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질반질’ 하나제약 새파란 금수저 정체

4살짜리 꼬마 부모 잘 만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하나제약 오너 3세들이 차례차례 회사 지분을 증여받았다. 눈길이 가는 건 이들이 모두 미성년자라는 점. 지분가치만 수십억원이다. 그런데 돌연 하나제약은 이들에 대한 지분 증여를 취소했다.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 하나제약 본사 ⓒ하나제약

하나제약은 마취제와 마약성 진통제를 주력으로 하는 중견 제약사다. 아네폴주사와 바스캄주사 등으로 유명하다. 하나제약은 ‘알짜 회사’로도 알려져 있는데 매년 개선된 성적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하나제약의 매출액은 1393억원, 1528억원, 1663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19억원, 335억원, 335억원을 보였다. 순이익은 243억원, 261억원, 283억원으로 계속 늘었다.

마취·진통제
알짜 제약사

하나제약 지배구조는 단순하다. 계열사가 한 곳도 없다. 창업주는 조경일 명예회장으로 조세포탈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아 경영 일선서 물러났다.

현재 하나제약은 전문 경영인 체제다. 지난해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위해 영입한 이윤하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선 상태다.

반면 하나제약 주요 주주는 오너 일가다. 조경일 명예회장 자녀들을 필두로 대부분 회사 지분을 갖고 있다.


최대주주는 장남 조동훈 부사장(25.23%)이다. 그는 지난 2006년 하나제약 서울종병팀에 입사했다. 2010년부터는 경영본부장을 맡은 데 이어 2015년부터 현재까지 하나제약 서울사무소 부사장을 맡고 있다.

조동훈 부사장은 유력한 후계자로 꼽힌다. 다만 조경일 명예회장이 불명예 퇴진을 맞은 만큼, 숨고르기가 진행 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어 조 부사장의 쌍둥이 누나인 조예림 이사(11.43%)와 조혜림 전 이사(9.88%)가 뒤를 잇는다.

조예림 이사는 지난 2002년 하나제약 마케팅부에 입사했다. 2006년부터 개발부서 활동한 뒤, 2018년 글로벌사업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품 수출 등에 관여하고 있으며 하나제약 등기이사기도 하다.

오너 2세 승계 숨고르기…지분 확보
장남 조동훈 부사장 등 주요 요직에

조혜림 전 이사는 지난 2006년 하나제약에 입사했다. 그는 2015년까지 경리부서 근무한 뒤 2016년 자금부로 이동하면서 하나제약 자금관리를 맡았다. 그해 등기임원으로도 이름을 올리면서 입지를 다졌지만, 지난해 6월 돌연 모든 직에서 물러났다. 다만 하나제약 3대주주로 공고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친인척들의 지분까지 더하면 모두 58%를 넘는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절반 이상을 넘는 국내 제약사가 흔치 않은 만큼, 상당히 공고한 지배력을 구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너 3세에게도 지분이 있다. 눈길이 가는 건 이들이 모두 미성년자라는 점이다. 11년생 주주는 하나제약 주식 12만8552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조예림 이사의 자녀로 추정된다. 공시된 주소지가 조예림 이사와 같고, 조동훈 부사장의 조카로 분류돼있기 때문이다.
 

▲ 하나제약 상신공장 ⓒ하나제약

지분은 0.79%로 규모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하나제약 경영을 이끌고 있는 이윤하 대표의 지분(0.06%)을 감안했을 때, 무게감이 다르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오너 3세들에게도 눈길이 간다. 조혜림 전 이사는 09년생과 11년생 주주와 같은 주소지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 역시 조동훈 부사장을 기준으로 조카로 분류된다. 성씨가 조씨가 아닌 점도 조혜림 전 이사의 자녀라는 추측에 힘을 실어준다. 이들의 지분은 각각 12만8552주로 앞선 경우와 동일하다.

조씨 아이들
수십억 쥐어

최근 또 다른 오너 3세로 보이는 이들이 하나제약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13년생, 16년생에 불과했다. 이들은 조혜림 전 이사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26일 조혜림 전 이사는 이들에게 각각 11만3400주(0.7%), 6만4800주(0.4%)를 증여했다. 

증여 결과 조혜림 전 이사의 하나제약 지분은 177만8011주서 159만9811주로 줄었다. 10.98%였던 지분율 역시 9.88%로 감소했다.

하나제약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들의 지분 증여에 대해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언뜻 조혜림 전 이사의 자녀로 추정되지만 그렇지 않다. 우선 성(姓)이 조씨다. 대부분 부친의 성씨를 따르는 만큼 조동훈 부사장에 눈길이 간다. 또 이들의 공시된 주소지는 조혜림 전 이사와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주소지가 조동훈 부사장과 일치하는 것은 또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조예림 이사와 조경일 명예회장 부부의 주소지와 동일하다. 물음표가 따르지만 부동산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어느 정도 내용이 압축된다.

조예림 이사와 조경일 명예회장 부부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다만 동과 호수가 다르다. 공시서 주소는 읍, 면, 동까지만 기재하도록 돼있다. 결국 공시로만 따져본다면 이들의 주소지는 겉보기에 모두 같은 것이다.

서로서로
한입씩∼

조동훈 부사장은 조예림 이사 등과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다가 최근 이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3일 공시만 보더라도 조동훈 부사장의 소재지는 조예림 이사 등과 같았다.


결국 자녀로 추정되는 이들의 공시 주소지가 변경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조동훈 부사장의 자녀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 역시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오너 3세로 추정되는 이들의 지분을 단순히 합해보면 모두 56만3856주다. 지분 가치만 127억원이 넘는다. 단순 지분율만 보더라도 모두 2.84%로 창업주 조경일 명예회장보다 높다.
 

▲ 바스탐 주사 ⓒ하나제약

하나제약은 매년 배당을 늘리고 있다. 매해 실적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제약의 지난해 배당액은 72억3600만원이었다. 전년 배당액에 비해 60% 정도 증가했다. 배당성향 역시 17.2%서 25.6%로 확대됐다.

지난해 1주당 현금배당금은 460원이었다. 오너 3세들이 그해 오늘날의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었다면 모두 127억원을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하나제약 최대주주인 조동훈 부사장은 과거 ‘신흥 주식부자’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18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뒤 지분 가치가 1000억원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지분가치 최소 14억부터 29억까지  
미성년 3세 증여하려다 돌연 취소


명맥은 계속되는 듯하다. 조동훈 부사장의 하나제약 보유 지분은 408만6826주다. 그의 쌍둥이 누나들도 마찬가지다. 조예림 이사와 조혜림 전 이사의 보유 지분은 각각 185만2079주, 159만9811주다. 

경영 일선서 물러난 조경일 명예회장과 그의 부인도 각각 52만5466주, 74만1159주를 보유하고 있다. 눈길이 가는 건 최근 하나제약서 주식 증여를 취소했다는 것. 조혜림 이사로부터 11만3400주, 6만4800주를 증여 받은 13년생, 16년생 미성년자가 그렇다.

하나제약 공시에 따르면 지난 7월 20일 이들에 대한 증여가 취소됐다. 반대로 조혜림 이사는 다시 17만8200주를 다시 돌려받게 됐다.

하나제약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주주 개개인의 사정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특별한 내용을 전달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나제약은 지난 1분기 별도 기준 417억원의 매출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19억원 증가한 수치다. 다만 영업이익과 순손실이 같은 기간 11억원, 8억원 하락한 69억원, 55억원이었다.

사 측은 연구개발 투자 확대로 영입이익이 감소했다는 입장이다. 하나제약 연구개발비 비중은 지난 1분기 6.6%로 전년 동기에 4.1%보다 증가했다.

갑자기 취소
도대체 왜?

하나제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긴급의약품 요청으로 해외 수출을 늘리고 있다. 마취제와 항생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훈풍을 탄 셈이다. 실제로 지난 4월 마취나 수술에 사용되는 근이완제 ‘아트라주’와 강심제(심장 박동 강화 약물) ‘하나도부타민염산염주사’, 마약류의약품 마취진정제 ‘바스캄주’ 등을 룩셈부르크에 긴급 수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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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