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한미반도체 2세는 지금…

한솥밥 먹다 너 한 입 나 한 입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한미반도체는 일찍이 승계를 매듭지었다. 1남4녀 중 막내아들이 경영권을 쥐었다. 누나들은 잠시 한미반도체서 근무했을 뿐, 현재는 특별한 직을 맡고 있지 않다. 다만 별도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흐름을 살펴보면 이들은 더 철저히 각자의 길을 걷는 듯하다. 왜일까.
 

▲ 한미반도체

한미반도체는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창업주는 곽노권 회장.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시장서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성공시켰다. 성장을 거듭한 끝에 세계 각지에 300여개 고객사를 두고 있다. 특히 회사는 비전플레이스먼트(반도체 후공정서 칩을 절단하고 검사하는 작업) 분야에선 적수가 없다.

40주년
국산화

한미반도체는 2세 경영에 돌입한지 오래다. 곽 회장은 슬하에 1남4녀를 뒀다. 경영권은 막내아들 곽동신 부회장에게 돌아갔다. 1974년생으로 24세에 한미반도체에 입사한 그는 33세에 대표이사가 됐다.

곽 부회장은 부친과 함께 3년 정도 회사를 이끌었다. 이후 전문 경영인과 함께 회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해 주총서 보장받은 임기까지 채운다면, 곽 부회장은 15년 동안 회사를 경영하게 된다.

한미반도체 실적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들쭉날쭉했다. 3년간(2017∼2019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1973억원서 2171억원으로 올랐다가 1203억원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2년 연속 500억원대를 기록했지만, 13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순이익은 95억원서 492억원으로 수직상승한 뒤 192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올해 성적은 기대할만하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396억원이었다. 직전년도에 비해 100% 이상 성장했다. 동기간 영업이익은 2억원서 74억원으로, 순이익은 5억원서 76억원으로 치솟았다.

잠정 발표된 2분기 성적표는 한 차례 더 개선됐다. 누적 매출액은 1015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무려 129.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4억원서 27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한미반도체서 곽 부회장 일가의 영향력은 공고하다.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는 단연 곽 부회장으로 30.2%의 지분을 갖고 있다. 부친인 곽 회장이 7.9%로 2대주주다.

곽 부회장 누나들은 1.85∼2.17% 사이서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은 한미반도체 내에서 특별한 직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과거엔 연결고리가 있었는데 ‘한미인터내셔널’이라는 화장품 도소매 업체를 통해서다.

빠르게 시작된 후계 경영…막내아들이 책임
딸들은 개인사업…한 때 한미반도체 계열사

한미반도체는 한미인터내셔널 설립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설립출자와 유상증자에 4억7400만원을 사용했다. 이어 한미인터내셔널을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보유 지분은 40%였다.


한미반도체 수장이 외아들이라면, 한미인터내셔널은 딸들의 회사다. 대표이사는 셋째 곽영미씨다. 영미씨는 회사가 설립된 지난 2009년부터 대표였다. 넷째 곽영아씨는 사업 초기부터 감사와 사내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부대표다.

둘째 명신씨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등기임원이었지만, 현재는 근무하지 않는다.

한미인터내셔널은 사업 초기에 한미반도체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2010년 ‘기업운영자금’을 명목으로 한미인터내셔널에 채무보증을 서줬다. 또한 경영지원을 위해 한미반도체 상무를 한미인터내셔널 이사로 겸직시키기도 했다.

본사 지원을 받은 한미인터내셔널은 초반에 꽤 괜찮은 성적을 냈다. 설립 첫 해 순이익은 1억원이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5억원, 6억원, 10억원, 3억원으로 무난했다. 하지만 곧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 한미반도체 제품 EMI SHIELD

2014년 영업손실 7억원이 발생했다. 반등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악화일로였다. 2015년과 2016년 영업손실은 12억원, 17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2017년 한미인터내셔널 지분 전량을 돌연 소각했다. 값을 후하게 쳐주거나, 헐값에 팔지 않았다. 초기 사용된 비용 4억7400만원에 그대로 매각했다.

지분 매각 배경에 다양한 관측이 모인다. 우선 한미반도체는 한미인터내셔널을 채무보증과 인력 제공을 통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다. 그 결과 한미인터내서널은 나름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후 한미반도체는 지분을 매각해 한미인터내셔널을 독립시켜줬다. 남동생이 누나들의 사업에 도움을 주고, 독립성까지 부여해줬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지분 매각 시점이 공교롭다. 한미인터내셔널서 3년 연속 적자가 발생한 바로 이듬해다. 그런 까닭에 사실상 퇴출시켰다는 시각도 있다. 도움을 주고자 했지만, 불어나는 적자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독립?
퇴출?

한미반도체 보유 지분은 영미씨, 영아씨에게 돌아갔다. 영미씨 등은 한미인터내셔널 지분을 각각 90.5%, 9.5%씩 갖고 있다. 한미반도체 계열사서 개인회사로 뒤바뀐 셈이다.

한미인터내서널은 쉽게 회복하지 못했다. 최근 성적표를 보면 그렇다. 2018년과 지난해 매출액은 9억원, 10억원 수준이었다. 영업손실은 5억원, 6억원으로 순손실은 5억원, 5억원으로 계속됐다.

한미반도체 계열사였던 2016년 매출은 100억원 단위였다. 이듬해 계열사서 제외되면서도 매출은 50억원을 상회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한껏 위축된 모양새다.


다만 사업은 중단되지 않았다. 영미씨 등은 한미인터내셔널을 계속 이끌고 있다. 현재 회사는 ‘오드리앤영’과 ‘쇼달’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오드리앤영은 미용품을 주로 다룬다. 다른 회사에 제조를 맡기고 이를 판매하거나, 타사 제품 자체를 판매하는 형식이다. 개설 시기는 오래되지 않은 듯하다. 판매 중인 상품은 6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소비자 후기는 긍정적이다. 제품 만족도가 높은 편으로 확인된다.

오드리앤영 주 사무소는 한미인터내셔널로 대표는 영미씨다. 계좌이체 결제를 위한 계좌번호도 적시돼있으며 예금주는 한미인터내셔널로 확인된다. 오드리앤영 홈페이지 하단에 적시돼있다.

쇼달도 오드리앤영과 유사하다. 다만 더 다양한 제품군을 판매한다. 쇼달은 온라인 편집숍에 가깝다. 의류와 생활용품, 화장품부터 유아제품, 반려동물제품, 그리고 책과 그림까지 판매한다. 쇼달도 한미인터내셔널을 주 사무소로 등록해뒀다.

계좌번호는 오드리앤영과 같고, 예금주도 한미인터내셔널로 대표 역시 영미씨다.

한미인터내셔널서 주력으로 삼는 곳은 오드리앤영으로 추정된다. 한미인터내셔널 홈페이지 는 쇼달이 아닌 오드리앤영으로 등록돼있다.


매년 적자 보다가 이탈, 회복은 글쎄
서로 접점 없어…아들 따로, 딸 따로

최근 영미씨와 영아씨는 한미반도체 주식을 대량 처분했다. 이전에도 주식을 판 전력은 있지만 올해는 그 규모가 상당하다. 처분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우선 영미씨는 올해 1월부터 주식을 매도했다. 3차례에 걸쳐 8만주를 팔았다.

한동안 뜸하던 매각 소식은 5월에 전해졌다. 같은 달 영미씨는 9만5000주를 5회에 나눠 매각했다. 이번 달에는 4차례에 걸쳐 7만5000주를 정리했다. 모두 25만주였다.

기존 영미씨 보유 지분은 140만8123주였다. 지분율은 2.46%였다. 처분에 따라 지분은 115만8123주로 감소했다. 지분율은 2.24%로 줄었다.

영아씨도 비슷한 시기 처분에 나섰다. 지난 1월 8차례에 걸쳐 9만5000주를 소각했다. 5월에는 2회에 나눠 3만주를 매각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달 6차례에 17만주를 정리했다. 모두 29만5000주였다.
 

▲ 오드리앤영 로고

영아씨는 이전까지 138만6897주, 2.42%를 갖고 있었다. 매각 결과, 주식 수는 109만1897주로 줄었다. 지분율도 1.85%로 감소했다.

영미씨와 영아씨가 지분 정리에 나선 이유는 뭘까. 가능성은 사업자금이다. 영미씨와 영아씨는 주식 처분으로 상당한 자금을 취득했다. 영미씨는 18억원, 영아씨는 26억원을 벌었다. 기존 사업을 확장하거나, 신사업에 나설 발판이 될 수 있다.

특히 신사업 쪽에 무게가 실린다. 한미인터내셔널 사업 목적은 무척 다양하다. 여건만 개선된다면 다양한 사업에 손을 뻗을 수 있다. 앞서 확인된 사업 외에 인테리어 공사, 사업지원 서비스, 물류 운영 대행, 부동산 매매·임대·전대업 등이 있다.

수익 다각화 전략의 필요성도 설득력을 더한다. 한미인터내셔널은 기존 사업서 특별한 성과를 찾지 못한 상태다. 한미반도체 계열사서 제외된 이듬해부터 매출은 10억원 안팎을 맴돈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정할 뿐이다. 오너 일가라 하더라도 주식 매매는 개인적인 일로 속사정을 알기는 어렵다.

주식 처분
갑자기 왜?

영미씨와 영아씨는 한미인터내셔널 외에 또 다른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사명은 ‘에이치엠트레이딩’이다. 사업 목적은 한미인터내셔널과 겹친다. 지난 2013년 4월 설립됐고, 자본금은 2억원이다.

에이치엠트레이딩은 철저한 영미·영아씨 개인회사다. 한미인터내셔널 역시 이들의 개인회사이지만 여러 사람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하지만 에이치엠트레이딩 등기임원은 영미씨와 영아씨뿐이다. 나머지 자매들 역시 찾아볼 수 없다.

주주도 이들뿐이다. 영미씨와 영아씨에게 각각 60%, 40% 지분이 있다. 영미씨가 대표를, 영아씨가 부대표를 맡고 있다.

한미인터내셔널과 에이치엠트레이딩은 주소지가 동일한데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에이치엠트레이딩은 설립 이듬해부터 한미인터내셔널과 함께했다. 그 후로 한미인터내셔널이 사업장을 옮길 때마다 에이치엠트레이딩도 같은 날에 움직였다. 이들의 법인등기부등본에도 그 흔적이 남아있다. 사실상 한미인터내셔널 자회사와 다름없다는 해석이다.

에이치엠트레이딩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할까. <일요시사> 취재 결과 거래처서 제품을 받아 한미인터내셔널을 통해 판매하는 구조였다. 한미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쇼달서 확인할 수 있다.
 

에이치엠트레이딩은 미국 친환경 생필품 기업 ‘세븐스제너레이션’의 한국 공식 유통업체다. 쇼달에서는 세븐스제너레이션 제품을 판매한다. 제조업자는 세븐스제너레이션, 제조판매업자는 에이치엠트레이딩으로 분류된다.

최근 실적은 확인하기 어려웠다. 대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성적표는 찾아볼 수 있었다. 3년간 매출액은 11억원, 10억원, 1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매년 적자가 발생했다. 영업손실은 8억원, 10억원, 3억원이었다. 순손실은 10억원, 12억원, 8억원으로 매해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에이치엠트레이딩과 한미인터내셔널이 사업적으로 동행하는 점을 미뤄봤을 때, 최근 실적은 예상해볼만하다. 2014∼2016년 에이치엠트레이딩 성적표는 한미인터내셔널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같은 기간 한미인터내셔널도 꾸준히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미인터내셔널 최근 실적은 아직 저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에이치엠트레이딩 역시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해보면 남매끼리 제 갈 길을 걷는 모양새다. 곽 부회장은 일찌감치 한미반도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영미씨, 영아씨는 한미인터내셔널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각자도생은 짙어지는 분위기다. 한미인터내셔널은 한때 한미반도체 계열사였지만 곧 분리됐다. 영미씨 등은 최근 한미반도체 지분을 대거 매각하기도 했다.

아들, 딸…
따로 따로

이 같은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영미씨나 영아씨가 급작스럽게 한미반도체에 입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영미씨는 한미반도체 계열사 ‘한미네트웍스’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감사를 맡은 바 있다. 하지만 더 이상의 경력은 없었다. 영아씨도 마찬가지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한미반도체 이사 재직이 마지막이었다. 곽동신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미반도체 승계는 이미 끝났다. 별다른 분쟁 없이 ‘잘 돌아가는 회사’에 변수를 얹을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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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