느 정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룹 계열사 세방전지는 내부거래를 맺었다. 파악할 수 있는 내부거래 비중은 최소 10.70%서 최대 27.29%사이를 오갔다. 평균 20%의 비중이었다. 공교롭게도 해당 기간에 회사는 세방 주식을 매입했다.

탈세? 
비자금?


세방서 1998년 2.19%에 불과했던 세방 지분율은 2001년 19.24%까지 상승한 바 있다.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된 데다 그룹 계열사의 도움까지 받고 있어, 자금 여력이 동반된 것으로 보인다. 성장을 통해 취득한 세방 주식은 이앤에스글로벌을 세방그룹 최대주주로 올려놨다.

동시에 회사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회장도 행동에 나섰다. 그 역시 해당 시기에 세방 지분을 취득했다.

이 회장은 이앤에스글로벌 설립 이듬해부터 세방 지분을 매입했다. 기존 8307주(0.6%)서 8만주(1998년), 22만4000주(2000년)를 사들였다. 이 회장 지분은 110만7070주(11.07%)까지 올라섰다.

2005년에는 유·무상증자로 주식 수가 195만7587주(11.65%)로 조정됐다. 2006년에 들어서는 8만6970주를 매수, 204만4377주(12.17%)로 확대됐다. 2007년에는 15만주를 매도하면서 189만4377주(11.28%)로 줄어들었다. 이후 주식 수는 10년 넘게 유지됐다. 줄어들거나 늘어나지 않았다. 올해 3월 부친의 증여로 346만3022주(17.94%)를 확보한 게 이후 첫 변화다.
 

이 회장이 세방 주식을 매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개인회사 이앤에스글로벌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바로 배당금을 통해서다.

이앤에스글로벌은 분할 전까지 배당을 실시했다. 지분 8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배당금 대부분은 이 회장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공시자료서 확인할 수 있는 배당액의 총합은 60억원가량이다. 이 회장은 48억원 정도를 쥘 수 있었다.


지배구조 핵심 이앤에스글로벌 타깃?
내부거래…오너 일가 곳간으로 지목

회사 분할은 2010년 이뤄졌다. 이앤에스글로벌과 세방하이테크로 나뉜 것.

보유하고 있던 세방 지분은 이앤에스글로벌에 넘어갔다. 세방하이테크는 대양전기공업에 팔렸다. 당시 매각대금은 80억원이었다. 이 회장은 두둑한 현금도 챙길 수 있게 됐다. 이 회장은 개인회사를 십분 활용해 오늘날 자리에 올라설 수 있게 됐다.

일각서 제기하는 이 회장의 지분 매입용 자금 출처가 이앤에스글로벌로부터 비롯됐다는 시각의 배경이다. 이앤에스글로벌 내부거래는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회사는 세방그룹 계열사와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앤에스글로벌은 성장세를 보였다. 별도 기준 매출액은 690억원, 747억원, 969억원, 724억원, 682억원이었다. 계열사 등으로부터 지급 받은 용역수익은 같은 기간 603억원, 634억원, 860억원, 474억원, 629억원 순이었다.
 

▲ 차량용 전지

비중으로 따지면 전체 매출액서 87.31%, 84.97%, 88.75%, 65.48%, 92.22%로 상당히 높은 수치다.

또 이앤에스글로벌은 2015년부터 손자회사들을 두면서 이들과도 내부거래를 시작했다. 그 연유로 내부거래 규모는 더 커졌다.

물론 SI 계열사 특성상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 있다. 그룹 계열사들의 전산을 통합 관리하기 때문이다. 또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타 업체에 업무를 맡기는 게 부담일 수 있다. 다만 높은 내부거래로 매출이 형성되고, 배당으로 오너 일가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우고 있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칼끝
어디로?

이앤에스글로벌은 분할 이후에도 배당을 계속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회사는 1억원(1.44%·이하 배당성향), 2억원(14.71%), 2억원(8.95%), 2억원(14.07%), 2억원(13.26%), 2억원(13.96%) 등 모두 11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이앤에스글로벌은 상당한 이익잉여금을 쌓아두고 있기도 하다. 이익잉여금이란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배당 등을 하지 않고 사내에 유보된 금액을 말한다. 액수는 매년 증가해 10년 전 4억원에 불과했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10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똑 닮은’ 세방그룹 내부거래 계열사는?

이앤에스글로벌은 지난 2018년 내부거래 비중이 직전년도 88.75%서 65.48%로 감소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 몰아주기 감시 범위를 중견그룹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그 연장선서 비롯된 결과라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이앤에스글로벌의 내부거래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비중은 65.48%서 92.22%로 크게 뛰었다.

이앤에스글로벌을 포함해 세방그룹 내 몇몇 계열사들은 일감 몰아주기 이슈서 자유롭지 못하다.

눈길이 가는 건 이들에게서 보이는 공통점으로 모두 가족회사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앤에스글로벌의 경우, 이 회장이 80% 지분을 가지고 있다. 그의 동생 상희씨가 10%, 세방으로부터 10%를 나머지 지분을 보유한다. 사실상 오너 일가 회사다.

부동산임대업체 ‘세방이스테이트’도 마찬가지다. 최대주주 세방(40.2%)에 나머지 지분은 이 명예회장(11.1%)과 장녀 이려몽씨(20.7%), 상희씨(28%)가 소유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세방이스테이트 역시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하다.

최근 5년간(2015∼2019) 세방이스테이트 매출액은 2억원, 18억원, 27억원, 37억원, 27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세방, 세방전지 등 계열사서 발생한 매출액은 0원, 17억원, 26억원, 36억원, 26억원 등이었다.

비중으로 따져본다면 0%, 93.51%, 96.13%, 96.81%, 94.67% 등으로 매우 높았다.

배당도 2017년부터 실시됐다. 금액은 2억원(25.53%·이하 배당성향), 4억원(49.59%), 4억원(29.91%)로 모두 10억원이 배당됐다. 주주 명부를 살펴보면 회사와 오너 일가 주머니로 들어가는 셈이다.

축전지 부품 계열사 세방산업도 같은 맥락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고 주주 구성이 오너 일가다. 심지어 지분율까지 같다. 최대주주 세방전지(40.2%)에 상희씨(28%), 려몽씨(20.7%), 이 명예회장(11.1%) 순이다.

최근 5년간(2015∼2019) 세방산업 매출액은 740억원, 674억원, 505억원, 491억원, 340억원으로 꾸준히 하락세다. 같은 기간 계열사에 비롯된 매출액은 685억원, 589억원, 426억원, 386억원, 183억원 등이었다.

비중은 92.57%, 87.92%, 84.41%, 78.64%, 54.03%로 줄어들고 있다. 다만 지난해까지 절반 넘는 매출이 계열사에서 발생한 점은 간과하기 어렵다.

배당도 이어졌다. 배당액은 세방이스테이트와 비교될 정도다. 같은 기간 21억원(43.43%), 16억8000만원(34.63%), 10억5000만원(40.43%), 6억3000만원(44.28%) 등이었다. 지난해에도 6억3000만원이 배당됐다. 하지만 당시 세방산업은 적자로 전환돼 순손실 4억원이 발생한 때였다.

동기간 세방이스테이트와 세방산업으로부터 오너 일가가 수령한 금액은 전체 70억9000만원 가운데 42억원가량이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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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